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아리아케(有明)의 새 복합시설 2층. 61평에 예순 자리, 커피 한 잔은 880엔이다. 그런데 낮에는 키슈를 팔고 저녁에는 오리 콩피를 낸다. 1990년에 문을 연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가 창업 36년 만에 처음으로 저녁 장사를 시작했다. 커피만으로는 이 예순 자리를 채울 수 없었다.
1.도쿄 고토구 아리아케 3초메, 도쿄 드림파크(東京ドリームパーク) 2층에 6월 12일 문을 연 가게 이름은 HORIGUCHI COFFEE à la table이다. 운영은 1990년 세타가야에서 시작한 스페셜티 커피 회사 호리구치 커피(堀口珈琲). 202㎡, 약 61평에 60석. 국내 직영으로는 일곱 번째 매장이라고 회사는 밝힌다. 개점은 6월이었지만 낮 영업은 7월 2일, 저녁 영업은 7월 14일에야 시작했다.
2.값을 늘어놓으면 이 집의 성격이 나온다. 스페셜티 커피 한 잔 880엔, 에스프레소는 550엔에서 605엔. 여기까지는 도쿄 스페셜티 카페의 평균 언저리. 그 옆에 런치 1,980엔부터, 오후 2시 이후 단품 660엔에서 3,960엔, 글라스 와인 770엔부터가 붙는다. 커피값은 그대로 두고 그 위에 식탁을 얹은 구성. 영업은 정오부터 밤 8시 30분까지, 마지막 주문은 8시.
3.건물이 이 결정의 절반을 설명한다. 도쿄 드림파크는 테레비아사히(テレビ朝日)가 3월 27일에 연 복합 시설로 연면적 46,500㎡, 지상 11층에 지하 1층이다. 안에 다목적홀 SGC홀 아리아케(SGC HALL ARIAKE)가 고정석 3,767석을 두고, 극장 EX시어터 아리아케(EX THEATER ARIAKE)가 1,500석. 유리카모메 도쿄빅사이트역에서 걸어 5분.

4.설계는 다카쓰카 아키오(高塚章夫). 교토대학을 나와 파리 라빌레트(La Villette)에서 건축을 더 배웠고, 이토 도요(伊東豊雄) 사무소를 거쳐 2010년에 자기 사무소를 냈다. 호리구치 커피 일을 하는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 2019년 굿디자인상을 받은 요코하마 로스터리도 그의 도면에서 나왔는데, 세타가야에 있던 배전 공장을 요코하마 혼모쿠(本牧) 부두로 옮긴 연면적 499㎡ 2층짜리 건물이고 제조 구획을 2층에서 내려다보도록 뚫어 놓았다.

5.벽부터 다르다. 3.6m 높이 벽에 회반죽을 바르면서 커피 찌꺼기를 섞었고, 붙박이 가구에는 에스프레소를 뽑고 남은 원두로 물들인 재료를 뿜어 칠했다. 카운터는 주석을 두들겨 만든 수제. 바닥은 천연 리놀륨과 재생석 테라조 타일, 천장은 통목 격자. 선반과 펜던트는 황동, 소파에는 재생 폴리에스터를 씌웠다.

6.커피 찌꺼기를 섞은 회반죽은 빛을 먹는다. 흰 벽인데 반사가 없어 낮에도 그늘이 남고, 가까이 서면 표면에 갈색 알갱이가 박혀 있는 게 보인다. 손님이 마시고 남긴 것이 벽으로 돌아왔다. 취향으로 고른 마감이 아니다. 매일 버리는 찌꺼기의 처리비를 내부 마감으로 돌리면 폐기물이 줄고, 그 이야기가 매장 안에서 저절로 설명이 된다.

7.커피는 CLASSIC 시리즈 아홉 종이 뼈대다. 1번이 BRIGHT & CITRUSY로 산미 쪽에 서고, 7번 BITTERSWEET & FULL-BODIED가 깊은 배전의 쓴맛과 단맛을 맡는다. 매장 한정으로 파는 드립백 ARIAKE는 여섯 봉 1,620엔인데, 회사 설명으로는 깨끗한 쓴맛과 풍부한 단맛을 가진 화사한 깊은 배전이다. 깊게 볶은 잔은 식으면서 단맛이 앞으로 나오고, 식사와 같이 두면 이쪽이 오래 버틴다. 얕게 볶은 잔은 소스와 기름이 지나간 입에서 금방 지워진다.

