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3의 하이스트리트툿팅 하이스트리트 171번지 부근. 이 줄 어딘가에 문제의 카운터가 들어갔다. ⓒTheFrog001 · CC0 · Wikimedia Commons
데일리 드링크
볶은 커피 관세가 0이 되자 산지가 직접 런던에 카페를 열었다 (런던·인도 로스터리)
2026.08.27
7월 15일 영국과 인도 사이의 무역협정이 발효했다. 볶은 커피에 붙던 6%가 그날 사라졌다. 그로부터 36일 뒤, 인도 동부의 커피밭을 가진 회사가 런던 남쪽 하이스트리트에 카운터를 놓았다. 생두를 팔던 쪽이 잔을 팔러 온 것이다.
1.가게 이름은 Kruti Coffee. 자리는 툿팅 하이스트리트(Tooting High Street), 지하철 툿팅브로드웨이 역에서 걸어 나오면 바로 닿는 상가 줄이다. 개점일은 8월 20일. 인도 오디샤(Odisha)주에서 커피를 심고 볶는 회사가 처음으로 나라 밖에 낸 매장이고, 런던 시내가 아니라 존 3 생활권 상가를 골랐다.
2.이 매장을 채운 원두는 인도에서 볶여 배로 왔다. 콜카타에서 떠난 그 선적이 영국·인도 포괄적경제무역협정(Comprehensive Economic and Trade Agreement) 아래 들어간 첫 인도산 커피였다고 회사 공동창업자 지타 모나(Jeeta Mona)가 밝혔다. 처음 안내한 개점일은 8월 1일이었는데 실제로 문이 열린 건 그보다 열아홉 날 늦었다.
첫 해외 매장툿팅에 문을 연 Kruti Coffee. 인도 밖에 세운 첫 카운터다. ⓒKruti Coffee · Prameya News 게재분
3.파는 것은 두 갈래. 100% 아라비카 하우스 블렌드로 뽑는 에스프레소 음료가 한쪽이고, 잔마다 원두를 바꿔 내리는 핸드드립이 다른 쪽이다. 드립 라인업의 얼굴은 킨디리구다 내추럴스(Kindiriguda Naturals), 제5회 세계커피회의 파인컵 어워드에서 아라비카 내추럴 부문 1등을 받은 로트. 볶는 곳은 오디샤 주도 부바네스와르(Bhubaneswar)의 자체 공장.
옆집이 실내시장툿팅 하이스트리트 21-23번지 툿팅 마켓. 이 거리 장사의 성격을 정하는 건물. ⓒSpudgun67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4.내추럴 가공은 열매를 껍질째 말린다. 씨가 과육 속 당분을 그대로 안고 마르니 컵에서 잘 익은 과일 쪽 향이 앞으로 나오고, 산미는 날카롭기보다 둥글게 퍼진다. 코라푸트(Koraput) 고지대는 그늘 나무 아래에서 열매를 늦게 익히는 곳이라 단맛이 두껍게 붙는다. 여기까지는 공개된 가공 방식과 재배 조건에서 성립하는 범위이고, 필자가 그 잔을 마셔 본 것은 아니다.
5.문제는 이 향을 손님이 알아채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핸드드립 한 잔은 물을 붓고 빠지기를 기다리는 3분이 통째로 바리스타의 손을 묶는다. 같은 3분이면 에스프레소 머신은 여섯 잔. 로테이팅 드립을 메뉴 앞에 세운 가게는 그 3분을 팔 수 있는 값으로 바꿔야 하고, 못 바꾸면 그 자리는 그냥 느린 카운터가 된다.
한 잔에 3분로테이팅 드립은 원두를 바꿔 가며 한 잔씩 내린다. 손이 묶이는 시간이 그대로 원가다. ⓒCerebral726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6.왜 툿팅이었을까. 이 동네는 런던에서 남아시아계가 가장 두껍게 모여 사는 곳 가운데 하나로, 툿팅 선거구 기준 아시아계 주민 비율이 29%이고 소수인종 전체로는 절반을 넘는다. 하이스트리트 양쪽이 인도 식당과 식료품점으로 채워져 있고, 실내시장 입구에는 이 거리로 건너온 이민자들을 기리는 명판이 붙어 있다. 인도에서 볶은 커피를 인도 이름으로 파는 데 설명이 가장 덜 드는 거리.
거리가 먼저 만들어 둔 맥락툿팅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을 기리는 명판. 툿팅 마켓 입구. ⓒSpudgun67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7.인도는 세계 일곱 번째 커피 생산국인데도 커피 산지로 불리지 않는다. 2025-26 시즌 생산 전망 40만 3,000톤 가운데 로부스타가 28만 4,000톤, 7할. 수출에서 생두가 차지하는 비중도 64%. 남의 배합에 섞여 이름 없이 나가는 원료가 이 나라 커피의 기본값이었고, 오디샤처럼 아라비카를 조금 내는 주는 그 안에서도 뒤에 서 있었다.
이름 없이 나가던 것인도 아라비카 열매. 생산량의 7할은 로부스타이고, 수출의 64%가 볶지 않은 생두다. ⓒSatheesan.vn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8.7월에 바뀐 건 그 기본값을 밀어내는 쪽이었다. 생두는 원래 영국에 무관세로 들어갔고, 6%가 붙던 건 볶은 커피다. 이번 협정이 지운 것도 그 6%. 이제는 배전을 유럽에 넘기지 않고 산지에 남겨도 가격에서 손해를 보지 않는다. 같은 날 차와 향신료에 붙던 관세도 함께 사라졌다.
