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에 지은 사옥 세 채에 새 건물 한 채를 붙여, 객실 열여덟 개짜리 호텔을 만들었다. 연면적 519평 가운데 절반 이상이 손님에게 파는 방이 아니다. 로비도 라이브러리도 투숙객만 쓰고, 레스토랑은 바깥 손님을 한 달에 며칠만 받았다. 3년 반 동안 팔 물건이 방 하나뿐이었고, 그 방값이 시장 평균의 세 배였다.
1.2022년 4월 1일, 교토 시모교구(下京区) 쇼멘도리(正面通)의 3층짜리 건물이 객실 18실짜리 호텔 마루후쿠로(丸福樓)로 문을 열었다. 게이한(京阪) 시치조(七条)역에서 걸어서 6분, 교토역에서 15분. 1930년에 올린 이 건물의 원래 용도는 사옥, 주인은 야마우치(山内) 집안.
2.그 집안이 1889년 화투를 만들며 시작한 회사가 닌텐도(任天堂)다. 호텔 이름은 1947년 법인으로 바꿀 때 쓰던 상호 마루후쿠(丸福)에서 왔다. 건물은 지금도 창업 가문이 쥐고 있고, 운영은 플랜두시(プラン・ドゥ・シー)가 맡는다. 개수의 설계감수는 안도 다다오(安藤忠雄), 실시설계는 안도 다다오 건축연구소와 노무 건축설계실(ノム建築設計室), 시공은 오바야시구미(大林組).

3.부지 802㎡에 연면적 1,716.08㎡, 우리 단위로 519평. 옛 사무동과 주거동과 창고동 세 채를 남기고 신축동 한 채를 끼워 넣어 네 채가 됐고, 네 채에 스페이드·하트·클럽·다이아몬드라는 이름을 각각 붙였다. 화투와 트럼프를 만들던 집이 남긴 이름표.

4.객실은 33㎡에서 79㎡ 사이 열두 유형이고 그중 일곱이 스위트다. 유형별 면적을 넉넉하게 잡아도 객실 전용면적 합계는 810㎡ 언저리(추정), 연면적의 47%에 그친다. 남은 절반 이상을 라운지 둘과 라이브러리, 레스토랑, 계단과 복도가 나눠 갖는다. 도시형 호텔의 전용률이 보통 65%에서 75% 사이인 것과 견주면 공용부가 두 배로 두껍다.


5.옛 사무동 현관은 검푸른 돌기둥과 타일이 둘러싸고, 문 위 채광창에는 기하 무늬 격자가 박혀 있다. 벽에 붙은 놋쇠 명판에는 트럼프와 화투의 제조원이 야마우치 닌텐도라 적혀 있고, 창살에는 「福」자를 오려 냈다. 옛 주거동 다다미 방에는 유약 타일을 붙인 벽난로가 남았다. 이 물건들이 곧 요금표의 근거.


6.운영으로 넘어간다. 공표 요금은 1실 2인 10만엔부터인데 이 값이 전부 방값은 아니다. 석식 코스와 조식, 라운지에서 내는 음료와 가벼운 식사가 요금 안에 들어 있다. 2인분 식사를 3만 5,000엔쯤으로 놓으면 순수한 실료는 6만엔 안팎으로 내려간다(추정).
7.교토시 관광협회(京都市観光協会)가 집계한 2026년 4월 시내 주요 117개 시설의 평균 객실단가는 3만 1,296엔. 통계를 시작한 뒤 나온 월간 최고치. 같은 달 가동률은 85.1%로 1년 전보다 4.8포인트 내려갔다. 손님 수가 아니라 단가로 버티는 시장으로 바뀌는 중인데, 마루후쿠로의 실료 추정치는 그 평균의 두 배, 총액으로는 세 배가 넘는다.
8.매출을 세워 본다. 실제 가동률과 객단가는 공개되지 않아 이하는 전부 추정이다. 18실을 1실 10만엔에 가동률 70%로 굴리면 하루 126만엔, 1년에 4억 6,000만엔. 우리 돈 43억원 남짓. 519평으로 나누면 평당 월매출 7만 4,000엔, 69만원.
9.비객실 매출은 개업 이후 3년 반 동안 사실상 없었다. 요리가 호소카와 아이(細川亜衣)가 감수하는 레스토랑 carta.는 투숙객이 아닌 손님을 매달 정해진 며칠만 받고, 라운지 둘과 라이브러리는 투숙객 전용이며 굿즈숍도 두지 않았다. 성급 호텔이 연회장과 조식 뷔페와 웨딩으로 벌던 돈을 이 호텔은 벌지 않았다. 그 값을 객실 요금 하나에 전부 밀어 넣는 쪽을 골랐다.

