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루이자와역 앞 옛 철길 자리에 점포 17개짜리 시설이 3월에 열렸고, 그 안 한 동에 방 9개짜리 호텔이 4월에 붙었다. 호텔에는 식당도 대욕장도 없다. 옆 동에 다 있다.
1.HACIENDA KARUIZAWA가 지난 4월 25일에 문을 열었다. 나가노현 카루이자와초(軽井沢町), 호쿠리쿠 신칸센 카루이자와역에서 걸어 나오면 1분 거리다. 객실은 9개고 요금은 2인 1실 기준 1인 38,000엔부터. 디자인 감수는 더 콘란숍(The Conran Shop)이 맡았다.
2.호텔보다 자리가 먼저다. 카루이자와 T-SITE(軽井沢T-SITE)는 3월 17일에 문을 연 상업시설로, 부지 13,000㎡에 연면적 5,400㎡, 철골 여섯 동에 점포 17개가 들어갔다. 땅 주인은 시나노철도(しなの鉄道). 1997년 호쿠리쿠 신칸센이 열리면서 폐선된 옛 신에쓰본선(信越本線) 선로 자리다.

3.세 회사가 나눠 맡았다. 미쓰비시지쇼(三菱地所)가 철도 회사에서 땅을 빌려 건물을 올렸고, 온천과 숙박은 아쿠아이그니스(アクアイグニス)가, 점포와 라운지는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カルチュア・コンビニエンス・クラブ)이 돌린다. 공사 기간은 2024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4.객실은 세 종류다. 52㎡짜리 셋, 51㎡짜리 셋, 그리고 주방과 식탁을 넣은 75㎡짜리 셋. 마지막 것만 1인 48,000엔부터 받는다. 일본 도시형 호텔의 표준 객실이 20㎡ 안팎이니, 여기서 가장 작은 방도 그 두 배 반.


5.바닥이 카펫이라 발소리가 죽는다. 크게 말할 일이 없는 방. 창은 낮은 자리에 가로로 길게 났고, 밤이면 방 가운데가 어둡다. 천장 조명을 거의 쓰지 않았기 때문. 나무와 미장, 카펫이 소리를 먹는 방은 오래 앉아 있으라고 만든 방이다. 그런데 이 시설은 손님이 방 밖으로 나가 줘야 돈이 돈다.

6.이 호텔이 갖지 않은 것을 세는 쪽이 빠르다. 식당이 없고, 바가 없고, 대욕장도 없다. 프런트 카운터 하나와 라이브러리가 공용부의 전부. 조식은 카루이자와 베이커리의 빵과 아틀리에 드 프로마주(Atelier de Fromage)의 요구르트, 신슈 사과를 바구니에 담아 낸다. 가져가는 손님을 위한 창구는 아침 9시부터 30분 동안만 열고, 요금은 따로 받는다고 안내한다.


7.만실이면 하루에 얼마가 들어오나. 51~52㎡ 방 여섯이 1실 76,000엔, 75㎡ 방 셋이 96,000엔. 다 더하면 744,000엔, 방 하나당 평균 82,700엔.
8.여기서부터는 이 글의 추정이다. 일본 리조트호텔의 지난해 객실가동률이 56.9%였으니 60%로 잡으면 가용객실당 매출 49,600엔, 한 해 객실매출 1억 6,290만엔이 나온다. 객실 순면적 534㎡를 평으로 고치면 161.5평이 된다. 평당 한 해 100만엔이 조금 넘고, 월로 내리면 평당 8만 4,000엔, 우리 돈으로 73만원쯤 된다.
9.인력도 같은 이유로 적다. 주방이 없으니 조리사가 없고 욕장이 없으니 그쪽 인력도 없다. 프런트를 두 번 돌리고 방 아홉을 치우는 인원이면 여섯 명 안팎, 객실당 0.7명. 다만 이 숫자는 같은 회사가 옆 동 온천을 함께 돌리기 때문에 서는 것이고, 호텔만 떼어 놓으면 총지배인 한 명 자리도 안 나온다.
10.객실 200개짜리 호텔이었다면 이 돈이 어디서 나왔을까. 식음료와 연회다. 풀서비스 호텔은 매출의 4분의 1에서 3분의 1이 그쪽에서 나오고, 그러려면 주방과 연회장을 짓고 조리 인력을 상시로 쥐고 있어야 한다. 여기는 그 매출을 통째로 포기하는 대신 그 시설을 짓지 않았다. 손님은 옆 동에서 밥을 먹고, 그 돈은 점포가 가져간다.
11.대신 이용권을 얹었다. 투숙객은 체크인부터 체크아웃까지 아쿠아이그니스 가든 스파와 셰어라운지를 요금 없이 쓴다. 온천 입장료가 평일 1,600엔에 주말과 공휴일 1,800엔이고 라운지는 한 시간 1,870엔부터니, 두 사람이 하룻밤 묵으면 4,000엔어치는 된다. 객실료 76,000엔에서 5% 남짓을 시설 이용권으로 되돌려 준다.

12.호텔이 여는 날에 맞춰 온천 영업시간을 늘렸다. 3월에는 아침 8시에 열었는데 4월 25일부터 6시로 당겼고, 마감은 밤 11시로. 아침 6시에 탕에 들어갈 사람은 동네 손님이 아니다. 방 아홉이 채워지면 매일 18명이 시설 안에서 아침을 시작하고, 그 사람들이 점포가 문을 열기 전부터 시설 안에 있다.


13.카루이자와는 원래 당일치기 손님이 많은 곳이다.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한 시간 남짓이라 아침에 왔다 저녁에 돌아간다. 역에서 걸어 1분인 자리에 방을 아홉 개만 놓은 것은 그 흐름에서 하룻밤을 떼어 내겠다는 계산이고, 아홉 개뿐이라 요금을 시장 평균에 맞출 이유도 없다.
14.T-SITE라는 형식 자체는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이 다이칸야마(代官山)와 쇼난(湘南)에서 굴려 온 것이고, 아쿠아이그니스는 2012년 미에현 고모노초(菰野町)에서 49,000㎡짜리 온천 리조트로 시작한 회사다. 상업시설을 만드는 회사와 온천을 만드는 회사가 한 부지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
15.약한 자리는 계절이다. 카루이자와를 찾는 사람은 8월에 65만 명, 12월에 26만 명. 객실이 아홉 개면 비수기에 층을 닫는 식의 조절이 아예 불가능하고, 인력을 더 줄일 여지도 없다. 6월부터는 세금도 두 겹으로 붙는다. 나가노현이 100엔, 카루이자와초가 150엔을 따로 매겨 1인 1박 250엔.
닫으며
폐선 부지에 상업시설을 짓고 그 한 동에 방을 아홉 개 넣었다. 방 하나 평균 82,700엔에 가동률 60%면 한 해 1억 6,290만엔, 평당 월 73만원쯤 되는데 그 숫자가 나오는 이유는 식당과 욕장을 옆 동이 지어 줬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먼저 걸리는 건 객실 수 그 자체다. 관광진흥법 시행령 별표1은 관광호텔업에 욕실 갖춘 객실 30실 이상을, 소형호텔업에 20실 이상 30실 미만을 요구한다. 아홉 개짜리는 관광숙박업으로 등록할 방법이 없어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 신고로만 갈 수 있고, 그러면 등급도 붙지 않고 관광숙박업에 딸려 오는 금융과 세제도 따라오지 않는다. 상업시설 안에 방을 몇 개만 넣는 그림이라면 도면보다 객실 수를 먼저 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