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2일 서부 1호점로스앤젤레스 스튜디오시티 벤투라 대로 13273번지. 전 세계 106번째 점포. ⓒBlank Street · Daily Coffee News
데일리 드링크
좌석이 안 들어가는 11평으로 이긴 회사가 좌석을 놓기 시작했다 (미국·소형 카페)
2026.08.26
8월 2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신고서 한 장이 올라왔다. 발행 규모 1억 499만 9,981달러. 브루클린 커피 카트에서 시작해 여섯 해 만에 106곳까지 간 회사가 받은 돈이다. 그런데 이 회사가 새로 짓는 매장은 창업 때 규격의 세 배다.
1.회사 이름은 Blank Street. 신고서에 적힌 발행 규모 가운데 회사로 새로 들어온 자본은 7,500만 달러이고, 나머지 3,000만 달러는 기존 주주가 지분을 판 몫이다. 새 자본만 원화로 1,090억 원쯤. 딜을 이끈 곳은 General Atlantic이고 참여한 투자자는 여섯 곳인데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2.이 라운드가 매긴 회사 가치는 6억 5,000만 달러. 신고서가 올라오기 열이틀 전인 8월 12일, 회사는 로스앤젤레스 스튜디오시티(Studio City)에 서부 첫 매장을 열었다. 벤투라 대로(Ventura Blvd) 13273번지, 전 세계 106번째 점포다. 그날 낮 기온이 39도까지 올라갔는데도 줄이 길 아래까지 늘어섰다고 현지 매체가 전한다. 다음 순서는 비벌리힐스와 웨스트할리우드, 말리부.
브랜드 초록 하나뉴욕 매장. 간판과 차양에 쓰는 색이 매장을 알아보게 하는 거의 유일한 장치. ⓒajay_suresh · CC BY 2.0 · Wikimedia Commons
3.이 회사의 기본 점포는 400제곱피트다. 37㎡, 11평 남짓. 좌석을 놓을 자리가 안 나오는 크기이고 실제로 초기 매장의 상당수가 앉을 데 없이 열었다. 안에 있는 건 카운터 하나와 자동 에스프레소 머신 한 대, 그리고 사람 두세 명. 주문의 상당 부분은 앱으로 미리 들어온다.
11평 규격정면 폭이 창 하나와 문 하나로 끝난다. 초기 점포는 이 크기로 열었다. ⓒFytrdy · CC0 · Wikimedia Commons
4.바에 놓인 기계는 Eversys의 초자동 머신. 이 회사가 주로 쓰는 상위 기종 Enigma는 제조사 표기로 시간당 700잔을 뽑는다. 갈고 다지고 뽑는 과정이 한 통 안에서 끝나니 포터필터를 두드릴 일이 없고, 스팀 완드가 우유를 때리는 소리도 나지 않는다. 카페에서 나던 소리의 절반이 사라진다. 남는 건 얼음 떨어지는 소리와 컵 뚜껑 닫는 소리.
역 안에 들어간 규격런던 글로스터 로드 역 매장. 카운터 하나로 정면이 채워지고 앉을 자리는 없다. ⓒWutthichai Charoenburi · CC BY 4.0 · Wikimedia Commons
5.로스앤젤레스 매장은 그 규격에서 벗어났다. 설계는 이 도시가 남긴 Case Study House 주택들에서 가져왔고 강철과 유리와 목재를 섞었다. 부스 천에도 테라조 바닥에도 브랜드 초록을 얹었으며 실내 좌석과 야외 파티오를 함께 놓았다. 이 매장에서만 파는 음료도 만들었는데, 마다가스카르산 바닐라 빈 시럽을 넣은 Cortado Cloud.
기존 규격의 얼굴브루클린 파크슬로프 매장. 지금까지 100곳 넘게 복사해 온 정면. ⓒCityLimitsJunction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6.말차는 이 회사 음료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우유에 갠 말차는 초록이 탁하게 가라앉고, 위에 얹은 시럽이 그 위로 흰 줄을 낸다. 단맛이 세다. 공개된 성분 안내를 보면 한 잔에 설탕이 25g까지 들어간다. 뉴욕에서 아이스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 말차 한 잔이 8.06달러, 약 1만 1,700원.
음료 매출의 절반브라이턴 매장에서 판 아이스 말차. 커피가 아니라 이쪽이 매출의 축. ⓒAndy Li · CC0 · Wikimedia Commons
7.커피집이 커피만으로는 이기지 못한다는 걸 이 회사가 먼저 인정했다. 켄들 제너(Kendall Jenner)와 엠마 체임벌린(Emma Chamberlain)이 이 컵을 들고 찍혔고, 그 사진이 점포 수보다 빨리 퍼졌다. 젊은 손님이 산 것은 카페인이 아니라 손에 들리는 물건이었다. 진열대에 브리오슈와 레몬 케이크를 함께 놓는 이유도 같다.
