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가구 브랜드가 스칸디나비아 밖에 처음 내는 집을 뉴욕 노면 1층에 냈다. 예약으로 받던 위층 쇼룸을 접고 길가로 내려온 결정. 그 1년 반 전, 모회사는 이 브랜드의 영업권 3,200만 유로를 장부에서 지웠다.
1.4월, 뉴욕 트라이베카(Tribeca)의 레잇 스트리트(Laight Street) 62번지 노면층에 Audo Copenhagen이 Audo House New York을 열었다. 스칸디나비아 밖에 내는 첫 하우스. 랜드마크로 지정된 건물의 1층을 쓰고,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 그 밖의 시간은 예약으로 받는다. 대외 공개는 5월 14일부터 20일까지 열린 NYCxDesign에 맞췄다.
2.미국을 맡은 데이비드 맥나마라(David McNamara)는 자리를 옮긴 이유를 짧게 밝힌다. 더 열려 있고 밖을 향해 있어야 한다고 봤다는 것. 그전까지 이 브랜드의 미국 거점은 길에 면해 있지 않았고, 여기가 미국에서 처음 얻은 1층.
3.설계는 Norm Architects의 요나스 비에레폴센(Jonas Bjerre-Poulsen), 스타일링은 콜린 킹(Colin King)이 맡았다. 벽돌은 칠하지 않고 그대로 뒀고 구조 기둥에만 연한 베이지를 입혔다. 바닥은 짙게 물들인 나무, 천장은 라임 플라스터. 기둥 밑동에는 테를 둘러 홈을 팠는데 옛 공장 기계의 다리에서 가져온 모양이고, 후방 작업 공간은 살을 댄 프리티드 유리로 가렸다.

4.물건을 종류별로 줄 세우지 않는다. 집의 한 귀퉁이를 떼어 온 것처럼 묶어 놓는 방식인데, Elizabeth와 Tire Man 라운지 체어, Eave 소파, Volume 사이드 테이블, Crescent 선반, Androgyne 다이닝 테이블이 그렇게 섞여 앉는다. 벽에는 포틀랜드에서 작업하는 벤저민 유잉(Benjamin Ewing)의 그림.

5.문을 열면 커피 냄새부터 온다. 라임 플라스터는 빛을 되쏘지 않고 머금어 천장이 낮게 가라앉고, 짙게 물들인 바닥은 발소리를 먹는다. 앉아 보고 만져 보다가 마음에 들면 그 자리에서 사 들고 나갈 수 있다. 가구 쇼룸에서 이 마지막 한 줄이 당연할까.

6.가구 쇼룸은 원래 파는 곳이 아니다. 위층이나 뒷길에 두고 예약으로 받으며, 오는 사람도 소비자가 아니라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건축가. 거기서 정해진 물건은 몇 달 뒤 딜러의 청구서가 되어 돌아온다. 그런 구조에서 노면 1층은 그냥 낭비.


7.문제는 그 구조가 브랜드에 남기는 몫. 가구업의 도매 할인은 정가에서 25~50%가 통상이고, 딜러는 자기 매입가에 다시 25~40%를 붙여 판다. 정가 4,905달러인 Androgyne 다이닝 테이블 한 대에서 손님이 내는 돈과 브랜드가 받는 돈은 그만큼 벌어진다. 1층으로 내려오면 그 차이가 안으로 들어온다.
8.공짜로 얻는 차이는 아니다. 미국에는 이 브랜드를 파는 승인 딜러가 여럿 있고 자사 온라인몰도 함께 돌아간다. 한 도시에 직영을 세우는 순간 그 도시의 딜러는 같은 물건을 두고 본사와 겨루게 된다.
9.모회사 쪽 숫자가 이 결정의 배경을 설명한다. Flos B&B Italia Group의 매출은 2022년 8억 6,760만 유로에서 2024년 7억 6,800만 유로로 내려왔다. 2년 새 11% 감소.
10.2024년 9월 30일 자 연결재무제표에서 이 그룹은 순손실 4,600만 유로를 적었다. 같은 기간 조정 영업이익이 9,460만 유로였으니 장사에서 난 손실이 아니다. 모든 현금창출단위에 손상 검사를 돌린 결과 AUDO(Designers Company)의 영업권 공정가치가 장부가에 못 미쳐 약 3,200만 유로를 지웠고, 그 상각이 손실의 몸통.
11.2025년 6월 28일 밀라노의 한 업계 행사에서 회장 피에로 간디니(Piero Gandini)는 브랜드를 하나씩 팔겠다고 말했다. 각각을 안정시키면 투자자가 자기 방식대로 팔 수 있다는 것. 대상에는 B&B Italia·Maxalto·Arclinea·Azucena·Audo Copenhagen·Flos·Louis Poulsen이 전부 들어간다. 팔 물건은 닦아서 내놓는 법이고, 트라이베카 1층은 그 닦는 일에 든다.
12.뿌리는 1979년 시몬 한센(Simon Hansen)이 세운 Danish Steel House. 급식업에 스테인리스 주방·식기를 대던 회사였고, 1998년 아들 뱌르네 한센(Bjarne Hansen)이 이름을 Menu로 바꿨다. 2019년에는 노르하운(Nordhavn)의 1918년 무역 창고를 2,500제곱미터짜리 The Audo로 고쳐 카페·레스토랑·콘셉트숍·행사장·본사에 객실 10실까지 한 지붕에 넣었다. 2022년 Design Holding이 폴라리스(Polaris)가 들고 있던 Designers Company의 과반을 사들였고, 2023년 6월 1일 Menu와 by Lassen이 합쳐 지금 이름이 됐다.


13.지금 이 브랜드의 디자인·브랜드 디렉터는 창업자의 손자 요아킴 코른베크 엥엘한센(Joachim Kornbek Engell-Hansen)이다. 아버지가 회사 이름을 Audo로 바꾸는 날을 늘 꿈꿨다고 그는 말한다. 회사 인원은 73명, 상근으로 환산하면 67명. 7억 유로대 그룹 안에서 이 브랜드가 놓인 자리를 짐작하게 하는 숫자.

14.1층으로 내려오는 답은 코펜하겐이 먼저 냈다. 객실 10실을 1박 293달러부터 받는데 그 방에 놓인 가구가 전부 파는 물건이고, 손님은 숙박비를 내고 쇼룸에서 잔다. 쇼룸 임대료를 손님이 내는 구조. 뉴욕 1층에는 객실이 없으니 그 자리를 커피와 강연과 전시가 메운다.

15.스칸디나비아 밖 첫 하우스가 뉴욕 노면 1층에 앉았고, 그 브랜드의 영업권은 1년 반 전 모회사 장부에서 3,200만 유로가 지워졌다. 국내에서 같은 걸 하려면 재고에서 먼저 걸린다. 그 자리에서 사 들고 나가게 하려면 물건이 도시 안에 쌓여 있어야 하는데, 소파 한 점이 차지하는 부피는 시계 백 개와 비교가 안 되고 서울 노면 1층 옆에 그만한 창고를 붙일 수 있는 상권은 많지 않다. 수입 가구를 총판 계약으로 받아 온 브랜드라면 그 계약을 먼저 정리해야 직영 1층이 성립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