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호텔다이닝드링크컬처스페이스카페브랜드
ArticlesTravel
11석 카운터 · 검은 벽 앞으로 긴 원목 카운터와 같은 나무 천장판이 이어진다. 카운터 6석과 완전 개실 5석을 둔다. ⓒHiRAKU
11석 카운터검은 벽 앞으로 긴 원목 카운터와 같은 나무 천장판이 이어진다. 카운터 6석과 완전 개실 5석을 둔다. ⓒHiRAKU
데일리 다이닝

교과서를 만드는 회사가 밤 10시부터 1,300엔 우동을 판다 (도쿄·우동 갓포)

2026.09.17

도쿄 아자부주반(麻布十番)의 상가 건물 2층에 8월 25일 우동 갓포(割烹)가 문을 열었다. 운영사는 오사카에서 80년 동안 교과서를 만들어 온 출판사의 자회사다. 저녁 10시 전에는 1만 엔 이상인 코스만 팔고, 10시가 지나면 같은 카운터에서 1,300엔짜리 우동을 판다.

1.가게 이름은 보케카스(ぼけかす). 운영사 HiRAKU는 오사카의 교과서 출판사 신코 출판사 게이린칸(新興出版社啓林館)이 전액 출자해 세운 자회사다. 게이린칸은 1946년에 문을 열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수학·이과 교과서와 참고서를 내 왔고, 2024년 9월 결산 매출이 148억 엔이었다. 개점 보도자료는 식사를 「사람이 모여 시간을 나누는 문화 체험」이라 부르며 음식업에 들어온 이유를 설명한다.
게이린칸 빌딩 · 오사카시 덴노지구(天王寺区)에 있는 게이린칸 건물. 외벽에 2025년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현수막이 걸려 있다. ⓒTy19080914 · CC BY 4.0
게이린칸 빌딩오사카시 덴노지구(天王寺区)에 있는 게이린칸 건물. 외벽에 2025년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현수막이 걸려 있다. ⓒTy19080914 · CC BY 4.0
2.자리는 카운터 6석과 완전 개실 5석. 보도자료는 14석이라 적었지만 가게 사이트는 좌석을 이렇게 안내하고, 개실은 좁게 앉으면 한 명을 더 받는다. 월·화·목·금은 저녁 5시부터 새벽 3시까지 열고, 토요일은 밤 10시에 닫으며 수요일과 일요일은 쉰다.
아자부주반역 승강장 · 가게는 이 역 7번 출구에서 걸어서 3분 거리다. ⓒTzuhsun Hsu · CC BY-SA 2.0
아자부주반역 승강장가게는 이 역 7번 출구에서 걸어서 3분 거리다. ⓒTzuhsun Hsu · CC BY-SA 2.0
3.공개된 사진 속 방은 검다. 바닥은 짙은 회색 타일이고 벽도 검게 칠했는데, 그 가운데를 밝은 원목 카운터 하나가 길게 가로지른다. 카운터 바로 위에는 같은 나무로 짠 천장판이 낮게 걸려 손님 머리 위만 밝힌다. 안쪽 벽은 초록 조명을 넣은 유리 패널 두 장이 차지하고, 그 사이 흰 벽감에는 노란 꽃 한 다발.
4.가게가 내건 말은 이치갸쿠이치테이(一客一亭). 다도에서 주인이 손님 한 사람만을 위해 차를 내는 자리를 가리킨다. 11석짜리 카운터면 요리장 한 사람이 모든 손님의 그릇을 한눈에 본다. 사이트 첫 화면에 돌아가는 사진 가운데 한 장은 골진 유리 너머로 번진 꽃과 그 아래 검은 선반에 넣은 오디오 앰프를 찍었다. 첫 화면에 돌아가는 사진 세 장 가운데 음식 사진은 한 장뿐이다.