카운터 앞 30센티브리오슈·레몬 케이크를 계산 동선 위에 놓는다. 음료 외 매출이 붙는 자리. ⓒAndy Li · CC0 · Wikimedia Commons
8.시작은 싼 값이었다. 2020년 브루클린 카트 시절 이 회사 음료는 스타벅스보다 25% 쌌고, 그 차이가 첫 줄을 만들었다. 지금 뉴욕 매장의 아이스 라테는 6.75달러, 약 9,800원. 스타벅스와 나란히 놓고 싸다고 말하기 어렵다. 회사도 더 이상 싸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나란히 선 두 집런던 뉴옥스퍼드 스트리트. 값 차이로 시작한 관계가 지금은 값이 거의 같다. ⓒRoy Katzenberg · CC BY 2.0 · Wikimedia Commons
9.남은 무기는 시간. 앱으로 미리 주문하고, 들어가서 집어 나오는 데 걸리는 몇 분을 줄이려고 기계를 사고 좌석을 뺐다. 11평에서 좌석을 지우면 그 면적 전부가 만들고 건네는 데 쓰인다. 출근길 한복판이라면 이 구조를 이기기 어렵다.
동선 위의 한 칸역 통로에 면한 개구부 하나. 손님이 멈추는 시간을 초 단위로 잡는 배치. ⓒWutthichai Charoenburi · CC BY 4.0 · Wikimedia Commons
10.임대료를 대 보면 왜 11평이었는지가 나온다. CBRE 집계로 맨해튼 주요 16개 상권의 1층 호가 임대료는 연 제곱피트당 682달러다. 다운타운이나 외곽 상권으로 나오면 100달러대에서 300달러대. 연 200달러로 잡고 계산하면 400제곱피트 점포의 월 임대료는 970만 원 안팎이 된다.
11.새 매장은 1,300제곱피트. 121㎡, 36평. 같은 조건에서 월 임대료가 3,140만 원으로 뛴다. 늘어난 900제곱피트는 대화용 부스와 사진 찍기 좋은 자리로 채워지는데, 좌석은 만드는 속도를 올려 주지 않는다. 앉은 손님이 세 잔을 시키지는 않으니까.
늘어난 900제곱피트의 값임대료 단가는 CBRE가 공표한 상권별 구간을 근거로 세운 추정이며 이 회사가 실제로 낸 금액이 아니다.
12.이번 라운드가 매긴 6억 5,000만 달러를 점포 106곳으로 나누면 한 곳당 613만 달러, 약 89억 원이 된다. 지난해 7월 이 회사 가치는 5억 달러였다. 올해 4월에는 10억 달러가 넘는 몸값으로 1억 달러를 모으는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보도됐다. 실제로 찍힌 숫자는 그 기대의 3분의 2 수준. 넉 달 사이에 무엇이 바뀌었을까.
여섯 해에 106곳보스턴 브루클라인 매장. 2022년에 40곳이었고 지난해 90곳을 지났다. ⓒLorenismapping · CC0 · Wikimedia Commons
13.성장률이 답을 갖고 있다. 블룸버그 보도를 보면 미국 매출 성장률은 2025년 21%로 내려왔고, 앞선 2년은 50%를 넘겼다. 점포를 계속 늘려도 한 점포가 더 팔지 못하면 성장률은 이렇게 꺾인다. 회사가 손댄 것이 면적이었다.
여섯 해의 숫자자금 조달 규모와 점포 수는 SEC 신고서와 공개 보도를 정리한 것이다.
14.자동화에는 청구서가 붙는다. 매장 하나가 기계 한 대에 걸려 있어 그 기계가 멈추면 에스프레소가 통째로 멈추고, 인터넷이 끊겨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근무는 두세 명 교대인데 한 사람이 기계를 잡고 한 사람이 계산대를 잡으면 청소와 진열과 재고는 그 둘이 나눠 지는 구조. 2025년 6월 보스턴 매장 직원들이 노조 설립 절차를 밟았다.
영국에만 40곳브라이턴 이스트 스트리트 매장. 2022년 런던에서 시작해 스코틀랜드까지 갔다. ⓒAndy Li · CC0 · Wikimedia Commons
15.이 모델은 미국에서 나온 게 아니다. 창업자 이삼 프레이하(Issam Freiha)와 비나이 멘다(Vinay Menda)는 중국의 HEYTEA(喜茶)와 인도네시아의 Kopi Kenangan에서 좁은 면적과 앱 주문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그 모델이 지금 어디로 가는지는 주소 하나로 알 수 있다. 로어맨해튼 32 Avenue of the Americas 1층 2,900제곱피트, 81평. 스타벅스가 비우고 나간 자리다.
16.11평 무좌석 점포로 106곳까지 간 회사가 새 매장을 36평으로 짓고 있고, 그 사이 미국 매출 성장률은 50%대에서 21%로 내려왔다. 국내에서 먼저 걸리는 건 회전. 좌석을 늘려 객단가를 올리려 하면 한 자리에 앉는 시간부터 길어지는데, 국내 카페의 체류시간은 이미 미국보다 길다. 면적을 키운 만큼 잔이 늘지 않으면 늘어난 것은 임대료뿐이다.
잔 옆에 놓이는 것음료 외 매출은 좌석 없이도 붙는다. 브라이턴 매장의 블루베리 커스터드 브리오슈. ⓒAndy Li · CC0 · Wikimedia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