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고뉴의 와인 마을 뫼르소(Meursault)에서 9월 11일 Maison Le Chevreuil이 정식 개관 행사를 열었다. 방 10개에 1박 475유로부터, 아침 포함. 추정으로는 객실이 매출의 절반이 못 된다.
1.문을 연 건 호텔 회사가 아니다. 덴마크·스위스·독일·노르웨이에서 온 와인 수집가들이 주인이고, 1990년대부터 부르고뉴 와인을 사 모으며 이 지역을 드나든 사람들이라고 호텔은 소개한다. 7월에 먼저 손님을 받기 시작했고 9월에 개관 파티를 열었다.
2.뫼르소는 코트 드 본(Côte de Beaune)의 화이트 와인 산지다. 주민은 1,343명(2025년 추정). 호텔은 마을 광장인 레퓌블리크 광장(Place de la République) 1번지, 시청과 교회를 마주 보는 자리에 있다. 19세기 마을 여관이었다고 전해지는 건물을 2년 동안 고쳤고, 건축은 오뱅 프로(Aubin Prost), 실내는 본에 사무실을 둔 Slowhome의 조안나 르세르(Johanna Leserre)가 맡았다.


3.방은 10개가 전부고, 창이 포도밭이나 광장 중 한쪽을 향한다. 방마다 드레스룸과 차 도구, 책상을 넣었고 침대는 전부 스웨덴 침대 회사 Hästens 제품이다. 프랑스 호텔 가운데 Hästens 침대로만 방을 채운 곳은 여기가 처음이라고 호텔은 내세운다. 방값을 가구보다 잠자리에서 받겠다는 계산.

4.꼭대기 층 방은 옛 지붕틀을 드러낸 채 흰 칠만 입혔다. 사선으로 지나는 들보 아래 침대 머리판이 물결처럼 구불거리고, 부르고뉴 공방에서 짠 훈연 오크 가구가 방의 짙은 색을 맡는다. 욕실은 와인 앙금 빛깔로 칠한 벽이 둥글게 말려 들어가 샤워 칸이 발효 통 안처럼 오목하다. 저녁 해가 들면 벽이 먼저 붉어지고, 흰 침구만 늦게까지 밝다.


5.객실보다 먼저 봐야 할 건 식음료 공간이다. 호텔 안의 식당과 와인바, 테라스 둘, 야외 주방을 묶어 TERRE라는 이름을 붙였고, 주방은 장작불 요리를 중심에 뒀다. 셰프 알프레도 마르탱(Alfredo Martin)은 파리에서 마우로 콜라그레코(Mauro Colagreco)의 GrandCœur 주방을 이끌던 사람이다. 좌석을 세어 보면 방 10개짜리 호텔이라는 말이 무색해진다(아래 도표).


6.객실 매출부터 계산해 본다. 호텔이 속한 코트도르(Côte-d'Or)도의 지난해 호텔 평균 가동률은 60.08%였다. 이 가동률에 아침을 포함한 평균 객실단가를 550유로로 잡으면, 방 10개가 한 해 벌어들이는 돈은 약 120만 유로(추정). 1유로를 1,600원으로 치면 19억 원 남짓.
7.식음료는 실내와 야외를 나눠 잡았다. 실내 69석이 1년에 300일, 하루 한 바퀴씩 1인 70유로어치를 팔면 약 145만 유로. 야외 140석은 날이 좋은 120일만 치고, 회전은 0.7번에 1인 50유로로 낮추면 약 59만 유로. 합치면 식음료가 객실의 1.7배를 번다(추정).
8.성급 호텔은 보통 객실 매출이 전체의 3분의 2 안팎이고, 나머지를 연회장과 레스토랑이 채우는 게 업계 통상치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는 그 비율이 거꾸로. 연회장 대신 포도밭을 내려다보는 테라스가 있고, 결혼식 손님 대신 와이너리를 돌다 점심을 먹으러 들르는 사람들이 그 자리를 메운다. 호텔이 따로 잡아 둔 행사 공간은 야외 150명, 실내 65명 규모.
9.비용도 식음료 쪽에 쏠린다. 방 10개만 돌린다면 객실 정비와 프런트에 몇 사람이면 되지만, 장작불 주방과 소믈리에 팀, 좌석 217개를 매일 돌리려면 30명 가까운 인원이 붙는다(추정). 인건비 대부분을 식당이 쓰는 호텔. 그래서 객실은 이 구조에서 돈을 버는 자리라기보다 식당 손님을 하룻밤 더 붙잡아 두는 자리에 가깝다.

