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실버레이크에서 1931년에 선 교회가 방 25개짜리 호텔이 됐다. 증축은 한 칸도 없다. 연면적 667평 가운데 객실이 31%뿐이고, 나머지를 파는 방법을 따로 만들었다.
1.호텔 루실(Hotel Lucile)이 로스앤젤레스 실버레이크의 그리피스파크 대로 1629번지에서 문을 열었다. 2025년 봄으로 잡혀 있던 개관이 여러 차례 밀렸다. 방은 25개, 연면적은 23,752제곱피트로 667평. 운영은 Casetta Group, 설계와 인테리어는 Electric Bowery, 식음은 Corner Booth Hospitality가 맡는다. 게시 요금은 1박 389달러부터 시작한다.
2.건물은 1930년에 스콧 퀸틴(Scott Quintin)이 그렸고 1931년부터 이듬해까지 75,000달러를 들여 지었다. 이름은 베서니 장로교회(Bethany Presbyterian Church). 1980년에 줄어들던 백인 회중이 늘어나던 한인 회중과 합쳤고, 마지막까지 예배를 본 회중의 이름은 필그림 교회(Pilgrim Church)였다. 종탑과 지붕 위 십자가는 지금도 그 자리.

3.방은 예배당이 아니라 옆에 붙은 옛 주일학교 동에 들어갔다. 타입이 여섯인데 가장 작은 프티킹이 218~279제곱피트, 우리 단위로 6.2~7.9평. 시그니처킹 230~267, 프리미엄킹 311~317, 로프트킹 332~371제곱피트. 퀸 침대를 둘 넣어 4인이 쓰는 로프트더블이 384제곱피트고, 하나뿐인 루실스위트가 536제곱피트에 전용 중정이 붙는다. 여러 방에서 원래 깔려 있던 원목 바닥을 그대로 썼다.


4.본당은 통째로 식당이 됐다. 이름은 수수(Sous Sous)이고 좌석이 100개, 가운데에 바가 놓였다. 제단이 있던 아치 안쪽 벽에는 붉은 벽화가 들어갔고 그 아래 단은 프라이빗 다이닝으로 쓴다. 성가대석은 라운지, 파이프오르간이 있던 방은 프라이빗 칵테일룸. 허가받은 식음 공간만 네 곳.

5.예배당은 소리가 길게 남는 방이다. 회벽에 목조 트러스, 높은 천장이면 잔향이 길게 깔리고 그대로 두면 식당으로 못 쓴다. 벨벳을 씌운 소파와 두꺼운 카펫, 창을 덮은 커튼이 그 일을 한다. 창이 스테인드글라스라 낮에는 빛이 색을 띠고 들어오고, 저녁에는 아치 위에 숨긴 간접조명이 벽화를 붉게 밀어 올린다. 신축으로는 못 만드는 방.

6.타입별 면적에 실수를 곱해 더하면 객실 전용면적이 7,500제곱피트 남짓 나온다. 연면적의 31%다. 도시형 호텔은 보통 55%에서 65% 사이. 나머지 69%는 예배당과 공용부. 층고가 높은 만큼 그 면적은 방으로 잘리지도 않는다. 방을 팔기에는 나쁜 건물이다.
7.객실부터 세어 보자. 게시 요금이 389달러에서 시작하고 타입이 여섯이니 연평균 객실단가를 430달러로 잡는다. 새로 연 호텔이고 실버레이크는 공항이나 다운타운 같은 상시 수요 상권이 아니니 가동률은 시장 평균보다 낮은 68%. 그러면 1년 객실매출이 267만 달러, 우리 돈 약 37억 원이고 RevPAR는 292달러가 된다. 로스앤젤레스 시장의 지난 6월 RevPAR가 170달러였으니 1.7배 위. 단가와 가동률을 넣어 돌린 추정.
8.여기서 멈추면 방 25개짜리 호텔의 매출은 37억에서 끝난다. 식당이 그 계산을 바꾼다. 100석에 미국 풀서비스 레스토랑의 좌석당 연매출 12,500달러를 대면 125만 달러가 나오고, 수영장 데크와 루프 데크와 코트야드 대관을 더하면 비객실이 160만 달러쯤. 합쳐 427만 달러, 그중 방이 아닌 쪽이 37%다. 미국 풀서비스 호텔의 통상 범위가 20%에서 30% 사이니 위쪽에 붙는다.

