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이탈리아 건축가가 외관을 설계한 오사카 우메다의 호텔이 2025년 2월 TONES OSAKA라는 이름으로 다시 열었다. 외벽은 그대로 두고 방을 터서 절반 가까이 덜어 냈다. 팔 수 있는 방이 45% 줄었고, 청소하고 체크인 받을 방도 그만큼 줄었다.
1.2025년 2월 14일, 오사카 우메다(梅田) 동쪽 도야마초(堂山町)에서 9층짜리 TONES OSAKA가 문을 열었다. 방은 67개이고 그중 48개가 30㎡를 넘는다. 운영사 Vamos는 이 호텔을 열려고 세운 도쿄의 신생 회사로, 호텔 운영은 이곳이 처음.
2.건물은 1997년 호텔 일 몬테(Hotel Il Monte)로 문을 열었다. 외관은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이탈리아 건축가 알도 로시(Aldo Rossi)가 설계했고, 로시가 세상을 떠난 것도 같은 해. 일 몬테는 싱글과 트윈 위주로 방 122개를 팔았고 2017년에 한 번 고쳤다. 그 뒤 도야마 센트럴 빌딩(堂山セントラルビル)이라는 이름을 거쳐 지금의 호텔이 됐다.

3.호텔 앞으로는 신미도스지(新御堂筋) 고가도로가 지나고, 뒤편 도야마초는 술집과 노래방 간판이 골목마다 걸린 유흥가다. 로시의 외벽이 오랫동안 고가와 광고판 사이에 묻혀 있었다고 현지 매체들은 소개한다. JR 오사카역까지는 걸어서 9분.

4.방은 10가지. 가장 작은 콤팩트 더블이 15.12㎡, 가장 큰 디럭스 트윈과 트리플이 35.75㎡로 넓이가 두 배 넘게 벌어지고, 30㎡를 넘는 방은 4명까지 재운다. 122개가 67개가 된 숫자로 보아 옛 방 두 칸을 터서 한 칸으로 만든 층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같은 객실 면적을 옛 방 수로 나누면 한 방에 16㎡ 안팎이 나온다(추정).

5.넓힌 방에서 먼저 눈에 걸리는 건 창을 따라 5m 넘게 이어지는 카운터다. 책상과 TV 받침, 가방 올릴 선반을 한 판으로 이었고, 오사카 뷰 방은 그 창 너머로 신미도스지 고가가 내려다보인다. 욕실은 화장실을 따로 떼어 내고 욕조 앞에 몸 씻는 자리를 둔 일본식. 둘이 묵어도 한 사람이 씻는 동안 다른 사람이 화장실을 못 쓰는 일이 없다.


6.공용부는 3층 한 층에 모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프런트 카운터와 라운지가 한 공간이고, 거리에 면한 1·2층은 상점에 내줬다. 4층에는 코인 세탁기와 제빙기, 전자레인지를 두었다. 가족 손님이 며칠씩 묵으며 빨래를 돌리는 동선.

7.로비 벽은 마감재를 벗겨 낸 콘크리트라 거푸집 자국과 얼룩이 그대로. 바닥 가까이 숨긴 조명이 그 벽을 아래에서 쓸어 올려 거친 면이 한층 도드라지고, 프런트 위 선반에서는 이 호텔을 위해 만든 진공관 앰프가 레코드를 돌린다. 저녁 6시가 지나면 라운지 조명이 한 단계 내려가고 칵테일 잔이 나온다. 벽을 새로 바르지 않은 결정은 분위기이면서 공사 항목 하나를 덜어 낸 선택.


