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호텔의 가용 객실당 매출은 2019년보다 67% 높아졌다. 같은 시장의 중소형 호텔은 1년에 1.7% 올랐고, 수도권만 떼어 보면 오히려 내려갔다. 두 시장이 반대로 움직인 해에, 국내 중소형 호텔 네 곳이 세계 1위 체인의 간판을 달기로 했다. 국내 미드스케일 호텔이 글로벌 체인과 공식 브랜드 계약을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1.2026년 2월 26일, 인천 구월동의 한 호텔에서 계약서에 도장이 찍혔다. 숙박 솔루션 회사 더휴식(공동대표 신현욱·김준하)과 메리어트 인터내셔널(Marriott International)이 맺은 '시리즈 바이 메리어트(Series by Marriott)' 브랜드 본계약. 조인식 장소가 곧 전환 대상 물건 가운데 하나.
2.대상은 넷. 아늑 시그니처 호텔 서울 구로, 아늑호텔 인천 구월, 아늑 리조트앤스파 부산 해운대, 그리고 문 열기를 앞둔 아늑 시그니처 경기 안양이다. 넷 다 '아늑 시그니처, 시리즈 바이 메리어트'라는 이름으로 순차 전환된다. 더휴식이 2021년부터 개발·금융·시공·운영·마케팅·IT를 한 회사 안에 넣고 굴려 온 중소형 호텔 자산이 누적 200여 개.

3.이 계약을 읽으려면 시장부터 깔아야 한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ushman & Wakefield) 코리아가 낸 2026년 서울 호텔 마켓 리포트를 보면 2025년 서울 호텔의 객실 점유율은 79.2%, 가용 객실당 매출은 20만 7,345원이다. 2019년보다 67% 높다. 투숙객의 71.2%가 외국인이고, 2023년 이후 서울에 새로 붙는 객실은 연 1,000실 남짓으로 팬데믹 이전의 4분의 1.
4.중소형은 그 물길에서 비켜나 있었다. 야놀자리서치가 집계한 2025년 3분기 중소형 호텔 실적은 전년 같은 분기 대비 객실단가 2.6% 상승, 점유율 0.9%포인트 하락, 가용 객실당 매출 1.7% 상승. 제주가 32.8%, 부산이 21.6% 뛰는 사이 수도권은 2~3% 내려갔다. 외국인이 채운 호황이 끝내 닿지 않은 자리.
5.공간으로 들어간다. 아늑 시그니처 호텔 서울 구로는 113실이고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 차로 7분 거리다. 객실동에 대욕장과 건식 사우나, 마사지실, 피트니스, 식음 공간 두 곳을 붙였고 공표 최저 요금은 7만 4,802원. 대욕장과 사우나는 투숙객이 요금 안에서 쓰는 구조.

6.사우나가 이 브랜드의 물건이다. 공간기획사 스페이스플래닝이 인천 구월점에 넣은 건식 사우나는 90도를 넘기고, 마감재로 탄화목을 썼다. 문을 열면 탄 나무 냄새가 먼저 오고, 벤치에 앉아 몇 번 숨을 쉬면 코 안쪽이 마른다. 냉수와 온수는 온도를 따로 잡아 두고 관리하는 방식. 코로나 시기에 100여 개 자산의 객실 안으로 콘텐츠를 밀어 넣어 본 회사가, 이번에는 그걸 객실 밖으로 다시 꺼냈다.


7.물을 쓰는 시설은 도면에서 가장 비싼 칸이다. 대욕장을 하나 넣으면 그 층의 방수와 배수, 급탕 용량, 환기 계통이 통째로 바뀌고 객실로 팔 수 있었을 면적이 사라진다. 인천 구월점은 로비 라운지와 대욕장에 더해 2층에 브런치 뷔페, 3층에 80명이 들어가는 연회장을 뒀다. 부산 해운대점은 객실 안에 스파와 사우나를 넣은 키즈룸을 따로 판다. 상권마다 물을 다르게 쓴다.


