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서 10년 넘게 바와 이자카야를 굴려 온 그룹이 처음으로 중국 요리를 한다. 자리는 자기 바가 있는 건물의 맨 위층. 한 층을 광둥요리집과 칵테일 바가 나눠 쓰고, 문은 오전 11시 반에 열어 새벽 1시 반에 닫는다.
1.9월, 상하이 푸민루(富民路)와 창러루(长乐路)가 만나는 모퉁이의 건물 A Mansion 9층에 광둥요리집 Atelier Kaulou(玖樓)가 문을 열었다. 같은 층 나머지 절반은 칵테일 바 Opia의 몫. 손님은 창러루 쪽 오피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영업은 매일 오전 11시 반부터 새벽 1시 반까지.
2.운영사는 상하이에서 10년 넘게 식당과 바를 해 온 Atelier 그룹이다. 바텐더 출신 대니얼 안(Daniel An)이 이끄는 곳으로, 같은 건물 1층의 칵테일 바 Atelier No. 3와 Laizhou Bar, 멕시코 식당 Cantina Agave도 이 그룹이 굴린다. 이자카야 두 곳을 거쳐 이번이 첫 중국 요리. 좌석 수와 정확한 개점일은 밝히지 않았다.
3.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한 층이 통째로 올리브색. 가운데에 큰 공용 식당을 두고, 건물 한 면을 따라 긴 테라스 두 개를 붙였다. 개별 룸은 여러 개인데 룸마다 제 바깥 자리가 딸려 있다. 어느 자리에 앉든 창밖으로 도심의 고층 빌딩들이 걸린다.


4.Opia는 바닥을 사각형으로 파 내린 바. 손님은 한 단 높은 자리에 빙 둘러앉고, 바텐더는 그 아래에서 술을 만든다. 천장에는 빛을 내는 사각 판을 격자로 깔았다. 바는 매슈 홀(Matthew Hall)이 맡았는데, The Upper House Shanghai와 Hakkasan에서 일한 사람이다.

5.차림은 광둥 요리 그대로. 구운 고기, 탕, 뚝배기, 수조에서 건진 해산물, 볶음, 딤섬. 여기에 서양식 손길을 조금 얹었다. 가장 비싼 접시는 숯불에 구운 게를 파케리 파스타 위에 올린 것으로 688위안(약 13만 원). 보스턴 랍스터 마파두부는 흰 그릇 둘레에 붉은 랍스터를 통째로 둘러, 두반장 기름에 잠긴 두부 위로 껍데기 구운 냄새가 먼저 올라오는 접시다.


6.나머지는 광둥 식당에서 익숙한 접시들. 칭위안(清远)산 거위는 반 마리를 적갈색으로 윤기 나게 구워 168위안. 조개 아홉 개마다 성게알을 얹고 참깨 고추기름을 두른 접시가 158위안, 트러플과 전복을 넣은 닭 뚝배기가 98위안이다. 뚝배기는 끓는 채 식탁에 오르고, 마늘 향이 뚜껑보다 먼저 퍼진다.


7.이 모퉁이는 상하이에서 바가 가장 촘촘한 골목 가운데 하나다. 1층에서 오래 술을 판 그룹은 저녁 8시에 이 앞을 지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안다. 한 잔 하러 온 손님을 9층으로 올려 저녁을 먹이고, 밥을 먹은 손님을 같은 층 Opia에 앉힌다. 걸음을 한 건물 안에서 붙잡는 구조.
8.광둥 요리는 여럿이 둥근 상에 앉아 나눠 먹는 음식이다. 룸과 테라스는 그 식사를 모임이나 접대로 바꿔 놓는다. 상하이의 고급 광둥요리는 보통 호텔 중식당에 있고, 동네 광둥 식당은 조명이 밝고 소란하다. 이 집은 그 사이에 호텔만큼 비싸지는 않고 동네 식당보다는 조용한 저녁을 놓았다.
9.네 사람이 거위 반 마리, 성게 조개, 랍스터 마파두부, 닭 뚝배기, 굴, 모링가 순을 시키면 음식값이 908위안이다. 밥과 차, 칵테일 한 잔씩을 더하면 한 사람에 350위안 안팎. 게 요리 하나를 얹으면 한 사람 몫이 훌쩍 뛴다. 음식값은 기사의 가격을 더한 것이고, 술값과 곁들이는 추정이다.
10.사진으로 세어 보면 공용 식당과 룸, 테라스를 합쳐 100석 안팎이다. 저녁에 그 70%가 한 번 차면 하룻밤 약 2만 4,500위안이고, 한 달을 채우면 우리 돈 1억 4,000만 원 남짓이 된다. 점심 딤섬과 Opia의 술값은 뺀 숫자. 좌석 수, 채우는 비율 모두 추정이고 가게가 밝힌 수치는 없다.
11.9층은 길가 1층보다 임대료가 한참 싸다. 상하이 상가도 층이 올라가면 걸어 들어오는 손님이 사라지고, 그만큼 월세가 내려간다. 그럼 손님은 왜 굳이 엘리베이터를 탈까. 이 집이 내놓은 답은 테라스 두 개와 창밖의 스카이라인, 그리고 1층에서 이미 이 그룹을 아는 단골이다.

12.룸은 좌석을 여러 번 돌리는 대신 한 번에 큰 계산서를 받는 자리다. 중국 식당의 룸은 보통 최저 소비 금액을 걸어 두는데, 이 집의 기준은 공개되지 않았다. 활해산물 수조는 원가가 흔들리는 자리여서, 코끼리조개처럼 시가로 파는 접시가 그 흔들림을 손님 쪽으로 넘긴다. 광둥 해산물 식당의 식재료 원가율은 35~40%쯤으로 잡히는데, 술은 그보다 원가가 한참 낮아 같은 층 Opia의 잔이 마진을 받쳐 준다. 원가율은 추정.

13.하루 14시간 문을 여는 이유도 여기 있다. 점심에는 딤섬을, 저녁에는 둥근 상 차림을 팔고, 밤 10시가 넘으면 Opia가 같은 층을 이어받는다. 한 층의 임대료를 식당 한 곳이 저녁 네 시간으로 버는 대신 두 간판이 하루 대부분을 나눠 번다.
14.광둥 요리를 바처럼 파는 방식은 2001년 런던의 Hakkasan이 먼저 보였다. 어두운 지하에 조명을 낮추고 칵테일과 딤섬을 함께 낸 그 집에서, 이번 바를 맡은 매슈 홀이 일했다. Atelier Kaulou는 방향을 거꾸로 잡았다. 지하 대신 꼭대기 층, 어둠 대신 올리브색 벽과 해 질 녘 테라스. Hakkasan은 광둥 요리를 그 요리가 낯선 도시에 내놓았다. 이 집은 광둥 식당이 흔한 도시에서, 서양식 바를 하던 그룹이 그 요리로 승부를 건다.
15.한 건물 1층에서 술을 팔던 그룹이 같은 건물 9층을 통째로 받아 광둥요리집과 바를 함께 열었고, 문은 하루 14시간 열려 있다. 국내 오피스 건물에서 같은 구성을 짜면 엘리베이터에서 먼저 막힌다. 밤 10시가 넘으면 승강기를 출입카드로 잠그는 건물이 흔하기 때문. 새벽 1시 반까지 손님을 올리는 일은 임대차 계약서에 야간 승강기 운행과 그 관리비 분담을 적는 데서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