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0일 개점Vic X 타워 2층 로비에 들어선 The Fold. 소파와 낮은 테이블을 섞어 놓았다. ⓒTwo Good Co
데일리 드링크
이익의 절반을 내주기로 한 카페가 신축 타워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얻었다 (시드니·커뮤니티 카페)
2026.08.12
3월 20일, 시드니 북쪽 신축 오피스 타워의 로비에 카페가 하나 열렸다. 평일 여덟 시간만 팔고 주말에는 문을 닫는다. 운영자는 사회적기업이고, 이익의 절반은 처음부터 카페 밖으로 나가기로 정해져 있다. 위층은 아직 절반도 차지 않았고 이 동네 사무실 공실률은 23.7%. 그런데 이 가게의 손님은 위층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1.주소는 노스시드니(North Sydney) 밀러 스트리트(Miller Street) 155번지, Vic X 타워 2층 로비. 카페 이름은 The Fold이고 3월 20일에 열었다. 평일 아침 일곱 시부터 오후 세 시까지 여덟 시간, 토요일과 일요일은 닫는다. 운영자는 시드니의 사회적기업 Two Good Co.
2.건물은 Victoria Cross Tower. 42층에 사무실 순임대면적 5만 5,315㎡이고, 설계는 Bates Smart, 개발과 시공은 Lendlease가 맡아 작년 4분기에 준공했다. 공식 개관은 3월 12일. 가스를 아예 끌어들이지 않은 전기 전용 건물이고, 지하에 시드니 메트로 빅토리아크로스역(Victoria Cross)이 그대로 붙는다.
42층, 5만 5,315㎡Bates Smart 설계, Lendlease 개발. 아래로 메트로 역이 직결된다. ⓒGreen Street News
3.위층 사정은 좋지 않다. 개관 시점에 임차가 확정된 면적이 40%를 조금 넘었고, 그중 큰 덩어리가 NBN Co의 여섯 개 층 9,000㎡다. 노스시드니 사무실 공실률은 23.7%. 착공에 들어간 새 사무실이 한 건도 없어 2029년까지 신규 공급이 없다는 게 이 시장의 예측. 로비 카페 처지에서 보면 위층 손님이 아직 절반도 입주하지 않았다.
4.공간 설계는 멜버른의 Fiona Lynch Office가 맡았다. 개발사도 운영사도 이 로비를 부티크 호텔의 도착 공간에 빗대 설명한다. 카페 옆에는 The Landing이 붙어 있는데, 행사와 전시와 공용 업무를 한 방에서 받는 구조. 개관에 맞춰 BVN과 함께 만든 설치작과 제스 린지(Jes Lindsay)·페트리나 틴슬레이(Petrina Tinslay)의 사진전을 걸었다.
카운터와 진열주문대 옆으로 빵과 제품을 늘어놓았다. 앉지 않는 손님이 지나가며 집어 가는 자리다. ⓒNorth Sydney Living옆방 The Landing행사와 전시와 공용 업무를 같이 받는다. 카페가 못 파는 시간을 이 방이 판다. ⓒNorth Sydney Living
5.주방은 아이셰 무넨(Ayse Moonen)이 잡는다. Aplenty를 거쳐 Cornersmith Picklery에서 절임 수업을 하던 사람. 간판은 피타에 접어 넣는 폴드로, 양고기 코프타에 레몬 수막 슬로와 타히니와 피클을 얹거나 숯불에 그을린 가지에 타히니를 두른다. 빵은 Baker Bleu에서 받아 오고, 받아 온 그대로 소매로도 판다. 커피는 Single O.
6.이 구성이 입에서 어떻게 굴러갈지는 짐작이 간다. 피타를 접으면 안쪽 면이 먼저 육즙과 타히니를 먹고 겉은 마른 채로 손에 남는다. 수막의 신맛과 피클의 산은 양고기 지방을 끊어 세우는 자리에 놓였고, 숯에 그을린 가지는 단맛이 올라오는 동안 질감이 풀린다. 접시가 아니라 손으로 가는 형식이라 자리를 길게 잡지 않는다. 여덟 시간만 파는 가게가 왜 이 형식을 골랐는지가 여기서 보인다.
7.커피 쪽도 같은 계산이다. Single O는 2003년부터 시드니에서 볶아 온 이름이고, 2019년 서리힐스(Surry Hills) 매장에 셀프 배치브루 탭을 놓아 카드를 대고 버튼을 누르면 15초 만에 잔이 찬다. 아침 피크를 에스프레소 머신 한 대로 받지 않겠다는 장비. 개점에 맞춰서는 콜롬비아 엘탐보(El Tambo)의 여성 생산자 조합 ASMUCAFE 원두를 한정으로 걸었다. 얕게 볶은 콜롬비아 워시드는 잔이 식는 동안 신맛이 앞으로 나오는데, 우유를 섞으면 그 자리가 캐러멜 쪽으로 눌린다.
탭에서 받는 커피Single O가 2019년 서리힐스에 놓은 셀프 배치브루 탭. 카드를 대고 버튼을 누르면 15초. ⓒBroadsheet
8.이 가게가 갑자기 생긴 것도 아니다. Two Good Co는 2024년 8월부터 같은 자리 골목에 커피 카트를 세워 두고 있었고, 그 달이 바로 역이 열린 달이다. 카트로 19개월을 돌린 뒤에 카페를 지었다. 수요를 먼저 재고 자본을 나중에 넣은 순서.
