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에서 호주식 카페 두 곳을 키운 호주 사람 둘이 그 가게를 직원들이 조금씩 사들이는 구조로 돌려 두고 고향으로 왔다. 새 가게는 오후 3시 반이면 문을 닫는 동네 모퉁이 카페다.
1.멜버른 남동쪽 아마데일(Armadale)의 하이 스트리트(High Street) 1184번지 모퉁이에 지난 9월 Great Jones가 문을 열었다. 평일은 아침 7시, 주말은 7시 반에 열고 오후 3시 반이면 닫으며, 예약은 받지 않고 걸어 들어온 손님만 앉힌다. 주인 조시 에번스(Josh Evans)와 닉 덕워스(Nick Duckworth)는 뉴욕에서 10년 가까이 호주식 카페를 하다 돌아왔다.
2.두 사람이 뉴욕에 남겨 두고 온 건 매장 두 곳. 그리니치빌리지(Greenwich Village)와 웨스트빌리지(West Village)에서 Banter라는 이름으로 하던 카페로, 2023년 1월부터 직원들이 지분을 나눠 갖는 회사가 됐다. 문을 닫거나 남에게 통째로 판 게 아니고, 직원 몫이 해마다 커지도록 구조를 짜 두고 손을 뗐다. Great Jones는 그 뒤 두 사람이 호주에서 처음 낸 가게.
3.건물은 모퉁이를 비스듬히 깎아 출입구를 낸 단층 상가다. 가게가 공개한 외관 그림에는 지붕선 위로 장식 난간이 솟고, 두 면에 물결 모양 차양이 걸리고, 길가에 작은 원탁과 접이식 의자가 놓인다. 안쪽은 공개된 사진에 보이는 만큼만. 초록 결이 도는 돌 상판, 가로살 등받이의 나무 의자, 푸른 천을 씌운 긴 의자, 탁자마다 꽂아 둔 주황색 안스리움.

4.메뉴는 브런치 카페의 익숙한 줄에 유럽 재료를 얹었다. 부드럽게 접어 익힌 달걀 위에 칼라브리아 고추와 튀긴 케이퍼, 스트라치아텔라를 올리고, 샐러드와 샌드위치, 매장에서 구운 빵과 과자를 낸다. 원두는 시드니의 로스터리 Single O에서 받는다. 직접 볶지 않고 이름 있는 로스터의 원두를 받아 쓰는, 멜버른 동네 카페에서는 흔한 방식.

5.대표로 내세우는 음료는 뜨거운 플랫화이트가 아니라 차가운 커피. 콜드브루 위에 바닐라를 넣은 차가운 우유 거품을 두껍게 얹고,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와 바닷소금, 깎은 초콜릿을 뿌린다. 젓지 않고 마시면 입술에 먼저 닿는 건 거품의 단맛과 소금이고, 올리브유의 풀 냄새가 그 위를 지나간 뒤에야 오래 우린 커피의 쓴맛이 아래에서 올라온다. 뉴욕 윌리엄스버그(Williamsburg)의 식당 Lilia에서 두 사람이 즐겨 먹던 디저트를 잔에 옮겼다고 한다.
6.콜드브루는 미리 우려 두는 커피다. 주말 오전 주문이 몰려도 바리스타는 잔에 따르고 거품을 올리고 뿌리기만 하면 돼서, 에스프레소 머신 앞에 걸리는 시간이 그만큼 빠진다. 올리브유와 소금은 한 잔에 몇 그램 들지 않으니 재료비도 거의 그대로. 멜버른 사람이 보통 시키는 건 플랫화이트지만, 사진을 찍어 올리는 잔은 위에 무언가 얹힌 쪽이다.
7.아마데일은 도심에서 남동쪽으로 6~7km 떨어진 오래된 주택가다. 하이 스트리트는 골동품점과 웨딩드레스 가게, 공예 유리 가게가 늘어선 거리로 알려져 있고, 주변 단독주택에서 아이와 개를 데리고 나오는 사람들이 아침 손님이 된다. 출근길에 들고 가는 커피보다 앉아서 먹는 늦은 아침이 장사가 되는 동네.


