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한복판의 1960년대 사무소 건물이 방 50개짜리 Nobu Hotel Madrid로 바뀌어 9월 1일 문을 열었다. 건물값과 공사비를 합쳐 1억 유로가 들어갔고, 추정 매출로 보면 그 돈을 되돌려 줄 쪽은 방보다 식당이다.
1.알칼라 거리(Calle de Alcalá) 26번지, 시벨레스 광장(Plaza de Cibeles)과 푸에르타 델 솔(Puerta del Sol) 사이의 모퉁이 건물. 9월 1일 Nobu Hotel Madrid가 여기서 문을 열었다. 방과 스위트를 합쳐 50개. 운영은 요리사 마쓰히사 노부유키(松久信幸), 배우 로버트 드니로(Robert De Niro), 사업가 메이르 테퍼(Meir Teper)가 세운 Nobu Hospitality가 맡았다. 산세바스티안·바르셀로나·마르베야·이비사에 이은 스페인 다섯 번째 Nobu 호텔.
2.건물 주인은 호텔 자산만 사 모으는 스페인 상장 부동산회사 Millenium Hospitality Real Estate다. 2021년 12월 변호사 공제조합 Mutualidad de la Abogacía에게서 사무소 건물을 3,670만 유로에 샀다. Forbes España는 개업까지 들어간 돈을 1억 유로로 전했다. 방 하나에 200만 유로, 1유로를 1,600원으로 치면 32억 원. 공식 판매가는 조식을 넣어 1박 660유로부터라고 호텔은 안내한다.

3.사무소였을 때 연면적은 5,343㎡, 지하 2층에 지상은 1층·중이층·5개 층·다락층이었다. 방 50개로 나누면 방 하나에 107㎡, 32평이 돌아간다. 도심 비즈니스호텔이 방 하나에 연면적 40~50㎡를 쓰는 걸 생각하면 두 배가 넘는데, 그 차이를 식당과 바가 가져갔다. 1층 로비 라운지는 투숙객이 아니어도 들어오고, 여기에 세 개 층에 걸친 Nobu 식당과 바·라운지, 따로 떨어진 칵테일 바, 7층 옥상 식당까지 식음료 공간만 넷.
4.방은 Studio Caramba의 토마스 알리아(Tomás Alía)가, 식당과 공용부는 GRONDA의 디에고 그론다(Diego Gronda)가 설계했다. 1960년대 사무소의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진 창이 방의 벽이 됐다. 모서리를 차지한 방은 창이 두 면으로 꺾여 스위트가 되었고, 이름은 젠(Zen)·히카리(Hikari)·유히(Yuhi)·Nobu 넷이다. 가장 큰 Nobu 스위트는 꼭대기 층 105㎡에 전용 테라스가 붙는 방.


5.방 안의 색은 두 가지뿐. 모래색 돌과 짙은 원목. 욕조 앞을 가린 나무 살 칸막이가 불빛을 가늘게 썰어 돌 벽에 줄무늬로 눕힌다. 밤이 되면 사람은 아래층으로 몰린다. 칵테일 바는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디제이가 레코드판을 돌리고, 옥상에서도 같은 요일에 음악이 흐른다. 식당과 바가 방보다 아래에도 위에도 있는 건물이라, 그 소리를 방까지 들이지 않는 게 이 설계의 몫이다.


6.매출은 공개하지 않는다. STR과 Cushman & Wakefield 집계로 2025년 마드리드 호텔 평균 객실단가는 178.4유로, 가동률은 76.8%였다. 이 호텔의 판매가는 도시 평균의 네 배에 가깝다. 개업 첫해이니 평균 객실단가 700유로, 가동률 70%로 낮춰 잡으면 RevPAR은 490유로, 방 50개의 1년 객실 매출은 약 894만 유로가 된다(추정). 143억 원 정도.
7.식음료 쪽은 좌석 수도 나오지 않았다. 식당과 바 네 곳에 하루 평균 300명이 앉아 한 사람이 100유로를 쓴다고 놓으면 1년에 1,095만 유로(추정). 객실보다 식음료가 더 번다는 계산이 나온다. 둘을 합친 약 1,990만 유로 가운데 식음료가 55%를 차지한다. 개업 기념으로 9월 말까지 예약하면 방값에 100유로짜리 식음료 이용권을 얹어 주는데, 방에서 받은 돈을 아래층 식당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구조다.
8.성급 호텔이었다면 식음료 매출은 조식 뷔페와 연회장, 결혼식에서 나왔다. 도심 대형 호텔에서도 식음료는 보통 전체 매출의 3분의 1 안팎이고, 그 돈은 투숙객과 행사 손님이 낸다. 공개된 시설 목록에 연회장은 없다. 식당의 손님은 길에서 들어오는 마드리드 사람이고, 투숙객은 그 식당에 먼저 예약할 권리를 받는다. 예약이 어려운 식당 위에 방이 있으니, 방값에는 저녁 테이블 하나가 이미 들어 있다.

