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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과 도심 · 궁 담장 너머로 사무실 건물이 줄지어 선 자리다. 이 일대의 노후 건물 몇 채가 지금 호텔로 바뀌고 있다. ⓒUHC 제공
덕수궁과 도심궁 담장 너머로 사무실 건물이 줄지어 선 자리다. 이 일대의 노후 건물 몇 채가 지금 호텔로 바뀌고 있다. ⓒUHC 제공
데일리 호텔

사무실 한 층에 화장실이 둘이었다, 거기에 아홉 개를 뚫었다

2026.09.07

서울 도심에서 1971년에 선 16층 사무실 건물이 방 108개짜리 호텔로 문을 열었다. 증축은 없다. 사무실로 두는 것보다 매출은 두 배가 넘는데, 손에 남는 돈은 거의 같다.

1.서울 중구 소공로에 선 건물 하나가 지난 6월 호텔이 됐다. 이름은 유에이치 컨티넨탈 서울센터(UH Continental SeoulCenter). 원래 이름은 서울센터빌딩이고 1971년 준공, 지하 2층에 지상 16층, 연면적 약 3,600평. 5층부터 16층까지 열두 개 층에 객실 108개가 들어갔다. 운영은 국내 숙박 운영사 유에이치씨(UHC)가 맡는다.
2.용도변경 허가 신청은 2025년 7월 21일에 들어갔다. 서류에 적힌 문구는 근린생활 업무시설을 근린생활 숙박시설로 바꾼다는 것이었고, 그때 언론에 나온 객실 수는 117개다. 지금 팔고 있는 방은 108개. 아홉 개가 어디로 갔는지는 공개돼 있지 않다. 사무실 평면 위에 객실을 그려 보면 코어와 기둥에 걸려 한두 칸이 늘 사라진다.
서울광장 · 호텔에서 걸어 2분 거리. 지하철 1·2호선 시청역과 덕수궁이 같은 블록에 있다. ⓒTristan Surtel · CC BY-SA 4.0
서울광장호텔에서 걸어 2분 거리. 지하철 1·2호선 시청역과 덕수궁이 같은 블록에 있다. ⓒTristan Surtel · CC BY-SA 4.0
3.방은 네 종류다. 가장 작은 디럭스 더블이 33제곱미터로 10평, 트윈이 42제곱미터. 침실 셋을 붙여 여덟 명까지 받는 그랜드 스위트가 71제곱미터다. 국내 도심 호텔 표준룸이 보통 23~26제곱미터에서 시작하니, 여기서는 가장 작은 방이 그보다 3평 가까이 넓다. 전 객실에 욕조가 들어갔다. 브랜드가 스파를 앞세우는 근거.
객실 · 전 객실에 욕조를 넣었다. 사무실 기준층의 깊은 평면 안쪽에 물 쓰는 자리를 몰아넣은 배치다. ⓒUHC · 개관 전 투시도
객실전 객실에 욕조를 넣었다. 사무실 기준층의 깊은 평면 안쪽에 물 쓰는 자리를 몰아넣은 배치다. ⓒUHC · 개관 전 투시도
4.열두 개 층에 108실이니 한 층에 아홉 개. 사무실이던 시절 이 층에 필요한 화장실은 남녀 하나씩 두 곳이었고, 호텔이 되면 방마다 하나씩 아홉 개가 필요하다. 바닥을 뚫어 배수관을 내리고 수직 배관 통로를 새로 세우는 일이 컨버전 공사비의 큰 덩어리인데, 업계에서 오피스를 호텔로 바꿀 때 가장 먼저 꺼내는 말도 객실마다 화장실을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감재를 바꾸는 리모델링과는 다른 공사.
