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기온 한복판에서 90년 된 극장이 3월에 호텔로 다시 열렸다. 객실은 55개, 총사업비는 약 124억 엔. 방 하나에 2억 2,500만 엔이 들어갔고, 땅도 건물도 호텔 회사 것이 아니다.
1.제국호텔 교토(帝国ホテル 京都)가 3월 5일 문을 열었다. 자리는 교토시 히가시야마구 기온마치미나미가와, 미야코오도리(都をどり)를 올리는 기온코부가부렌조(祇園甲部歌舞練場) 부지 안이다. 방은 55개고 타입이 12가지, 가장 작은 방도 50㎡가 넘는다. 제국호텔이 새로 호텔을 낸 건 1996년 오사카 이후 30년 만.
2.건물은 제국호텔 것이 아니다. 야사카회관(弥栄会館)의 주인은 게이코와 마이코를 가르치는 학교법인 야사카뇨코바학원(八坂女紅場学園)이고, 호텔 회사는 2019년 10월에 기본합의서를 쓴 뒤 2022년 4월부터 땅을 빌리기 시작했다. 고치는 돈은 빌린 쪽이 냈다. 임차 기간도 임차료도 양쪽 다 비공개.
3.야사카회관은 1936년에 섰다. 기온코부조합이 가부렌조 옆에 흥행장으로 지었고, 설계는 기무라 도쿠사부로(木村得三郎), 시공은 오바야시구미(大林組). 연극과 인형조루리(人形浄瑠璃)로 시작해 영화관과 댄스홀까지 갔다가, 내진 성능이 모자라 대부분의 층이 오래 비어 있었다. 2001년에 국가 등록유형문화재가 됐다. 90년 뒤 그 자리에 다시 들어온 시공사도 오바야시구미.

4.남쪽과 서쪽 외벽을 거기 붙은 구체째 L자 모양으로 남겼다. 살려 둔 기둥과 보에는 철근을 덧댔고 바닥은 두께가 넉넉해 당시 것을 그대로 뒀다. 외벽 타일은 「이케도리(生け捕り)」라 부르는 방식으로 한 장씩 떼어 다시 붙였는데, 설계에서 잡은 10%를 넘겨 16,387장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도면과 실제 시공이 달라 기둥마다 주근 위치를 깎아 확인하고 건축허가를 다시 받았다고 시공사는 적었다.

5.현장에 들어갈 길은 하나미코지(花見小路) 하나. 4톤 넘는 차가 못 들어오니 남은 기둥 사이를 빠져나갈 수 있는 1.2㎥ 백호에 21m 롱암을 달아 썼고, 작업면은 재생 쇄석을 트럭 2,000대분 깔아 높였다. 신축이라면 12m로 묶이는 자리인데 교토시가 처음으로 고도지구 특례허가를 내주면서 31.5m라는 원래 높이가 살아남았다.

6.쓰인 재료 가운데 돌이 유난히 많다. 현관 기둥은 이탈리아 북부에서 온 붉은 대리석 로쏘 브로카텔로, 로비 기둥은 오키노에라부지마(沖永良部島)에서 캔 다미네이시(田皆石)로 표면에 바다 생물의 화석이 박혀 있다. 복도 기둥에 쓴 오야이시(大谷石)는 라이트관 시절에 캐던 것과 같은 연대의 돌이고, 수영장 벽에는 야사카회관 외벽에서 뜯어낸 기타기이시(北木石)를 붙였다. 처마의 동판 기와는 지금 붉은 구릿빛. 몇 해 지나면 거기 녹청이 앉는다.

