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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집 사이 · 다섯 채를 잇는 골목이 이 호텔의 중심 공간이다. 바닥은 포르투갈 전통 포석 칼사다(calçada), 끝의 아치 아래가 붙박이 벤치. ⓒVilla Dorothéa
집과 집 사이다섯 채를 잇는 골목이 이 호텔의 중심 공간이다. 바닥은 포르투갈 전통 포석 칼사다(calçada), 끝의 아치 아래가 붙박이 벤치. ⓒVilla Dorothéa
데일리 호텔

면허 6,765건을 취소한 도시에서 주택 다섯 채가 호텔이 됐다

2026.08.29

리스본이 단기임대 면허를 지구 단위로 잠근 해에, 1878년에 지은 어부 동네 집 다섯 채가 방 20개짜리 호텔로 문을 열었다. 로비는 만들지 않았다. 집과 집 사이의 골목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1.빌라 도로테아(Villa Dorothéa)가 지난 6월 6일 리스본 라파(Lapa)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주소는 Rua das Trinas 61. 테주강과 언덕 사이에 낀 이 동네에서 1878년에 지어진 집 다섯 채를 이어 붙여 객실 20개를 만들었고, 운영은 자코브 페레스 톨레다노(Jacob Perez Toledano)가 세운 Tradition Signature가 맡는다. 이 회사가 리스본에 가진 첫 물건이다.
2.원래 여기 살던 사람은 마드라고아(Madragoa) 사람들이었다. 리스본에서 생선을 이고 팔던 바리나(varina)들이 모여 살던 동네이자 이 도시 아줄레주(azulejo) 타일 전통이 시작된 자리. 그 집들은 한 채가 크지 않고 계단이 좁으며 방이 작다. 호텔로 고치기에 최악의 조건인데, 여기서는 그걸 고치지 않았다.
3.다섯 채를 한 덩어리로 합치지 않고 다섯 채인 채로 뒀다는 뜻이다. 채와 채는 돌 골목과 내부 통로로 연결되고, 가운데에 재스민을 올린 안뜰이 있고, 옥상에는 테주강 쪽으로 열린 테라스가 있다. 프런트 데스크를 중심에 놓는 평면 자체가 없다. 손님은 로비를 통과해 방으로 가는 게 아니라 골목을 걸어 자기 집 문으로 들어간다.
골목 이름표 · 안쪽 길에 실제 거리 표지판과 같은 형식의 이름판을 달았다. 이 길이 복도가 아니라 길이라는 표시. ⓒVilla Dorothéa
골목 이름표안쪽 길에 실제 거리 표지판과 같은 형식의 이름판을 달았다. 이 길이 복도가 아니라 길이라는 표시. ⓒVilla Dorothéa
4.그 골목에 진짜 거리 표지판이 붙어 있다. 리스본 시내 어디서나 보는 검은 테 두른 흰 법랑판에 'Travessa da Caseira'라고 적힌 것. 손님 동선을 복도로 부르지 않고 길로 부르겠다는 선언이고, 법랑판 한 장이 이 호텔이 파는 물건을 요약한다.
5.객실은 20개인데 타입이 7개다. 1층에 붙어 파티오로 바로 나가는 20~22㎡짜리부터, 강과 시내가 보이는 28㎡, 거실과 드레싱 공간과 바 코너를 따로 둔 40㎡ 스위트, 위아래 2개 층을 쓰는 42㎡ 메자닌 스위트까지. 객실 20개에 타입 7개면 청소 동선도 요금표도 복잡해지는데, 애초에 다섯 채가 각각 다른 집이니 방을 똑같이 만들 방법이 없었다.
방 20개에 타입 7개 · 전용면적 단위 ㎡ 공식 안내에 적힌 면적대를 그대로 옮겼다. 타입별 객실 수는 공개돼 있지 않다 1층 · 파티오 직결 20~22 기본형 22~26 거실 딸린 형 26~30 강·시내 조망 28 스위트 40 메자닌 스위트 · 2개 층 42 가장 작은 방과 가장 큰 방의 차이가 두 배다. 방을 표준화하지 못한 대신 요금대를 넓게 벌려 놓았다. 다섯 채의 원래 평면이 그대로 상품 구성이 됐다.
객실 구성타입별 객실 수가 공개되지 않아 면적대만 표시했다. 20실 평균은 27㎡ 안팎으로 추정한다.
객실 · 욕실을 벽으로 막지 않고 세면대를 방 안으로 꺼냈다. 천장의 보는 원래 집 구조재다. ⓒVilla Dorothéa
객실욕실을 벽으로 막지 않고 세면대를 방 안으로 꺼냈다. 천장의 보는 원래 집 구조재다. ⓒVilla Dorothéa
6.방에 들어가면 천장부터 눈에 걸린다. 원래 집에 걸려 있던 소나무 보를 감추지 않고 그대로 뒀고, 바닥에도 폭이 넓은 널을 깔았다. 창은 프렌치 도어에 철제 난간만 두른 형태라 열면 골목 소리가 그대로 올라온다. 아침에는 안뜰의 재스민 냄새, 저녁에는 아래층 바에서 얼음 흔드는 소리. 방음 성능을 자랑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서, 이 호텔은 조용함 대신 동네 한가운데에 있다는 감각을 판다.
프렌치 도어 · 발코니 없이 난간만 둘렀다. 창을 열면 방 깊이가 골목까지 늘어난다. ⓒVilla Dorothéa
프렌치 도어발코니 없이 난간만 둘렀다. 창을 열면 방 깊이가 골목까지 늘어난다. ⓒVilla Dorothéa
헤드보드 · 같은 무늬를 쿠션까지 이어 썼다. 방마다 원단이 달라 통일 발주가 안 되는 구성이다. ⓒVilla Dorothéa
헤드보드같은 무늬를 쿠션까지 이어 썼다. 방마다 원단이 달라 통일 발주가 안 되는 구성이다. ⓒVilla Dorothéa
7.공식 요금은 1박 280유로부터 시작한다. 리스본 상급 호텔의 최근 평균 객실단가가 285유로에 가동률 78.4%였으니, 시장 한복판에서 출발선을 그은 값. 개관 첫해라 가동률을 68%로 낮춰 잡고, 타입이 넓게 갈리는 걸 따져 평균 단가를 330유로로 놓으면 가용객실당 매출이 224유로, 방 20개의 한 해 객실매출은 164만 유로가 나온다. 우리 돈으로 25억원 남짓. 필자가 시장 통계로 계산한 값이고 운영사가 낸 실적이 아니다.
