댈러스 대학가의 오래된 상가 광장에 Kilo Coffee가 문을 열었다. 드립 한 잔은 11달러에서 시작해 50달러까지 올라간다. 원두는 직접 볶지 않고, 가게 이름은 킬로그램에서 따왔다.
1.9월 첫 주말, 미국 노동절 연휴에 댈러스 스나이더 플라자(Snider Plaza)의 Kilo Coffee(이하 Kilo)가 그랜드 오프닝을 열었다. 서던메소디스트대학교(Southern Methodist University, 이하 SMU) 캠퍼스 바로 옆, 1920년대에 문을 연 상가 광장의 한 모퉁이. 드립 메뉴 9가지의 가격이 한 잔 11달러에서 시작해 50달러까지 올라간다. 지역 매체 PaperCity는 개업 소식을 전하며 그 50달러를 기사 제목에 그대로 걸었다.

2.가게를 차린 사람은 다섯. 알렉스 부(Alex Vu)·빅토리아 부(Victoria Vu)·라이언 부(Ryan Vu) 삼남매와 친구 앤서니 응우옌(Anthony Nguyen), 바오 응우옌(Bao Nguyen). 부모는 댈러스 근교에서 베트남 식당 V's House를 하는데, 알렉스는 그 식당의 에스프레소 머신을 직접 고치며 추출을 익혔다. 올해 초 같은 광장과 케이티 트레일(Katy Trail) 산책로에서 팝업을 열어 반응을 먼저 봤다. 영업은 매일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3.설계는 댈러스의 Kuzuu Design을 이끄는 하쓰미 구즈(Hatsumi Kuzuu)가 맡았다. 앞서 소바집 Tei-An과 레스토랑 FT33을 설계한 사람. 매장 한가운데에 바를 두고, 둘레에 낮은 라운지 의자와 카운터석, 테이블 몇 개를 붙였다. 바는 구멍 뚫린 격자 블록을 곡선으로 쌓아 앞면을 두르고, 등 뒤로는 나무 패널 벽이 선다.
4.안쪽에는 아트리움을 따로 뒀다. 위에서 자연광이 떨어지고, 살아 있는 나무 옆에 나무 벤치가 놓인다. 이 아트리움에 바를 마주 보는 자리 넷을 따로 뺐다. 문을 연 뒤 몇 달 안에 오마카세식 커피 시음을 여기서 열 계획이고, 예약 플랫폼 Tock에는 이미 가게 페이지가 올라 있다.
5.바의 기계는 두 종류. 우유 음료는 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이,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는 반자동 머신이 맡는다. 드립 자리 카운터 밑에는 무게 센서를 심어 물을 붓는 동안 그램 단위로 잰다. 가게 이름은 킬로그램에서 따왔다. 개업 전 기사들은 시그니처 음료 이름을 잔의 무게로 짓는다고 전했는데, 지금 메뉴판은 Orange .013·Bergamot .008처럼 맛 이름 뒤에 점과 숫자를 붙였다.
6.Orange .013은 에스프레소에 오렌지와 너트메그, 다크 초콜릿을 더한 잔. 사진 속 잔은 크림 위에 말린 오렌지 조각과 초콜릿 가루를 반씩 덮었다. Bergamot .008은 얼 그레이를 넣은 에스프레소 토닉에 생레몬을 짠다. 에스프레소 토닉은 보통 탄산이 잔 위로 터지며 쓴맛이 먼저 오고 커피가 뒤따라 가라앉는데, 여기에 베르가못 향이 한 겹 더 얹힌다. 말차 음료 넷까지 합친 시그니처 9가지는 모두 한 잔 9.50달러다.


7.드립 쪽은 케냐·중국·콜롬비아, 그리고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기른 커피까지 돌린다. 원두는 아칸소주의 로스터 Onyx Coffee Lab(이하 Onyx)에서 받는다. 메뉴에 오른 파나마 게이샤는 치리키(Chiriquí)주 볼칸(Volcán)의 Finca Deborah 커피로, 생산자는 대회 원두로 이름난 제이미슨 새비지(Jamison Savage)다. 해발 1,650m에서 딴 체리를 산소를 줄인 채 36시간 발효해 말렸고, Onyx는 그레이프 소다·라임·제비꽃·재스민을 컵 노트로 적었다. 게이샤는 보통 입에 닿는 질감이 차처럼 가볍고, 식으면서 꽃향이 짙어진다.

