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금융가가 텅 비는 토요일 아침, 런던 월의 커피집 바 뒤에 미국 아칸소에서 온 로스터리 직원들이 섰다. 평일 출근길에 줄을 세우는 Rosslyn이 원래 손님이 없는 이틀을 행사로 채웠다.
1.지난 9월 26일과 27일,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동안 런던 시티(City of London)의 Rosslyn 런던 월(London Wall) 매장 바를 Onyx Coffee Lab 팀이 맡았다. 2012년 미국 아칸소에서 시작한 로스터리로, 올해 세계 100대 커피숍 순위에서 미국 카페로는 처음 1위에 오른 곳이다. 아침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꿀과 시나몬을 넣은 라테를 팔았고, 두 가게 이름을 함께 새긴 머그도 냈다. 고른 날은 금융가 직장인이 출근하지 않는 주말이었다.
2.시작은 2018년 퀸 빅토리아 스트리트(Queen Victoria Street). 멜버른에서 커피를 배우고 런던의 Caravan에서 함께 일한 제임스 헤네브리(James Hennebry)와 맷 러셀(Mat Russell)이 세웠고, 외부 투자 없이 매장을 늘려 지난 7월 칩사이드(Cheapside)에 열 번째 매장을 열었다. 자리는 세인트 메리 르 보(St Mary-le-Bow) 교회 종탑 바로 아래. 그 일주일 전에는 유럽 100대 커피숍 순위에서 12위에 올라 잉글랜드 카페 가운데 가장 높았다.

3.첫 매장은 40㎡, 12평 남짓. 쐐기 모양 모퉁이 땅에 바닥부터 천장까지 유리를 세우고 벽은 흰색과 옅은 회색으로 칠했다. 문이 둘이어서 오른쪽으로 들어와 주문하고, 잔을 받으면 왼쪽 문으로 나간다. 줄이 길어져도 들어오는 사람과 나가는 사람이 부딪치지 않는 동선이고, 앉을 데는 창가 턱과 문밖 벤치 정도. 벽에는 파이낸셜 타임스 지면.

4.바 장비는 속도에 맞춰 골랐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La Marzocco KB90, 그라인더는 Nuova Simonelli Mythos One. 필터 커피는 BUNN 배치 브루어로 미리 내려 두고, 한 잔씩 내리는 커피는 Marco SP9가 맡는다. 우유는 Marco MilkPal이 버튼 하나로 데운 우유와 거품을 정해진 양만큼 낸다. 바리스타가 스팀 피처를 들고 서 있던 시간은 이제 기계 몫.

5.원두는 쓰임에 따라 셋으로 나눈다. 우유에 섞을 원두, 블랙으로 마실 원두, 필터용 원두가 따로이고, 기본 블렌드는 콘월의 Origin Coffee가 볶아 봉투 대신 깡통에 담아 보낸다. 우유 음료용 블렌드는 보통 산미를 눌러 초콜릿과 캐러멜 쪽으로 맞춘다. 거품을 얇게 올린 플랫화이트라면 입술에 먼저 닿는 건 거품 아래 데운 우유의 단맛이고, 커피는 그 뒤에 따라온다. 분홍색 테이크아웃 컵은 가게 이름에서 나온 색이라고 회사는 설명한다.
6.메뉴판에 없는 커피는 어떻게 낼까. 해외 로스터리의 드문 원두를 한 잔 분량씩 나눠 얼려 두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언 채로 갈아 내린다. 원두는 얼리면 향이 덜 날아가고 갈 때 입자도 고르게 나와서, 한 봉을 며칠 동안 나눠 쓸 때 뒤로 갈수록 향이 빠지는 문제가 줄어든다. 같은 바에서 주전자로 따라 주는 배치 브루와, 언 원두를 갈아 한 잔씩 내리는 커피가 나란히.

7.시티의 아침은 길지 않다. 9시 전에 사무실에 닿아야 하는 사람이 커피 한 잔에 쓸 수 있는 시간은 몇 분이고, 이 동네에서는 오래도록 체인이 그 몇 분을 맡았다. 헤네브리는 자기 일을 이렇게 설명한다. "뽐내는 게 아니라, 기본을 매번 빠르고 정확하게 해내는 일." 맛은 독립 카페, 속도는 체인이라는 구분을 한 카운터 안에서 없앴다.