10.그 구조가 2025년 11월 1일에 한 번 흔들렸다. 부지 안에 카운터 덴푸라 덴푸라 마루후쿠(天ぷら まるふく)를 열면서, 투숙객이 아닌 손님의 예약을 그날부터 받기 시작했다. 저녁에 두 번 돌리는 23석짜리 가게이고 코스는 2만엔에 서비스료가 따로 붙는다. 자리를 다 채우면 객실 정원보다 많은 손님이 들어온다. 3년 반을 방 하나로 버티던 집이 바깥으로 낸 첫 문.
11.그래서 인력이 객실 수에 비해 무겁다. 정원 36명에게 코스 석식과 조식을 내고 라운지를 하루 종일 여는 구조라면 주방과 서비스, 프런트, 객실 정비를 합쳐 25~30명은 붙는다(추정). 객실당 1.5명 안팎. 같은 자리에서 도시형 비즈니스호텔은 객실당 0.2명에서 0.3명.
12.여기에 세금이 하나 얹혔다. 2026년 3월 1일 숙박분부터 교토시 숙박세가 세 구간에서 다섯 구간으로 바뀌었고 상단이 1인 1박 1만엔까지 올라갔다. 다만 이 세금의 과세표준은 식사대와 소비세를 뺀 실료다. 조식과 석식을 요금에 묶어 파는 오베르주형 상품은 그 덕에 세금 구간이 한 칸 내려간다. 요금을 어떻게 갈라 표시하느냐가 세액을 가르는 자리.
13.손님이 왜 여기서 자나. 게임기 회사의 옛 사옥이라서만은 아니다. 놋쇠 명판과 창살의 「福」자와 다다미 방 벽난로는 돈으로 새로 만들 수 없는 재고다. 새로 지은 호텔이 아무리 좋은 재료를 써도 살 수 없는 것을 이 건물은 처음부터 갖고 있었다.


14.시장도 커졌다. 2024년 10월 2일 우지(宇治)에 닌텐도 뮤지엄(ニンテンドーミュージアム)이 문을 열었는데, 이것도 옛 공장을 고쳐 만든 시설이고 입장권은 추첨으로 판다. 교토 남쪽에 순례 동선이 하나 생겼고 그 동선의 출발점이 창업지다. 호텔이 만든 수요가 아니라 회사가 만들어 준 수요.
15.이 방식은 일본에서 20년 넘게 이어졌다. 은행과 학교와 공장을 숙박시설로 돌린 사례가 도시마다 쌓였고, 보통 옛 골조를 살리고 설비만 새로 넣는 쪽으로 갔다. 여기서 갈린 지점은 새 건물을 옆에 세운 방식이다. 옛 건물을 흉내 내지 않고 노출 콘크리트로 밀어붙여, 두 시대가 붙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상품으로 만들었다. 안도가 베네치아와 파리에서 오래된 건물에 개입할 때 쓰던 방식 그대로.
16.정작 그 이야기에는 재고가 없다. 성지순례로 오는 손님은 평생 한 번 오고 두 번 오지 않는다. 재방문이 안 붙는 상품이라 해마다 새 손님을 찾아야 하는데, 매출원이 객실 하나뿐이면 가동률이 흔들릴 때 받쳐 줄 자리가 없다. 교토의 가동률이 4.8포인트 내려간 해에 이 구조가 처음 시험대에 올랐다. 3년 반을 미루다 덴푸라 카운터를 열고 바깥 손님을 받기로 한 결정도, 그 자리를 메우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요약
1930년에 지은 사옥 세 채에 새 건물 한 채를 붙여 객실 18개를 넣었고, 연면적의 절반 이상을 손님에게 팔지 않는 공간으로 남겼다. 남는 숫자는 방 하나가 95㎡를 깔고 앉는다. 도시형 비즈니스호텔 네 개 몫이다. 그렇게 3년 반을 방 하나로 버티다 2025년 11월에야 덴푸라 카운터를 열어 바깥으로 문을 하나 냈다. 국내에서 같은 그림을 그리면 공사비가 아니라 용도변경에서 먼저 걸린다. 1930년대 철근콘크리트 건물을 숙박시설로 돌리려면 건축법상 용도변경에 내진성능 확보와 두 방향 피난, 스프링클러가 함께 걸리고, 부설주차장 대수는 숙박시설이 되는 순간 새로 계산된다. 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으면 현상변경 허가가 하나 더 붙는다. 그리고 802㎡ 땅에 방을 18개만 넣는 계획서는 대출 심사에서 걸린다. 같은 땅에 40개를 넣으라는 말을 듣게 되고, 그 말을 따르는 순간 이 사업이 아니게 된다. 이야기를 파는 호텔의 진짜 원가는 방을 덜 넣는 결정이며, 그 결정을 먼저 하지 않으면 도면은 그릴 필요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