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의 244석짜리 호텔 뷔페가 8월 12일 다시 문을 열었다. 개관 14년 만에 주방과 객석을 통째로 뜯어고쳤는데, 좌석은 한 개도 늘리지 않았다. 바뀐 건 달력. 조식은 이레 내내 하지만 점심과 저녁은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만 받는다.
1.8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로의 콘래드 서울(Conrad Seoul) 2층에서 올데이 다이닝 제스트(Zest)가 다시 열렸다. 6월 1일부터 8월 10일까지 공사가 붙어 있었고, 2012년 11월 이 호텔이 문을 연 뒤로 이 식당을 통째로 뜯은 건 처음.

2.좌석은 244석 그대로. 객석 한복판에 라이브 스테이션 다섯 곳을 세웠다. 오션(Ocean)·랜치(Ranch)·비스트로(Bistro)·오리엔탈(Oriental)·파티세리(Pâtisserie), 각 스테이션마다 셰프가 서서 접시를 완성해 건넨다.
3.동선을 미리 짜 뒀다. 회사는 이 방식을 「디스커버리 다이닝」이라 부르는데, 다섯 곳을 코스 한 번 돌듯 순서대로 지나가라는 안내. 접시에 쌓아서 자리로 가져오는 대신, 스테이션 앞에서 한 접시를 받아 먹고 다시 일어난다.

4.랜치 앞에는 갈비뼈가 그대로 붙은 고기 덩이가 놓인다. 겉면은 후추와 소금이 눌어붙어 검고, 칼을 대면 가운데로 갈수록 붉어지는 단면이 열린다. 육즙이 도마 홈을 따라 흐르는 동안, 줄 선 사람에게 먼저 오는 건 냄새 쪽.

5.오션 쪽은 조용하다. 껍질을 벗긴 랍스터 한 덩이 아래 마르살라 크림이 얕게 깔리고 그 위에 딜과 프리제 몇 가닥. 오리엔탈로 넘어가면 말린 고추를 통째로 넣고 볶은 충칭(重庆)식 샹라(香辣) 생선이 나오는데, 접시를 받아 드는 순간 고추기름 냄새가 앞의 크림 냄새를 지운다.


6.디저트는 50여 종으로 늘었다. 개보수 전에는 20종이 안 됐다. 7단짜리 초콜릿 파운틴에서 분홍과 갈색 두 줄기가 계단을 타고 내려오고, 옆에서는 젤라또를 주문받아 그 자리에서 뽑는다. 라이브 젤라또와 언더카운터형 커피 바를 함께 놓은 건 국내 호텔 뷔페에서 처음이라는 것이 회사 설명.

7.뷔페가 오래 팔아 온 약속은 「많이」였다. 그 약속이 1인 20만 원 앞에서도 버틸까. 손님이 접시 수로 본전을 세기 시작하면 가게는 원가 싸움에 끌려 들어가고, 값이 오를수록 손님은 더 정확하게 센다.
8.그래서 파는 것을 바꿨다. 양이 아니라 순서. 셰프가 앞에 서서 접시를 완성해 건네면 손님이 세는 단위가 접시에서 장면으로 옮겨가고, 값을 비교하는 상대도 옆 호텔 뷔페가 아니라 코스 식당이 된다.
9.자리 덕도 있다. 여의도는 서울에서 사무실이 가장 빽빽한 축에 드는 동네이고 이 호텔은 국제금융센터 단지에 붙어 있어, 평일 낮에는 접대와 회의가 객석을 채운다. 주말에는 강 건너에서 오는 가족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두 수요는 시간대가 겹치지 않는다.

10.그런데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점심도 저녁도 팔지 않는다. 조식만 6시 30분에 열어 10시 30분에 닫고, 나머지 시간은 불을 끈다. 244석짜리 식당이 일주일에 이틀, 하루 두 번의 영업을 통째로 비운 것.
11.비운 만큼을 세어 보자. 평일 점심 16만 원짜리 244석이 다 차고 저녁까지 붙는다고 놓으면, 이틀에 1억 7,000만 원 안팎이 달력에서 사라진다. 매번 만석이라는 가정 위의 계산이라 실제 손실은 이보다 작다.
12.그걸 감수하는 이유는 비용 쪽. 호텔 뷔페의 식재료 원가율은 45~50%로 잡히고, 식음 부문 비용을 뜯어 보면 인건비가 59%로 가장 무겁다. 객석이 절반만 차는 날에도 스테이션 다섯 곳에 셰프는 서 있어야 하니, 매출이 얇은 요일은 열수록 돈이 샌다.

13.토요일 저녁은 두 번으로 끊어 받는다. 1부는 5시 30분에 앉아 7시 30분에 일어나고, 2부는 8시에 시작해 10시에 끝난다. 같은 244석으로 하루 488명. 시간을 끊는 건 손님을 재촉하는 장치이기도 하지만, 뷔페에서 잡히지 않던 회전을 숫자로 고정하는 쪽에 가깝다.
14.값은 시장 맨 위 바로 아래. 서울 특급호텔 뷔페의 주말 저녁이 20만 원을 넘긴 곳이 여럿인데 이 집은 그 선을 넘지 않았다. 2024년 가을 평일 점심이 14만 5,000원이었으니 두 해 만에 10%가 올랐다.
15.호텔에서 식음은 원래 객실을 위해 있는 부서. 식음 이익률은 28~29%인데 객실은 70~80%이니 숫자만 보면 접는 쪽이 맞고, 그런데도 안 접는 건 이 식당이 방을 파는 장치여서다. 지난해 국내 호텔의 식음 매출이 5~10% 줄었고, 이번 공사는 그 뒤에 나왔다.

16.여의도의 244석 뷔페가 주말 저녁 19만 5,000원까지 값을 올리면서 점심과 저녁을 파는 날은 닷새로 줄였다. 이 방식을 호텔 밖에서 따라 하면 먼저 걸리는 건 조식. 이틀을 비울 수 있었던 건 그 이틀에도 투숙객 조식이 주방을 돌리고 인건비를 나눠 지기 때문이다. 조식 수요가 없는 단독 매장이 같은 달력을 쓰면 이틀치 임차료와 4대보험이 매출 0원 위에 그대로 얹힌다. 주 5일 영업은 인력을 아끼는 카드가 아니라, 남은 닷새의 객단가와 회전을 그만큼 올려 둔 뒤에야 꺼낼 수 있는 카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