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에서 남서쪽으로 90km, 인구 1,897명짜리 마을 외곽에 객실 16개짜리 숙소가 7월 7일 문을 열었다. 방값은 395유로에서 시작하고 저녁은 1인 175유로. 그리고 이 집은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만 판다.
1.Ómós가 7월 7일 개업했다. 아일랜드 중부 애비릭스(Abbeyleix) 외곽, 1885년에 지은 밀브룩 하우스(Millbrook House)를 고쳐 객실 16개를 넣었고 옆에 40석짜리 식당을 새로 지었다. 셰프 쿠안 그린(Cúán Greene)이 최대주주이자 운영자. 아일랜드어로 경의를 가리키는 낱말을 그대로 간판에 올렸다.
2.이 집의 앞 이야기가 곧 이 사업의 골격. 밀브룩 하우스는 오래 비어 있다가 담쟁이가 지붕까지 올라간 폐가가 됐고, 2021년 관할 지방정부가 강제수용으로 소유권을 가져갔다. 이듬해 이 집을 사들인 곳은 저지 법인 Comhlacht na Feirme, Stripe를 만든 콜리슨 형제가 세운 회사다. 매입가 40만 유로, 우리 돈 6억 4,000만 원. 그리고 복원 계획서에 적힌 공사비가 600만 유로였다.

3.땅값과 공사비의 비가 1대 15. 보통의 개발에서는 이 비가 뒤집혀 있거나 잘해야 반반이다. 그럼 시장은 왜 이런 물건을 안 사나. 값을 매길 수 없어서가 아니라, 값을 매기는 순간 손해가 확정돼서.

4.허가 서류에 적힌 면적은 셋으로 갈린다. 본관에 증축을 붙여 899㎡, 마차간 145㎡, 새로 올린 1.5층 건물 139㎡. 합쳐 1,183㎡에 객실 16개이니 객실 하나가 연면적 74㎡, 22평을 쓴다. 국내 비즈니스호텔이 객실당 30~35㎡에서 움직이는 것과 견주면 두 배가 넘는 배분이다. 방을 키운 게 아니라 홀과 복도, 라운지에 그 면적이 가 있다. 부지는 1.7헥타르, 주차는 42대.
5.식당은 고쳐 쓴 게 아니라 빈 밭에 새로 지었다. 설계를 맡은 Ryan W Kennihan Architects는 두 면에 옛 돌담이 남아 있고 남쪽으로 기운 그 밭을 담장 두른 채마밭처럼 읽고, 네 동을 흩어 놓아 그 사이에 마당을 여러 개 만들었다. 각 마당은 기후가 조금씩 다르게 잡혀 있어 채소를 나눠 심는다. 지붕은 구리, 벽은 그 지역 돌, 창틀은 나무. 재료를 고를 때 낡는 모습을 먼저 봤다고 회사는 설명한다.

6.안으로 들어가면 벽이 곡선으로 휘어 도는 현관 홀이 먼저 나온다. 석회를 개어 손으로 바른 벽이라 모서리마다 빛이 다르게 앉고, 천장 둘레에서 흘러내리는 간접광이 그 굴곡을 따라간다. 정면 창 너머는 정원이 아니라 옛 돌벽이다. 새로 지은 부분과 남긴 부분이 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본다.

7.객실은 다락까지 올라간다. 널판을 이어 붙인 경사 천장 아래 침대를 놓고, 문 하나를 열면 노란 타일로 두른 욕실이 나오는 식. 어떤 방은 욕조를 침실 안에 그대로 세워 두고 그 옆에 소파를 붙여 놨다. 아침에 창을 열면 물 냄새와 젖은 풀 냄새가 같이 들어오고, 그 습기가 회벽과 나무에 하루 종일 남는다. 이 재료들은 관리에 손이 많이 간다. 사람을 많이 쓰기로 한 집이라 버티는 마감이지 인건비를 줄이려는 집에서는 3년이면 표가 난다.

8.요금표는 단순하다. 방은 395유로에서 시작하고 스위트는 1,000유로를 넘는다. 저녁은 열다섯 접시가 나오는 한 갈래뿐이라 1인 175유로, 토요일 점심만 150유로, 와인을 붙이면 99유로부터. 둘이 하룻밤 자고 저녁에 와인까지 곁들이면 950유로 언저리에서 시작한다. 우리 돈 152만 원.

9.파는 날이 정해져 있다는 게 이 집의 첫 번째 제약이다. 체크인은 화요일부터 토요일, 체크아웃은 수요일부터 일요일. 식당은 화요일부터 토요일 저녁에 열고 점심은 토요일 한 번. 1년에 팔 수 있는 객실이 16실 곱하기 260박으로 4,160실박이니, 사철 여는 호텔이 쥐는 5,840실박에서 3분의 1을 스스로 지웠다.
10.그다음이 40석이다. 방값에는 저녁 자리가 딸려 오는데, 16실이 다 차고 한 방에 둘이 들면 투숙객만 32명이다. 메인 다이닝 40석 가운데 밖에서 예약할 수 있는 자리가 8석으로 줄어든다. 객실이 비면 그만큼 식당 자리가 열리고, 객실이 차면 식당이 닫힌다. 두 상품이 같은 재고를 놓고 서로를 밀어낸다.

