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이 문을 닫은 지 20년 된 미국 남부 소도시. 1903년에 지은 방직회사 본사 사옥이 2월에 호텔로 열었다. 옆집은 객실 320개짜리 카지노 리조트다.
1.The Laurel Hotel이 지난 2월 중순에 문을 열었다. 자리는 미국 버지니아주 댄빌(Danville) 서쪽 끝, 스쿨필드(Schoolfield)라 부르는 옛 공장 마을이다. 건물은 1903년에 올린 Dan River Mills의 본사 사옥이고 객실은 36개. 개발은 로어노크(Roanoke)에서 낡은 건물만 골라 고쳐 온 에드 워커(Ed Walker). 시공은 Blair Construction. 이하 The Laurel.
2.댄빌 인구는 4만 1,493명이고 해마다 줄어든다. Dan River Mills는 미국 남부에서 가장 큰 방직 회사였고, 전성기에는 이 도시 한 곳에서만 1만 4,000명을 썼다. 2006년에 문을 닫았다. 회사가 사라진 뒤 도시는 오래 비어 있었다.


3.그 자리에 다른 것이 들어온 때가 재작년 겨울이다. The Laurel에서 걸어갈 거리에 Caesars Virginia가 열었다. 사업비 7억 5,000만 달러에 객실 320개. 개장 반년 실적을 보면 월 매출이 3,000만 달러 언저리, 월 방문객이 17만 5,000명쯤. 방직 도시가 카지노 도시로 갈아탄 것이다.

4.공사는 땅부터 손댔다. 기초를 5피트 낮추고 바닥을 3피트 내렸다. 사무실 층고로는 객실이 안 나오는데 위로 올릴 수 없으면 어디로 가나. 아래다. 원래 있던 엘리베이터 샤프트는 그대로 두고, 창문은 떼어 손본 뒤 같은 자리에 다시 끼웠다.

5.객실 36개는 평면이 저마다 다르다. 사무실 건물을 잘라 방을 냈으니 같은 방이 나올 수가 없다. 킹과 퀸, 디럭스, 휠체어 객실에 더해 2층으로 뜬 로프트룸이 있고, 깊은 욕조를 넣은 스파 객실을 따로 뒀다. 객실 하나하나가 다른 상품이고, 그 다름이 채널 관리에서 곧바로 비용으로 붙는다.


6.1층 벽은 세일럼(Salem)의 제재소에서 짠 목재 패널로 둘렀다. 카펫 무늬와 사진 액자의 매트는 이 회사가 팔던 침구 도안에서 가져왔고, 1층 한쪽에는 회사 역사를 늘어놓은 전시를 만들었다. 오래된 판유리는 바깥 풍경을 조금씩 휘어 보이게 한다. 새 창으로 갈았으면 사라졌을 감각이다. 남긴 이유는 취향이 아니라 돈.

7.총사업비가 1,500만 달러를 넘는다. 객실 하나당 41만 7,000달러, 우리 돈으로 5억 8,000만 원쯤 된다. 미국에서 이 급의 호텔을 새로 지으면 객실당 25만에서 35만 달러가 든다. 낡은 건물을 고친 쪽이 더 비쌌다는 이야기.
8.비싸진 이유가 앞 문단에 다 적혀 있다. 기초를 낮추고 창문을 떼어 손보고 원래 재료를 찾아 맞추는 공사가 싸게 끝날 리 없다. 역사 건축물 세액공제를 받으면 원래 있던 요소는 복원하거나, 못 하면 재료와 색과 질감을 똑같이 맞춰야 한다. 규정이 공사 방식을 정하고, 공사 방식이 사업비를 정한다.
9.그 대신 돌아오는 게 있다. 미국 연방 정부가 적격 재건비의 20%를, 버지니아주가 25%를 세액공제로 준다. 합쳐서 45%. 총사업비 전부가 공제 대상은 아니라 적격 재건비를 1,150만 달러로 잡으면 520만 달러가 돌아오고, 실제로 넣은 돈은 980만 달러로 내려간다. 객실당 27만 2,000달러. 여기까지 와야 신축과 비슷한 자리에 선다. 공제액은 이 글의 추정이고, 개발사가 밝힌 값은 사업비뿐이다.
10.객실 요금은 1박 195달러 근처에서 움직인다. 개관 첫해 가동률을 60%로 잡으면 가용객실당 매출이 117달러, 1년 객실 매출은 154만 달러쯤. 순투입 980만 달러의 6분의 1이 채 안 된다. 소형 호텔의 영업이익률을 후하게 30%로 봐도 연 46만 달러가 남고, 객실만 팔아서는 이 건물값이 회수되지 않는다. 요금은 공개 예약 화면에서, 가동률은 이 도시의 숙박 시장에서 잡은 값.

