미국에서 무한리필 한식 고기구이를 파는 나스닥 상장사가 8월 10일 2분기 실적을 냈다. 매장 하나가 1년에 545만 달러, 원화로 76억을 파는 회사다. 같은 발표에 한국 매장 두 곳의 임차 계약을 해지했다는 줄이 함께 실렸다.
1.8월 10일 공시에 한 줄이 섞여 있었다. 한국 매장 두 곳의 임차 계약을 해지하고 손실 60만 달러를 반영했다는 내용. 발표한 곳은 GEN Restaurant Group, 나스닥 종목코드 GENK다. 미국 전역에서 1인 정액 무한리필로 한식 고기구이를 파는 상장 외식기업.
2.첫 가게는 2011년 로스앤젤레스 근교 터스틴에 있었다. 한인 이민자 둘이 시작했고, 그중 데이비드 김(David Kim)은 멕시칸 체인 바하 프레시(Baja Fresh)를 이끌던 사람. 2023년 여름 나스닥에 올라 4,320만 달러를 모았다. 한국에는 지난해 6월 고양 일산 웨스턴돔에 첫 매장이 들어왔고, 이후 1년 사이 해외 점포가 여섯 곳까지 늘었다고 회사는 밝혔다.

3.작은 매장이 4,700제곱피트, 큰 매장이 12,000제곱피트이고 평균은 7,500제곱피트다. 211평. 좌석은 90개에서 140개. 국내 고깃집으로 보면 큰 축이고 미국 캐주얼 다이닝으로 보면 흔한 크기인데, 이 회사는 그 크기를 쇼핑몰과 대로변에만 넣었다.

4.앉으면 후드가 머리 위에 낮게 걸려 있다. 고기를 올리는 순간 기름이 튀는 소리가 짧게 나고 연기가 위로 빨려 올라가는데, 옷에 냄새가 얼마나 배느냐는 이 배기 설비가 정한다. 두 시간짜리 회식 자리로 견디느냐 마느냐가 거기서 갈린다.

5.고르는 건 접시가 아니라 등급이다. 점심에 32품, 저녁에 45품. 테이블에 앉은 사람 전원이 같은 등급을 시켜야 하고 머무는 시간은 두 시간으로 묶인다. 갈비와 불고기, 차돌, 삼겹살이 기본 등급에 들어가고 와규는 위 등급이거나 별도.

6.미국에서 이 회사가 판 건 고기가 아니라 굽는 일이었다. 완성된 접시 대신 재료가 나오고, 굽는 동안 대화가 끊겼다 이어진다. 손으로 할 일이 계속 생기니 두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7.가격이 하나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미국에서 밥을 먹으면 세금과 팁이 계산서 끝에 붙어 나가는 돈을 미리 알기 어려운데, 1인 정액은 인원수만 곱하면 끝난다. 처음 오는 손님이 겁내지 않는 값을 만든 것.

8.손님이 한인 밖으로 넓어진 것도 여기서 나왔다. 메뉴 이름을 몰라도 되고 못 먹는 게 있으면 다음 접시를 안 시키면 그만이라, 한식당의 문턱이던 무엇을 시켜야 하나가 사라졌다. 회사가 상권을 코리아타운 밖으로 옮긴 것도 같은 판단.

9.매장 하나가 1년에 파는 돈이 545만 달러다. 원화로 76억. 211평으로 나누면 평당 연 3,600만 원이고 월로 내리면 300만 원 남짓이다. 국내 대형 고깃집이 잘될 때 내는 수준과 비슷한데, 다른 건 그걸 54개 점포가 평균으로 낸다는 사실.
10.하루로 나누면 1만 5,000달러다. 객단가를 28달러로 잡으면 하루 540명이 앉는다. 좌석 120개짜리 매장이면 자리마다 네 번 반이 도는 계산. 두 시간 제한은 오래 앉는 손님을 쫓는 규칙이 아니라 이 회전을 만들어 내는 장치. 객단가와 회전은 공개된 숫자가 아니라 여기서 세운 계산이다.
11.올해 2분기 매장 손익은 이렇게 갈렸다. 매출 100 가운데 식재료가 39.0을 가져가고 인건비가 28.0, 임차료가 9.6을 가져갔다. 나머지 매장 비용까지 더하면 95.4. 매장에 남는 건 4.6이다.
12.문제는 방향이다. 문 연 지 1년이 넘은 매장들의 매출이 2분기에 9.3% 줄었고 그 앞 분기에도 8.8% 줄었다. 매장 단위 이익률은 1년 만에 16.3%에서 11.3%로 내려앉았다. 분기 순손실 460만 달러. 매장 수는 54곳에서 늘지 않았고 2분기에만 여섯 곳이 빠졌다. 정액 밖에 남는 매출은 술과 음료뿐이라, 원가가 오를 때 값을 올려 메울 길이 좁다.

13.한국 가격은 미국보다 싸다. 평일 저녁 37,800원, 주말 39,800원, 점심 25,800원. 미국 저녁값을 원화로 옮기면 4만 7,000원대이니 20%쯤 아래다. 그런데도 두 곳이 접혔다. 미국에서 팔던 상품이 한국식으로 고기를 구워 먹는 경험이었는데, 한국에서 그건 상품이 아니라 기본값이라서.
14.코리아타운의 무한리필 고기구이는 이 회사가 처음이 아니다. 1990년대부터 로스앤젤레스 서쪽에 자리를 잡았고 대부분 한두 곳에서 멈췄다. 이 회사가 달랐던 건 세 가지다. 가게를 한인 상권 밖으로 옮겼고, 매장을 200평대로 키웠고, 주문과 서빙을 매뉴얼로 묶어 어느 점포에서나 같은 순서가 나오게 했다.

15.지금 회사가 남기려는 건 식당이 아니다. 8월 발표에는 미국 매장 사업 전체를 약 1억 달러에 넘기겠다는 인수 의향서가 들어와 있었고, 회사는 냉동 양념육을 파는 소매 사업만 갖고 가겠다고 했다. 그 소매 매출은 2분기에 직전 분기 대비 341% 늘었고 진열대는 2,000곳 가까이 깔렸다. 앞으로 1년 매출을 3,500만에서 4,000만 달러로 잡는다고 회사는 밝힌다. 54개 점포가 만든 건 매장 이익이 아니라 맛의 신뢰도였고, 그걸 마트 매대에서 현금으로 바꾸는 중이다.

16.매장 하나가 1년에 76억을 팔던 회사가 문 연 지 1년 넘은 점포들의 매출이 두 분기 연속 줄자 미국 매장을 통째로 내놓고 마트 진열대를 남겼다. 한국에서는 임차 계약 두 건을 해지했고 그 손실이 60만 달러. 무한리필 정액을 국내에서 짜면 식재료 39%라는 숫자가 그대로 따라오지 않는다. 미국에서 그 비율이 지켜진 건 밥과 라면, 반찬이 고기 먹는 속도를 늦춰 줬기 때문인데, 고기를 굽는 데 익숙한 손님은 사이드에 손을 덜 대고 고기만 계속 올린다. 정액을 얼마로 매기든 그 한 가지가 원가율을 흔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