9.연면적으로 나누면 차이가 더 선명하다. 5,343㎡는 1,616평이고, 호텔 추정 매출을 평당으로 나누면 1년 약 1만 2,300유로, 1,970만 원이다. 같은 건물을 사무소로 두고 마드리드 도심 우량 오피스 수준인 ㎡당 월 40유로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1년 256만 유로(추정). 지하까지 다 세를 준다고 쳐도 평당 1,590유로에 그친다. 바닥 한 평이 버는 돈이 여덟 배 가까이 벌어진다는 계산.
10.들어간 돈도 같이 커졌다. 사무소 그대로였다면 3,670만 유로로 끝났을 투자가 1억 유로가 됐다. 호텔의 영업이익률을 30%로 잡으면 1년 약 600만 유로가 남는다(추정). 사무소 임대료 256만 유로와의 차이는 344만 유로이고, 이걸 더 넣은 6,330만 유로로 나누면 5.4%. 방 50개로는 1억 유로를 감당하지 못하고, 식당이 비는 날 이 계산은 바로 무너진다.
11.건물 주인은 이 계산을 몰랐을까. Millenium은 미국 투자사 Castlelake가 지분 49%를 쥔 회사로, 호텔을 직접 굴리지 않고 운영사에게서 임대료를 받는다. 스페인 부동산 매체 Sivarious가 전한 조건은 임대 20년에 앞의 5년은 해지할 수 없고, 임대료는 고정분에 영업이익 연동분을 얹는 방식이다. 비율은 비공개. 식당이 잘되는 해에는 건물 주인도 같이 더 받고, 안 되는 해에도 고정분은 남는다.
12.사람들이 1박 660유로를 내는 이유는 이 이름을 다른 도시의 식탁에서 먼저 만났기 때문이다. 마드리드에는 2019년 이후 에디션·포시즌스·로즈우드·만다린 오리엔탈이 잇달아 들어왔고, 전부 방 150개가 넘는 호텔이다. 방 50개로 그 줄에서 이기기는 어렵다. 방 수로 겨룰 생각이 애초에 없는 호텔. 대신 로비와 옥상을 저녁마다 동네 사람으로 채워, 방에 묵지 않는 사람까지 이 건물의 손님으로 만든다.

13.순서도 식당이 먼저. 마쓰히사는 1987년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에 식당 Matsuhisa를 열었고, 그 단골이던 드니로와 함께 1994년 뉴욕에 첫 Nobu 식당을 냈다. 호텔은 그로부터 19년 뒤인 2013년, 라스베이거스 Caesars Palace 안에 방 181개짜리 호텔 속 호텔로 처음 나왔다. 식당 이름이 먼저 손님을 모으고, 그 손님을 재울 방을 나중에 붙이는 방식이 마드리드까지 이어졌다.

14.문제는 유행이다. Nobu 메뉴는 1990년대부터 거의 같고, 마드리드 사람들이 개업 첫해처럼 계속 줄을 설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식당 손님이 한 해 20% 줄면 추정 식음료 매출에서 219만 유로가 빠지고, 방값이 그 빈자리를 채우려면 평균 객실단가가 약 170유로 올라야 한다. 방 50개짜리 호텔이 식당에 기대면 이익도 커지지만 흔들림도 같이 커진다.

15.Millenium은 이 방식을 한 건물로 끝내지 않는다. 이 회사는 Nobu와 산세바스티안에서 방 20개짜리 호텔을 먼저 열었고, 세비야에서도 Nobu 호텔을 준비하고 있다. 같은 브랜드로 작은 호텔을 여러 도시에 흩어 놓으면, 도시마다 식당이 먼저 이름을 알리고 방이 그 뒤를 따른다. 돈을 대는 쪽이 사는 건 방이 아니다. 저녁 예약 명단.
마드리드 알칼라 거리의 1960년대 사무소 건물이 1억 유로를 들여 방 50개짜리 Nobu 호텔이 됐고, 추정 매출의 절반 넘게를 식당과 바 네 곳이 번다. 같은 바닥이 버는 돈은 사무소일 때의 여덟 배 가까이 되지만, 더 넣은 돈에 대한 이익은 5%대에 머문다(추정). 국내에서 같은 전환을 하면 먼저 구조가 걸린다. 사무소를 숙박시설로 용도변경할 때도 건축법의 구조 안전 조항이 준용되므로, 옥상 식당이나 실내 수영장처럼 무게가 늘어나는 시설은 1970년대 이전 건물이라면 보강 설계부터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