8.도면에서 먼저 걸리는 숫자는 좌석당 면적이다. 202㎡에 60석이면 한 자리가 3.4㎡를 쓴다. 카페는 보통 좌석당 1.5㎡에서 2.0㎡로 짜고, 그 밀도로 이 면적을 채웠다면 100석이 넘게 들어간다. 40석을 처음부터 버린 것. 이건 카페 도면이 아니라 레스토랑 도면이다.

9.커피만 팔면 어떤 숫자가 나오나. 880엔짜리 잔을 하루 세 번 돌리고 자리가 절반쯤 찬다고 놓으면 한 달 매출이 206만엔에서 멈춘다. 평당 32만원 선. 도쿄 도심 상업시설 2층에서 이 숫자로는 임대료와 사람값이 안 맞는다.
10.식탁을 얹으면 자릿수가 바뀐다. 런치에 커피를 붙인 한 사람이 2,860엔, 저녁에 단품과 와인 한 잔이면 5,000엔대. 같은 예순 자리로 한 달 1,100만엔대가 나온다. 평당 174만원, 커피만 팔 때의 다섯 배가 넘는다. 60석은 커피를 팔기엔 너무 넓고 식사를 팔기엔 알맞다.
11.매출이 다섯 배라고 이익이 다섯 배는 아니다. 880엔 커피의 원두 원가는 60엔에서 90엔 사이, 원가율이 10%를 넘지 않는다. 프렌치 단품은 재료만 30% 안팎으로 올라가고 조리하는 사람과 설거지하는 사람이 새로 붙는다. 커피는 30초에 나오지만 오리 콩피는 85도 기름에 서너 시간을 담가 둔다. 매출을 다섯 배로 만드는 대신 원가율은 세 배, 사람은 두 배 가까이 늘리는 교환.

12.그럼 이 자리를 낮에 채우는 사람은 누구인가. 3,767석 홀에 공연이 있는 날 이 층은 저절로 붐비지만, 공연이 없는 날의 아리아케는 조용한 매립지다. 낮 식사가 그 공백을 메우는 장사. 전시장에 온 사람, 배후 아파트의 주민, 방송국 직원처럼 공연표와 무관한 손님이 낮을 채운다. 일본 상업시설은 매출에 연동해 임대료를 매기는 계약이 흔해서, 이런 편차를 임대인과 나눠 지는 구조가 자주 쓰인다.

13.이 회사의 본체는 매장이 아니다. 세타가야에서 시작할 때부터 찻집과 소매, 도매 세 갈래를 같이 했고 2002년에는 연구소를 따로 세워 재배와 정제가 향미에 어떻게 붙는지를 봤다. 직영 일곱 곳은 원두를 파는 창구. 매장 한정 드립백을 여섯 봉 1,620엔에 파는 이유도 거기 있다. 한 봉 270엔이면 매장 커피 한 잔의 3분의 1 값인데, 집에서 그 봉지를 뜯은 사람이 다음에 200g 봉투를 산다.
14.킷사텐(喫茶店)은 원래 밥을 팔았다. 나폴리탄과 모닝세트, 카레가 커피 옆에 있었고 커피는 그 식탁의 반주. 2000년대 스페셜티 물결이 그 밥을 떼어 내고 잔만 남겼고, 원산지와 정제법을 설명하는 카운터가 그 자리에 들어섰다. 이 집이 한 일은 새 업태를 만든 게 아니라 떼어 낸 것을 다시 붙인 것이다. 다만 붙이는 방향이 반대다. 밥이 커피를 데려오던 자리에서, 이번엔 커피가 밥을 데려왔다.

15.창업 36년 된 도쿄의 스페셜티 로스터가 공연장 건물 2층 61평을 얻어 예순 자리를 놓고, 커피값은 880엔 그대로 둔 채 낮에는 키슈를 저녁에는 오리 콩피를 팔기 시작했다. 커피만 팔았다면 평당 32만원에서 멈췄을 매출이 식탁을 얹으면서 174만원 쪽으로 간다. 국내에서 같은 순서를 밟으면 배기에서 먼저 막힌다. 임차 건물 2층에 주방을 넣으려면 덕트를 옥상까지 올려야 하고 그 동의를 임대인과 위층 임차인에게 받아야 하며, 휴게음식점으로 신고한 카페가 일반음식점으로 넘어가는 순간 정화조 용량과 주방 면적을 처음부터 다시 본다. 커피 파는 사람이 밥을 붙이기로 마음먹는 일보다, 그 결정을 도면으로 옮기는 일이 늘 더 비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