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10구의 3성 호텔이 1월에 문을 닫고 7월에 다시 열었다. 객실은 40개 그대로고 간판만 바뀌었다. 바뀐 건 하나 더 있다. 1층을 동네 사람에게 열었다.
1.Local 101 Beaurepaire가 지난 7월 8일에 문을 열었다. 주소는 파리 10구 31 rue Albert Thomas, 레퓌블리크 광장(Place de la République)에서 걸어서 몇 분 거리다. 객실 40개에 1층은 바 겸 비스트로. 운영은 Local 101 Hotels, 이 회사가 연 두 번째 호텔.
2.이 자리에 원래 있던 건 Hôtel Beaurepaire, 별 셋짜리 저가 호텔이었다. 올해 1월에 영업을 접고 반년 동안 안을 뜯어고쳤다. 객실 수는 40개에서 40개. 동역(Gare de l'Est)과 북역(Gare du Nord)까지 걸어서 10분, 생마르탱 운하(Canal Saint-Martin)까지 3분.

3.로비에 들어서면 프런트가 먼저 보이지 않는다. 카운터는 대리석 상판에 벨 하나를 올린 정도로 짧게 끝나고, 그 옆 벽 전체가 책장이다. 다섯 단에 사진집과 디자인 서적을 표지가 보이게 세워 뒀고, 맞은편에는 창가로 붙인 벤치 소파. 체크인을 처리하는 자리보다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자리가 넓다.

4.객실은 유럽 옛 건물의 방 크기를 그대로 쓴다. 브랜드가 내건 문장은 The Art of Less, But Better. 침구와 커튼, 욕실 마감에 돈을 쓰고 면적으로는 승부하지 않겠다는 뜻. 파리에서 이 연식 건물의 3성 객실은 보통 12에서 16제곱미터, 방마다 창 위치와 평면이 다르다.

5.1층 안쪽 벽은 석회석 원벽을 드러냈고 바닥은 헤링본 마루. 아침에는 이 방에서 빵 냄새가 난다. Sain에서 받아 온 빵을 대리석 카운터에 늘어놓고 커피는 Terres de Café. 오후 세 시가 되면 같은 테이블에 초를 켜고 잔을 깐다. 조식실과 바는 다른 방이 아니라 같은 방이다.


6.객실 40개짜리 호텔에서 이 구조가 갖는 뜻은 면적이다. 조식실과 바를 따로 두면 1층에서 방 두 개 몫의 면적이 나가고, 각각의 시간대에 절반은 비어 있게 된다. 한 자리를 하루에 두 번 다르게 파는 쪽이 면적당 매출로는 두 배다.
7.공개된 요금은 비수기 1박 170달러, 성수기 400달러부터. 유로로 옮기면 155에서 364쯤 된다. 파리 3성 평균 객실단가가 134유로, 4성이 203유로이니 이 호텔은 3성 자리를 떠나 4성 밴드로 올라간 요금표를 들고 나왔다. 같은 동네 체인 3성이 지금 107에서 136유로를 받는다.
8.여기서부터는 이 글의 추정. 첫해 평균 객실단가를 200유로, 가동률을 70%로 잡으면 가용객실당 매출이 140유로고 한 해 객실 매출은 204만 유로가 나온다. 옛 3성 시절을 파리 3성 평균으로 되짚으면 153만 유로. 같은 건물, 같은 방 개수에서 한 해 51만 유로가 더 붙는다.
9.바가 거기에 얹힌다. 좌석 서른에 객단가 30유로면 연 50만 유로 언저리가 나온다. 호텔 안 식당은 보통 투숙객만 상대하다 저녁이면 자리가 빈다. 여기는 영업 시간을 오후 세 시부터 밤 열 시 반까지로 잘라 두고 점심을 아예 안 판다. 해피아워를 네 시간이나 여는 이유도 같다. 그 시간에 오는 사람은 투숙객이 아니라 동네 사람이니까.

