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킹이 70년 만에 처음 낸 플래그십 매장의 자리가 서울이다. 메인 홀은 90명을 받는데, 안쪽에 좌석 10개짜리 방이 따로 있다. 거기서 파는 건 버거가 아니라 8만 9,000원짜리 코스이고, 그 방 하나에 셰프가 다섯 붙는다.
1.서울 성동구 성수이로7길 28. 붉은 벽돌을 쌓아 올린 건물에 버거킹(Burger King)의 플레임그라운드(Flameground)가 들어섰다. 8월 26일 기자들에게 먼저 열었고 정식 개점은 9월 10일. 1954년 미국에서 시작한 브랜드가 70년 넘도록 플래그십 매장을 만들지 않았는데, 그 첫 번째가 미국도 유럽도 아닌 서울에 섰다.
2.실내 면적은 300㎡ 남짓. 메인 홀은 90명을 받고, 안쪽 문을 열면 좌석 10개짜리 방이 따로 나온다. 이름은 더 개스트로(The Gastro). 예약하지 않으면 못 들어가고 값은 1인 8만 9,000원이다.

3.메인 홀에서 파는 것도 다른 매장과 다르다. K-큐브 갈비버거와 필리 치즈스테이크가 단품 1만 3,900원, 멤피스 BBQ가 1만 2,900원. 같은 동네 양조장 서울브루어리(Seoul Brewery)와 만든 캔맥주도 잔당 8,000원에 걸렸다. 버거 셋과 맥주 셋 모두 이 매장 밖에서는 팔지 않는다.

4.벽돌은 사이에 틈을 두고 쌓았다. 그 틈으로 바깥이 비치고 사이에서 연기가 올라온다. 천장에는 컨베이어 레일을 본뜬 키네틱 작품이 걸려 돌아가고, 그 아래로 가죽 의자와 나무 상판 테이블이 늘어선다.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흔한 플라스틱 몰드 의자는 한 개도 없다. 홀 곳곳에 국내 작가 다섯 명의 작품이 놓였고 한쪽 벽에는 여기서만 파는 굿즈 진열대가 섰다.


5.입구는 복도부터다. 스테인리스로 감싼 좁은 통로에 붉은 빛이 들어차고 발밑으로 연기가 깔리는데, 벽 한쪽에 실제 브로일러가 박혀 있어 안에서 코일이 노랗게 달아오르는 것이 그대로 보인다. 고기 냄새는 아직 나지 않고 열기와 기계음만 먼저 온다.

6.더 개스트로의 접시에는 이름이 하나씩 붙는다. 토마토와 채소로 여는 더 프레시(The Fresh), 와퍼의 재료를 쌈으로 바꿔 한입에 싸 먹는 더 와핑 랩(The Whopping Wrap). 피클만 따로 세운 더 피벗(The Pivot)이 지나면 아래위 번을 한 흐름으로 묶은 프롬 힐 투 크라운(From Heel to Crown)이 온다. 양파는 디저트로 돌려 더 체인지(The Change)가 된다. 끝은 디 엠버(The Ember)다. 잔불을 담은 그릇 위에서 마시멜로를 굽고 제철 과일을 곁들인다. 숯 냄새로 열고 숯 냄새로 닫는 구성.
7.예약은 캐치테이블에서 받고 월·화는 쉰다. 남는 닷새에 세션을 17번 돌리면 한 주에 170명이 앉고, 1년이면 8,840명. 회사는 다음 달 예약까지 이미 다 찼다고 안내한다. 만석을 1년 내내 지킨다 쳐도 코스 값만으로는 7억 8,700만 원이 상한이다.
8.여기에 음료가 붙는다. 주류 페어링이 5만 9,000원, 논알콜이 3만 4,000원. 손님 절반이 음료를 고른다고 보면 2억 원가량이 더해져 1년 10억 원 언저리가 된다(추정). 좌석 10개짜리 방 하나가 그만큼을 판다면 평당 매출은 웬만한 파인다이닝을 넘는다.
9.대신 사람이 붙는다. 이 방 하나에 셰프가 다섯이다. 헤드셰프는 미국 컬리너리인스티튜트오브아메리카(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를 나온 이승민, 수셰프는 최종현. 채용 공고가 요구한 조건은 경력 8년에서 12년,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이력, 그리고 테이스팅 코스와 오마카세를 굴려 본 경험이었다. 버거를 만들 사람을 뽑는 공고가 아니었다.

10.그 다섯의 인건비를 4대보험과 퇴직금까지 넣어 잡으면 1년에 2억 4,000만 원쯤 든다(추정). 매출의 24%. 파인다이닝 식재료 원가율 35%를 얹으면 사람과 재료로만 매출의 60%가 나간다. 홀 서비스 인력과 임차료는 아직 세지 않았다.
11.임차료가 그다음이다. 2025년 3분기 기준 이 일대 가두상권의 평당 월 임대료가 14만 9,777원으로 5년 전보다 48% 올랐고, 공실률은 3%를 밑돈다. 실내를 91평으로 치면 임차료만 1년에 1억 6,000만 원. 메인 홀과 나눠 지더라도 이 방에 얹히는 몫이 가볍지 않다. 그럼 이 방은 무엇으로 값을 하나.

12.버거킹 매장은 8월 20일 기준 560곳이다. 직영이 423곳, 가맹이 137곳. 그중 559곳은 7,400원짜리 와퍼를 파는 가게이고 한 곳만 8만 9,000원을 받는다. 그 한 곳으로 회사 매출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13.같은 동네에 셰이크쉑(Shake Shack)이 3층짜리 매장을 냈고, 노브랜드버거가 신제품 시험장을 두고 있으며, 맥도날드는 3년 만에 돌아온다. 네 브랜드가 같은 시기에 같은 동네에서 공간에 돈을 쓴다. 맛으로 겨루던 자리가 좁아졌다.
14.진짜 계산은 매장 손익표에 없다. 비케이알(BKR)의 대주주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ffinity Equity Partners)는 2016년에 2,100억 원을 주고 이 회사를 샀고 지금 최대 1조 원에 되팔려 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8,922억 원, 상각전영업이익이 1,060억 원. 시장이 보는 배수는 8배에서 10배다.

15.1,060억 원이다. 배수 1배가. 좌석 10개짜리 방이 1년에 버는 10억 원은 그 앞에서 1%도 되지 않는다. 그 방이 만드는 건 매출이 아니라 이 회사가 어떤 회사로 보이느냐이고, 버거 체인에서 외식 브랜드로 분류가 바뀌면 배수가 움직인다. 올해 2월 일본 버거킹 운영권이 78억 5,000만 엔에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계열로 넘어갔다. 아시아의 이 브랜드 자산이 순서대로 팔리는 중이고 한국이 다음 차례다.
16.버거 하나로 매장 560곳을 만든 회사가 서울에 첫 플래그십을 열면서 그중 한 곳에만 좌석 10개짜리 코스 방을 붙였다. 잘 돌아가야 1년 10억 원인 방이고 굴리는 데 셰프가 다섯 필요하다. 국내에서 같은 걸 하려면 먼저 그 다섯 사람 값에서 걸린다. 미쉐린 이력에 8년 넘는 경력을 요구하는 자리를 좌석 10개짜리 방에 붙이면 인건비가 그 방 매출로 회수되지 않는다. 나머지 559곳이 적자를 흡수해 주니까 서는 구조이고, 본체 없는 브랜드가 같은 걸 하면 그 방이 본체를 잡아먹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