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미드타운의 방 77개짜리 부티크 호텔이 여덟 달을 닫아 놓았다가 6월 25일에 다시 열었다. 손님이 없어서 닫은 게 아니다. 건물을 통째로 빌려 간 운영사가 무너져서 닫았다.
1.더 챔버스 호텔(The Chambers Hotel)이 지난 6월 25일 영업을 재개했다. 뉴욕 맨해튼 웨스트 56번가 13-15번지, 5번가에서 한 블록 서쪽이고 현대미술관(MoMA)까지 걸어서 3분이다. 객실은 스위트를 포함해 77개, 건물은 16층. 이번에는 어느 체인의 이름도 달지 않았다.
2.순서는 닫힌 날짜부터. 지난해 11월 7일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이 운영사 손더(Sonder)에 라이선스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사흘 뒤 손더는 영업을 즉시 중단했다. 11월 13일 델라웨어 파산법원에 챕터 7을 냈다. 회생이 아니라 청산이었으니 그 회사는 그날로 끝났다.
3.손더가 쥐고 있던 객실이 전 세계 7,500개, 뉴욕에만 1,000개쯤. 직원 1,150명이 한꺼번에 해고됐고 예약 관리 시스템이 멎었다. 어떤 건물주는 자기 호텔이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언론 보도로 알았다. 챔버스도 그 7,500개 중 하나로 불이 꺼졌다.
4.건물은 올해 5월 18일에 팔렸다. 1998년부터 이 땅을 쥐고 있던 BD Hotels가 토론토의 Hennick & Company에 6,620만 달러에 넘겼다. 우리 돈으로 927억원쯤. 중개는 Eastdil Secured가 맡았고, 스물여덟 해 만의 손바뀜이었다.

5.이 건물 자체는 2001년 신축. 설계는 Rockwell Group이 맡았고, 이 회사가 뉴욕에서 바닥부터 올린 첫 건물이었다. 발주는 아이라 드루키어(Ira Drukier)와 리처드 본(Richard Born), 스티브 캐스피(Steve Caspi) 세 사람. 처음의 주문은 로비를 호텔 로비가 아니라 수집가의 타운하우스 거실처럼 만들라는 것.
6.그 주문이 지금 자산으로 남았다. 공용부와 객실에 걸린 현대미술이 500점을 넘고, 1층과 메자닌은 층을 뚫어 한 덩어리로 썼다. 목재를 성글게 짜 만든 난간, 구리빛으로 산화한 기둥 마감, 창 안쪽에 늘어뜨린 사슬 커튼. 2001년의 취향이 스물다섯 해를 버텼다.

7.객실은 스튜디오형 더블부터 두 개 층을 쓰는 펜트하우스까지 폭이 넓다. 천장은 콘크리트 슬래브를 그대로 두고 배관과 트랙 조명을 노출시켰고, 벽은 흙빛 미장. 창은 안여닫이 프렌치 케이스먼트를 달아 방 안쪽으로 열리게 했다. 위층 방 몇 개에는 전용 테라스가 붙고, 나머지에는 난간만 세운 줄리엣 발코니.


8.테라스 딸린 방에 들어가면 소리가 먼저 바뀐다. 미드타운 한복판인데 창을 닫으면 차 소리가 아래로 가라앉고, 열면 뒷골목 환기구 소리가 올라온다. 낮에는 건너편 석회암 벽에 반사된 빛이 방 안까지 들어오고 저녁에는 사방 사무실 창이 켜진다. 여기서 돈을 받는 건 전망이 아니라 밖에 나와 있다는 감각이다. 미드타운에서 방값을 몇 만원 더 붙일 수 있는 조건이 몇 개 없는데, 그중 하나가 이것.