10.와인 마을에서 숙소가 파는 건 결국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저녁이다. 프랑스의 음주운전 기준은 혈중알코올 0.05%라 시음 몇 잔이면 넘기 쉽고, 뫼르소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인 본(Beaune)까지는 차로 10분 남짓 걸린다. 아래층에서 그랑 크뤼를 마신 손님은 계단만 오르면 되니 한 병을 더 연다. 방이 10개뿐이어도 그 10개가 식당의 객단가를 끌어올린다.
11.관광객도 이미 마을까지 온다. 뫼르소의 샤토 드 뫼르소(Château de Meursault) 한 곳에만 한 해 2만 명 넘게 찾아온다. 다만 이들 대부분은 본에 방을 잡고 낮에만 들렀다 간다. 마을 안에서 먹고 자는 선택지가 적었던 틈을 식당 중심 호텔로 메운 것.
12.문제는 겨울. 코트도르 호텔 가동률은 7월 75.9%, 9월 73.3%까지 오르지만 1월과 11·12월에는 42~47%로 내려간다. 좌석 217개 가운데 140석이 야외라 추위가 오면 절반 넘게 닫힌다. 여름에 번 돈으로 겨울 인건비를 버티는 구조가 되기 쉽다.

13.그 빈틈을 행사로 메운다. 개관 첫 달 일정만 봐도 9월 11일 DJ 파티, 18일 La Paulée du Chevreuil, 24일 장작불 저녁이 잡혔고 10월에는 힙합을 틀어 놓고 와인을 마시는 점심이 있다. 와인 경매도 올해 안에 열겠다는 예고. 호텔은 Amadeus·Sabre 같은 GDS에도 이름을 올려 여행사 예약 창구를 열어 뒀다.
14.행사 이름의 폴레(Paulée)는 포도 수확을 마친 뒤 일꾼들과 먹던 잔치에서 왔다. 1923년 뫼르소의 쥘 라퐁(Jules Lafon)이 친구 35명을 불러 이 잔치를 되살렸고, 지금은 11월 셋째 주말 본 일대 와인 축제 Les Trois Glorieuses의 마지막 날 샤토 드 뫼르소에서 점심으로 열린다. 가동률이 떨어지는 11월에도 이 사흘만큼은 마을 전체가 붐빈다. 주인들이 호텔 행사에 그 이름을 빌린 이유는 손님이 이 달력을 따라 움직여서일 것이다.
15.코트도르도에는 올해 초 기준 호텔 210곳, 객실 7,842개가 있고 그중 4성과 5성이 50곳이다. 2성과 3성이 여전히 중심이지만 위쪽이 빠르게 늘고 있다. 새로 들어오는 고급 호텔 대부분이 객실 수로 경쟁할 때, 와인 수집가들은 방을 10개로 묶고 식탁을 넓혔다. 테라스를 닫는 첫 겨울에도 식탁이 찰까.
뫼르소의 옛 여관 건물은 2년 공사 끝에 방 10개와 식음료 좌석 217개를 가진 호텔로 다시 열렸고, 추정으로는 식음료가 객실보다 1.7배 더 번다. 국내에서 와이너리나 양조장 옆에 이런 규모를 차리려 하면 방 수에서 먼저 막힌다. 관광진흥법의 소형호텔업은 객실이 20실 이상이어야 해서 10실로는 호텔업 등록이 안 되고, 공중위생관리법의 일반숙박업으로 신고한 뒤 식당은 따로 일반음식점 영업신고를 해야 한다. 농어촌민박으로 가면 주택 연면적 230㎡ 미만에 주인이 살아야 한다는 조건에 걸려, 외부 손님 200명을 받는 식당은 애초에 붙일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