로비 · 사무실 로비가 있던 저층부를 접객 공간으로 돌렸다. 프런트는 벽 한쪽으로 붙였다. ⓒUHC · 개관 전 투시도
로비사무실 로비가 있던 저층부를 접객 공간으로 돌렸다. 프런트는 벽 한쪽으로 붙였다. ⓒUHC · 개관 전 투시도
5.1971년 사무실 건물의 창은 열리지 않는다. 층고도 지금 짓는 호텔보다 낮고, 천장 속에 배관을 숨길 여유가 얇다. 지금까지 올라온 투숙 후기 52건의 평균이 10점 만점에 8.5점인데 청결이 9.0으로 가장 높고, 그 아래 낮은 점수를 받은 항목에 방음이 걸려 있다. 두꺼운 콘크리트 슬래브 위에 경량 벽으로 방을 나누면 옆방 소리가 그 벽을 타고 온다. 마감재로는 덮이지 않는다.
방 하나의 크기 막대 길이가 객실 전용면적이다 국내 도심 호텔 표준룸 24㎡ 안팎 · 통상치 디럭스 더블 33㎡ · 10.0평 디럭스 트윈 42㎡ · 12.7평 프라이빗 스위트 48㎡ · 14.5평 그랜드 스위트 71㎡ 5층부터 16층까지 열두 개 층에 108실, 한 층에 아홉 개다. 그랜드 스위트는 침실 셋에 정원 8명.
객실 구성가장 작은 방이 국내 도심 호텔 표준룸보다 3평 가까이 크다. 사무실 기둥 간격이 만든 결과다.
6.돈을 세어 보자. 공개된 가장 싼 요금이 1박 214달러라 우리 돈으로 30만 원 언저리에서 시작한다. 스위트가 섞여 팔리는 걸 치면 연평균 객실단가는 28만 원쯤. 개관 첫해라 가동률은 서울 시내 평균보다 낮은 72%로 본다. 그러면 RevPAR 20만 2천 원, 1년 객실매출이 약 79억 원이고 방 하나가 7,360만 원을 번다. 공개 자료가 없어 시장 통상치를 대입한 추정치.
라운지 · 객실 층으로 올리지 못한 저층부를 접객과 식음에 쓴다. 조식은 한식 단품으로 아침 8시부터 10시 반까지. ⓒUHC · 개관 전 투시도
라운지객실 층으로 올리지 못한 저층부를 접객과 식음에 쓴다. 조식은 한식 단품으로 아침 8시부터 10시 반까지. ⓒUHC · 개관 전 투시도
7.이 매출을 건물 면적으로 나누면 평당 월 18만 4천 원이 된다. 같은 건물을 사무실로 계속 돌렸다면 얼마였을까. 세빌스코리아가 집계한 올해 2분기 도심권 프라임 오피스 명목임대료가 평당 월 13만 5,200원이고, 1971년에 지은 중소형 건물은 그 등급을 못 받는다. 평당 7만 원대로 보는 편이 현실에 가깝다. 매출만 놓고 보면 호텔이 두 배 반.
라운지 · 저녁 · 같은 자리를 저녁에 다르게 쓴다. 3층에는 비즈니스 라운지, 17층에는 식당을 뒀다. ⓒUHC · 개관 전 투시도
라운지 · 저녁같은 자리를 저녁에 다르게 쓴다. 3층에는 비즈니스 라운지, 17층에는 식당을 뒀다. ⓒUHC · 개관 전 투시도
8.임대료는 받아서 관리비와 재산세를 빼면 대부분 남지만, 호텔 매출은 사람이 붙어야 나온다. 국내 업스케일 호텔의 영업이익률을 30%대 초반으로 잡고 가구·비품 재투자 몫 4%를 떼면 연 22억 원 안팎이 손에 남는다. 사무실로 돌렸을 때의 순수익과 견주면 큰 차이가 없다. 매출 두 배가 이익 두 배로 오지 않는 이유는 객실을 청소하고 프런트를 지키는 비용이 임대업에는 없기 때문.
