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의 오래된 주택가 하이츠에 5층짜리 호텔이 방 49개로 문을 열었고, 한 달이 안 돼 수영장과 방갈로 10개를 더 짓기로 했다. 방값은 도시 평균의 3배이고, 성급 호텔의 연회장이 벌던 돈은 여기서 식당과 바, 서재가 번다.
1.2025년 12월 초,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Houston)의 주택가 하이츠(Heights)에서 호텔 대프니(Hotel Daphne)가 문을 열었다. 웨스트 20번가와 애시랜드 스트리트가 만나는 모퉁이의 5층 신축 건물로, 방은 49개. 운영은 오스틴에 본사를 둔 Bunkhouse Hotels가 맡았고, 개발은 이번이 첫 사업인 벤 애컬리(Ben Ackerley).

2.개장 4주 뒤인 12월 말, 부동산 매체 The Real Deal은 이 호텔이 1,500만 달러짜리 증축을 준비한다고 전했다. 수영장과 풀사이드 방갈로 스위트 10개를 더해 2027년 봄 59실로 늘리는 계획이다. 그 사이 2026년 9월 18일에는 미쉐린 가이드가 호텔에 주는 키(Key) 하나를 받았다고 현지 매체 CultureMap은 전한다.
3.원래 이 땅에 있던 건 1904년에 지은 집 한 채. 애컬리가 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게 2019년이니, 문을 열기까지 6년이 걸렸다. 설계를 맡은 Blanchard A+D는 흰 페인트를 칠한 벽돌 외벽에 계단식 파라펫과 철제 창틀을 달아, 하이츠의 오래된 목조 주택과 옛 공장 건물의 모양을 한 건물에 섞었다.

4.건물 배치는 대지에 서 있던 100년 된 참나무들을 피해 잡았다. 나무를 남긴 자리는 담으로 둘러싼 중정이 됐고, 식당 Hypsi는 그 중정 쪽 벽을 통창으로 텄다. 로비 옆의 약 33㎡(350제곱피트) 서재에는 오닉스 체스판을 올린 게임 테이블이 있고, 예약이 들어오면 이 방이 프라이빗 다이닝룸이 된다.

5.객실은 짙은 나무 침대와 모헤어 의자, 아츠 앤드 크래프츠 풍 수납장으로 채웠다. 카펫은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의 직물 무늬 「딸기 도둑(Strawberry Thief)」을 AI로 변형해 짰다. 일부 객실에는 테라스가 붙고, 스위트는 발코니 스위트(약 79㎡)와 펜트하우스(약 107㎡) 두 개다.


6.욕실은 바닥부터 허리 높이까지 짙은 녹색 Fireclay 타일로 두르고, 세면대 상판에 녹색 오닉스를 얹었다. 로비에서는 손으로 구운 타일이 프런트 데스크를 감싸고, 그 위로 빈티지 무라노 유리 샹들리에가 금빛으로 늘어진다. 벽에는 애컬리 가문이 모은 텍사스 작가들의 작품 160점 이상이 돌아가며 걸린다. 방 열쇠가 없는 동네 사람이 들어와 앉아도 어색하지 않게 꾸민 로비다.

7.시작 요금은 1박 359달러. 휴스턴 관광 공사 Houston First가 집계한 2025년 휴스턴 호텔 평균 객실단가는 120달러였고, 가동률은 59%로 1년 새 크게 떨어졌다. 공급이 늘어 방이 남는 도시에서 부르는 값이 평균의 3배.
8.스위트와 주말 요금을 섞어 평균 객실단가를 380달러, 가동률을 65%로 잡으면 1년 객실 매출은 약 440만 달러가 된다(추정). 이때 RevPAR는 약 247달러로 휴스턴 평균 71달러의 3.5배. 같은 49실을 도시 평균 조건으로 돌리면 객실 매출은 130만 달러에 못 미친다.
9.성급 호텔이라면 객실 밖 매출은 연회장과 회의실에서 나왔을 텐데, 대프니에는 연회장이 없고 작은 행사 공간 하나뿐. 그 돈을 아침·점심·저녁을 다 여는 식당 Hypsi와 2026년 5월 문을 연 Bar Daphne, 서재의 프라이빗 다이닝이 대신 번다. 식당과 바가 하루 평균 8,000달러를 번다고 가정하면 1년에 약 290만 달러, 전체 매출의 40% 가까이 된다(추정).