7.방 55개 가운데 44개가 프리미어와 그랜드프리미어이고 나머지 11개가 스위트다. 가장 작은 방이 50㎡, 임페리얼스위트는 128㎡에 테라스가 따로 붙는다. 다다미를 깐 방이 8개 들어갔는데 제국호텔 브랜드에서는 처음. 타입별 면적을 다 더해 연면적에 대면 35%가 나온다. 도시형 호텔이라면 보통 55%에서 65% 사이.
8.값은 2인 1실로 그랜드프리미어가 20만 8,000엔부터 시작한다. 보존된 외벽 쪽 야사카스위트가 62만 2,400엔이고 임페리얼스위트는 300만 엔. 세금과 봉사료는 들어 있고 숙박세가 따로 붙는데, 교토시가 3월 1일 숙박분부터 세율을 다섯 단계로 바꾸면서 10만 엔 넘는 방에 1박 1만 엔을 매겼다. 이 호텔은 가장 싼 방까지 최고 구간에서 시작한다. 문을 연 날이 시행일 나흘 뒤.
9.객실 단가를 30만 엔으로 잡고 가동률 70%를 넣으면 1년 객실매출이 42억 엔쯤 나온다. 히가시야마구의 4월 평균 객실단가가 9만 4,600엔으로 교토에서 가장 높은데, 이 호텔은 그 세 배 위에서 시작한다. 다만 55라는 숫자는 늘릴 수 없고 가동률도 100%가 상한이라 객실 쪽 매출은 여기서 크게 벌어지지 않는다. 가동률과 단가를 넣어 돌린 추정.
10.비객실 쪽이 얇다. 프랑스 요리 렌(練)이 18석, 올데이 다이닝 야사카(弥栄)가 54석, 7층 올드임페리얼바가 19석, 옥상 더 루프톱이 24석. 다 합쳐 115석인데 바와 루프톱 43석은 11월 하순부터 3월 하순까지 문을 닫는다. 무엇보다 연회장이 없다. 성급 호텔이 결혼식과 연회로 채우던 그 칸이 이 건물에는 처음부터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11.그래서 계산이 빡빡하다. 124억 엔을 55로 나누면 방 하나에 2억 2,500만 엔, 연면적으로 나누면 평당 379만 엔. 매출 49억 엔에서 럭셔리 소형 호텔의 통상 영업이익률을 대면 1년에 10억 엔 남짓이 남고, 그걸로 사업비를 갚는 데 12년이 걸린다. 그 12년을 다 채워도 건물 주인은 바뀌지 않는다.

12.기온은 새 건물을 올릴 수 없는 동네다. 경관 조례가 높이를 12m로 묶고 있어 신축으로는 지금 이 규모가 나오지 않는데, 문화재를 고치는 방식이었기에 31.5m가 허용됐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자리를 임차라는 형식으로 손에 넣었다. 30년 만의 신규 출점을 여기에 쓴 이유.

13.학교법인은 이 거래에서 무엇을 얻나. 야사카뇨코바학원은 게이코와 마이코의 교육기관이면서 90년 된 문화재의 소유자인데, 내진 보강이 안 된 건물은 쓰지도 못하면서 관리비만 나가는 자산. 고칠 돈을 임차인이 대고 임차료까지 들어오면 학교는 한 푼도 쓰지 않고 건물을 되찾는다. 계약이 끝나는 날 124억 엔짜리 개수 공사는 통째로 소유자에게 남는다.


14.위험은 시기에 몰려 있다. 2026년은 일본 럭셔리 호텔 공급이 10년 만에 가장 크게 늘어난 해로, 교토에서만 여러 채가 몇 달 사이에 문을 열었다. 여기에 숙박세가 오르고 바와 루프톱은 겨울마다 넉 달을 닫는다. 교토의 4월 가동률은 87.7%까지 올라가지만 2월은 74.9%였고, 회수에 걸리는 그 12년 동안 비수기마다 43석이 함께 잠긴다.

1936년에 흥행장으로 지어져 내진 성능 미달로 비어 있던 문화재를, 호텔 회사가 빌려서 124억 엔을 들여 55실짜리 호텔로 고쳐 3월에 열었다. 연면적의 35%만 방이고 연회장이 없어 회수는 거의 전부 객실에 걸려 있는데, 그 회수에 12년 안팎이 걸리는 동안에도 건물의 주인은 계속 학교법인이다. 국내에서 같은 걸 하려면 유익비부터 걸린다. 민법은 임차인이 건물에 들인 돈을 계약이 끝날 때 돌려받을 수 있게 해 두었지만 임의규정이라 특약 한 줄로 배제되고, 실무에서는 원상회복 의무와 함께 배제하는 쪽이 표준. 등록문화재라면 현상변경 신고가 또 붙고, 숙박시설로 쓰려면 용도변경과 주차 대수 산정을 다시 받는다. 남의 건물에 공사비를 넣는 계약에서 진짜 협상 대상은 임차료가 아니라 계약 기간의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