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으로 이름을 알린 요리사가 압구정로데오 2층에 처음으로 제 가게를 냈다. 단품을 골라 먹는 비스트로인데, 자리에 앉으면 한입거리 다섯 개부터 받아야 한다. 가게를 여는 데 든 돈은 대출 6억 원이다.
1.서울 강남구 선릉로155길 13, 압구정로데오역 5번 출구에서 281m 떨어진 건물 2층에 비스트로 노뜨르(NOTRE)가 4월 말 문을 열었다. 요리사 윤남노가 처음으로 자기 이름을 걸고 낸 가게.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서 '요리하는 돌아이'로 알려졌고, 그 전에는 레스토랑 디핀의 헤드 셰프로 4년 반을 일했다. 영업은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저녁만, 오후 6시에 열어 9시 반에 마지막 주문을 받는다.
2.이 가게의 얼굴은 주문 방식에 있다. 앉는 사람마다 아뮤즈 부쉬 5종을 3만 9,000원에 받아야 하고, 그다음부터는 1만 9,000원짜리 앙트레부터 6만 5,000원짜리 고기 요리까지 단품으로 고른다. 좌석은 공개되지 않았는데, 방문기를 모으면 4인 테이블 네다섯 개에 바 테이블과 개별 룸 하나가 붙는다. 공식 안내가 밝힌 단체 수용 인원은 최대 30명. 30석 안팎의 가게로 보는 게 맞다(추정).

3.가게가 스스로 붙인 공간 설명은 「검정 위의 절제」. 벽과 식탁, 의자가 전부 검고, 그 안에서 빛나는 건 조명을 받은 병과 잔, 흰 상판 정도다. 바 테이블은 스테인리스로 마감한 열린 주방을 마주 보고, 벽 한쪽의 와인 냉장 진열장은 안쪽에서 불을 켜 병 라벨을 밝힌다. 개별 룸은 창 하나에 검은 벽 네 면. 손님이 보는 건 접시와 요리사의 손이고, 나머지는 어둠이 먹는다.


4.단품 메뉴판은 길지 않다. 앙트레 셋, 생선 하나, 고기 둘, 디저트 셋. 거기에 아뮤즈 부쉬 다섯이 모든 테이블에 먼저 깔린다. 주방으로 보면 다섯 개는 미리 준비해 두고 손님이 앉는 대로 차례로 내보내는 접시다. 그 사이에 단품 주문이 들어오니 불 앞의 요리사는 조리를 시작할 시간을 번다.
5.다섯 개의 구성은 공식 메뉴판에 그대로 나와 있다. 순무에 다시마 버터를 곁들인 한입, 후포항 삼치를 훈연해 프로마쥬 블랑 샹티와 생강·시소를 올린 한입, 홋카이도 가리비에 지리산 죽순과 셀러리악을 붙인 한입. 메밀 갈레트에는 레몬잼과 홀스래디시, 흰다리새우가 올라가고, 마지막은 브리오슈 위에 MB9+ 와규를 다져 성게와 다시마를 얹은 것이다. 연기 냄새가 밴 생선에서 시작해 버터와 기름진 소고기로 끝나는 순서. 차가운 것과 따뜻한 것, 바삭한 것과 무른 것이 한 입씩 번갈아 오고, 손님은 첫 10분 안에 이 가게가 무엇을 하는지 다 맛본다.

6.문을 열기도 전에 좌석이 찼다고 한다. 3월 중순 공사 현장을 올리며 요리사가 4~5월 예약이 끝났다고 알렸고, 가게 계정은 메시지가 몰려 답을 못 한다는 공지를 냈다. 6월 초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이 개업 과정을 내보낸 뒤로 예약 경쟁은 한 번 더 붙었다. 방송에서 요리를 보기만 하던 사람들이 그 사람의 가게에 앉을 수 있게 된 것이다.

7.그 사람의 요리를 먹는 값은 생각만큼 높지 않다. 방문기에 적힌 1인 지출은 10만 원 안팎. 같은 신사동의 모던 한식 코스가 저녁 38만 원을 받는 시장에서, 방송에 나온 요리사의 접시를 그 3분의 1 이하로 맛본다. 요리사 쪽에서도 예약 하나에 수십만 원을 거는 손님이 아니라 한 달에 두 번 올 수 있는 손님을 붙잡는 구조다.
8.손님이 적게 시키는 날, 비스트로는 무엇으로 버티나. 둘이 와서 앙트레 하나와 와인 두 잔으로 끝내면 좌석 두 개가 저녁 한 차례를 그렇게 쓴다. 노뜨르는 그 바닥을 1인 3만 9,000원으로 깔았다. 누구든 다섯 접시를 먹고 나서야 단품으로 넘어가고, 모든 테이블이 요리사가 가장 자신 있는 접시로 시작하니 사진이 올라오는 것도 그 다섯 접시다.
9.문을 열기까지 든 돈은 방송에서 나왔다. 요리사가 밝힌 대출은 6억 원. 견적서에는 오븐 한 대 4,600만 원, 와인 매입 5,000만 원이 찍혀 있었고, 리모주(Limoges)의 도자기 회사 Bernardaud 접시를 들이는 데 3,000만 원을 썼다. 세 항목만 더해도 1억 2,600만 원.

