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티크 호텔 운영사가 가진 숙소 75곳이 8월 4일 한꺼번에 에어비앤비 목록에 올랐다. 객실이 열 개 남짓한 오래된 주택도 그 안에 들어 있다. 팔린 방마다 15.5%를 뗀다. 오래 알려져 있던 3%가 아니다.
1.에어비앤비(Airbnb)가 8월 4일, 미국 부티크 호텔 운영사 라크 호텔스(Lark Hotels)와 유통 계약을 맺었다고 알렸다. 라크가 굴리는 75곳 넘는 숙소가 한꺼번에 에어비앤비 화면에 오른다. 버몬트주 스토(Stowe)의 AWOL Stowe,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Asheville)의 Blind Tiger Asheville, 메인주 케너벙크포트(Kennebunkport)의 옛 선장 저택을 묶은 컬렉션, 낸터킷(Nantucket)과 햄프턴스(Hamptons)까지.
2.라크는 2012년에 롭 블러드(Rob Blood)가 세운 회사다. 28세에 케너벙크포트에서 첫 물건을 샀고, 지금 굴리는 곳이 50군데를 넘는다. 객실 수는 물건마다 9개에서 95개 사이. 2024년 12월 라이프 하우스(Life House)와 합작해 만든 라크 하스피탤리티(Lark Hospitality)가 지금의 몸통이고, 스스로 붙인 이름이 150키 미만 호텔의 브랜드이자 운영사.

3.이 목록에서 한 채를 열어 본다. Blind Tiger Asheville은 1889년에 개인 주택으로 지은 퀸 앤(Queen Anne) 양식 목조 저택이고, 주소가 애슈빌 체스트넛힐(Chestnut Hill)의 East Chestnut Street 173번지다. 객실은 14개, 마당 안쪽에 독채 코티지가 하나 더. 원래 간판은 1889 WhiteGate Inn & Cottage, 이 동네에서 오래 영업하던 비앤비였다.

4.객실 14개를 주택 한 채에 넣으면 도면이 호텔과 달라진다. 층마다 방의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이고 같은 방이 두 개 없다. 공용부는 현관 홀과 응접실, 아침에 여는 팬트리 하나. 프런트를 세울 자리가 없어 응접실 귀퉁이가 그 일을 겸하고, 주차는 건물 옆 노상. 객실에 텔레비전을 두지 않는다.

5.100년을 넘긴 목조 주택은 소리를 감추지 못한다. 계단 널은 밟는 자리마다 다르게 울고, 여닫이문은 습한 철에 뻑뻑해진다. 손님 안내문에서 이런 것은 정취로 적히지만 회계장부에서는 방음과 보수로 적힌다. 아침을 팬트리에 차려 두고 알아서 덜어 가게 하는 방식도 정서가 아니라 인건비 계산.
6.미쉐린 가이드(MICHELIN Guide)가 2년 연속 이 집에 키(Key)를 붙였다. 애슈빌에서 이 표시를 받은 집은 여기 하나. 토요일 평균 객실단가가 181달러 선이고 방 종류에 따라 285달러 위로도 올라간다. 객실 14개짜리 집이 영업 인력을 따로 둘 수는 없으니, 이런 표시는 돈을 내지 않고 얻는 유통이다.

