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해안 고가도로를 헐어 낸 자리에 놓인 보행교 위 카페 자리를, 생두 수입상에서 출발한 Boon Boona Coffee가 시 공모로 따냈다. 원두는 전부 아프리카산이고, 바 옆에서는 매일 생두를 팬에 볶는 커피 세리머니가 열린다.
1.올해 2월 7일, 시애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과 바닷가 사이를 잇는 보행교 위에 Boon Boona Coffee(이하 Boon Boona)가 다섯 번째 카페를 열었다. 주소는 1515 Western Ave, 영업은 매일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이 자리는 시 공모에서 50곳이 넘는 경쟁자를 제치고 따냈다. 심사는 비영리단체 Friends of Waterfront Park와 시의 워터프런트 담당 부서, Seattle Center 세 곳. 이달에는 커피 매체 Sprudge가 이 가게의 설계와 장비를 다시 다뤘다.
2.보행교 이름은 오버룩 워크(Overlook Walk). 2019년 해안을 따라 달리던 알래스칸 웨이 고가도로(Alaskan Way Viaduct)를 헐어 낸 자리에, 7,000만 달러를 들여 놓은 다리다. 시장에서 바닷가까지 걸어서 곧장 내려가는 길은 2024년 10월 이 다리가 열리면서 처음 생겼다. 다리 자체는 8억 600만 달러짜리 워터프런트 공원 재개발의 한 부분이고, 카페는 다리 중간의 지붕 덮인 파빌리온에 들어갔다.

3.가게는 큰 유리창과 옆으로 밀어 여는 유리문으로 안팎을 튼다. 문을 다 밀어 두면 파빌리온 지붕 아래 테이블까지 한 바닥처럼 이어지는 구조. 설계는 시애틀 건축사무소 Boxwood가 했고, 테이블 상판은 지역 공방 Splinter and Slag가 전나무로 짰다. 벽에 걸린 커피 향미 휠은 작가 예기 마이클(Yeggy Michael)이 새로 그린 그림. 파빌리온 아래 통로에는 앤 해밀턴(Ann Hamilton)의 설치작품 「Guests」가 걸려 있다.


4.바에는 3그룹 Slayer Steam EP 에스프레소 머신이 서고, 필터 커피는 Modbar Pour-Over로 낸다. 아프리카 밖 원두는 쓰지 않는다. 에티오피아·케냐·우간다·르완다·콩고민주공화국의 싱글 오리진을 돌리고, 저녁에는 시애틀 양조장 맥주와 워싱턴주 와인도 조금 곁들인다.
5.바 한쪽에서는 매일 동아프리카식 커피 세리머니가 열린다. 팬에 올린 생두가 불을 먹으면 풀 냄새가 고소한 연기로 바뀌고, 그 콩을 절구에 빻아 흙 주전자 제베나(jebena)에 끓인다. 주전자를 높이 들어 작은 잔을 한 줄로 채우고, 같은 가루로 세 번을 우려 세 차례 잔을 돌린다. 주전자를 드는 사람은 창업자의 어머니. 에스프레소 한 잔이 30초에 나오는 바 옆에서, 한 시간을 넘기는 의식이 매일 같은 자리에 선다.


6.드립 바 쪽 맛은 방향이 다르다. 에티오피아 워시드는 보통 재스민과 레몬 껍질 같은 향이 먼저 오고, 케냐는 블랙커런트를 닮은 신맛이 혀 옆을 긁고 지나간다. 우간다나 콩고 커피는 보통 그보다 묵직하게 가라앉는다. 산지마다 다른 이 맛을 손님 앞에서 한 잔씩 갈라 보여 주는 자리가 Modbar 드립 바. 시애틀 커피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진하게 볶은 에스프레소와는 반대편에 선 잔.
7.창업자 에프렘 페사하(Efrem Fesaha)는 에리트레아 이민자 부모 밑에서 웨스트 시애틀에서 자랐다.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 기업 재무 일을 했고, 2011년 에리트레아 수도 아스마라(Asmara)에 갔다가 동네 카페가 사람을 모으는 모습을 봤다. 이듬해 차린 회사는 카페가 아니라 에티오피아 생두를 들여와 파는 회사였다. 회사 이름은 커피를 뜻하는 두 말을 붙여 지었다. boon은 에리트레아와 케냐 일부, boona는 에티오피아에서 쓰는 말.