10.로비 매장에서는 동네 가게 물건과 함께 Bunkhouse가 직접 만든 빨강·파랑 줄무늬 면 가운을 판다. 식당에서는 모차렐라를 실은 카트가 테이블 옆까지 굴러오고, 바는 매일 오후 5시에 연다. 방을 잡지 않은 손님이 돈을 쓰고 갈 자리가 식당, 바, 서재, 매장까지 네 곳이다.


11.텍사스주 인허가 기관 TDLR(Texas Department of Licensing and Regulation)에 낸 서류에 적힌 공사비는 약 2,400만 달러, 방 하나에 약 49만 달러(약 6억 8,600만 원)다. 땅값은 빠진 숫자. 증축비 1,500만 달러를 방갈로 10개로 나누면 방 하나에 150만 달러로, 수영장 공사비를 떼지 않은 단순 계산이지만 개장분의 3배다.
12.건물 주인은 애컬리 가문, 운영은 Bunkhouse. Bunkhouse의 모회사 Standard International은 2024년 10월 하얏트(Hyatt)에 팔렸다. 기본 인수가 1억 5,000만 달러에 새 호텔이 계약될 때마다 최대 1억 8,500만 달러를 더 주는 조건이었고, 하얏트가 받은 건 문을 연 호텔 21곳, 약 2,000실의 운영·가맹 계약이었다.
13.기본 인수가만 객실 수로 나누면 하얏트가 방 하나의 운영 계약에 치른 돈은 약 7만 5,000달러다. 대프니가 방 하나를 짓는 데 쓴 돈의 6분의 1 수준. 그 대신 대프니 방은 하얏트 회원 포인트로 예약되고 하얏트 누리집에 걸린다. 처음 호텔을 짓는 개발자는 세계 체인의 회원 예약 채널을 빌려 쓰고, 그 값을 매출에서 떼어 주는 운영 수수료로 치른다.
14.하이츠는 1912년부터 술을 팔 수 없는 동네였다. 식당들은 비영리 회원제 클럽을 세워 손님을 회원으로 받는 편법으로 술을 냈고, 2017년 주민투표에서 61대 39로 식당과 바의 규제가 풀렸다. Hypsi는 그 금주 시대의 사설 술 클럽을 식당의 콘셉트로 가져왔다. 동네가 숨어서 마시던 방식이 이제 호텔 식당의 간판이 됐다.
15.휴스턴 도심 업무지구의 호텔 가동률은 지난해 12월 45%까지 내려갔다. 출장객이 줄어든 도시에서 대프니는 한 블록 떨어진 19번가의 가게 거리를 보러 오는 여행객을 받고, 식당과 바는 방이 비는 평일에도 이웃을 상대로 문을 연다. 투숙객이 줄어드는 날에도 호텔 매출이 통째로 꺼지지 않게 짠 구성.
16.Bunkhouse의 출발은 정반대였다. 창업자 리즈 램버트(Liz Lambert)는 1995년 어머니가 보증을 선 55만 달러 대출로 오스틴 사우스 콩그레스의 24실짜리 허름한 모텔을 샀고, 2000년 Hotel San José로 다시 열었다. 방 하나에 약 2만 3,000달러. 26년 뒤 같은 간판을 단 호텔은 방 하나에 그 21배를 쓰고, 문을 연 지 한 달도 안 돼 방 하나에 150만 달러짜리 증축을 결정했다.
휴스턴의 주택가에 방 49개를 짓는 데 약 2,400만 달러를 쓴 호텔이 문을 연 지 4주 만에 1,500만 달러 증축을 결정했다. 근거는 도시 평균의 3배인 방값과, 전체 매출의 40% 가까이를 채우는 식당과 바다(추정). 국내에서 이렇게 저층 주택가 한복판에 호텔을 들이려 하면 용도지역부터 걸린다. 국토계획법 시행령은 제1·2·3종 일반주거지역에 숙박시설을 허용하지 않으므로, 하이츠 같은 주택가라면 지구단위계획으로 용도를 바꾸거나 준주거·상업지역 가장자리 필지를 찾아야 한다. 동네 식당 역할까지 맡기려면 호텔업 등록과 별도로 일반음식점 영업신고를 받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