골진 유리 뒤의 꽃 · 꽃 아래 검은 선반에 오디오 앰프를 넣었다. 가게 사이트 첫 화면에 걸린 사진이다. ⓒHiRAKU
골진 유리 뒤의 꽃꽃 아래 검은 선반에 오디오 앰프를 넣었다. 가게 사이트 첫 화면에 걸린 사진이다. ⓒHiRAKU
5.코스는 넷이고 가격은 세금 포함 1만 엔에서 1만 6,500엔까지다. 가장 긴 요인(余韻) 코스는 여덟 그릇으로, 아홉 칸 상자에 담은 전채와 생선회 세 가지, 오뎅, 생선이나 소고기 중에 고르는 주요리가 차례로 나온다. 마쓰사카규(松阪牛)와 사쓰마 흑돼지(薩摩黒豚)를 국물에 데쳐 먹는 코스는 개실에서만 받는다. 코스 주문 마감은 저녁 8시 반.
코스 한 상 · 아홉 칸 상자에 담은 전채와 생선회, 소고기 주요리, 마지막 카스 우동을 한데 늘어놓은 공식 사진. ⓒHiRAKU
코스 한 상아홉 칸 상자에 담은 전채와 생선회, 소고기 주요리, 마지막 카스 우동을 한데 늘어놓은 공식 사진. ⓒHiRAKU
6.네 코스 모두 첫 그릇과 마지막 그릇이 정해져 있다. 처음에는 호도키다시(ほどき出汁)라는 식전 국물을 내는데, 가게는 이 국물을 보케카스의 정수라 부르며 향을 앞에 세운다. 마지막은 오사카의 카스 우동(かすうどん). 우동 위에 소 곱창을 오래 튀겨 기름을 뺀 아부라카스(油かす)를 올린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말랑한 곱창이 국물에 잠기면서 기름과 감칠맛을 조금씩 풀어낸다. 맑은 국물로 열고 기름이 뜬 국물로 닫는 한 끼.
카스 우동 · 국물 위에 잘게 썬 아부라카스와 파를 올렸다. 오른쪽 접시에는 튀김 두 조각. ⓒ経済特区 · CC BY-SA 4.0
카스 우동국물 위에 잘게 썬 아부라카스와 파를 올렸다. 오른쪽 접시에는 튀김 두 조각. ⓒ経済特区 · CC BY-SA 4.0
7.가게 이름은 두 낱말을 붙였다. 가게 설명대로라면 「보케」는 긴장을 흐리게 풀어 마음에 여백을 두는 일이고, 「카스」는 그 곱창 튀김의 감칠맛이다. 간사이 사람 귀에 「보케카스」는 남을 험하게 부를 때 쓰는 말로도 들린다. 한 번 들으면 잊기 어려운 그 이름을 교과서 출판사의 자회사가 간판에 걸었다.
8.밤 10시가 되면 메뉴판이 바뀐다. 오뎅은 한 개에 380엔부터, 안주는 트러플 소금을 뿌린 우동 튀김과 카스 김치, 카스 야키소바가 붙고, 우동은 카스 우동이 1,300엔이고 카레와 그린 카레가 한 줄씩 더 있다. 코스의 마지막 한 그릇이 이 시간에는 메뉴의 한가운데로 온다. 오뎅 냄비에서 김이 오르고 카레 국물 냄새가 카운터를 채우는 동안, 술 목록에는 한 홉씩 따르는 일본주와 야마자키·히비키가 올라 있다.