7.합작 회사 전체를 나눠 본다. 호텔 100곳 가까이에 객실 3,000개, 한 곳 평균 30실. 한 해 매출 1억 5,000만 달러를 객실 수로 나누면 객실 하나가 한 해 5만 달러를 번다. 식음 시설 33곳이 이 매출에 섞여 있어 순수한 객실 실적은 아니다.
8.30실이라는 크기로 한 해를 굴려 본다. 객실단가 181달러에 가동률 70%를 넣으면 한 해 객실매출이 138만 7,000달러. 여기서 몇 퍼센트를 채널에 떼어 주느냐는 곱셈 한 줄인데, 그 한 줄에서 갈리는 액수가 이 크기 회사의 한 해 이익과 맞먹는다.
9.에어비앤비 수수료가 예전 그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호스트에게 3%, 손님에게 14~16%를 갈라 받았는데 2025년 말부터 하나로 합쳤다. 예약 시스템을 연결한 호스트가 2026년 4월에 먼저 넘어갔고 9월 15일이면 나머지도 전부 넘어간다. 호텔과 서비스드 아파트먼트는 이 단일 요금이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10.그러면 부킹닷컴(Booking.com)과 같은 줄에 서는 것 아닌가. 부킹닷컴은 10%에서 25% 사이에서 움직이고 평균이 15% 안팎, 익스피디아(Expedia)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수수료 5%에 결제 3%를 얹어 8%로 알려져 있다. 에어비앤비는 값을 깎으러 온 게 아니다.

11.성급 체인이었다면 이 돈이 어디로 나갔을까. 간판값이다. 로열티가 객실매출의 5~6%, 마케팅과 예약 시스템 분담금이 몇 퍼센트 더 붙고, 대신 회원 프로그램과 법인 계약이 객실의 절반 이상을 채워 준다. 라크에는 그 간판이 없다. 채널 수수료는 팔린 방에만 붙어서, 비는 날에는 한 푼도 안 나간다. 고정비를 변동비로 바꾼 선택.

12.에어비앤비 쪽 셈은 또 다르다. 5월 20일 여름 업데이트에서 부티크·독립 호텔을 20개 도시에 올렸고, 그 전에 뉴욕·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마드리드에서 시험했다. 넷 다 단기임대 규제가 센 도시. 규제로 마른 재고를 호텔이 메운다는 뜻이고,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는 세계 호텔 객실의 60%가 독립·부티크라고 말한다.

13.누구를 부르지 않았는지를 보면 의도가 선명해진다. 매리엇(Marriott)과 힐튼(Hilton)은 이 명단에 없다. 큰 브랜드는 자기 예약 시스템이 있어 수수료를 낼 이유가 없고, 무엇보다 에어비앤비 화면에서 남과 달라 보이지 않는다. 달라 보이는 건 1889년에 지은 객실 14개짜리 집.
14.위험도 같은 방향에서 온다. 15.5%짜리 채널이 잘 팔릴수록 직판이 깎이고, 깎인 만큼 다음 계약에서 요율을 낮출 힘이 준다. 취소 규정과 후기 체계도 호텔 쪽 문법이 아니다. 손님이 그 집을 호텔이 아니라 숙소로 기억하기 시작하면, 미쉐린 키를 받아 만든 요금대를 지키기가 어려워진다. 채널을 얻고 정체성을 조금 내주는 거래.

객실 9개짜리 집부터 95개짜리 건물까지 가진 회사가 그 목록을 통째로 다른 회사의 화면에 얹었다. 대가는 팔린 방마다 15.5%이고, 객실 30개 규모로 계산하면 직판 비중이 80에서 20으로 밀릴 때 한 해 12만 9,000달러가 채널로 넘어간다. 한국에서 같은 판단을 하는 사람은 셈이 조금 다르다. 야놀자와 여기어때가 보통 10%, 네이버 예약이 9.5%를 받고 있어서 15.5%짜리 창구를 하나 더 얹을 이유를 먼저 설명해야 한다. 자격도 걸린다. 공유숙박 화면에 방을 올리는 길이 국내에는 둘이다.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으로 신고한 건물, 또는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으로 등록한 주택. 뒤쪽은 연면적 230㎡ 미만 주택에 주인이 실제로 살아야 하고 법인이 못 하며, 서울과 부산의 실증특례를 빼면 내국인 손님을 받을 수 없다. 채널을 늘리는 결정은 마케팅 회의에서 나오지만, 그 채널에 올릴 자격은 신고증에서 갈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