방 20개가 한 해 버는 돈 · 단위 유로 · 추정 리스본 상급 호텔 공개 통계로 잡았다. 운영사가 공개한 값이 아니다 평균 객실단가 330 · 공식 최저가 280, 시장 평균 285 가동률 68% · 시장은 78.4%, 첫해라 낮췄다 가용객실당 매출 224 한 해 객실매출 20실 × 365일 × 224 164만 식음료 매출 43만 · 객실매출의 26% 인건비 19명 가정 49만 · 총매출의 24% 객실 하나당 한 해 매출 8만 2,000 · 1억 2,700만원 객실과 식음료를 더하면 207만 유로, 방 하나가 한 해 1억 6,000만원을 만든다. 환율은 1유로 1,550원으로 계산했다. 자본지출 적립과 브랜드 비용은 넣지 않았다.
수익 추정단가와 가동률은 시장 평균에서 잡은 값이라 실제 실적과 다를 수 있다.
8.객실 전용면적을 평균 27㎡로 잡으면 540㎡가 되고, 여기에 다섯 채로 흩어진 계단과 복도, 식당과 바 두 곳, 옥상 테라스를 얹으면 연면적이 900㎡쯤 된다. 272평. 객실매출만으로 평당 월 78만원이고 식음료를 더하면 98만원이 된다. 서울 도심 소형 숙박시설이 평당 월 40만원에서 60만원 사이에 있는 걸 생각하면 높은 편.
9.문제는 사람이다. 24시간 리셉션에 24시간 룸서비스, 발렛 파킹과 컨시어지, 객실 안 마사지까지 붙었다. 리셉션 3교대만 4명, 하우스키핑 3명, 식음료 6~7명, 총지배인과 정비를 더하면 19명 안팎이 방 20개에 붙는다. 객실 하나에 사람 하나꼴. 국내 중형 비즈니스호텔이 객실당 0.2명으로 도는 것과 견주면 아예 다른 층이다.
10.그 인원이 필요한 이유가 설계에 있다. 방이 다섯 채에 흩어져 있으니 하우스키핑 카트가 한 층을 훑고 지나가지 못하고, 골목을 건너 다른 집 계단을 다시 올라야 한다. 비 오는 날 룸서비스 접시를 들고 골목을 건너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 일. 로비를 안 만들어 공사비를 아낀 자리에서, 그 돈이 매달 인건비로 나간다.
스위트 · 거실과 침실을 문 하나로 끊고 조리대를 붙였다. 장기 체류를 받는 구성. ⓒVilla Dorothéa
스위트거실과 침실을 문 하나로 끊고 조리대를 붙였다. 장기 체류를 받는 구성. ⓒVilla Dorothéa
11.객실 밖에서 나오는 돈은 세 군데에 흩어져 있다. 안뜰과 옥상 사이에 낀 가스트로바 더 시크릿(The Secret)이 25석, 벽난로를 낀 라운지 바가 1곳, 강이 보이는 칵테일 바가 1곳. 성급 호텔이라면 연회장과 대형 식당에서 뽑았을 몫을 여기서는 25석짜리 저녁 한 곳으로 받는다. 객단가 50유로에 하루 한 번 채운다고 보면 한 해 43만 유로, 객실매출의 26%.
더 시크릿 · 붙박이 벤치로 벽을 두르고 작은 원탁을 붙였다. 실내 테이블은 6개뿐이다. ⓒVilla Dorothéa
더 시크릿붙박이 벤치로 벽을 두르고 작은 원탁을 붙였다. 실내 테이블은 6개뿐이다. ⓒVilla Dorothéa
라운지 바 · 카운터가 짧아 스툴이 4개다. 바텐더 1명으로 도는 크기. ⓒVilla Dorothéa
라운지 바카운터가 짧아 스툴이 4개다. 바텐더 1명으로 도는 크기. ⓒVilla Dorothéa
12.규모가 작다는 게 여기서는 약점이 아니다. 좌석 25개와 스툴 4개는 주방 한 팀과 바텐더 1명으로 돌아가고, 재고 위험도 그만큼 작다. 대신 이 크기로는 동네 손님을 대량으로 받지 못하니 식음료가 독립 사업으로 서지는 않는다. 투숙객 20실의 저녁을 붙잡아 두는 쪽에 가까운 크기.
옥상 다이닝 · 유리로 둘러 사철 쓰게 만들었다. 좌석은 6개 남짓. ⓒVilla Dorothéa
옥상 다이닝유리로 둘러 사철 쓰게 만들었다. 좌석은 6개 남짓. ⓒVilla Dorothéa
13.옛 건물에 방을 적게 넣고 지역 음식을 붙이는 방식은 이 나라가 80여 년 전에 제도로 만들어 둔 것이다. 1941년 법률 31.259호로 시작해 이듬해 알렌테주의 엘바스(Elvas)에서 첫 곳이 열린 포자다스 데 포르투갈(Pousadas de Portugal), 1950년대에는 성과 수도원을 고쳐 쓰는 갈래가 따로 생겼고 지금은 페스타나 호텔 그룹(Pestana Hotel Group)이 30곳 넘게 돌린다. 국가가 성과 수도원으로 하던 일의, 주택 다섯 채짜리 판본.
옥상 테라스 · 난간 너머가 라파의 지붕들이다. 다섯 채 중 가장 높은 집의 옥상. ⓒVilla Dorothéa
옥상 테라스난간 너머가 라파의 지붕들이다. 다섯 채 중 가장 높은 집의 옥상. ⓒVilla Dorothéa
14.그런데 이 사업은 왜 하필 호텔이어야 했을까. 리스본시는 지난해 11월 단기임대 규정을 고쳐 올해부터 적용했고, 한 지구의 단기임대 비율이 주택 대비 10%를 넘으면 신규 등록을 아예 막는다. 지난 2월에는 책임보험 증빙을 내지 않은 6,765건의 면허를 한꺼번에 취소했다. 등록된 1만 9,000곳 중 3분의 1이 넘는다.
15.라파가 속한 에스트렐라(Estrela)는 지난 4월 재분류에서 전면 금지가 풀려 허가제로 내려왔고, 그전까지는 신규 면허가 아예 막힌 지구였다. 포르투갈 법은 관광숙박시설 요건을 갖춘 물건은 단기임대로 등록할 수 없다고 못 박아 두었으니, 요건을 갖추는 쪽으로 올라가면 규제의 층이 통째로 바뀐다. 집 다섯 채를 각각 단기임대로 굴리는 길이 닫힌 자리에서, 다섯 채를 묶어 호텔로 등록한 것. 방 20개는 욕심껏 잡은 숫자가 아니라 등록 요건을 맞추려고 채운 숫자에 가깝다.

