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 1층에 들어간 커피집입구에 'Central Flagship'이라 적혀 있다. 좌석 56개와 여덟 명짜리 별실, 홀 한가운데 로스팅룸. ⓒLANDMARK
데일리 드링크
한 잔 7만 원짜리를 파는 집이 카푸치노는 9천 원에 판다 (홍콩·로스터리 카페)
2026.08.05
2026년 6월 24일, 홍콩 센트럴의 명품 몰 1층에 커피집이 열렸다. 필터 커피는 한 잔 2만 1,600원에서 시작해 7만 2,000원까지 올라간다. 그런데 카푸치노는 9,000원. 홍콩 스페셜티 카페 시세 그대로. 위아래가 여덟 배로 벌어진 이 메뉴판이 이 가게의 손익계산서다.
1.홍콩 센트럴 채터로드(Chater Road) 18, 알렉산드라 하우스(Alexandra House·歷山大廈) 1층. Roasters Specialty Coffee House가 2026년 6월 24일 문을 열었다. 평일은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주말은 9시부터 9시까지. 좌석 56개에 여덟 명이 들어가는 별실 하나. 가게 한가운데에 로스팅룸이 있다.
2.두바이에서 온 브랜드다. 콘스탄틴 하르부즈(Konstantin Harbuz)와 그의 아내가 2021년 주메이라(Jumeirah)의 3층짜리 빌라에서 시작했고, 지금 두바이에만 11곳, 전체 14곳을 연다. 직원은 300명이 넘고 2026년 방문객을 100만 명으로 잡는다고 회사는 밝힌다. 중동 밖 첫 매장이 홍콩.
주메이라 빌라에서 시작한 브랜드2021년 창업, 두바이에만 11곳. 사진은 두바이 매장이다. ⓒTripadvisor 이용자
3.자리가 예사롭지 않다. 알렉산드라 하우스는 홍콩랜드(Hongkong Land)가 가진 LANDMARK 네 개 동 가운데 하나이고, 이 회사는 2024년부터 78억 홍콩달러를 들여 이 구역을 초고가 브랜드 구역으로 바꾸는 중이다. 루이비통과 크리스챤 디올이 두 층에서 여덟 층까지 올라가는 매장을 짓는 건물들. 그 1층 한 칸이 커피집에 갔다.
알렉산드라 하우스LANDMARK 네 개 동 가운데 하나. 78억 홍콩달러짜리 재편이 진행 중인 구역이다. ⓒWikimedia Commons
4.실내는 시공을 맡은 XLMS가 '로스터스 골드'라 부르는 색조를 따랐다고 전한다. 바깥쪽은 통유리라 전차 선로와 건너편 매장이 그대로 들어오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어두워진다. 붉은 대리석 원탁, 부클레를 씌운 의자, 세로로 골이 진 갈색 타일 벽. 커피를 볶는 방은 주방 뒤가 아니라 홀 한복판에 있다. 센트럴 1층 임대료를 생각하면 그 방은 설비가 아니라 전시물.
바깥은 통유리, 안은 어둡다창가에 긴 공용 테이블을 놓았다. 시공은 홍콩의 XLMS. ⓒLANDMARK
5.로스팅룸이 도는 시간에는 실내 공기가 바뀐다. 생두가 1차 크랙을 지날 때 나오는 냄새는 커피보다 갓 구운 빵과 볏짚 쪽에 가깝고, 드럼 도는 소리는 낮게 깔려 대화를 덮지 않는다. 향은 오래 남지 않는다. 배기를 잡아 빼기 때문에. 손님이 가져가는 건 냄새가 아니라 냄새가 났다는 기억.