11.사람은 40명을 썼다. 총지배인과 마케팅 책임자를 따로 두고, 주방에 헤드셰프와 수셰프, 제빵 담당, 소믈리에를 각각 앉혔다. 객실 하나에 직원 2.5명. 식당을 겸하는 조직이라 호텔끼리 견줄 숫자는 아니다. 다만 아일랜드 지방 호텔은 객실당 0.4명 안팎에서 움직인다. 주방은 주 4일 근무로 짰다. 사람이 나가지 않게 하려고 인건비를 먼저 올린 선택이다.

12.여기서부터는 이 글의 계산이다. 40명에 1인 3만 8,000유로를 얹으면 인건비가 152만 유로, 매출의 37%가 된다. 식재료와 주류 원가에 80만, 에너지와 정원 관리, 세탁, 보험, 수선에 70만을 잡으면 남는 것이 103만 유로. 매입과 복원에 들어간 640만 유로에 식당 신축과 정원, 가구, 주방 설비를 200만쯤 더해 840만으로 보면 8년 남짓에 회수가 끝난다는 그림이 나온다. 문제는 이 그림이 가동률 한 칸에 매달려 있다는 것.
13.그럼 사람들은 왜 여기까지 오나. 도시의 좋은 식당은 예약만 잡으면 두 시간을 떼어 주면 되지만 여기는 하루를 통째로 내야 한다. 90km를 달려와 사우나에 들어가고 정원을 걷고 열다섯 접시를 먹고 자고 아침을 먹고 돌아간다. 시간을 많이 쓰게 만든 대신 그 시간에 팔 것을 여럿 붙여 둔 구조이고, 그래서 객단가가 성급 호텔의 두세 배로 올라간다. 사철 여는 대신 하루를 깊게 파는 쪽.

14.성급 호텔이었다면 이 돈은 다른 데서 나왔을 것이다. 연회장과 결혼식, 뷔페, 회의실. 객실 100개를 채우지 못해도 토요일 예식 두 탕이면 그 주가 메워지는 구조가 성급 호텔의 안전판이고, 그 안전판을 만드는 것이 큰 방 하나다. Ómós에는 그 방이 없다. 대신 열다섯 접시와 사우나, 채마밭, 그리고 빵과 도자기를 파는 작은 가게 An Siopa Beag가 그 자리를 나눠 맡는다. 다만 이 넷은 저녁 한 상에 묶여 같이 움직인다. 저녁 예약이 빠지는 주에는 넷이 동시에 빈다.
15.아일랜드 시골에서 이런 집이 처음은 아니다. 1964년 코크의 농가 식당으로 시작한 Ballymaloe House가 이 나라 요리의 출발점으로 불리고, 영국에서는 남아공 출신 부부가 개인 자산으로 만든 The Newt in Somerset이 같은 형태로 굴러간다. 셋의 공통점은 요리도 정원도 아니다. 회수 기간을 묻지 않는 돈이 들어갔다는 것. 은행 대출로 이 그림을 그리면 시골 부동산의 담보 가치가 공사비를 못 따라가 첫 단계에서 막힌다.
16.위험도 거기서 나온다. 175유로짜리 저녁의 근거가 셰프 한 사람의 이름이라 그가 떠나면 요금표가 먼저 흔들린다. 인구 1,897명짜리 마을에서 40명을 계속 구해야 하는 문제도 남아 있고, 준공한 자산의 감정가가 투입한 돈의 절반에 닿을지도 알 수 없다. 팔 생각이 없는 자본이라면 이 세 가지는 문제가 아니지만, 팔아야 하는 자본이라면 세 가지 모두가 문제다.
요약
지방정부가 강제수용해 내놓은 폐가를 40만 유로에 사서 복원에 600만 유로를 넣고, 객실 16개와 40석 식당으로 7월에 열었다. 객실 하나에 8억 4,000만 원이 들어갔고 1년에 4억을 만들 것으로 보이는데 그 가운데 객실 요금은 1억 4,000만 원뿐이다. 나머지는 열다섯 접시짜리 저녁과 술에서 나온다. 파는 날을 1년에 260일로 줄이고 직원을 객실 수의 두 배 넘게 쓰는 선택이 가능했던 이유는 요리가 아니라 자본의 성격에 있다. 국내에서 같은 걸 하려면 돈이 나오는 순서부터 걸린다. 시골 폐가는 담보 감정에서 값이 거의 안 잡히고, 공사비가 매입가의 15배로 올라가는 사업계획서는 대출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다. 여기에 농어촌민박으로 받을지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이나 관광진흥법상 호텔업으로 등록할지에 따라 요구되는 시설이 갈리고, 건축법상 용도변경과 진입도로 폭, 소방시설 기준, 오수처리시설 용량이 따라붙는다. 자기 돈으로 짓겠다는 결정을 먼저 하지 않으면 도면을 그릴 일도 생기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