사무실로 둘 때와 호텔로 돌릴 때 · 추정 연면적 3,600평 기준, 평당 월 금액이다 사무실 · 임대료 7만 원대 호텔 · 객실매출 18만 4천 원 사무실 · 순수익 5만 원대 호텔 · 순수익 5만 원대 매출은 두 배 반인데 남는 돈은 거의 같아진다. ※ 객실단가 28만 원·가동률 72%·영업이익률 30%대 초반에 재투자 4%를 뺀 추정이며, 사무실 쪽은 도심권 프라임 명목임대료 13만 5,200원에서 준공 55년 된 중소형 건물의 격차를 반영해 잡았다.
두 갈래 계산그런데도 호텔로 바꾼 이유는 이 표 밖에 있다.
9.답은 앞으로의 위험 쪽에 있다. 도심권에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사무실 256만 제곱미터가 새로 들어오고, 그 물량이 다 소화되지 않으면 공실률이 12%까지 오른다는 전망이 나와 있다. 새 건물이 들어올 때 먼저 비는 건 준공 50년 된 중소형이다. 반대편에서는 올해 상반기 방한 외국인이 1,071만 명으로 21.3% 늘었고, 서울 시내 호텔 가동률은 79.2%까지 회복됐다. 임대료는 계약서에 묶여 있고 객실단가는 안 묶여 있다.
10.운영사 쪽 구조도 이 판단을 거든다. 유에이치씨는 스위트형과 레지던스형, 이 컨티넨탈까지 세 갈래 브랜드를 직영으로 키워 온 회사다. 지금은 종로의 15층 건물을 아래 여섯 개 층 진료시설과 위 열 개 층 호텔로 나누는 사업, 옛 병원 건물을 호텔로 바꾸는 사업을 함께 벌이고 있다. 종로 건에서는 호텔 층 전체를 통째로 빌려 운영을 맡는 구조를 택했다.
객실 비품 · 달항아리와 향, 다구를 공간마다 놓았다. 소품 단가는 낮고 사진에 찍히는 값은 높은 품목이다. ⓒUHC 제공
객실 비품달항아리와 향, 다구를 공간마다 놓았다. 소품 단가는 낮고 사진에 찍히는 값은 높은 품목이다. ⓒUHC 제공
11.사람이 여기서 자려고 돈을 더 내는 까닭은 무엇일까. 방이 크기 때문이다. 침실 셋에 여덟 명이 드는 71제곱미터짜리 방은 신축 도심 호텔에서 잘 안 만든다. 기둥 간격과 코어 위치가 이미 정해진 건물에서 방을 자르면 크고 깊은 방이 나오는데, 그게 넷에서 여덟이 함께 움직이는 외국인 단체 손님과 정확히 겹친다. 신축이었다면 그 면적으로 방 두 개를 만들었을 자리.
소공동 일대 · 백화점과 대형 호텔이 한 블록 안에 몰려 있다. 이 밀도가 사무실 임대료보다 객실단가를 먼저 밀어 올렸다. ⓒ서울연구원 · CC BY 4.0
소공동 일대백화점과 대형 호텔이 한 블록 안에 몰려 있다. 이 밀도가 사무실 임대료보다 객실단가를 먼저 밀어 올렸다. ⓒ서울연구원 · CC BY 4.0
12.입지도 방 크기만큼 값을 한다. 지하철 시청역에서 걸어 2분, 덕수궁이 길 건너에 있고 명동과 광화문이 도보권이다. 사무실 임차인에게는 이 조건이 임대료로 환산되는데 상한이 있고, 관광객에게는 그 상한이 없다. 같은 자리를 놓고 두 업종이 다른 값을 매기는 상황.
1960년 3월, 반도호텔 주변 · 1938년에 지은 8층짜리 반도호텔은 1953년까지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 CC BY 4.0
1960년 3월, 반도호텔 주변1938년에 지은 8층짜리 반도호텔은 1953년까지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 CC BY 4.0
13.이 동네는 원래 호텔로 시작했다. 1897년 고종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려고 소공동에 환구단을 세웠고, 1912년 조선총독부가 그걸 헐어 철도호텔을 앉혔다. 1914년에 문을 연 그 건물이 조선호텔. 1938년에는 그 옆에 8층짜리 반도호텔이 섰고 국내 첫 상업 호텔로 불렸다. 사무실 건물은 그다음 세대에 들어왔고, 서울센터빌딩이 그 세대의 막내 축에 든다.
