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퇴계로85길, 서울중앙시장 옆 골목 1층에 고사리 익스프레스(Gosari Express)가 있다. 2024년 6월에 문을 열었고 면적은 9.5평. 미쉐린 가이드 서울&부산 2026판에서 빕 구르망에 새로 들었고, 같은 판에서 미쉐린 그린 스타도 함께 받았다. 서울에서 그린 스타를 새로 받은 두 곳 중 하나이고, 나머지 한 곳은 2스타 파인다이닝이다.
1.운영은 배드캐럿이 한다. 국산 농산물로 비건 소스와 밀키트를 만들던 푸드 스타트업이고, 대표 김제은은 1993년생. 이 회사의 첫 외식 매장이 고사리 익스프레스다. 간판에 적힌 문구는 plant-based noodle shop 한 줄.
2.시작은 배달 사고였다. 취나물을 주문했는데 고사리 5kg이 왔고, 버리기 아까워 이것저것 해 보다가 채소로 만든 소스가 시중에 거의 없다는 것을 알았다. 2021년에 회사를 세워 고사리 오일 소스를 만들었고, 2023년 2월 망원동에서 8개월짜리 팝업을 돌린 뒤 이듬해 여름 시장 안으로 들어왔다.

3.안으로 들어가면 한 칸이다. 층을 나누지도, 방을 만들지도 않았다. 왼쪽 벽은 초록색으로 칠했고 그 위에 고사리 오일 파스타 소스 포스터가 붙었는데 문구는 Now Available In-Store. 오른쪽은 조리대를 마주 보는 카운터이고, 그 위 벽에 병에 담긴 소스가 줄지어 서 있다. 창가에 2인 테이블 둘, 나머지는 주황색 스툴.

4.차림표에 오른 국수는 넉 가지. 맑은 국물에 삶은 고사리와 표고를 얹은 고사리 클래식이 11,000원으로 가장 싸고, 떡을 넣은 누들 떡볶이가 25,000원으로 가장 비싸다. 그 사이에 쑥갓 비빔 누들과 들깨 비빔면이 들어간다. 여기에 당근모모와 대만식 전병, 알배추 구이가 붙고 소주·맥주·막걸리 칵테일·하이볼이 따로 있다. 코스는 없고 낱개로만 판다.

5.쑥갓 비빔 누들은 굵은 우동 면에 쑥갓을 갈아 만든 페스토를 덮고 튀긴 양파와 견과를 뿌린다. 쑥갓은 향이 세고 끝에 쓴 기운이 남는 채소인데, 튀긴 양파의 단맛과 기름이 그 뒤를 받는다. 들깨 비빔면 쪽은 반대로 간다. 갈아 넣은 들깨가 입안을 덮고 고소함이 오래 남아, 매운 기가 늦게 올라온다.

6.고기와 생선을 빼면 국물이 밍밍해진다. 그 자리를 이 집은 기름과 씨앗으로 메운다. 고사리를 볶아 낸 오일, 들깨, 견과, 튀긴 양파. 혀에 오래 붙는 재료를 앞에 세워 두면 감칠맛이 빈다는 느낌이 잘 안 든다. 채식 식당이 흔히 무너지는 자리를 조리로 덮었고, 미쉐린 심사원이 적어 둔 말도 채소의 매력을 다채롭게 풀어냈다는 쪽이었다.

7.가게가 스스로 붙인 설명은 채식과 노포를 결합한 반주하는 누들샵. 시장 안 국숫집을 물려받은 손녀가 낮부터 술을 파는 자리라는 설정이고, 그 설정 덕에 채식을 하지 않는 손님이 들어와도 어색하지 않다. 국내 채식 인구는 2019년 조사에서 약 150만 명으로 잡혔고 채식 식당은 500곳 남짓. 이 가게는 그 150만을 겨냥해 지은 것이 아니다.