9.아자부주반은 오래된 상점가 뒤로 대사관과 고급 주택이 들어선 동네다. 늦게까지 여는 식당이 많은 롯폰기(六本木)도 걸어서 닿는다. 저녁을 다른 곳에서 먹고 두 번째, 세 번째 가게를 찾는 손님에게 새벽 1시에 필요한 건 코스가 아니라 뜨거운 국물 한 그릇. 가게 사이트의 첫 문구도 「밤을 정돈한다(夜を整える)」이고, 하루를 닫기에 알맞은 자리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아자부주반 상점가 · 해 질 무렵 불이 들어오는 상점가 큰길. 가게는 이 일대 상가 건물 2층에 있다. ⓒkcomiida · CC BY-SA 3.0
아자부주반 상점가해 질 무렵 불이 들어오는 상점가 큰길. 가게는 이 일대 상가 건물 2층에 있다. ⓒkcomiida · CC BY-SA 3.0
아자부주반 뒷골목 · 큰길에서 한 블록 들어가면 작은 가게들이 늦게까지 불을 켠다. ⓒTyuvc · CC BY-SA 4.0
아자부주반 뒷골목큰길에서 한 블록 들어가면 작은 가게들이 늦게까지 불을 켠다. ⓒTyuvc · CC BY-SA 4.0
10.가게는 카스 우동을 「오사카 명물」로 내건다. 도쿄 손님에게는 낯선 음식이라 코스 끝에 한 그릇을 먼저 먹여 두고, 밤에는 그 한 그릇만 먹으러 다시 오게 하는 구조. 첫 방문의 객단가는 코스가 올리고, 다시 찾는 발길은 1,300엔 우동이 만든다. HiRAKU도 앞으로 카스 우동 전문점을 국내외에 내겠다고 밝혔다.
11.봉사료는 시간에 따라 붙는다. 저녁 10시 전에는 음식값의 10%, 10시 이후와 토요일에는 15%를 받고, 개실은 한 사람당 1,000엔을 따로 받는다. 1만 6,500엔 코스를 개실에서 먹으면 술을 빼고도 1만 9,150엔이 된다. 늦게 올수록 우동값은 싸지만 봉사료 비율은 오른다.
11석이 밤 10시를 사이에 두고 두 가게가 된다 가게 사이트에 공개된 메뉴와 요금 · 세금 포함 저녁 5시~10시 밤 10시~새벽 3시 파는 것 코스 4종만 오뎅·안주·우동 단품 가격 10,000~16,500엔 오뎅 380엔 · 우동 1,300엔부터 봉사료 10% 15% 예약 2종은 전날까지 · 주문 마감 20:30 필요 없음 토요일은 저녁 5시~10시에 단품만 팔고 봉사료 15%를 받는다 개실은 1인 1,000엔을 따로 받는다
같은 카운터의 두 영업밤 10시에 메뉴와 가격대, 봉사료 비율이 한꺼번에 바뀐다. ⓒCash and Space
12.매출은 공개되지 않아 메뉴 가격으로 어림해 본다. 코스 시간에는 코스 평균 1만 3,000엔에 술 5,000엔, 봉사료까지 한 사람이 2만 엔쯤 쓴다(추정). 코스 주문이 8시 반에 끝나 11석은 하룻밤 한 번 돈다고 보고, 좌석의 70%가 차면 이 시간 매출은 15만 엔쯤 된다(추정). 밤 10시 이후는 우동과 안주, 술 두어 잔으로 한 사람이 5,000엔 안팎을 쓰고, 다섯 시간 동안 12명이 앉으면 6만 엔(추정).
13.월·화·목·금을 한 달 17일, 토요일을 4일로 치면 한 달 매출은 380만 엔 안팎(추정). 1년이면 4,600만 엔쯤으로 모회사 매출의 0.3%에 그친다. 이 가게 하나로 출판사의 손익이 움직일 리는 없다. 그 대신 인건비가 무겁다. 일본 노동기준법은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 일한 시간에 25% 이상을 얹어 주게 하는데, 가게가 봉사료를 15%로 올리는 시각도 밤 10시다. 새벽 3시에 문을 닫고 치우기까지 직원은 하룻밤 5시간 넘게 할증 임금을 받으며 일한다(추정).