10.매출은 이렇게 잡아 본다(추정). 30석이 저녁 한 차례에 1.1회전하고 85%가 차면 하루 28명쯤이다. 와인까지 넣은 1인 지출을 12만 원, 한 달 영업일을 21.5일로 놓으면 한 달 7,200만 원. 30석 식당이면 전용 45평 안팎이 보통이라 평당 월 160만 원쯤 된다.
11.나가는 쪽은 업계 기준을 댄다(추정). 식재료와 와인 원가 33%, 인건비 30%, 압구정로데오 2층 임대료를 월 700만 원, 수도광열과 기타를 7%로 잡으면 매출의 20%인 1,450만 원이 남는다. 대출 6억을 5년에 걸쳐 연 5%로 갚으면 매달 1,130만 원이 나간다. 원리금을 내고 손에 남는 돈은 320만 원 남짓.
12.와인 5,000만 원은 사라지는 돈이 아니다. 창고에 쌓인 재고. 레스토랑은 보통 매입가의 2.5~3배에 와인을 파니 전부 팔면 1억 2,500만~1억 5,000만 원의 매출이 된다(추정). 콜키지를 매장 와인을 한 병 시킨 팀에만 한 병 허용하는 규칙도 같은 쪽을 본다. 가져온 술로 저녁을 끝내는 손님을 받지 않고, 한 병은 가게 것을 따게 한다.
13.아뮤즈 부쉬가 받쳐 주는 몫도 계산해 볼 수 있다. 하루 28명이 3만 9,000원씩 내면 한 달 2,350만 원으로, 추정 매출의 3분의 1에 가깝다. 손님이 단품을 몇 개 시키든 이만큼은 자리마다 먼저 들어오고, 다섯 접시를 미리 준비해 두니 식재료 발주도 예약 인원에 맞춰 셈할 수 있다. 나머지 3분의 2는 여전히 그날 손님의 주문에 달렸다고 봐야 한다.

14.가게가 로고 밑에 적은 비스트로노미는 파리에서 나온 말. Hôtel de Crillon 주방에서 크리스티앙 콩스탕(Christian Constant) 밑에 있던 이브 캉드보르드(Yves Camdeborde)가 1992년 파리 14구에 La Régalade를 열었다. 호텔 파인다이닝의 기술로 요리하되 동네 비스트로의 싼 정식 가격을 받았고, 테이블보를 걷고 식탁을 좁게 붙여 비용을 줄였다. 2000년대 들어 프랑스 음식 기자들이 이런 가게를 비스트로노미라 부르기 시작했다. 캉드보르드는 뒤에 오데옹 교차로에 Le Comptoir du Relais를 열었다.

15.노뜨르가 걷는 순서는 거꾸로다. 파리의 원조가 비용을 깎아 가격을 낮췄다면, 이 가게는 오븐과 접시와 와인에 돈을 먼저 넣었다. 비스트로에서 빌려 온 건 가격이 아니라 주문 방식이다. 코스를 강요하지 않고 단품을 고르게 두되, 첫 다섯 접시만은 모두가 같은 것을 받는 방식. 1990년대 파리가 싼 비스트로의 모양을 빌려 파인다이닝을 팔았다면, 2026년 압구정로데오는 파인다이닝의 설비를 들여놓고 비스트로의 문턱을 판다.

16.방송으로 이름을 얻은 요리사가 6억 원을 빌려 30석 안팎의 비스트로를 열었고, 모든 손님에게 한입거리 다섯 개를 3만 9,000원에 먼저 파는 방식으로 매출의 바닥을 깔았다. 추정대로라면 한 달 7,200만 원을 벌어 대출을 갚고 320만 원이 남는다. 국내에서 이 구조를 짤 때 먼저 걸리는 건 영업시간이다. 마지막 주문이 밤 9시 반이면 설거지와 마감은 10시를 넘기고, 상시 5인 이상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밤 10시 이후 근무에 임금의 50%를 더 줘야 한다. 저녁만 여는 가게일수록 인건비가 가장 비싼 시간대에 몰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