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 브랜드는 전 세계에서 매장을 528개에서 511개로 줄였다. 파는 면적도 2% 깎았다. 그런데 지난주 목요일, 서울 한남동 대로변에 204평짜리를 하나 새로 열었다. 줄이면서 키우는 회사의 셈법이 오늘의 주제.
1.팩트부터. 2026년 7월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66에 마시모두띠(Massimo Dutti)의 한남 플래그십이 문을 열었다. 면적 676제곱미터, 우리 셈으로 204평. 브랜드는 이 자리를 한국에서 처음 여는 가두 매장이라고 안내한다.
2.브랜드의 자리부터 짚자. 마시모두띠는 인디텍스(Inditex) 여덟 개 라벨 가운데 값이 가장 위에 있는 이름이고, 자라와 같은 회사가 만들지만 옷값은 서너 배 차이가 난다. 국내에서는 자라리테일코리아가 자라·마시모두띠·자라홈·오이쇼를 묶어 52개 매장을 굴려 왔다. 그 매장이 대부분 백화점과 몰 안이었다는 게 이번 개점의 배경.
3.안으로 들어가면 옷보다 빈 자리가 먼저 눈에 든다. 676제곱미터를 여러 층에 나눠 담고 층마다 앉을 자리를 뒀는데, 백화점 매장 서너 개를 합친 면적에 걸어 놓은 옷은 그만큼 늘지 않았다. 옷걸이 사이 간격은 백화점 정형매장의 두 배 가까이. 면적을 재고에 쓰지 않고 통로와 여백에 썼다는 뜻이고, 이 결정이 뒤에 나올 손익 계산 전체를 끌고 간다.

4.개점에 맞춰 붙인 프로그램이 셋. 설치작가 김선희와 함께 여는 '아트 인 프로그레스'가 하나인데, 빛과 한지와 실크를 재료로 쓰는 작가다. 한국 고가구를 다루는 상점 고복희와는 물건 열에서 열다섯 점을 놓고 2주짜리 전시를 붙였고, 아포테카 소울(APOTEKA SOUL)과 함께 개점 뒤 나흘간 차를 냈다. 전시 구성은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아엘시즌(AL_SEASON)이 맡았다고 브랜드는 밝힌다.

5.이 셋의 공통점은 유효기간이 짧다는 것. 2주짜리 전시와 나흘짜리 차는 매출을 만들라고 놓은 장치가 아니라 개점 첫 달의 방문자 수를 앞으로 당기는 장치다. 한 달치 손님을 첫 주에 몰아 오면 후기와 사진이 그만큼 빨리 쌓이고, 그 사진이 다음 손님을 부른다. 한남에서 이 문법을 안 쓰는 브랜드가 거의 없다.
6.설비 쪽은 덜 화려하고 더 정직하다. LED 조명을 구역별 이용 상황에 따라 켜고, 직원 공간에는 움직임 감지 센서를 달았다. 공조는 매장 안 이산화탄소 농도를 읽어 환기량을 스스로 조절하고, 인버터가 부하에 맞춰 설비를 돌린다. 출입구 에어커튼도 센서 제어. 에너지 사용량은 원격 실시간 감시. 층을 쌓은 가두 매장에서 전기요금은 임대료 다음으로 큰 고정비이고, 이 목록은 환경 홍보이기 전에 손익계산서 항목이다.

7.왜 하필 한남인가.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가 집계한 2024년 이태원·한남 가두상권 공실률은 11%인데, 이태원 권역을 빼고 한남만 보면 사실상 0에 가깝다는 게 이 보고서의 진단이다. 더 눈에 띄는 건 업종 구성의 뒤집힘. 2023년 12월에 식음료 70에 리테일 25이던 비중이 1년 만에 50 대 45로 좁혀졌다. 밥 먹으러 오던 거리가 옷 사러 오는 거리로 바뀌는 중이고, 그 전환기의 대로변 자리를 옷 브랜드들이 서로 먼저 잡으려 든다.

8.손님 쪽 이유도 같이 봐야 한다. 로고가 크게 박히지 않은 옷을 이삼십만원대에 사려는 수요가 지난 몇 해 사이 두꺼워졌고, 그 수요는 백화점 층별 안내판에서 자기 자리를 잘 못 찾는다. 명품 층에 두기엔 싸고 영캐주얼 층에 두기엔 조용한 옷. 길가에 매장을 따로 세우면 그 애매함이 사라지고 브랜드가 자기 값을 자기 문 앞에서 설명할 수 있다.
9.매장 서비스도 그 설명의 일부다. 별도 피팅룸에 스타일 어드바이저를 붙이고, 스캔 앤 숍으로 상품 정보를 읽어 온라인 장바구니에 담게 하고, 리저브 인 스토어로 앱에서 잡아 둔 물건을 48시간 안에 찾아가게 한다. 온라인 주문을 매장에서 받는 것도 된다. 파는 방식이 아니라 재고를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인데, 이 이야기는 뒤에서 다시 나온다.

