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 카페가 1만 336곳이다. 그 도시에서 10년 동안 매장 없이 원두만 볶아 팔던 브랜드가 첫 가게를 냈는데, 자리가 도심이 아니라 공장 단지다. 평일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열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닫는다. 카페 장사의 부분을 통째로 버린 시간표인데, 그게 실수가 아니라 이 집의 손익계산서다.
1.상하이 바오산구 전다루(真大路) 520호, 미구산업원(米谷产业园) 11동. 창고와 공장 동이 늘어선 단지 안에 커피집이 하나 있다. 이름은 白鲸咖啡豆子店, 밖으로 나갈 때는 Mobydick Coffee Roasters를 쓴다. 면적 900㎡, 272평. 그중 손님이 앉는 자리는 일부고 나머지는 원두를 볶는 공장이다.
2.브랜드가 생긴 해는 2015년. 세 사람이 상하이에서 원두를 볶아 온라인으로 팔기 시작했고, 10년 내내 오프라인 매장이 없었다. 열 번째 해에 연매출이 1,500만 위안을 넘었다고 회사는 밝힌다. 우리 돈 30억 원 안팎. 한 달에 볶는 양이 3톤 이상. 그 뒤에 낸 첫 매장이 이 자리이고, 구조는 중국 제조업이 오래 써 온 말 그대로 앞은 가게 뒤는 공장, 전점후창(前店后厂)이다.

3.설계를 맡은 Offhand Practice는 산업 자재와 카페의 온기를 한 건물에서 부딪히게 두는 쪽을 택했다. 바깥은 파형 금속판이고 안으로 들어오면 밝은 참나무 목구조가 바를 감싼다. 천공된 판재를 쓴 자리에서는 구멍마다 빛이 통과해 금속이 부드러워진다. 벽에 붙은 목재 판재 하나가 마감이고 진열대이고 수납이다. 재료 목록은 짧다. 파형 금속판, 목재 베니어, 아트 페인트,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 아크릴.

4.공장 쪽은 구역이 갈려 있다. 생두를 재우는 냉동창고, 생두를 고르는 검사실, 블렌딩실, 그리고 열풍식 Loring이 놓인 로스팅실. 유리 한 장 너머에서 드럼이 돈다. 배전기가 돌아가는 동안 손님 쪽으로 넘어오는 것은 향보다 소리에 가까운데, 채프를 빨아들이는 사이클론이 낮게 웅웅거리고 배출구가 열릴 때 쇳소리가 한 번 짧게 끊긴다. 냉각판에서 원두가 갈퀴에 밀려 도는 소리는 자갈이 굴러가는 쪽. 이 소리를 손님이 들어도 괜찮은 크기로 잡아 두는 것이 이 업태 설계의 절반이다.

5.메뉴판에 로스팅 정도를 나타내는 애그트론(Agtron) 값이 숫자로 적혀 있다. 라이트 로스팅을 10년 밀어 온 집이라 그 숫자가 곧 상표. 라인업은 에티오피아 74158 내추럴, 케냐 SL28 워시드, 르완다 레드 버번 쪽으로 짜인다. 내추럴로 말린 74158은 잔이 식을수록 발효 과일 쪽으로 무게가 옮겨 가고, 워시드 SL28은 첫 모금부터 산미가 날카롭게 서서 검은 베리의 끝맛을 남긴다. 진하게 볶은 커피에 익은 입에는 둘 다 묽게 느껴지는 잔이고, 그 묽음을 설득하려면 볶는 사람이 보이는 편이 빠르다.

6.여기까지가 공간이고, 사람이 왜 여기까지 오느냐가 다음 문제. 상하이 도심에서 이 단지까지는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야 닿는 거리이고 주변에 관광 동선이 없다. 그런데 10년 치 온라인 손님에게는 이 불편이 오히려 표가 된다. 봉지로만 만나던 브랜드의 사람과 기계를 처음 보러 가는 걸음이라, 도착 자체가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

7.두 번째가 더 크다. 원두를 온라인으로 파는 장사의 약점은 늘 같은 자리에 있다. 언제 볶았는지, 어디서 볶았는지, 정말 그 사람이 볶는지를 사는 쪽이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 이 매장은 그 질문에 유리 한 장으로 답한다. 로스팅을 구경거리로 만든 게 아니라 증빙으로 만든 쪽에 가깝다. 리뷰 100개보다 드럼 도는 장면 하나가 싸게 먹힌다.

8.세 번째는 시간표. 평일 9시부터 5시, 주말 휴무는 카페의 영업시간이 아니라 공장의 근무시간이다. 손님 편의를 기준으로 짠 표가 아니라는 뜻인데, 브랜드 입장에서는 이게 오히려 일관성으로 보인다. 볶는 사람이 사장이고 사장이 바에 서니까 사장이 퇴근하면 문이 닫힌다. 대신 헛걸음이 생긴다. 중국 리뷰에 "주말에는 안 여니 헛걸음하지 말라"는 문구가 붙어 다니는 이유다.