8.운영으로 넘어간다. 이하 매출과 수수료 계산은 전부 추정이며 회사 공표치가 아니다. 서울 구로점의 주말과 성수기를 섞어 객실단가를 11만원, 점유율을 서울 평균에 맞춰 80%로 놓으면 113실이 1년에 만드는 객실매출은 36억원 안팎이다. 가용 객실당 매출로 환산하면 8만 8,000원. 서울 평균의 42% 수준.
9.지금 나가는 유통 비용을 세워 본다.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중개 수수료는 9.9%이고 가입비와 월 광고비가 따로 붙는다. 광고비는 야놀자 평균 34만 3,000원, 여기어때 39만원. 두 회사는 거래액 하위 40% 소상공인에 한해 9%로 낮춘 적이 있다. 직판 비중을 20%로 잡으면 플랫폼을 타는 매출이 29억이고, 수수료만 2억 9,000만원 언저리로 나간다.
10.메리어트 쪽 산수. 시리즈 브랜드의 국내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메리어트의 프랜차이즈 로열티는 통상 객실매출의 4~7%이고, 미드스케일인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Fairfield by Marriott) 기준으로는 로열티 5.5%에 광고 분담금 2.5%가 얹힌다. 그 8%를 그대로 대입하면 36억의 2억 9,000만원. 간판을 바꿔도 밖으로 나가는 돈의 총액은 거의 그대로다.
11.그래서 이 계약의 승부는 수수료를 깎는 데서 나지 않는다. 메리어트 본보이(Marriott Bonvoy) 회원은 2억 3,700만 명이고 그 예약은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들어온다. 투숙객의 71.2%가 외국인인 시장에서 중소형 호텔이 가장 못 잡던 손님이 정확히 그쪽에 있다. 객실단가가 10% 오르고 직판이 30%까지 올라가면 산수가 뒤집히고, 안 오르면 수수료가 받는 사람만 바꾼 것.
12.성급 호텔과 대조하면 이 모델의 자리가 보인다. 특급 호텔은 연회와 웨딩, 뷔페, 클럽 라운지로 객실 밖 매출을 만들고 그 비중이 40%를 넘기기도 한다. 미드스케일에는 그런 자리가 없다. 대신 대욕장과 사우나를 요금 안에 넣어 방값 자체를 올리는 쪽을 골랐다. 부대시설을 따로 파는 대신 방값에 녹여 팔았다. 회수는 느리고, 대신 비수기에 텅 비는 연회장을 떠안지 않는다.
13.왜 하필 사우나인가.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량을 보면 2026년 1월부터 4월 사이 사우나 검색은 주말에 평일의 1.7배, 연휴에는 2.6배로 몰렸다. 동네 목욕탕이 사라진 도시에서 물이 다시 상품이 됐고, 호텔은 그 수요를 하룻밤 요금에 묶어 파는 그릇으로 쓰인다. 대욕장을 요금에 넣는 결정은 취향이 아니라 검색량을 보고 내린 것에 가깝다.

14.이 브랜드 자체가 최근 물건이다. 시리즈 바이 메리어트는 2025년 5월 22일 세계 시장에 나온 지역형 컬렉션 브랜드이고, 인도의 Concept Hospitality가 창립 파트너로 26곳을 한꺼번에 열었다. 미국에서는 Found Hotels 다섯 곳이 전환됐고, 중국에서는 CG Hospitality와 100곳을 목표로 잡았다. 전면 리브랜드 없이 단계적으로 넘긴다는 것이 이 브랜드가 내건 조건.

15.관건은 계약의 길이다. 플랫폼은 성적이 나쁘면 다음 달에 빼면 그만이지만 프랜차이즈는 보통 10년 단위로 묶이고, 브랜드 기준을 맞추는 비용이 매년 따라붙는다. 더휴식이 무인 운영 솔루션으로 깎아 온 인건비를 메리어트의 운영 기준이 어디까지 허용하는지가 실제 손익을 가른다. 그 조건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고, 넷 중 첫 물건이 실제로 간판을 바꿔 단 뒤에야 확인된다.

요약
국내 중소형 호텔 네 곳이 세계 1위 체인의 컬렉션 브랜드로 순차 전환하기로 했고, 그 첫 계약이 2026년 2월에 맺어졌다. 남는 숫자는 서울 호텔의 가용 객실당 매출이 2019년 대비 67% 오르는 동안 중소형은 1.7% 올랐다. 그 격차를 메우려고 간판을 빌린 것인데, 계산해 보면 플랫폼에 내던 9.9%와 브랜드에 낼 8%는 총액이 거의 같아서 객실단가와 직판 비중이 안 움직이면 남는 게 없다. 같은 그림을 그리면 브랜드가 아니라 물에서 먼저 걸린다. 객실 아래층에 대욕장을 넣는 순간 급탕과 정화조 용량, 방수와 환기 계통이 다시 계산되고, 그 시설을 투숙객 외에 개방하려면 공중위생관리법상 목욕장업 신고가 숙박업과 별도로 걸린다. 개별 사업지는 관할 부서 확인이 필요하다. 도면에서 물 쓰는 층을 몇 평 잡느냐가 이 모델의 실제 원가이며, 그 결정을 먼저 하지 않으면 브랜드 계약서는 읽을 필요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