안쪽으로 갈수록 어두워진다붉은 대리석 원탁과 긴 벤치 좌석. 창 건너편에 명품 매장이 선다. ⓒLANDMARK
6.메뉴판 맨 위에 있는 아시엔다 라 에스메랄다(Hacienda La Esmeralda)는 잔당 400홍콩달러, 우리 돈 7만 2,000원이다. 잔 옆에 90점 이상이라 적힌 카드가 서고, 거기 딸기와 복숭아와 적포도가 컵노트로 붙는다. 파나마 게이샤가 그 카드대로 나온다면 산미는 홍차의 떫은 끝처럼 얇게 남고 바디는 가볍다. 진하게 마셔 온 사람에게 첫 모금이 묽게 느껴지는 잔이고, 그 묽음에 7만 원이 붙는다. 가운데 칸도 있다. 피스타치오 라테와 에스프레소 선라이즈가 각각 75홍콩달러.
잔 옆에 카드가 선다카드에 '90+ PANAMA HACIENDA LA ESMERALDA GUABO 5 BANC · Natural Cold Fermented · 1800 M.A.S.L'이 적혀 있다. ⓒTime Out Hong Kong
7.명품 몰이 왜 1층을 커피에 내줬을까. 센트럴 노면 상가는 두 개 분기 연속 공실률 0을 기록했고 2026년 1분기 임대료가 전 분기 대비 2.5% 올랐다. 자리가 없어 못 들어가는 시장이다. 그런 시장에서 임대인이 커피집을 골랐다면 임대료를 최대로 받으려는 계산이 아니라 사람을 끌어오는 장치를 산 것이다. 명품 매장은 하루에 몇 명을 부르지 못한다.
공실률 0의 거리센트럴 노면 상가는 두 개 분기 연속 공실이 없었다. 홍콩 소매판매는 13개월 연속 늘었다. ⓒLANDMARK
8.두 번째는 기록이다. 이 브랜드는 2025년 9월 13일 두바이 다운타운 매장에서 한 잔 2,500디르함짜리 커피를 팔아 기네스 세계기록에 올랐다. 우리 돈 약 95만 원.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를 손님 앞에서 V60으로 내려 일본 에도키리코(江戸切子) 잔에 담고, 같은 원두를 넣은 티라미수와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곁들이는 구성이었다. 2주 만에 1,000개가 넘는 매체가 받아 썼다고 회사는 말한다. 광고비 없이 산 지면.
9.세 번째가 실은 제일 중요하다. 가격 사다리의 맨 아래 칸이 시세라는 것. 홍콩 스페셜티 카페의 플랫화이트는 42홍콩달러에서 55홍콩달러 사이에 형성돼 있고, 이 집 카푸치노는 50홍콩달러다. 아침 7시에 문을 여는 이유도 여기 있다. 센트럴 사무실로 출근하며 9,000원짜리 잔을 사 가는 동선과, 앉아서 7만 원짜리 잔을 마시는 동선이 같은 문을 쓴다.
앉는 쪽이 시키는 접시킹크랩 브리오슈 260홍콩달러. 서서 사 가는 카푸치노 다섯 잔 값이다. ⓒLANDMARK
10.산수를 해보자. 좌석 56개에 로스팅룸과 주방을 붙이면 면적은 70평에서 85평 사이로 잡힌다(추정). 센트럴 A급 건물 1층 식음 임차료를 제곱피트당 월 100홍콩달러에서 180홍콩달러로 보면 월 임대료는 25만에서 54만 홍콩달러, 우리 돈 4,500만 원에서 9,700만 원(추정). 이 값을 매출의 20%에 맞추려면 월 매출이 2억 3,000만 원에서 4억 9,000만 원 나와야 한다.
11.좌석으로는 안 나온다. 56석을 하루 네 번 돌려 224명, 음식까지 시키는 객단가를 180홍콩달러로 잡아도 하루 4만 홍콩달러가 천장이다(추정). 나머지는 서서 사 가는 잔이 메운다. 아침 세 시간에 400잔을 60홍콩달러씩 팔면 2만 4,000홍콩달러가 붙고, 둘을 합쳐야 월 3억 4,000만 원 근처에 닿는다. 평당 월매출 430만 원(추정). 임대료를 갚는 건 7만 원짜리 잔이 아니라 9,000원짜리 잔이다.