9.대관 공간은 여섯 곳이고 면적이 전부 공개돼 있다. 루프 데크 1,818제곱피트, 풀 데크 1,775, 본당 1,500, 성가대석 860, 코트야드 418, 회의실 289. 합치면 6,660제곱피트로 연면적의 28%다. 본당은 착석 119명, 서서 137명까지 받고 25실 전관을 붙인 통대관도 상품으로 걸어 뒀다. 성급 호텔이 별도 연회장에서 벌던 돈을 여기서는 밥 파는 자리와 수영장이 겹쳐 번다.


10.인건비 쪽은 사정이 또 다르다. 로스앤젤레스시는 객실 60개 이상인 호텔에만 별도 최저임금을 물린다. 올해 7월 1일부터 시급 25달러에 건강보험 부담금 4.25달러가 얹히고 2030년 1월에 30달러까지 오른다. 시 일반 최저임금은 18.42달러. 대상은 시내 호텔 약 150곳, 객실 4만 실이고 25실짜리는 여기 들어가지 않는다. 하한 언저리 직군을 상시 15명으로 잡으면 연 33만 8천 달러, 추정 총매출의 8%가 갈린다.
11.사람이 여기서 자려고 돈을 더 내는 까닭이 방일까. 가장 작은 방이 6.2평이고 침구와 어메니티도 소형 호텔에서 흔히 쓰는 것들. 파는 물건은 저녁에 앉는 자리 쪽에 있다. 지붕까지 뚫린 천장 아래에서 밥을 먹는 경험을 신축으로 만들려면 층고 하나에 용적률과 공사비가 함께 날아간다. 그 층고에 드는 값은 95년 전에 이미 치러졌다.

12.동네 조건도 이 구조를 받쳐 준다. 실버레이크는 호텔이 드물고 식당과 카페가 빽빽한 주거지다. 투숙객 25팀만 보고 100석을 채울 수는 없고 채울 이유도 없다. 동네 사람이 저녁에 앉고 일요일 브런치에 오면 좌석이 돌아간다. 로비를 지역에 여는 부티크 호텔의 방식인데, 여기서는 그 로비 자리가 예배당.

13.유럽에서 교회와 수도원을 호텔로 바꾼 사례는 오래됐고, 미국에서도 은행이나 학교, 공장을 호텔로 돌리는 개조가 최근 몇 해 신축 물량을 앞질렀다. 다만 그 사례들은 보통 규모를 키워 객실 수로 회수한다. 큰 껍데기에 방을 최대한 밀어 넣고 공용부를 깎는 쪽. 실버레이크의 이 건물은 반대로 갔고, 정확히는 그렇게 갈 수밖에 없었다.
14.방 25개라는 숫자는 2011년에 정해졌다. 그때 데이나 홀리스터(Dana Hollister)가 40년 임차권을 쥐고 25실 호텔 인허가를 받아 뒀다. 그는 2018년 케이티 페리(Katy Perry)와 대주교구를 상대로 한 수녀원 소송에서 1,500만 달러를 물게 되면서 파산했고, 임차권을 팔고 손을 뗐다. 임금 조례는 2025년에야 나왔다. 설계가 규제를 피해 간 게 아니라 규제가 나중에 왔고, 이 건물이 마침 그 선 아래 앉아 있었다.
15.대신 다른 위험이 이 자리에 몰린다. 매출의 37%가 식당과 대관에서 나오면 식자재와 주방 인력이 붙는 매출이 그만큼 커진다. 객실 이익률과 같은 잣대로 볼 수 없고, 100석을 3년 넘게 붐비게 유지하는 일은 호텔의 일이 아니라 식당의 일이다. 실버레이크처럼 경쟁 밀도가 높은 동네라면 방 25개를 채우는 쪽이 차라리 쉽다. 이 사업의 성패는 객실 예약이 아니라 저녁 예약 쪽에 걸려 있다.
1931년에 지은 교회 하나가 15년에 걸쳐 방 25개짜리 호텔이 됐다. 증축은 없고, 연면적 667평 가운데 객실이 31%, 대관으로 파는 공간이 28%다. 방 하나가 1년에 1억 4,700만 원을 벌고 매출의 37%는 방 밖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같은 걸 하려면 용도지역에서 먼저 걸린다. 교회는 거의 다 주거지 한복판에 서 있고, 건축법은 일반주거지역에 숙박시설을 놓지 못하게 한다. 준주거나 상업지역에 선 교회를 찾아야 하고, 그런 자리를 찾아도 학교 경계 200미터 안이면 교육환경보호구역이 다시 막는다. 미국은 조건부 사용허가로 건별 심사를 하지만 국내 용도지역에는 그런 재량 창구가 얇다. 껍데기가 아무리 좋아도 지번이 먼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