9.손더가 쓰던 계약은 마스터리스. 건물을 4~7년 통째로 빌리고 5년짜리 갱신 선택권을 두 번 붙이는 방식으로, 임대료 대부분이 객실당 정액 고정이었다. 건물주는 가동률이 떨어져도 같은 돈을 받는다. 대신 성수기에 방값이 뛰어도 그 몫은 빌린 쪽이 가져간다.
10.그러니까 마스터리스가 건물주에게 판 물건은 안정이었다. 문제는 그 안정이 빌린 회사의 신용 위에 얹혀 있었다는 것. 손더는 2023년에 매출 6억 3,000만 달러를 올리고도 이듬해 말 현금이 2,100만 달러까지 말랐다. 1년 전 같은 시점에는 9,600만 달러가 있었다. 무너질 무렵 메리어트에 밀린 돈만 1,770만 달러.
11.그래서 새 주인이 치른 값을 객실 수로 나눠 본다. 6,620만 달러를 77로 나누면 객실 하나에 86만 달러, 우리 돈 12억원이다. 같은 맨해튼에서 최근 팔린 호텔들은 객실당 17만에서 63만 달러 사이에 있었다. 닫혀 있던 호텔이 가장 비쌌다.
12.그 값이 방으로 회수되는지는 따로 계산해야 한다. 지난해 뉴욕시 평균 객실단가가 333달러였고 맨해튼 가동률은 80% 중반에서 움직였다. 재개관 첫해라 낮춰 잡아 단가 350달러에 가동률 80%를 넣으면 가용객실당 매출 280달러, 한 해 객실매출 787만 달러가 나온다. 매입가를 이 매출로 나누면 8.4년이 걸린다. 여기에 추정을 하나 더 얹어 부티크 호텔의 영업이익률을 38%로 보면 연 299만 달러, 매입가 대비 4.5%다.
13.새 주인은 구조를 바꿨다. 임차를 주는 대신 HHM Hotels에 운영을 맡기는 위탁 계약으로 갔고, 총지배인으로는 아이다 피게로아(Aida Figueroa). 위탁은 매출에 연동해 수수료를 떼는 방식이라 손실이 나면 주인이 그대로 뒤집어쓴다. 고정 임대료를 포기하고 위험을 되가져온 것. 지난겨울에 드러난 것이 그 고정 임대료가 실제로 얼마나 단단했는지였다. 빌린 회사가 무너지면 한 푼도 들어오지 않는다.

14.객실 밖에서 나오는 돈은 한 군데로 모여 있다. 로비 아래층 펠리체 56(Felice 56)은 호텔이 직접 돌리지 않고 별도로 운영하는 이탈리아 식당이자 바다. 5성 호텔이라면 연회장과 식음료로 벌었을 자리를, 여기서는 임대료와 객실 판매 둘로 나눠 받는다. 주방 인력과 식자재 위험을 지지 않으면서 로비에 사람이 차게 만드는 방법이고, 방 77개짜리가 감당할 만한 크기이기도 하다.


15.그럼 이름을 떼고도 팔릴까. 재개관 안내에서 총지배인은 독립이 이 호텔 고유의 정체성을 온전히 쓰게 해 준다고 말했다. 홍보 문구지만 뒷받침이 있다. 이 건물에는 스물다섯 해 쌓인 이름과 미술품 500점이 그대로 남았고, 반대편에는 큰 예약망에 붙어 있다가 무너진 회사의 기록이 있다. 손더가 꺾인 이유 중 하나가 메리어트 시스템에 붙는 데 1년을 쓰면서 매출을 잃은 것이었다.
고정 임대료를 받기로 한 건물이 여덟 달 동안 한 푼도 벌지 못한 채 닫혀 있다가, 주인이 바뀌고 나서야 다시 열었다. 객실 하나에 86만 달러를 치른 새 주인이 산 것은 건물만이 아니라 아무 계약도 걸려 있지 않은 상태였다. 국내 소형 숙박시설도 운영사에 통째로 빌려주는 계약이 있다. 숙박업 영업신고가 운영사 이름으로 나가 있으면, 그 회사가 무너졌을 때 소유자는 영업자 지위승계 신고로 이어받아야 하고, 상대가 폐업신고를 먼저 내 버리면 신규 신고가 된다. 그때는 소방과 주차, 정화조를 지금 기준으로 다시 본다. 준공 당시 기준으로 지은 건물일수록 다시 여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니, 임대차계약서에 명의와 승계를 어떻게 적어 뒀는지부터 확인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