한 달 매출의 3분의 2는 코스 시간에서 나온다 한 달 매출 추정 · 만 엔 · 봉사료 포함 코스 시간 1인 2만 엔 · 7.7명 · 17일 약 259 밤 10시 이후 1인 5,000엔 · 12명 · 17일 약 102 토요일 1인 5,000엔 · 12명 · 4일 약 24 합계 약 385만 엔 · 좌석 수와 영업일, 메뉴 가격으로 잡은 추정이며 가게가 밝힌 수치가 아니다
시간대별 한 달 매출밤 10시 이후 매출은 코스 시간의 40%쯤이지만 문을 여는 시간은 다섯 시간으로 같다. ⓒCash and Space
14.재료에서 눈에 띄는 건 우동 위의 곱창 튀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20년 기사에서 아부라카스가 곱창 10kg을 튀기면 1kg만 남고, 100g에 500엔을 넘어 소고기보다 비싸졌다고 전했다. 한 그릇에 30g을 올리면 곱창 튀김값만 150엔이 넘는다(추정). 면과 국물을 더하면 1,300엔 우동의 원가율은 20%대 후반까지 오른다(추정).
아부라카스 · 소 곱창을 오래 튀겨 기름을 뺐다. 동그랗게 말린 모양은 창자를 튀긴 흔적이다. ⓒOkritre · CC0
아부라카스소 곱창을 오래 튀겨 기름을 뺐다. 동그랗게 말린 모양은 창자를 튀긴 흔적이다. ⓒOkritre · CC0
15.아부라카스는 메이지 중기 하뉴무라(埴生村), 지금의 하비키노(羽曳野)에 오사카부에서 손꼽히는 도축장이 들어서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소 창자에서 비누 원료가 될 기름을 짜고 남은 것을 동네 사람들이 오래 두고 먹었다. 이걸 올린 우동을 간판으로 건 첫 가게는 1995년 후지이데라(藤井寺)에 문을 연 KASUYA(加寿屋)다. 버리던 부산물이 30년 사이에 동네 우동이 됐고, 이제 아자부주반에서 1만 6,500엔 코스의 마지막 그릇으로 나온다.
KASUYA의 컵 카스 우동 · 후지이데라에서 시작한 KASUYA가 나카야마 경마장(中山競馬場) 매장에서 파는 소힘줄 카스 우동. ⓒくろふね · CC BY 4.0
KASUYA의 컵 카스 우동후지이데라에서 시작한 KASUYA가 나카야마 경마장(中山競馬場) 매장에서 파는 소힘줄 카스 우동. ⓒくろふね · CC BY 4.0
16.오사카 교과서 출판사의 자회사가 도쿄 아자부주반의 11석 가게에서 저녁에는 코스를, 밤 10시부터는 1,300엔 우동을 판다. 같은 좌석을 하룻밤에 두 번 팔지만 두 번째 손님은 첫 손님의 4분의 1쯤을 쓴다(추정). 국내에서 같은 방식으로 새벽까지 열면 먼저 늘어나는 건 인건비다. 근로기준법은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일한 시간에 50%를 더 주게 하고, 상시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만 이 규정에서 빠진다. 직원이 5명이 되는 순간, 우동 한 그릇을 새벽에 내는 사람의 시급은 1.5배가 된다.
데일리 다이닝 #039 · 2026.09.17
출처. 보케카스 공식 사이트 bokekasu.com(메뉴·좌석·영업시간·봉사료) · PR TIMES 株式会社HiRAKU 「麻布十番 うどん割烹 ぼけかす」 개점 안내(2026.08) · グルメプレス(2026.08.25) · STRAIGHT PRESS(2026.08.27) · 新潟日報(2026.08) · マイナビ 新興出版社啓林館 회사 개요 · 日本経済新聞 「まるで魔法、足せばうまみ増す 大阪・南河内の油かす」(2020.12) · にっぽんの郷土料理観光事典 · ニッポンの美味しいもの · 일본 労働基準法 제37조 · 한국 근로기준법 제56조 · Wikimedia Commons
수치 중 「추정」이라 밝힌 것은 공개 자료가 없어 메뉴 가격과 좌석 수로 계산한 값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