9.돈으로 넘어가면 이 자리 선택의 값이 선명해진다. 바오산의 신축 고표준 공장동 임대료는 하루 ㎡당 0.6위안부터 시작한다. 900㎡를 하루 0.6에서 1.0위안 사이로 잡으면 월 임대료가 1만 6,200위안에서 2만 7,000위안, 우리 돈 320만 원에서 540만 원 선(추정). 도심과 견주면 숫자가 뒤집힌다. 징안구 웨이하이루 일대 노면 상가는 20㎡짜리가 월 2만 6,000위안에 거래된 기록이 있다. 45배 넓은 자리를 도심 6평 가게와 비슷한 값에 빌린 계산이 된다.
10.매출 쪽 숫자도 세워 보자. 한 달 3톤이면 1년에 36톤, 연매출 1,500만 위안을 그 무게로 나누면 킬로그램당 약 417위안이 나온다(추정). 200g 봉지로 환산하면 한 봉지 83위안. 중국 스페셜티 원두 소매가와 어긋나지 않는 수치다. 반대로 그 1kg을 매장에서 핸드드립으로만 팔면 15g씩 66잔이 나오고 35위안을 곱하면 2,310위안이 된다. 잔으로 파는 쪽이 다섯 배 넘게 남는다.
11.그런데도 이 집은 봉지 쪽에 몸을 싣는다. 잔으로 팔려면 사람이 지나가는 자리를 사야 하고, 그 자리의 임대료와 바리스타 인건비가 그 다섯 배를 먹기 때문이다. 산업단지에서 주중 여덟 시간, 하루 100잔을 판다고 가정하면 월 7만 위안, 1년 84만 위안(추정). 원두 매출의 5%대. 매장 하나로 회사를 먹여 살릴 생각이 애초에 없는 규모다.
12.그러면 900㎡ 공사는 왜 했나. 공장은 어차피 필요했다는 점이 답의 절반이다. 월 3톤을 볶으려면 냉동창고와 검사실과 포장 작업실이 있어야 하고, 그 공간은 매장이 없어도 임차한다. 카페는 그 위에 얹은 증분 원가이고, 바와 좌석과 갤러리를 더한 값이 도심 매장 하나의 보증금과 권리금 아래에서 끝난다(추정). 도심 로스터리가 임대료 때문에 로스터를 지하로 밀거나 외부에 맡기는 것과 정확히 반대 순서.

13.계보를 보면 이 형식이 새것은 아니다. 로스터리를 손님에게 보여 주는 문법은 3세대 커피가 처음부터 들고 있던 것이고, 대형 브랜드는 그 문법을 도심 한복판에 통째로 옮겨 놓는 쪽으로 답했다. 상하이만 해도 카페가 1만 336곳, 대중 라떼는 15위안 아래로 내려앉았고 스페셜티 한 잔은 35위안에서 55위안 사이. 이 시장에서 자리 하나를 더 사는 경쟁에 끼는 대신, 자리를 포기하고 공장을 키운 쪽의 계산이 이 집이다.

14.다만 순서를 뒤집으면 이 모델은 성립하지 않는다. 10년 치 온라인 단골과 월 3톤이 먼저 있었기 때문에 900㎡가 감당되는 것이지, 매장을 먼저 열고 원두를 팔아 보겠다는 순서로는 산업단지 안에서 하루 100잔도 어렵다. 이 집이 그 위험을 어떻게 덜었는지도 보인다. 매장이 문을 닫는 주말에도 타오바오는 열려 있고, 원두는 런던 커피 페스티벌의 중국 브랜드 부스와 미국 온라인 상점으로 나간다. 매장은 판로가 아니라 판로를 설득하는 장치에 가깝다.
15.상하이에서 10년 동안 매장 없이 원두를 볶아 팔던 브랜드가 도심을 건너뛰고 공장 단지 안에 272평짜리 첫 가게를 냈고, 유리 한 장 너머로 로스팅을 보여 주는 대신 주말 영업을 버렸다. 남는 숫자는 한 달 3톤. 이 순서를 국내에 놓으면 임대료가 아니라 용도에서 걸린다. 로스팅은 식품제조가공업이고 커피를 파는 행위는 휴게음식점이라 한 지붕 아래 두려면 구획을 갈라 각각 신고해야 하며, 지식산업센터나 산업단지에서는 카페가 들어설 수 있는 지원시설 면적 자체가 묶여 있다. 값싼 면적을 먼저 잡는 것까지는 누구나 할 수 있고, 그 면적의 몇 퍼센트를 손님에게 열 수 있느냐에서 이 모델의 승부가 갈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