8.벽 하나가 통째로 쿠폰이다. 나무 격자를 짜서 칸을 만들고 손님이 레고로 조립한 나무를 한 그루씩 세워 이름표를 붙여 둔다. 국수 한 그릇을 팔 때마다 수익 일부를 강원과 단양 산림 보호에 낸다는 것이 이 벽의 근거이고, 인스타그램 소개글도 당신이 국수를 먹으면 우리가 나무를 심어요로 시작한다. 적립 도장을 종이에 찍는 대신 자기 나무를 벽에 남기게 한 것.

9.9.5평에 주방과 홀이 같이 들어간다. 좌석은 공개되지 않았고, 사진과 방문기로 세면 카운터와 창가를 합쳐 14석 안팎(추정). 예약은 받지 않고 오는 순서대로 앉힌다. 기다리는 줄이 길어지자 가게가 웨이팅 시스템과 미니게임을 직접 만들어 붙였고, 지금은 자체 도메인에서 대기 명단을 돌린다.
10.알려진 판매량은 월 1,500그릇 안팎.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낮 11시 30분에 열어 밤 9시 30분에 닫고, 오후에 두 시간을 쉰다. 일요일은 점심만 하고 월요일은 문을 닫으니 한 달에 26일쯤 장사한다. 나눠 보면 하루 58그릇, 좌석 14개로 네 번을 조금 넘게 돌리는 속도.
11.국수 값 평균이 14,000원 남짓인데 반주를 얹는 손님이 많아 객단가는 19,000원으로 잡았다(추정). 그러면 월 매출이 2,850만 원, 1년에 3억 4,000만 원대가 된다. 9.5평으로 나누면 평당 월 300만 원. 서울에서 잘되는 소형 식당이 서는 구간의 두 배쯤 위다.
12.비용에서 갈린 것은 두 가지. 재료비를 30%로 눌러 둔 것은 고기와 생선이 빠졌기 때문이고, 임대료가 매출의 6%대에 머문 것은 자리가 시장 골목이기 때문이다. 국산 고사리는 싼 재료가 아니라서 대표가 나물 심포지엄과 산지를 직접 돌며 전처리와 등급을 익혔다고 한다. 한 그릇에 들어가는 양이 적은 나물이라 값이 원가를 흔들 만큼 커지지는 않는다.

13.매장 하나가 이 회사 매출의 전부는 아니다. 배드캐럿은 소스와 밀키트를 따로 팔고, 2025년 11월에 국산 고사리로 만든 비건 떡볶이 밀키트를 미국에 처음 내보냈다. 첫 물량은 5,000달러, 우리 돈으로 700만 원 남짓. 작은 숫자지만 매장 벽에 붙은 소스 포스터가 왜 거기 있는지를 설명한다. 손님이 국수를 먹고 나가면서 병을 하나 집어 가는 자리이자, 새 소스를 실제 손님에게 먼저 걸어 보는 자리.
14.이름은 미국 패스트캐주얼 체인 Panda Express에서 가져왔다. 채식 식당이라는 말이 주는 문턱을 낮추려고 일부러 흔한 미국식 이름을 붙였고, 실제 공간은 홍콩 뒷골목에 가깝다. 어두운 조명, 초록 벽, 주황 의자, 유리문을 덮은 스프레이. 시장 안 노포도 아니고 파인다이닝도 아닌 자리를 일부러 만들어 놓은 것인데, 밤이 되면 카운터 끝에서 디제이가 음악을 튼다. 채식이 아니라 놀 자리를 판다는 쪽에 가깝다.

15.9.5평에서 한 달에 국수 1,500그릇을 팔아 745만 원을 남긴다(추정). 이 셈을 세운 것은 조리도 컨셉도 아니고 임대료가 매출의 6%대인 자리다. 같은 가게를 강남이나 한남 큰길 1층으로 올리면 그 비율이 세 배로 뛰고 남는 돈은 사라진다. 시장 골목을 그대로 쓰려 해도 값은 따로 붙는다. 대기 의자와 이동식 냉방기를 통로에 내놓는 일부터 상인회와 이웃 점포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옆이 옷가게라 냄새와 연기는 환기 설비로 먼저 잡아야 한다. 싼 자리에는 이유가 있고, 그 이유를 감당하는 것이 이 업태의 첫 비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