9.손님이 어디서 오는지도 그 카트가 먼저 알려 줬을 것. 빅토리아크로스역은 2024년 8월 19일에 열렸고, 이듬해 2월 아침 피크 시간에만 1만 1,400명이 개찰구를 지났다. 2036년 피크 예측은 1만 5,150명. 로비 2층은 그 흐름이 지상으로 올라오는 길목에 앉아 있다.
아래층의 배후수요2024년 8월에 연 시드니 메트로 빅토리아크로스역. 아침 피크에만 1만 1,400명이 지난다. ⓒCox Architecture
10.파는 시간은 짧다. 평일 여덟 시간에 닷새면 1년에 2,000시간 남짓, 주말까지 여는 동네 카페의 3,200시간과 견주면 3분의 2에 못 미친다. 임대료와 감가는 그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문을 닫은 이틀치는 누가 내나.
11.인건비 쪽은 더 뻑뻑하다. 호주 최저임금이 7월 1일부로 시간당 26.44호주달러, 우리 돈 2만 3,800원 선으로 올랐고 요식업 어워드 요율도 4.75% 따라 올랐다. 여기에 이 카페는 Work Work 참가자를 현장에 세운다. 가정폭력과 노숙과 복합 트라우마를 겪은 여성을 훈련하면서 쓰는 구조라, 같은 잔을 뽑는 데 감독 인력이 한 명 더 붙는다.
훈련하며 판다Two Good Co의 케이터링 주방. Work Work 참가자가 현장에서 일을 배운다. ⓒTwo Good Co
12.숫자를 세워 본다. 상주 인력을 5명으로 잡고 준비와 마감을 더하면 하루 투입이 50시간, 평균 시급 32호주달러로 치면 1년 인건비가 40만 호주달러다. 우리 돈 3억 6,000만원 선. 인건비를 매출의 32%에 두면 1년 매출은 125만 호주달러이고, 영업일 250일로 나누면 하루 5,000호주달러. 전부 공개 자료와 업계 통상치로 세운 추정이며 업소가 밝힌 숫자가 아니다.
13.커피 한 잔 6.5호주달러와 폴드 한 접시 20호주달러를 섞어 객단가를 14호주달러로 보면 하루 357명, 여덟 시간으로 나눠 시간당 45명. 위층만 보면 이 숫자는 안 나온다. 만실이어도 4,600명 남짓인 건물에서 40%만 입주했으니 1,840명이고, 그중 다섯에 하나가 매일 와야 하는 계산. 아래층 개찰구를 넣으면 같은 숫자가 3%로 내려간다.
위가 아니라 아래를 봤다임차율과 역 승객은 공표된 값이고, 인건비·객단가·필요 손님은 업계 통상치로 계산한 추정이다.
14.잔 밖에서 오는 돈도 이 가게에서는 곁가지가 아니다. 옆방 The Landing이 행사와 전시를 받고, 케이터링이 위층 사무실로 나가고, 건물 컨시어지 운영까지 Two Good Co가 맡는다. Baker Bleu 빵과 자사 제품은 자리를 쓰지 않고 팔린다. 카페가 못 파는 주말과 저녁은 이 칸의 몫.
문 닫은 시간을 파는 칸카페 매출은 여덟 시간에 갇히고, 케이터링과 운영계약은 그 시간 밖에서 온다.
15.임대인이 무엇을 샀는지도 같이 봐야 한다. 이 회사는 2015년 6월 롭 캐슬릭(Rob Caslick)과 카힐 플래허티(Cahill Flaherty)가 도시락 장사로 시작했고, 하나 팔면 하나를 쉼터에 보내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보낸 식사가 19만 끼를 넘는다고 회사는 밝힌다. 자선으로 받은 돈이 아니라 조달 계약으로 큰 회사인데, Charter Hall과 맺은 사회적 조달 계약 하나가 2024회계연도에 연 100만 호주달러를 넘겼다. A급 오피스 로비를 얻은 건 선의의 결과가 아니라 영업의 결과다.
로비 2층의 자리메트로 개찰구에서 올라오는 동선 위에 앉았다. ⓒTwo Good Co
16.이익의 절반을 내주기로 한 카페가 시드니 북쪽 신축 타워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얻었고, 문은 주 40시간만 연다. 위층은 아직 40%만 찼지만 아래층 역이 아침 피크에만 1만 1,400명을 뱉어 내니 하루 357명이면 산수가 맞는다. 국내에서 먼저 걸리는 건 로비 1층의 값을 매기는 방식이다. 오피스 로비 상가는 최고가를 써낸 임차인에게 가고, 사회적 조달이나 인증 점수를 임대료 할인으로 바꿔 적을 항목이 우리 임대차 관행에는 없다. 그 항목을 만들지 못하면 이 모델은 임대인의 선의로만 굴러간다.
개찰구에서 로비까지역과 타워가 한 몸으로 붙어 있어 승객이 지상으로 나오지 않고도 로비에 닿는다. ⓒCox Architecture여덟 시간의 자리평일 아침 일곱 시에 열어 오후 세 시에 닫는다. 그 밖의 시간은 옆방과 계약이 판다. ⓒNorth Sydney Liv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