8.같은 시장 안에는 스타벅스가 1970년대부터 쓰는 매장이 있고, 그 앞에 늘어선 줄은 시애틀 관광의 한 장면이다. 관광객이 이 시장에서 찾는 건 시애틀 커피가 시작된 곳. Boon Boona는 그 관광객에게 커피가 처음 시작된 땅의 방식을 내민다. 개장도 올여름 시애틀 월드컵 경기가 열리기 전으로 잡았다고 지역지는 전한다.
9.심사단이 본 건 매출 계획보다 이 가게를 어떻게 쓰겠냐는 제안이었다. 렌턴(Renton) 1호점은 주말 오후마다 정각에 세리머니를 열고, 카운티 도서관 직원의 동화 읽기와 시 낭독회에 자리를 내줬다. 오버룩 워크 가게도 작가와 비영리단체, 지역 소상공인이 모이는 자리로 쓰겠다고 했다. 관광지 한가운데에 동네 사랑방을 넣겠다는 제안.

10.이 회사의 시작은 잔이 아니라 생두 자루였다. 2012년에 생두를 들여와 팔았고, 2016년에 직접 볶기 시작했으며, 2019년에야 렌턴에 첫 카페를 냈다. 그 뒤로 캐피톨 힐(Capitol Hill), 워싱턴대 서점, 레드먼드의 대기업 사옥 안에 매장을 냈다. 볶은 원두는 지역 협동조합 마트 PCC에도 도매로 들어간다고 PCC는 소개한다.
11.공식 온라인 숍 가격으로 12온스(340g) 블렌드가 19달러, 싱글 오리진이 25달러 안팎이다. 에티오피아 생두도 2파운드 18달러에 판다. 집에서 세리머니를 해 보라는 상품으로, 파운드당 9달러. 원두 봉지에 드는 생두를 수입가로 치면 판매가의 5분의 1 안팎이다. 이 회사가 소비자에게 파는 생두 가격으로 따져도 3분의 1이 안 된다. 수입가가 공개되지 않았으니 어디까지나 추정.
12.잔 쪽은 계산이 다르다. 손님 후기에는 이 회사 다른 매장의 16온스 라테가 7달러를 넘는다는 글이 있다. 원두와 우유, 컵을 합친 재료비는 1달러 남짓(추정). 무거운 건 사람 손. 2026년 시애틀 최저시급은 21.30달러이고, 바리스타 한 명이 시간당 25잔을 낸다고 치면 잔당 인건비만 1달러 가까이 든다. 매일 한 시간이 넘는 세리머니에도 사람이 붙는데, 세리머니 요금은 공개돼 있지 않다.
13.임대 조건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공공 공원 매점 계약은 매출에 연동한 사용료를 두는 경우가 많지만, 이 계약의 요율과 기간은 알려진 게 없다. 더 큰 변수는 날씨. 좌석 상당수가 벽 없는 파빌리온 아래에 있어, 비가 길게 오는 시애틀의 겨울에는 바깥 자리가 줄어든다. 가게가 문을 연 건 그 겨울 끝자락인 2월. 여름 관광철을 통째로 앞에 두려고 고른 날짜 아니었을까.

14.커피 세리머니는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가정에서 손님을 맞을 때 하는 일이다. 미국에서는 에티오피아 식당이 식사 뒤에 내던 것이지, 스페셜티 카페의 메뉴가 아니었다. 시애틀 커피는 스타벅스 이래 진하게 볶은 에스프레소를 중심으로 자랐다. 그 도시에서 가장 붐비는 관광 동선 위에, 산지별로 갈라 내리는 드립과 가장 오래된 방식이 한 바에 나란히 섰다.

15.세리머니는 한 시간 동안 한 무리의 손님에게만 잔을 돌린다. 같은 시간에 에스프레소 머신은 잔 수십 개를 뽑으니, 잔 수로만 따지면 계산이 안 맞는 일. 그런데 공모에서 이 가게를 뽑게 한 제안의 한가운데에 바로 그 한 시간이 있었다. 관광지 매점과 이 가게를 가르는 것도 결국 그 한 시간.
16.생두 수입상에서 출발한 매장 다섯 곳짜리 회사가 7,000만 달러를 들인 보행교 위 카페 자리를 50곳 넘는 경쟁 끝에 가져갔다. 바에서는 에스프레소와 아프리카 싱글 오리진 드립을 내고, 옆에서는 매일 생두를 팬에 볶아 세 잔씩 따른다. 국내 공원이나 광장의 카페 자리는 보통 사용료를 가장 높게 써 낸 쪽이 가져가는 입찰로 나간다. 그 점수표에는 매일 한 시간짜리 세리머니 같은 계획을 적어 넣을 칸이 따로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