10.인디텍스의 2025 회계연도 실적은 순매출 399억 유로, 순이익 62억 유로, 매출총이익률 58.3%였다. 같은 기간 매장 수는 5,460개로 1년 새 103개가 줄었는데 총 영업면적은 오히려 1.5% 늘었다. 신규 190개를 열면서 293개를 인근 점포로 흡수했고, 리모델링 217건 가운데 96건이 확장이었다. 접은 자리의 면적을 남은 자리에 몰아 주는 작업을 1년 내내 한 셈.
11.마시모두띠 한 브랜드만 떼면 그림이 더 선명하다. 매출은 20억 1,900만 유로로 3.0% 늘었는데 매장은 528개에서 511개로 17개 줄었고, 영업면적은 21만 5,323제곱미터로 2% 깎였다. 매장당 평균 면적을 내면 421제곱미터, 127평. 한남의 676제곱미터는 그 평균의 1.6배다. 이 회사가 지금 어디에 면적을 몰아 주는지가 이 한 줄에 들어 있다.
12.임대료를 넣어 보자. 이태원로 대로변에 층을 쌓은 204평이면 1층과 상층부를 섞어 연면적 평당 월 18만원 안팎으로 잡는 게 무리 없는 가정이고, 그러면 월 3,700만원·연 4억 4,000만원이 나온다. 가두 매장에서 임대료가 매출의 15%를 넘으면 위태롭다는 통념을 대면 필요한 연매출은 약 29억원, 월 2억 4,000만원. 시장 호가에 면적을 곱해 낸 추정이고 실제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13.그 29억이 무리한 숫자인가. 마시모두띠 전체 매출에서 인디텍스 평균 온라인 비중 26.8%를 걷어 내고 511개로 나누면 매장 하나가 1년에 대략 46억원어치를 판다. 매장 평균이 127평이니 평당 월 300만원 선. 한남 204평이 같은 효율만 내도 연 74억이고, 임대료 부담률은 6%로 떨어진다. 계산은 넉넉히 선다. 문제는 이 계산이 아니라 백화점에서 나올 이유 쪽에 있다.
14.백화점 특약매입에서 해외 캐주얼 브랜드가 무는 수수료는 보통 매출의 4분의 1에서 3분의 1 사이. 매출총이익률 58.3%인 브랜드가 거기서 30%를 떼면 28% 남고, 가두점에서 임대료 15%에 매장 인건비와 관리비를 얹으면 남는 몫이 비슷해진다. 숫자만 보면 본전. 갈리는 건 수수료는 매출에 붙어 영원히 따라오는 변동비이고 임대료는 계약 기간 내내 고정이라는 점이다. 매출이 두 배로 뛰면 수수료도 두 배지만 임대료 부담률은 절반이 된다. 클 자신이 있는 브랜드가 고정비 쪽으로 갈아타는 이유가 이거다.

15.계보를 짚자면 이 브랜드는 이탈리아와 아무 상관이 없다. 1985년 바르셀로나에서 아르만도 라사우카(Armando Lasauca)가 남성복 가게로 시작했고, 이름은 지인들이 부르던 별명 아르만두티(Armandutti)와 '최상'을 뜻하는 스페인어 로 막시모(lo máximo)를 붙여 만든 조어다. 인디텍스가 1991년에 지분 65%를 샀고 1995년에 전부 가져갔다. 여성복이 붙은 것도 1995년. 이탈리아 재단사의 이름처럼 들리게 지은 스페인 브랜드가 40년째 그 오해로 값을 받고 있다.

16.9번 문단에 미뤄 둔 이야기가 여기서 뒤집힌다. 이 회사의 온라인 매출은 107억 유로, 전체의 26.8%까지 올라와 있다. 그 규모가 되면 창고 하나로는 도시의 배송 속도를 못 맞추고, 매장이 물류 거점을 겸해야 한다. 앱에서 잡아 둔 물건을 48시간 안에 찾아가게 하는 리저브 인 스토어, 온라인 주문을 매장에서 받는 옵션, 스캔 앤 숍이 전부 그 구조의 부품이다. 매장을 줄이면서 남은 매장을 키우는 것도 그래서다. 큰 매장은 더 많이 팔려고 큰 게 아니라 더 많이 쌓아 두려고 크다. 204평의 넉넉한 통로도 그렇게 읽으면 여유가 아니라 설비.


17.세계에서 매장 17곳을 접고 파는 면적을 2% 깎은 브랜드가 서울 대로변에 평균의 1.6배짜리를 하나 세웠고, 그 자리는 옷을 더 팔려는 매장이 아니라 온라인 26.8%를 받치는 앞마당에 가깝다. 기억할 숫자는 204평이 아니라 1.6배 쪽이다. 같은 구조를 국내에서 짜면 임대료가 아니라 계약 기간에서 먼저 걸리는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보장하는 갱신요구권은 10년에서 끊긴다. 인테리어에 수억을 묻고 층을 쌓아 올린 매장이 11년째에 재계약 협상 테이블에서 어떤 처지가 되는지는, 이 거리에서 이미 몇 번 확인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