8.스나이더 플라자는 1927년 6월, 광장 가운데 분수에 물을 틀며 문을 열었다. SMU와 붙어 있고, 둘레는 댈러스에서도 부유한 동네로 꼽히는 유니버시티 파크(University Park). 차로 움직이는 도시에서 걸어서 장을 보는 몇 안 되는 광장이라, 학생과 동네 주민이 같은 인도를 쓴다. 지역 매체 Hoodline은 올봄 이 광장의 카페 경쟁을 두고 '커피 군비 경쟁'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9.Kilo가 겨냥한 손님은 한 부류가 아니다. 알렉스는 CultureMap Dallas에 "다가가기 쉬운 게 가장 중요하다"며, 커피를 얼마나 아는 사람이든 맞추겠다고 했다. 홈페이지도 호기심 많은 손님, 클래식을 찾는 손님, 가볍게 들르는 손님을 차례로 부른다. 그래서 한 바 위에 9.50달러짜리 달콤한 시그니처 음료와 50달러 드립이 나란히 선다. 학생은 앞쪽, 동네의 커피 애호가는 뒤쪽.
10.Onyx 온라인 숍은 이 게이샤를 2온스(약 57g) 33달러에 팔았다. 드립 한 잔에 원두 18g을 쓰면 소매가로 10달러 남짓. 어느 잔이 50달러인지는 기사에 나오지 않아, 여기서는 가장 비싼 잔을 이 게이샤로 본다(추정). 그 잔에서 원두는 얼마를 차지할까.
11.도매가를 소매보다 4분의 1쯤 싸게 잡으면 원두 값은 8달러 선이고, 50달러 잔에서 원두 몫은 16% 안팎이다(추정). 11달러 잔도 원두 몫이 10% 안팎이라 비율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 손과 컵 값은 두 잔이 같다. 벌어지는 건 비율이 아니라 한 잔이 남기는 금액이다. 원두와 손과 컵을 빼고 남는 돈은 한쪽이 8달러, 다른 쪽이 40달러.
12.대신 50달러 잔은 많이 팔리지 않는다. 드립은 한 잔에 바리스타 한 사람을 몇 분씩 붙잡고, 원두 설명까지 곁들이면 더 길어진다. 손님 후기에 먼저 나오는 말도 긴 줄. 그 사이를 빅토리아가 맡은 음식이 메운다. 아침 샌드위치가 10달러, 점심 샌드위치가 14~15달러이고, 소고기·치킨 파이 같은 짭짤한 페이스트리가 8.50달러.

13.스나이더 플라자의 다른 점포는 2022년 매물 공고에서 1제곱피트당 연 임대료 55달러를 내걸었다. 건물 세금·보험·관리비를 세입자가 따로 내는 NNN 조건이었고, 그 몫이 15.75달러. Kilo 자리의 임대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14.매장을 1,600제곱피트(약 45평)로 가정하면 임대료와 NNN만 한 달 9,400달러쯤 된다(추정). 11달러 드립이 남기는 8달러로 메우려면 하루 40잔 가까이 팔아야 하는 금액이다. 50달러 잔이면 하루 8잔. 바 앞의 네 자리가 이 가게 계산에서 무거운 까닭.

15.스페셜티 카페가 가격을 올릴 때는 보통 직접 볶는다는 걸 앞세웠다. 로스터를 들이고 생두를 고르는 일이 곧 가게의 신용이었다. Kilo는 로스터 없이 문을 열었다. 볶는 일은 아칸소 로스터에 맡기고, 가게는 잔을 재고 내리는 일에 돈과 사람을 모았다. 카운터 밑 무게 센서와 숫자를 붙인 음료 이름이 그 선택을 손님 눈에 보이게 만든다. 로스터 설비와 볶는 사람 인건비가 빠진 대신, 원두 한 봉에서 남는 몫은 Onyx와 나눈다.

16.댈러스 대학가 상가에 다섯 친구가 로스터 없이 연 카페가 드립 가격을 11달러부터 50달러까지 9칸으로 나누고, 바 앞 네 자리를 시음용으로 떼어 뒀다. 원두 몫은 가장 싼 잔과 가장 비싼 잔이 10%와 16%로 비슷하고, 차이는 한 잔이 남기는 금액에서 난다. 국내에서 먼저 걸리는 건 상권이다. 대학 앞 1층은 보통 2천 원대 아메리카노가 채우고 있어서, 학생과 부유한 주민이 같은 인도를 걷는 상가 자체가 드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