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가 8월 7일 도쿄 미나미아오야마(南青山)에 132 5. 라인의 플래그십을 열었다. 면적 56제곱미터. 1976년 이 브랜드의 첫 매장이 섰던 바로 그 건물, 그 자리다. 파는 옷은 한 벌에 7만 7,000엔부터 시작한다.
1.도쿄 미나토구 미나미아오야마 5-3-10, 1975년에 올린 프롬 퍼스트(FROM-1st) 건물의 정면 왼쪽 자리. 여기에 132 5. ISSEY MIYAKE / AOYAMA가 8월 7일 문을 열었다. 면적은 56제곱미터, 17평. 공간 설계는 요시오카 도쿠진(吉岡徳仁)이 맡았고, 영업은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까지.
2.이 건물은 브랜드의 출발점이다. 1976년 6월 이세이 미야케의 첫 매장이 여기 섰고, 132 5.의 첫 매장도 2010년 11월 같은 건물에 들어갔다. 2013년에는 연구팀 이름을 그대로 붙인 리얼리티 랩(REALITY LAB.) 매장이 붙었다. 50년을 돌아 같은 주소로 온 것.

3.올해 아오야마에서만 세 번째 개점이다. 4월 24일에는 미나미아오야마 3-17-14에 바오바오(BAO BAO) 매장이 열렸다. 9월 4일에는 A-POC ABLE의 플래그십이 이 건물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240제곱미터로 확장 이전한다고 회사는 안내한다. 넉 달 반에 세 곳, 설계는 모두 한 사람.
4.매장은 1층 노면, 앞면은 통유리. 안쪽 벽에는 가는 레일을 걸어 옷을 서너 벌씩 띄엄띄엄 걸었고, 창가 쪽으로는 낮은 유리 케이스가 길게 이어진다. 그 안에 든 것은 옷이 아니라 옷이 되기 전의 평면이다. 접힘선만 잡힌 천 한 장이 표본처럼 눕혀져 있고, 한 구획은 손님이 직접 펴 보는 설치로 비워 뒀다.

5.벽 선반 위에는 다 접은 것이 손바닥만 한 뭉치로 올라가 있다. 열로 눌린 접힘선이 손톱에 걸리고, 각진 면이 스스로 각도를 기억한 채 버틴다. 무게는 거의 없는데 펴면 천이 아니라 조각이 선다. 이 몇 초를 사진으로 옮길 방법이 없다.

6.이름은 공정을 적어 둔 것이다. 한 장의 천이 1, 접혀서 평면이 2, 펴서 입체가 3, 사람이 입으면 그 너머가 5. 츠쿠바대 수학자 미타니 준(三谷純)의 접기 알고리즘으로 입체를 먼저 설계한 뒤, 그것을 평면으로 눌러 재단선을 넣고 열로 고정한다. 원단은 페트병에서 뽑은 재활용 폴리에스터. 2007년에 꾸린 리얼리티 랩(Reality Lab.)이 3년을 들여 내놨다.


7.이 옷에는 설명이 붙는다. 쿠퍼휴잇(Cooper Hewitt)과 시카고 미술관(Art Institute of Chicago)이 이 라인의 옷을 소장품으로 등록해 뒀다. 미술관에 들어간 물건과 같은 것을 살 수 있다는 말은 어떤 마케팅 문구보다 짧게 먹힌다.
8.두 번째는 부피다. 접으면 봉투 두께가 되고, 다림질이 필요 없고, 세탁기에 넣어도 된다. 여행 가방에서 자리를 거의 안 잡는다. 플리츠 플리즈(PLEATS PLEASE)가 30년 넘게 판 것도 결국 같은 물건이었다. 옷을 관리하는 노동에서 사람을 빼내는 일.
9.세 번째가 이 매장을 정당화한다. 온라인 사진 속에서 이 옷은 그냥 각진 원피스. 접힌 것을 손으로 펴는 순간이 가격의 근거이고, 그 순간을 만들 자리만 있으면 되니까 매장이 클 이유가 없다. 반대로 매장이 아예 없으면 이 브랜드는 자기가 판다고 말한 것을 보여 줄 데를 잃는다.

10.가격은 톱이 7만 7,000엔에서 11만엔, 스커트가 8만 8,000엔에서 15만 4,000엔이다. 원피스는 11만엔에서 14만 3,000엔. 원화로 옮기면 70만원에서 150만원 사이이고, 재료는 페트병에서 나온 폴리에스터다.
11.미나미아오야마 1층 점포의 평당 월 임대료는 평균 5만 154엔, 가장 비싼 자리가 12만 344엔이다. 오모테산도(表参道)역에서 걸어서 4분, 그 위치라면 평균 위로 잡는 게 맞다. 17평에 평당 6만엔이면 월 102만엔. 대로변이 아니라 미유키도리(みゆき通り) 안쪽이라는 점은 값을 조금 낮추는 쪽으로 작용한다.

12.사람은 둘이면 굴러간다. 도쿄 어패럴 판매직 인건비를 사회보험까지 얹어 1인 월 35만엔으로 보면 70만엔, 임대료와 합쳐 월 172만엔이 고정비다. 럭셔리 어패럴 직영점의 매출총이익률을 68%로 잡으면 손익분기 매출은 연 3,040만엔이 된다. 여기까지는 공개 시세로 계산한 추정치.
13.객단가를 10만엔으로 두면 연 304벌. 하루 한 벌 조금 넘게 팔면 본전이다. 매장은 두 달마다 상품을 갈아 끼운다는데, 17평에 눕혀 둘 물량이 애초에 적으니 재고가 묵을 자리도 없다.
14.회사 크기에서 보면 이 매장은 반올림하면 지워진다. 이세이 미야케의 2025년도 매출은 550억 6,500만엔으로 1년 만에 104억 9,300만엔 늘었고, 종업원은 856명이다. 이 17평이 1년에 6,000만엔을 판다 해도 회사 매출의 0.1%.

15.한 회사가 55년 동안 같은 생각을 몇 번이나 다시 팔 수 있나. 1970년 미야케 디자인 사무소(三宅デザイン事務所)로 시작해 1994년 플리츠 플리즈, 2000년 A-POC, 2010년 바오바오와 132 5., 2021년 A-POC ABLE로 이어졌다. 한 장의 천이라는 생각 하나를 라인 이름으로 계속 쪼개 온 것이고, 그때마다 매장이 따라붙었다.

16.요시오카 도쿠진은 이 브랜드의 파리·밀라노·런던 플래그십을 지은 사람. 파리에서는 19세기 건물 안에 오렌지색 알루미늄 벽을 세웠다. 그 사람이 도쿄에서 받은 면적이 56제곱미터고, 자리도 오모테산도 대로변이 아니라 50년 된 건물의 안쪽 길이다. 큰 매장 싸움에서 이 브랜드는 빠져 있다.
17.한 장의 천을 접었다 펴는 라인이 50년 전 첫 매장 자리에 17평으로 돌아왔고, 그 17평은 하루 한 벌이면 본전이 나오는 구조로 짜였다. 국내에서 같은 걸 하려면 유통부터 걸린다. 이세이 미야케는 한국에서 백화점 20여 곳과 온라인 공식 스토어로만 팔리고 단독 매장이 없는데, 백화점 수수료가 30%대를 넘는 조건에서는 손익분기가 하루 한 벌에서 두세 벌로 올라간다. 물건을 손으로 펴 보여야 팔리는 브랜드가 정작 그 몇 초를 백화점 매대 위에서 만들어야 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