8.덕워스는 시드니, 에번스는 멜버른 출신. 2015년 무렵 뉴욕으로 건너간 둘은 놀리타(Nolita)의 호주식 카페 Two Hands에서 같이 일하다 만났고, 2016년 말 설리번 스트리트(Sullivan Street) 169번지에 첫 Banter를 열었다. 메뉴는 아보카도 토스트와 치아 볼, 플랫화이트. 2019년 말 허드슨 스트리트(Hudson Street)에 두 번째 매장이 붙었고, 이듬해 봄에 팬데믹이 왔다.


9.뉴욕에서 호주식 카페가 하나의 업종이 된 건 2010년대 초다. 2013년에 Bluestone Lane이 문을 열었고, 같은 해 미드타운에는 멜버른 골목 이름을 딴 Little Collins가 섰다. 맨해튼 사람에게 플랫화이트와 아보카도 토스트를 판 가게들이 이 무렵 줄줄이 생겼고, 두 사람은 그 흐름이 한창일 때 들어가 직원으로 일을 배웠다.

10.2023년 1월 1일, Banter 지분 10%가 직원들에게 돌아갔다. 회사를 사들인 쪽은 Teamshares로, 떠나려는 주인에게서 작은 회사를 사들여 직원 소유로 바꿔 가는 회사다. 직원은 돈을 내지 않고 일한 기간에 따라 지분을 받고, 가게가 남긴 이익으로 Teamshares 몫을 조금씩 되사서 없앤다. 직원 몫이 80%에 이를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10년에서 20년.
11.Teamshares가 사들이는 건 1년 매출이 100만~1,000만 달러인 흑자 회사다. 매장 두 곳짜리 Banter도 그 범위에 들었다는 이야기가 되고, 매각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장 자리에는 새로 알렉스 스킬리안(Alex Skiljan)이 앉았다. 창업자는 돈을 받아 떠나고, 가게 이름과 자리와 함께 일하던 사람은 그대로 남는다.

12.멜버른에서 낸 구인 공고에는 바리스타 시급이 30~35호주달러로 적혀 있다. 우리 돈으로 2만 7,000~3만 2,000원쯤. 호주에서는 정해진 근무 일정 없이 일하는 캐주얼 직원에게 시급 25%를 더 얹어 주게 돼 있고, 주말에는 그 위에 할증이 또 붙는다. 주말 브런치로 버는 동네 카페는 가장 바쁜 날에 인건비를 가장 비싸게 치른다.
13.멜버른 브런치 카페는 매출의 35~40%를 인건비로, 30% 안팎을 음식과 음료 재료비로, 10~15%를 임대료로 내는 게 보통이다(업계 통상 범위로 잡은 추정). 이 셋을 빼면 손에 남는 건 한 자릿수 퍼센트. 오후 3시 반에 닫는 가게는 하루 영업이 8시간 반뿐이라, 저녁 장사로 임대료를 나눠 낼 수도 없다.
14.그래서 Great Jones는 한 사람이 쓰는 돈을 올리는 쪽으로 메뉴를 짰다. 커피 한 잔으로 끝나지 않게 접시를 시키게 만들고, 구인 공고 기준으로는 와인과 맥주, 칵테일 목록도 갖춘다. 예약은 왜 받지 않을까. 오지 않은 예약 손님 한 팀이 주말 오전 한 테이블의 두 시간을 통째로 비운다.

15.가게 이름은 맨해튼 노호(NoHo)의 거리 그레이트 존스 스트리트(Great Jones Street)와 같다. 왜 이 이름을 골랐는지는 찾아본 기사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10년 전엔 호주 카페를 뉴욕에 가져갔고, 이번엔 뉴욕 거리 이름과 뉴욕 식당에서 배운 음료를 들고 멜버른에 왔다. 메뉴판에 오른 건 고향 사람들이 원래 먹던 브런치.
16.뉴욕 카페 두 곳을 직원 소유 구조로 넘기고 돌아온 두 사람이 멜버른 주택가 모퉁이에 오후 3시 반이면 닫는 브런치 카페를 열었다. 뉴욕에 남은 Banter의 직원 몫은 10%에서 출발해 80%까지 간다. 국내에서 카페 주인이 가게를 떠나는 길은 보통 권리금을 받고 다음 임차인에게 넘기는 것 하나라, 함께 일하던 직원에게 넘기고 싶어도 그 지분을 대신 사 줄 돈이 시장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