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화이하이중루(淮海中路) 안쪽에 1924년에 올린 벽돌 골목이 하나 있다. 스쿠먼(石库门) 리롱, 상셴팡(尚贤坊). 그 세 개 층에 지난 1월부터 신발 가게가 들어와 있다. 간판은 회력1927(回力1927).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운동화 이름을 그대로 쓰지만 정작 이 간판은 세 살이다. 209평에 1,000만 위안을 묻은 이유가 오늘의 주제.
1.팩트부터. 2026년 1월 25일, 상하이 화이하이중루 상권의 스쿠먼 골목 상셴팡에서 회력1927의 세계 첫 콘셉트 플래그십이 시범영업을 시작했다. 100년 된 벽돌 건물 세 개 층, 690.8제곱미터. 우리 셈으로 208.9평이다. 설계는 상하이의 STILL YOUNG, 준공은 이튿날인 1월 26일. 브랜드가 밝힌 총투입은 1,000만 위안, 위안당 190원으로 환산하면 19억원 남짓이다.
2.회력(回力·Warrior)은 1927년 상하이에서 시작해 지금은 화이그룹(华谊集团) 산하에 있다. 1980년대에 연 2,000만 켤레를 넘게 찍고도 물건이 모자라던 시절이 있었고, 그때 매출이 8억 위안. 회력1927은 그 이름을 빌려 2023년에 낸 젊은 라인이고, 두 해 만에 전국 매장 1,000곳을 넘겼다. 그중 신발과 옷을 함께 파는 100제곱미터급 대형점이 200곳 남짓이라고 브랜드는 밝힌다.
3.건물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한다. 상셴팡은 화이하이중루 358롱에 1924년 들어선 구식 스쿠먼 리롱으로, 1989년 상하이시 우수역사건축이자 문물보호단위로 지정됐다. 지금 이 일대는 홍콩 신세계가 받아 총 건축면적 9만 4,346제곱미터 규모로 다시 짓는 중. 남쪽 두 채는 수선하고 북쪽 두 채는 뜯어 다시 쌓는 방식이었다.

4.안쪽은 층마다 다른 시간을 맡았다. 1층은 과거와 지금의 대화, 2층은 감각, 3층은 아직 오지 않은 것. 그 셋을 한 줄로 꿰는 게 용 조형물인데 1층에 용머리, 2층에 등뼈, 3층에 눈이 놓인다. 브랜드가 붙인 이름은 동방각성(东方觉醒). 층을 오르는 동선이 곧 이야기가 되도록 짠 구성.

5.재료를 보면 판단이 선다. 씻어 낸 청수벽돌과 검은 옻칠 대문은 손대지 않고 남겼고, 그 위에 무광 아크릴과 금속, 호두나무를 얹었다. 3층으로 올라가면 은백 거울이 벽을 삼킨다. 오래된 벽돌은 빛을 먹고, 새로 넣은 면은 빛을 되쏜다. 색온도를 조절하는 조명이 그 둘 사이를 하루에도 몇 번 옮겨 다닌다. 상품 진열과 커스텀, 차를 마시는 자리까지 세 개 층에 흩어 놨다.


6.왜 이렇게까지 하나. 첫째는 값이다. 회력의 클래식 캔버스화는 수십 위안대에서 팔려 왔고 그 싼값이 곧 브랜드의 인지였다. 1927 라인이 받으려는 값은 그 몇 배 위. 같은 로고로 다섯 배를 받으려면 손님이 다른 문으로 들어와야 한다. 그 문을 100년 된 벽돌 골목에 낸 것이 이 매장의 첫 번째 임무다.

7.둘째는 세대. 지금 스무 살에게 회력은 할아버지가 신던 신발이지 취향이 아니다. 국조(国潮) 열풍이 값을 대신 올려 주던 시기는 지났고, 애국 소비만으로 300위안을 받아 내던 문법도 함께 식었다. 남은 방법은 물건과 자리로 증명하는 쪽. 브랜드가 스스로 내건 문장이 여기서 시작하고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는 말인데, 앞의 절반은 헤리티지고 뒤의 절반은 변명이 아니라 계획이라는 뜻이 된다.
8.셋째는 무대. 상하이에서 스쿠먼은 시간을 파는 장치이고, 1924년 건물과 1927년 브랜드는 서로를 보증한다. 관광객에게는 볼거리, 현지 손님에게는 익숙한 동네 주소. 브랜드의 나이를 설명하지 않고 보여 주는 방법으로 이만한 배경은 드물다.