11.그래서 이 사업은 호텔 하나로 계산되지 않는다. 에드 워커는 같은 도시에서 이미 두 채를 고쳤다. 옛 신문사 사옥을 고친 The Bee가 객실 47개로 2020년에, 1957년에 지은 의료 건물을 고친 The Holbrook이 스위트 45실로 2023년에 열었다. 셋을 묶어 Danville Hotel Collection이라 부른다. 운영은 Retro Hospitality.
12.묶는 이유는 사람 값. 객실 36개짜리 호텔에 총지배인과 매출관리 담당과 회계를 따로 앉히면 그 인건비만으로 매출의 5%가 넘게 나간다. 세 채 128실을 한 조직으로 돌리면 같은 사람이 1.6%가 된다. 지금 이 컬렉션에는 지역 전체를 보는 총괄이 하나 있고, 세일즈와 예약과 회계는 위탁 운영사 쪽에 붙어 있다. 소형 호텔이 혼자서는 절대 못 사는 자리를 규모로 사는 것.
13.세일즈는 옆집이 대신한다. Caesars Virginia는 객실이 다 차면 The Bee와 The Holbrook으로 손님을 넘겨 왔고, 여기에 The Laurel이 붙었다. 카지노 쪽에서는 경쟁 상대로 보지 않는다. 320개로는 월 17만 명을 담을 수 없으니까. 성급 호텔이 연회장과 컨벤션에 사람을 붙여 채우던 자리를, 여기서는 옆 건물의 초과 수요가 채운다.
14.카지노가 그 손님을 스스로 붙잡지 않는 이유도 있다. 카지노 객실은 게임 실적이 좋은 손님에게 무료로 나가는 몫이 크고, 그 방들은 매출로 잡히지 않는다. 현금을 내고 자는 손님을 옆으로 보내는 편이 카지노에도 이득. 한쪽은 방을 미끼로 쓰고, 다른 쪽은 방으로 돈을 번다.
15.숫자는 지금까지 따라와 준다. 댄빌과 인근 카운티는 2024년에 버지니아에서 관광이 가장 빨리 늘어난 지역이었다. 방문객 지출이 2억 7,500만 달러로 한 해 전보다 23.5% 늘었고, 시가 걷는 숙박세도 같이 올랐다. 다만 그 증가분이 나온 곳은 사실상 하나. 여기가 이 사업의 약한 자리다. 카지노 실적이 꺾이면 컬렉션 세 채가 동시에 흔들린다. 인구는 여전히 줄고 있다.

닫으며
인구 4만짜리 도시에서 방직회사 사옥 하나가 객실 36개짜리 호텔이 됐고, 공사비는 1,500만 달러가 넘었다. 객실 하나에 41만 7,000달러를 넣고도 계산이 서는 건 적격 재건비의 45%가 세금에서 돌아오기 때문이며, 그 돈이 없으면 이 건물은 지금도 비어 있었을 것이다. 국내에서 같은 걸 하려면 먼저 걸리는 게 이 자리다. 근대 건축물을 등록문화재로 올려도 돌아오는 건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 그리고 일부 수선비 보조에 그치고, 공사비의 절반 가까이를 되돌려주는 제도가 없다. 오래된 건물을 고치는 값은 신축보다 비싸게 나오는데 그 초과분을 갚아 줄 곳이 없으니, 결국 요금으로 받아 내거나 땅값 상승에 걸어야 한다. 앞의 길은 국내 소도시에서 잘 열리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