8.그렇다고 기계만 남은 가게도 아니다. 바리스타는 단골의 이름과 늘 시키는 메뉴를 외우고, 회사 소개에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좋은 커피를 만든다"는 한 줄이 적혀 있다. 아일랜드 출신 헤네브리와 호주 출신 러셀은 호주 카페의 품질 기준에 아일랜드식 접객을 얹었다고 말한다. 직장인은 매일 같은 길로 출근하니, 이름을 한 번 불러 준 가게로 다음 날 또 들어간다.

9.런던 월 매장의 주문 앱 메뉴판에서 플랫화이트는 3.20파운드, 우리 돈 6,000원 안팎이다. 영국은 들고 가는 따뜻한 음료에도 부가가치세 20%를 붙이기 때문에, 이 가운데 0.53파운드는 처음부터 세금 몫.
10.재료비는 원두와 우유, 컵과 뚜껑을 합쳐 한 잔에 0.85파운드쯤으로, 세금을 뺀 판매가의 3할 남짓이다(추정). 우유는 서머싯의 The Estate Dairy가 20L 통에 담아 매일 실어 오고, 그 덕에 해마다 플라스틱 우유병 8만 개 넘게 덜 나온다. 병뚜껑을 따고 빈 병을 치우는 손도 그만큼 준다. 바쁜 매장은 하루 1,300잔까지 낸다.
11.Rosslyn은 런던 생활임금을 주는 인증 업체다. 지난 5월부터 적용된 시급은 14.80파운드로, 법정 최저임금보다 높다. 바쁜 매장 한 곳에 하루 50시간어치 인력을 쓴다고 치면 고용주 부담금까지 얹어 한 잔에 0.87파운드가 든다(추정, 하루 1,000잔 기준).
12.임대료는 공개하지 않는다. 시티 1층 소형 점포의 임대료와 사업세를 합쳐 1년 10만 파운드로 잡으면, 하루 1,000잔씩 1년 250일을 팔 때 한 잔에 0.40파운드쯤이다(추정). 세금과 재료, 사람, 자리를 빼면 3.20파운드 가운데 남는 건 0.55파운드. 카드 수수료와 관리비, 본사 비용도 이 안에서 나간다.
13.평일만 바쁜 가게라도 임대료는 1년 내내 나간다. 시티는 주말이면 사람이 빠지는 동네라 토요일과 일요일은 고정비만 나가기 쉬운 날이고, Onyx보다 한 달 앞선 8월 마지막 주말에도 코펜하겐의 Coffee Collective 팀이 같은 매장 바를 맡았다. 두 번 다 빈 날에 커피를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을 불렀다. 매장 선반에는 한 봉에 9.80파운드인 원두와 초콜릿 음료 가루를 쌓아 두고, 행사 날에는 두 가게 이름을 새긴 머그를 함께 팔았다.

14.런던의 첫 커피하우스는 1652년 콘힐(Cornhill)의 세인트 마이클스 앨리(St Michael's Alley)에 섰다. 커피하우스에 모여 배와 화물 보험을 거래하던 사람들에게서 Lloyd's of London이 나왔고, 증권 거래도 그 무렵 커피하우스 탁자에서 오갔다. 헤네브리가 "런던은 멜버른이나 시애틀보다 훨씬 먼저 커피 문화를 만들었다"고 말할 때 가리키는 곳이 이 골목들이다. Rosslyn 매장 대부분이 거기서 걸어서 몇 분 거리.

15.스페셜티 카페는 매장을 늘릴 때 보통 동네를 넓힌다고들 한다. Rosslyn은 8년 동안 시티 밖으로 나가지 않았고, 매장 열 곳이 모두 스퀘어 마일(Square Mile)로 불리는 이 금융가 안에 있다. 같은 출근 인구를 매장끼리 나눠 갖는 위험을 감수한 대신, 원두와 우유 배송, 바리스타 교대와 대타를 한 동네 안에서 돌린다. 헤네브리 자신도 아직 바에 서서 교대 근무를 한다고 City AM은 전한다.

16.런던 금융가에서 평일 아침 장사로 하루 최대 1,300잔을 내는 Rosslyn이 칩사이드에 열 번째 매장을 냈고, 지난 주말에는 원래 손님이 없던 이틀에 세계 1위 로스터리를 바에 세웠다. 3.20파운드짜리 한 잔에서 세금과 재료, 사람값, 자리값을 빼면 0.55파운드 안팎이 남아 잔 수로 버티는 구조다(추정). 국내 오피스 상권에서는 2,000원 안팎의 저가 테이크아웃 커피가 이미 속도를 쥐고 있어서, 세 배 가격을 받으려면 맛과 이름을 불러 주는 접객을 첫 잔부터 보여 줘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