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얏트(Hyatt)가 일본 회사와 만든 온천 료칸 브랜드가 2,090억 원짜리 부동산 펀드를 채웠다. 짓겠다고 밝힌 곳은 다섯. 아직 문을 연 료칸은 없고, 올가을 처음 여는 건 객실이 하나도 없는 교토의 식당이다.
1.브랜드 이름은 아토나(吾汝 Atona). 옛말 두 개를 붙였고 나와 너를 뜻한다. 이 브랜드가 올가을 교토 기온시라카와(祇園白川)에 갓포집 「갓포 아토나(割烹 吾汝)」를 낸다. 1층에 바, 2층에 나무 카운터. 객실은 하나도 없다.
2.브랜드는 2022년에 만들어졌다. 하얏트 계열사와 일본 회사 Kiraku의 합작이고, 오이타현 유후(由布)와 구주(久住), 가고시마현 야쿠시마(屋久島), 가나가와현 하코네(箱根), 홋카이도 요이치(余市) 다섯 곳에 온천 료칸을 짓는다고 밝혀 뒀다. 개업은 2028년 이후다. 2024년 5월 발표 때만 해도 2026년.

3.자리를 먼저 본다. 시라카와 물길을 따라 목조 2층이 늘어선 이 구역은 교토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싼 축에 든다. 다쓰미바시(巽橋) 다리 앞에는 사진 찍는 줄이 종일 끊기지 않고, 그 줄에 선 사람 대부분은 지갑을 열지 않고 지나간다. 사람이 가장 많이 지나가지만 그 사람들이 손님은 아닌 자리.

4.공간 설계는 노무라공예사(乃村工藝社)의 고사카 류(小坂竜), 아트디렉션은 니혼디자인센터(日本デザインセンター)의 하라 켄야(原研哉)가 맡았다. 무인양품(無印良品)의 아트디렉터로 오래 일한 사람. 요리는 일본 각지에서 골라 온 식재료를 그날 카운터에 올리는 방식이고, 숯불 자리는 손님 앞.
5.료칸 쪽 도면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고, 스펙만 나와 있다. 한 곳에 30실에서 50실. 표준실이 50~70㎡라 국내 특급호텔 스탠더드룸의 두 배쯤 되고, 그 안에 원천에서 끌어온 욕조가 들어간다. 방을 키우면 같은 연면적에서 팔 방이 줄어드는데, 그걸 알고 키웠다.

6.목표 객단가가 1박2식에 10만 엔 전후로 알려져 있다. 유후인에서 오래 이름난 다마노유(玉の湯)가 16실 규모에 1인 41,950엔부터 받으니, 같은 온천지에서 두 배 넘는 값을 부르겠다는 말.

7.돈은 부동산 펀드로 모았다. 2024년 5월에 100억 엔으로 1차 마감을 하고, 2025년 9월에 220억 엔으로 최종 마감을 알렸다. 우리 돈 2,090억 원. 이 돈을 계획된 다섯 곳으로 나누면 아래 표가 된다.
8.방 40개짜리 한 곳을 1년 굴려 본다. 객단가 10만 엔에 가동률 70%를 넣으면 RevPAR가 7만 엔. 일본 호텔 전체 평균 가동률이 60% 안팎이고 상위 료칸 운영사의 RevPAR가 4만 엔 전후로 이야기되니, 이 브랜드가 잡은 목표는 업계 상단의 1.7배다.

9.료칸은 원가 구조가 호텔과 다르다. 방에 저녁상을 들이고 이부자리를 깔고 접객을 붙이면 객실 하나당 붙는 사람이 늘어난다. 일본 숙박업 지표에서 인건비는 매출의 30% 전후, 식재료비 10~30%, 수도광열 5~8%가 보통 선인데, 50~70㎡짜리 방마다 온천 욕조를 넣으면 청소 시간과 물 데우는 값이 같이 올라간다.

10.도심 성급 호텔이었다면 이 돈의 상당 부분이 연회장과 식당에서 나왔을 것이다. 결혼식과 법인 행사, 밖에서 밥만 먹으러 오는 손님이 객실과 무관하게 매출을 만들고 비수기를 받쳐 준다. 온천 료칸에는 그 손님이 없다. 식당에 앉는 사람이 곧 그날 잔 사람이라, 방이 비면 주방 인건비와 식재료가 그대로 손실로 남는다. 료칸보다 갓포집을 먼저 여는 결정.

11.이 상품이 팔릴 만한 이유는 물에 있다. 온천은 옮길 수 없고 지어낼 수도 없어서, 그 물이 나오는 땅을 사지 않으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흉내를 못 낸다. 일본 회사가 자기 나라 자산 가운데 온천을 골라 세계 시장에 내놓는 근거.

12.막힌 쪽은 유통이다. 이름난 료칸일수록 홈페이지가 일본어뿐이고, 예약은 전화로 받고, 문신과 아이 동반에 관한 규칙이 집집마다 다르다. 세계에서 온 손님이 그 문턱을 넘기 어려운데, 하얏트가 파는 건 온천이 아니라 그 문턱을 없앤 예약 화면과 회원 프로그램이다. 간판값을 왜 내는가.
13.료칸을 브랜드로 묶는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호시노 리조트(星野リゾート)가 「界」로 전국 온천지를 같은 규격으로 엮은 지 오래고, 유후인에서는 다마노유와 가메노이벳소(亀の井別荘) 같은 집이 16실에서 17실 규모를 가족이 직접 굴려 왔다. 달라진 건 간판을 댄 쪽이 미국 회사라는 것.

14.일정은 밀렸다. 2024년에 세 곳을 2026년부터 열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다섯 곳을 2028년 이후로 말한다. 온천 굴착 허가, 자연공원 안의 건축 규제, 산간 부지의 공사 기간. 도시 호텔과 다른 시계다. 그 사이 브랜드가 식지 않게 붙잡는 일을 교토의 갓포집이 맡았다. 기다리는 돈의 성격도 봐 둘 만하다. 펀드 출자자에 다케나카공무점(竹中工務店)과 쿨재팬기구(海外需要開拓支援機構), 미쓰비시UFJ은행이 들어와 있다.
료칸을 다섯 곳 짓겠다고 밝힌 브랜드가 2,090억 원을 모아 놓고, 첫 개업으로 객실 없는 식당을 골랐다. 객실 하나에 10억 원이 들어가는 계산이라 2028년까지 브랜드를 살려 둘 방법이 필요했고, 교토의 카운터 하나가 그 일을 맡았다. 국내에서 같은 그림을 그리면 먼저 물에서 걸린다. 온천법은 땅에서 솟은 25도 이상의 물만 온천으로 인정하고, 온천공을 뚫는 데 필요한 굴착 허가와 개발계획 승인을 지자체에서 따로 받아야 한다. 그 물이 없는 자리에서 온천 료칸을 표방하면 상품 자체가 서지 않는다. 식사를 요금에 넣는 것도 그냥 되지 않아서, 숙박업 신고와 별개로 일반음식점 영업신고를 따로 받아야 조식과 석식을 팔 수 있다. 물과 신고증이 갖춰진 다음에야 객단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