9.화이하이중루 일급 노면의 호가는 제곱미터당 월 1,000위안에서 1,500위안 선으로 알려져 있다. 대로변이 아니고 위로 두 개 층이 얹힌 리롱 건물이니 보수적으로 제곱미터당 800위안을 넣으면, 월 임대료는 약 55만 위안, 우리 돈 1억 500만원이 나온다. 1년이면 663만 위안, 12억 6,000만원. 시장 호가에 면적을 곱해 낸 추정이고 실제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10.그 임대료를 매장이 자기 매출로 갚으려면. 노면 매장에서 임대료가 매출의 15%를 넘으면 위태롭다는 게 업계 통념이니 필요한 월 매출은 약 369만 위안, 7억원이다. 평당 월 335만원. 신발 한 켤레를 300위안으로 잡으면 한 달에 1만 2,000켤레, 문 여는 날마다 400켤레를 팔아야 한다. 209평 매장에서 열두 시간 동안 서른 켤레씩 매시간 빠져나가야 맞는 숫자다.
11.그러니 이 자리는 매출로 갚는 자리가 아니다. 인테리어에 1,000만 위안, 평당 900만원을 쓴 것도 매장 투자라기보다 매체를 산 값에 가깝다. 옥외광고 한 면을 1년 걸어도 이보다 비싼 자리가 있는데, 여기는 광고를 거는 대신 사람을 안으로 들여 신발을 신겨 본다. 회수는 이 209평이 아니라 다른 1,000곳의 매대에서 일어난다.
12.계보를 보면 순서가 익숙하다. 리닝(李宁)이 2018년 뉴욕 무대에 중국 리닝(中国李宁)을 올려 값을 한 단계 올린 뒤 매장을 갈아 끼웠고, 그 뒤로 오래된 국산 브랜드가 젊은 라인을 따로 세워 값을 올리는 방식이 하나의 문법이 됐다. 회력1927도 시작부터 잡지와 손을 잡았다. 2023년 중국판 GQ와 함께 라인을 냈고, 올해 5월에는 배우 린추난(林秋楠)을 브랜드 친구로 붙였다.

13.갈리는 건 손님이 누구냐다. 이 매장에 가장 먼저 와야 하는 사람은 신발을 살 스무 살이 아니라 가맹 계약서를 들고 있는 점주와 상업시설의 임차 담당자다. 두 해에 1,000곳을 깔았다는 건 대부분이 남의 돈으로 열린 매장이라는 뜻이고, 본체 매출은 그 매대에 물건을 넘기는 순간 잡힌다. 209평 세 개 층은 그 계약을 설득하는 견본주택에 가깝다. 브랜드가 올해 마라톤용 러닝화를 내겠다고 예고한 것도 같은 줄에 선다. 캔버스화 한 종으로는 100제곱미터를 채울 수가 없으니까.


14.100년 된 신발 이름을 빌려 세 해 전에 만든 라인이 100년 된 벽돌 골목 세 개 층을 빌려 19억원을 묻었고, 그 임대료를 매장 매출로만 갚으려면 문 여는 날마다 400켤레가 필요하다. 기억할 숫자는 209평이 아니라 1,000곳 쪽이다. 회수가 거기서 일어나는 한 이 매장의 성적표는 켤레 수가 아니라 다음 계약서 장수로 매겨진다. 이 방식을 국내에서 따라하면 공간이 아니라 가맹사업법에서 먼저 걸린다. 정보공개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해 가맹희망자에게 건네고 14일이 지나야 계약과 가맹금 수령이 가능하고, 받은 가맹금은 예치기관에 묶인다. 쇼룸 한 채를 먼저 짓고 점주를 모으는 순서를 짤 때, 그 2주가 생각보다 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