9.그 6%가 실제로 얼마짜리인지는 소박하다. 볶은 원두 1,000만 원어치를 보내면 60만 원. 회사를 움직인 건 관세 그 자체가 아니라 커피 1kg이 어디서 값을 받느냐였다. 생두로 배에 실리면 kg당 1만 원이 안 되고, 볶아서 250g 봉지로 팔면 6만 원대가 되며, 그 원두가 카운터를 지나 잔이 되면 30만 원대에 닿는다.
잔이 되기까지세 단계 모두 공개된 판매가와 업계 통상 수율로 세운 추정이며, 이 회사가 공표한 원가가 아니다.
10.37배라는 숫자를 보고 카페를 열면 다친다. 그 사이를 임대료와 인건비가 나눠 먹기 때문인데, 툿팅은 그중 임대료 쪽이 유난히 싼 동네. 어퍼툿팅 상가의 평균 호가 임대료가 제곱피트당 연 34파운드. 코번트가든 최상급 구간의 호가는 1,151파운드로 잡히는데, 산정 방식이 달라 그대로 나눌 수는 없어도 자릿수가 다르다는 건 분명하다.
역에서 걸어 나오는 줄툿팅브로드웨이 역. 노던선 남쪽 끝자락이고, 이 출입구가 하이스트리트 상권의 입구 노릇을 한다. ⓒChrisstine22 - Cristina H.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11.그래서 이 규모의 런던 카페에서 승부가 나는 자리는 임대료가 아니라 사람이다. 영국 법정 최저임금이 올해 4월부터 시간당 12.71파운드로 올랐고, 사용자 부담분을 얹으면 두 명이 열 시간 서 있는 하루에 292파운드가 나간다. 같은 하루 임대료는 65파운드. 인건비가 임대료의 네 배가 넘는 구조에서는 잔을 몇 개 파느냐보다 몇 명이 서 있느냐가 먼저다.
임대료보다 사람영국 법정 최저임금과 공표된 상권별 호가 임대료로 세운 추정이며 이 매장의 실제 조건이 아니다.
12.한 가지 더 있다. 이 회사는 카페만 하는 곳이 아니라 온라인과 기업 거래로 원두를 파는 로스터이고, 인도에서는 직영 카페 일곱 곳을 굴린다. 런던 매장이 파는 원두 봉지와 구독은 카운터 잔수와 무관하게 붙는 매출이며, 잔에 붙는 인건비도 임대료도 거기엔 안 붙는다. 좁은 매장을 고른 회사가 원두 진열대를 계산 동선 위에 놓는 이유가 그것.
값이 붙는 공정배전은 산지에 남기고 싶어 하는 공정이다. 사진은 이 회사 시설이 아니다. ⓒJameswasswa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13.산지가 직접 해외에 카페를 여는 방식에는 앞선 이름이 있다. 콜롬비아 커피생산자연합회가 세운 Procafecol이 2002년에 Juan Valdez Café를 시작해, 올해 기준 40개 시장에서 630곳을 굴린다. 커피를 파는 게 아니라 나라 이름을 파는 사업이었고, 지금 규모에 닿기까지 24년이 걸렸다. 짧게 승부가 나는 종목이 아니다.
그늘 아래에서 늦게 익힌다인도 카르나타카주 치크마갈루르의 그늘 재배 커피밭. 코라푸트도 같은 방식으로 심는다. ⓒAnand Osuri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14.그런데 이 매장은 물량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코라푸트 군 전체가 한 해에 내는 커피가 150톤 남짓인데, 하루 146잔을 파는 카페 한 곳이 한 해에 쓰는 생두는 1.3톤 안팎이다. 군 생산량의 1%에 못 미치는 양. 런던 카운터 하나로 산지의 판로를 여는 그림은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다.
150톤짜리 산지오디샤주 코라푸트의 구릉지. 사유 농장 778헥타르를 부족민 4,300여 명이 나눠 짓는다. ⓒKkmishra1960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15.그럼 이 카운터가 하는 일은 뭘까. 가격표를 다시 쓰는 일이다. 런던에서 인도 단일 산지 커피를 잔당 4파운드 가까이 받고 팔았다는 사실 하나가, 다음 해 생두 협상과 기업 거래 단가에 근거가 된다. 매장이 벌어들이는 돈보다 매장이 만들어 주는 값이 크다면 그건 점포가 아니라 쇼룸이고, 손익은 점포 기준이 아니라 회사 기준으로 봐야 한다.
16.볶은 커피에 붙던 6%가 사라진 지 36일 만에 산지 회사가 런던에 카운터를 냈고, 그 카운터가 한 해에 소화하는 생두는 자기 고향 군 생산량의 1%도 안 된다. 국내에서 같은 걸 하려면 먼저 걸리는 게 원산지 표시와 식품 등록. 산지 이름을 상호와 메뉴에 박는 순간 그 이름을 서류로 증명해야 하고, 로트가 바뀔 때마다 표시도 바뀐다. 진열대 하나 여는 일보다 그 서류를 매달 다시 쓰는 일이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