12.원가율을 보면 순서가 한 번 더 뒤집힌다. 카푸치노 한 잔의 재료비는 판매가의 12% 안팎(추정). 옥션 등급 게이샤는 원두값만으로 판매가의 3분의 1에서 4분의 3을 먹는다(추정). 비싼 잔이 마진율은 더 나쁘다. 맨 윗칸이 파는 것은 마진이 아니라 가격표이고, 그 가격표가 옆 칸의 9,000원을 싸 보이게 만든다.
비싼 잔이 마진율은 더 나쁘다판매가는 공개 메뉴판 기준이고 원가율과 남는 금액은 원두 시세·유제품·부자재 통상치에 근거한 필자 추정이다.
13.음식이 그래서 붙는다. 메뉴판에는 40홍콩달러짜리 크루아상 옆에 320홍콩달러짜리 캐비아 리가토니가 있다. 원가율을 30%로 잡으면 리가토니 한 접시가 남기는 돈이 카푸치노 다섯 잔보다 많다(추정). 다만 접시는 좌석과 주방과 시간을 쓰고, 카푸치노는 30초에 나간다. 오픈라이스에 적힌 1인당 지출대는 51홍콩달러에서 100홍콩달러. 실제로 오는 손님 대부분은 커피에 빵 하나를 얹는 선에서 끝난다.
커피집인데 주방이 크다크루아상 40홍콩달러, 아보카도 토스트 180홍콩달러, 킹크랩 브리오슈 260홍콩달러, 캐비아 리가토니 320홍콩달러. ⓒTime Out Hong Kong
14.계보는 걸프 쪽에 있다. 커피를 사치품으로 파는 문법이 지난 5년 두바이에서 자리를 잡았고, 그 문법의 중심은 원두가 아니라 서비스 연출이었다. 홍콩에도 스페셜티는 오래됐다. Cupping Room이 2011년에 열렸고 NOC Coffee Co.와 Elephant Grounds가 뒤를 이었으며, 이 도시의 플랫화이트 시세를 만든 것도 그들이다. 새로 온 쪽은 그 시세를 건드리지 않았다. 위에만 얹었다.
15.정작 값을 만드는 건 기록 쪽이다. 2,500디르함 기록은 7주를 못 갔다. 같은 두바이의 Julith가 2025년 11월 한 잔 3,600디르함짜리를 내놨고, 그 집은 파나마 옥션에서 20kg 한 로트를 221만 디르함에 사들였다. 기록은 살 수 있어도 지킬 수는 없다. 오픈라이스에는 페이스트리 하나를 30분 기다렸다거나 플랫화이트에서 향이 안 났다는 후기가 개점 두 달 만에 올라와 있다. 가격표는 하루면 바꾸는데 접객은 하루로 안 된다.
아침이 먼저 무너진다임대료를 갚는 세 갈래와 각각의 제약. 좌석·시간·가격은 공개 정보이고 면적·임대료·객단가·매출은 필자 추정이다.
16.두바이에서 5년 된 커피 브랜드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라는 기록 하나를 들고 홍콩 센트럴 명품 몰 1층에 들어가 로스팅룸을 홀 한가운데 세웠다. 하나만 꼽으면 카푸치노 50홍콩달러. 맨 윗칸이 여덟 배 비싸도 맨 아랫칸은 시세를 지켰고, 임대료를 갚는 쪽은 아랫칸이다. 국내에서 먼저 걸리는 건 원두가 아니다. 2024년 베스트 오브 파나마에서 국내 업체 다섯 곳이 kg당 500만 원짜리 로트를 이미 낙찰받았고 한 잔 수십만 원짜리 커피도 이미 있다. 없는 건 아침 7시에 9,000원짜리 잔을 400개 사 가는 사무실 밀도 쪽인데, 그 밀도가 없는 자리에서 맨 윗칸만 베끼면 남는 건 사진 잘 나오는 원가율뿐이다.
간판 하나로 시작하는 아침평일 7시부터 19시까지, 주말 9시부터 21시까지. 이 시간표를 아침이 떠받친다. ⓒLANDM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