주택 다섯 채를 하나로 합치지 않고 다섯 채인 채로 두면서 그 사이 골목을 로비 대신 쓰는 호텔이 리스본에 열렸고, 방 20개가 한 해 만드는 돈은 식음료를 더해 207만 유로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같은 걸 하려면 땅에서 먼저 막힌다. 골목을 낀 이런 동네는 제1·2종 일반주거지역인 경우가 많고, 거기서 일반숙박시설은 원칙적으로 짓지 못한다. 조례가 정한 거리 밖이거나 공원·녹지로 주거지와 끊긴 자리라야 길이 열린다. 여기를 넘겨도 다음이 있다. 공중위생관리법상 영업장은 독립된 장소이거나 벽이나 층으로 나뉘어야 하는데, 각각 떨어진 다섯 동을 하나의 영업으로 볼지 다섯 개로 볼지에 따라 객실 기준과 소방, 주차 대수를 다섯 번 맞춰야 할 수도 있다. 골목을 사서 로비로 쓰겠다는 그림은 설계도가 아니라 용도지역 도면 위에서 먼저 판가름 난다.

데일리 호텔 #028 · 2026.08.29
출처. Hotel Designs, We Heart, eHotelier, Hospitality Net, La Tribune de l'Hôtellerie, Villa Dorothéa 공식 자료, JLL Portugal Hotel Market Dynamics, Câmara Municipal de Lisboa 단기임대 규정, ECO, Turismo de Portugal, Pestana Hotel Group,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
수익 추정은 공개 시장 통계로 계산한 값이며 운영사가 공개한 실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