환구단 · 1897년에 선 제단 자리에 1912년 철도호텔이 들어섰다. 지금은 황궁우와 석고만 호텔 마당에 남았다. ⓒ국가유산청 · KOGL 제1유형
환구단1897년에 선 제단 자리에 1912년 철도호텔이 들어섰다. 지금은 황궁우와 석고만 호텔 마당에 남았다. ⓒ국가유산청 · KOGL 제1유형
14.그러니 이 컨버전은 새 발명이 아니라 원상 복귀에 가깝다. 문제는 55년 된 골조가 그 복귀를 얼마나 견디느냐다. 방음은 이미 후기에 잡혔고, 열두 개 층에 배관을 새로 세운 건물은 10년쯤 지나 누수와 소음으로 다시 손이 간다. 개관 첫해의 가동률과 객실단가는 새 호텔 효과를 타고 오르지만, 3년째부터 같은 자리에서 같은 숫자를 지키는 건 또 다른 일.

1971년에 지은 16층 사무실 건물이 열두 개 층에 방 108개를 담은 호텔이 됐다. 한 층에 아홉 개, 가장 작은 방이 33제곱미터로 국내 도심 호텔 표준룸보다 3평 가까이 크다. 평당 매출은 사무실 임대료의 두 배 반이지만 인건비를 빼고 나면 순수익 차이가 거의 없고, 그런데도 바꾼 이유는 앞으로 7년간 도심에 들어올 사무실 물량과 21% 늘어난 방한 관광객 사이의 방향 차이에 있다. 국내에서 같은 걸 하려면 돈이 먼저 새는 자리는 배관이다. 사무실은 층마다 화장실 두 곳이면 되지만 호텔은 방 수만큼 필요하고, 그 수직 배관 통로를 세우려면 슬래브를 뚫어야 한다. 여기에 용도변경 시점 기준으로 다시 계산되는 부설주차장 대수, 숙박시설 기준으로 다시 보는 오수 처리 용량과 소방 설비가 붙는다. 층고와 기둥 간격은 도면에서 미리 보이지만, 이 세 가지는 견적서를 받아야 보인다.

데일리 호텔 #037 · 2026.09.07
출처. UHC 공식 홈페이지(브랜드 구성·시설 안내), Trip.com·Expedia 객실 정보(객실 108실, 5~16층, 타입별 면적 33·42·48·71㎡, 최저 요금 214달러, 후기 52건 평균 8.5점), 매일경제 「시청 앞 서울센터빌딩도 호텔로 변신」(1971년 준공, 지하 2층~지상 16층, 117실 계획, 2025년 7월 21일 건축허가 신청), 파이낸셜뉴스(연면적 약 3,600평, 12개 층 호텔 운영, 객실별 화장실 공사 부담, 1,000억 원 이상 상업용 거래 중 숙박 자산 비중), 이데일리(사무실에서 호텔로의 용도변경 사례, 도심권 공실률), 이데일리 마켓인(2026년 상반기 방한 외국인 1,071만 명, 서울 호텔 가동률 79.2%, RevPAR 20만 7천 원, 호텔 거래액 1조 1,000억 원), 세빌스코리아 2026년 2분기 서울 프라임 오피스 리포트(도심권 명목임대료 평당 월 13만 5,200원), 젠스타메이트 리서치센터(2026~2032년 도심권 신규 공급 256만㎡, 공실률 전망), 헤럴드경제(종로 컨버전 프로젝트 구조), 국가기록원·서울역사 자료(환구단 1897년, 철도호텔 1912년 착수·1914년 개관, 반도호텔 1938년).
객실단가, 가동률, 객실매출, 영업이익률, 사무실 임대료와 순수익 비교는 공개 자료에 없어 시장 통상치를 대입해 추정한 값이다. 환산은 1달러 1,400원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