10.성급 호텔이었다면 이 돈이 어디서 나왔을까. 연회장과 컨벤션, 룸서비스, 그리고 객실 수 자체다. 200실을 굴리면 세일즈 담당을 앉히고 단체를 받아 비수기를 메운다. 40실에는 그럴 면적도 그럴 사람도 없다. 대신 1층 한 방을 시간대로 쪼개 두 번 팔고, 손님을 투숙객 바깥에서 데려온다.

11.유통에서 이 호텔이 한 선택은 눈에 잘 안 띈다. 이름을 바꾸면서 예약 사이트 등록을 새로 파지 않고 옛 호텔의 등록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그래서 Booking.com 페이지에 3성 시절 후기 330여 건이 남아 있다. 새로 연 호텔이 첫 반년 동안 후기 0건으로 검색 밑바닥에 깔리는 문제를, 이 호텔은 건너뛴 상태로 출발했다.
12.동네와 묶는 방식도 계산이 있다. 커피는 Terres de Café, 빵은 Sain, 객실 어메니티는 Frédéric Malle. 파리 사람이 이름을 아는 가게들이고, 이 호텔에 묵을 이유가 없는 사람에게도 1층에 들어올 이유를 준다. 관광 중심가가 아니라 사람이 사는 구역에 있는 호텔이 쓸 수 있는 수다.
13.누가 이걸 했나. 알마 브레몽(Alma Bremond)과 다비드 시클로스(David Siklos), 2018년에 학부를 마친 두 사람이다. 한 사람은 정치학과 경제학, 다른 사람은 도시학에서 부동산 개발을 팠다. 건물을 산 건 이들이 아니라 아이슬란드 부동산 회사 Bergey fasteignafélag 쪽이고, 두 사람은 브랜드와 운영을 맡았다. 자기 돈으로 건물을 사서 시작하는 구조가 아니다.
14.이 방식은 레이캬비크에서 한 번 돌려 본 것이다. 첫 시설 Local 101 Vesturbær는 Ránargata 4a에 있는 1961년 건물로, 아이슬란드에서 손꼽히게 오래된 호텔 중 하나였다. 이름은 Metropolitan Hotel. 2023년 봄에 안을 고치고 간판을 갈았고 1층에는 Litli Barinn이라는 동네 술집을 넣었다. 파리에서 한 일과 순서가 똑같다. 새로 짓지 않고, 낡은 3성을 사서, 1층을 동네에 연다.

15.약한 자리는 규모다. 두 채로는 총지배인 위에 앉는 사람들, 그러니까 매출관리와 마케팅과 회계를 나눠 담을 곳이 없다. 파리에서 40실은 인건비가 매출의 3분의 1을 먹는 규모고, 여기에 예약 사이트 수수료가 예약가의 15에서 22%로 붙는다. 직판을 못 키우면 요금을 올린 만큼이 수수료로 새어 나간다. 반년을 닫아 만든 51만 유로는 그렇게 얇아질 수 있는 돈.


닫으며
파리 10구의 별 셋짜리 호텔이 반년 문을 닫고 이름을 갈아 다시 열었고, 객실은 40개에서 한 개도 늘지 않았다. 늘어난 건 요금표 한 칸과 1층의 손님이며, 그 차이를 한 해 51만 유로로 잡으면 공사비와 닫은 반년을 갚는 데 4년 반이 걸린다. 국내에서 같은 걸 하려면 1층에서 먼저 걸린다. 건축물 용도가 숙박시설인 채로 술과 밥을 동네 사람에게 팔려면 그 부분을 근린생활시설로 떼어 식품위생법상 일반음식점을 따로 신고해야 하고, 용도가 갈리는 순간 오수 발생량 원단위가 다시 계산돼 정화조 용량부터 걸린다. 투숙객 조식만 내주던 방을 저녁에 동네로 여는 일이 국내에서 도면 수정으로 안 끝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