8.가장 싼 조식 포함 트윈이 두 명 2만 2,800엔부터로, 한 사람당 1만 1,400엔. 오사카 비즈니스호텔의 2024년 평균 객실단가 1만 3,391엔보다 한 사람 몫이 싸다. 30㎡를 넘는 방에 넷이 들면 한 사람 몫은 더 내려간다.
9.방 수를 절반 가까이 줄이고도 1년 객실 매출은 옛 구성과 비슷하거나 조금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아래 도표). 다만 옛 방을 오사카 비즈니스호텔 평균 객실단가에 팔 수 있었다고 치면 옛 구성이 오히려 더 번다. 그렇다면 방은 왜 줄였을까.
10.답은 일의 양에 있다. 1년에 파는 방이 약 3만 7,900박에서 2만 800박으로 줄면 청소와 린넨 교체, 체크인 횟수도 45% 같이 준다(추정). 오사카 외주 청소 단가를 방 하나 1,800엔으로 잡으면 청소비만 1년에 약 3,000만 엔이 빠진다.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오사카 호텔 시장에서 이 차이는 돈보다 먼저 인력 문제로 다가온다.
11.그 돈은 방값에 넣은 아침으로 다시 나간다. 투숙객에게 빵 뷔페 조식을 따로 받지 않고 내고, 라운지의 커피와 차, 주스도 하루 종일 무료다. 한 방에 두 명, 한 사람 하루 1,000엔으로 잡으면 1년에 약 4,200만 엔(추정). 청소에서 아낀 몫이 거의 그대로 이쪽으로 옮겨 가 방값을 받치는 근거가 됐다.
12.성급 호텔이었다면 객실 밖 매출은 식당과 연회장에서 나왔을 텐데, 여기에는 둘 다 없다. 따로 받는 돈은 저녁 바의 칵테일과 와인, 3층 살롱, 1·2층 상점의 임대료 정도이고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대신 연회 인력과 주방 설비가 비용표에서 통째로 빠진다. 식음료로 돈을 벌지 않고, 식음료를 방값에 섞어 넓이와 함께 판다.

13.프런트와 라운지를 한 공간에 붙인 건 인력 때문이기도 하다. 체크인을 받는 카운터 바로 옆에 커피 머신과 바 카운터가 있어, 손님이 적은 시간에는 같은 사람이 둘을 함께 볼 수 있다. 판매는 OTA 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이는데, Booking.com 한 곳에만 후기가 1,000건 넘게 쌓였다.

14.운영사가 꼽는 손님은 가족이나 친구와 오는 관광객, 그리고 혼자 여행하는 사람. 오사카 도심 호텔 방은 둘이 누우면 여행 가방 펼 자리가 없는 곳이 많고, 네 명이 한 방에 드는 35㎡ 방은 그 불편을 겨눈다. 로시의 이름이 방값을 얼마나 올리는지는 알 수 없다. 공식 사이트는 첫 화면부터 로시를 내세우지만, 후기에서는 값에 비해 넓은 방이라는 평이 먼저 나온다.
15.로시가 일본에 처음 지은 호텔은 1989년 후쿠오카의 호텔 일 팔라초(Hotel Il Palazzo)로, 실내는 우치다 시게루(内田繁)가 맡았다. 버블기 일본에는 이름난 해외 건축가를 불러 호텔을 짓는 흐름이 있었고, 일 몬테는 거품이 꺼진 뒤 그 흐름의 끝자락에 섰다. 28년 뒤, 같은 외벽 안에서 방 수는 절반으로.

16.위험은 같은 것을 파는 이웃. 오사카에는 올해 9월과 10월에만 MIMARU가 신사이바시와 닛폰바시에 66실과 68실을 여는 등, 넓은 방에 여럿이 묵는 아파트먼트형 호텔이 잇달아 들어선다. 로시의 외벽은 따라 할 수 없지만 넓은 방은 누구나 짓는다.
1997년 알도 로시가 외관을 설계한 오사카 우메다의 122실 호텔이 2025년 2월 67실의 TONES OSAKA로 다시 열었다. 외벽은 두고 방을 터서 절반 가까이를 30㎡ 넘게 만들었고, 조식과 라운지 음료를 방값에 넣었다. 방을 45% 줄였는데도 1년 객실 매출은 옛 구성과 비슷한 것으로 추정되고, 크게 줄어든 것은 청소와 체크인 같은 일의 양이다. 국내 관광호텔을 이렇게 고치면 방 수에서 먼저 걸린다. 관광진흥법 시행령은 관광호텔업 등록 기준으로 객실 30실 이상을 두고 있어, 50실 안팎의 호텔이 방을 둘씩 합치면 기준 아래로 내려가 소형호텔업이나 일반숙박업으로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