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징안구(静安区) 난징시루(南京西路) 789호의 싱예타이구후이(兴业太古汇 · HKRI Taikoo Hui). 타이 향수·웰니스 브랜드 판푸리(PAÑPURI·ปัญญ์ปุริ)가 8월 19일 이 몰에 중국 본토 첫 매장을 냈다. 방콕에서 이 회사가 굴리는 시설은 게이손 타워(Gaysorn Tower) 12층의 2,000㎡짜리 온천이고, 상하이로 건너온 건 향 파는 칸 하나. 지난해 매출이 두 배로 뛴 회사가 왜 지금 몰 안쪽 작은 상자로 나가나.
1.파는 것은 향수와 실내 향, 보디 케어 세 갈래. 개점일은 8월 19일이었고 브랜드는 이 매장을 '감각의 성소'라 부른다. 홍콩과 싱가포르, 마카오를 거쳐 본토에 들어오는 데 창업 이후 23년이 걸렸다. 첫 해외 매장이 홍콩 K11 MUSEA였으니 국경 하나를 넘는 데만 몇 해가 더 든 것.
2.판푸리는 2003년 방콕에서 시작했다. 만든 사람은 워라윗 시리팍(Vorravit Siripark). 타이에서 몸에 기름을 발라 문지르던 오래된 방식을 향과 스킨케어로 옮긴 게 출발이었고, 지금 타이 안에 31곳, 밖에 13곳 넘는 매장을 둔다.
3.매장은 둥글다. 벽을 따라 곡선 선반이 이어지고 선반과 문짝은 흙 색을 입힌 옻칠 마감. 선반 안쪽에 산호빛 직물을 대 놓아서 검은 병이 놓이면 뒤가 붉게 받쳐 준다. 천장 한가운데에는 마른 나뭇가지를 희게 칠해 매달았다.

4.벽 한 면은 다르게 짰다. 흙빛 판 사이에 돌 막대를 세로로 끼우고 그 틈에 여섯 칸을 파서, 칸마다 호박색 오일을 한 병씩만 넣고 위에서 조명을 떨궜다. 여러 병을 늘어놓는 보통 향수 매장 진열과는 반대쪽. 이건 진열대가 아니라 감실에 가깝다.

5.안쪽 구석엔 붉은 벨벳을 벽에서 벤치까지 두른 자리가 있고, 그 옆으로 청동빛 관이 벽에서 뻗어 나와 돌대야에 물을 흘린다. 떨어지는 물소리 앞에서 코가 잠깐 쉰다. 향수 매장이 코를 씻어 주려고 흔히 놓는 건 원두 병. 여기는 물과 소리를 썼다.

6.중국에서 니치 향수는 지난해 45% 컸다. 같은 기간 명품 시장 전체는 오히려 줄었다. 백화점에 깔린 큰 이름의 향수 대신 잘 모르는 브랜드의 농축 오일을 사는 쪽으로 상하이 소비가 옮겨 갔고, 판푸리가 파는 물건이 정확히 그 칸에 들어간다.
7.몰을 고른 것도 우연이 아니다. 싱예타이구후이는 지난해 중반 루이비통이 배 모양 매장 The Louis를 이 안에 올린 뒤 입점사 매출이 82% 뛰었고 임대수입은 29% 늘었다. 6월 말 공실률은 2%. 작은 브랜드가 큰 배로 몰려든 사람들 옆에 칸을 얻었다.

8.매장이 하는 일이 파는 것만은 아니다. 향을 골라 주는 상담 자리를 따로 뒀고, 사면 그 자리에서 브랜드 방식으로 포장해 준다. 선물로 나가는 비중이 큰 물건에서 포장은 서비스가 아니라 상품의 일부.

9.숫자를 놓으면 이 확장의 급함이 보인다. 2023년 5억 7,900만 바트였던 매출이 이듬해 11억 1,000만 바트가 됐다. 한 해에 92%. 그런데 올해 상반기는 5억 2,100만 바트. 전년 같은 기간보다 6% 늘었을 뿐이다.
10.그 92%가 나온 해에 회사가 팔렸다. 일본 코세(コーセー)가 2024년 12월 30일 운영사 푸리(Puri Co.)의 지분 79.89%를 레이크쇼어 캐피털 등에게서 넘겨받았고, 값은 120억~130억 엔으로 알려졌다.
11.코세는 무엇에 130억 엔을 냈나. 79.89%에 130억 엔이면 회사 전체는 160억 엔 언저리, 미화 1억 달러쯤 된다. 2024년 매출 3,200만 달러에 대면 3배가 조금 넘는다. 협상 기준이 됐을 2023년 매출로 재면 6배 가까이. 향수 회사에 붙는 배수로 낮지 않다.

12.코세가 산 게 향수 라인만은 아니었다. 판푸리는 2029년까지 9개 나라에 매장 80곳을 두고 매출 30억 바트를 올리겠다고 걸었고, 그중 30%를 북아시아가 맡는다. 올해만 아시아에 16곳을 연다. 이 속도는 방콕 회사 혼자 벌어들이는 현금으로는 안 나온다.
13.임차료를 대 보면 왜 작은 칸인지가 보인다. 상하이 1층 일급 임차료가 하루 ㎡당 23.6위안, 난징시루의 상급 몰은 월 ㎡당 1,500~2,000위안에 거래된다. 40㎡짜리 칸이면 월 6만~8만 위안. 한 사람이 한 번에 800위안어치를 산다고 잡으면 임차료만 메우는 데 하루 두세 건이 필요하다. 면적과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고, 여기까지는 추정.
14.눈에 걸리는 건 안 따라온 쪽이다. 방콕에서 이 회사의 본체는 게이손 타워 12층 온천이다. 남녀 각각 다섯 개 탕에 때밀이 방과 개인 온천실, 타이 마사지 방. 다 합쳐 2,000㎡. 오전 10시에 열어 밤 10시에 닫고 마지막 예약은 8시 반.

15.그 시설은 상하이에 안 왔고, 오기도 어렵다. 물을 쓰는 2,000㎡는 몰이 쉽게 내주는 면적이 아니고 중국에서 온천 영업은 수질·위생 인허가가 따로 붙는다. 그래서 국경을 넘은 건 병 쪽이었다. 사람을 붙잡아 두는 장치는 본진에 남기고, 어디서든 똑같이 지을 수 있는 쪽만 내보냈다.

16.타이 브랜드가 세계에 이름을 알린 통로는 오랫동안 호텔 욕실이었다. 5성 호텔에 비누와 로션을 넣고 객실 수만큼 이름을 노출하는 방식. 판푸리는 그 길로 안 갔고 자기 온천을 지어 사람을 12층까지 올려 보낸 다음, 거기서 맡은 향을 병에 담아 팔았다. 상하이에 낸 칸은 그 병만 들고 간 것. 국내에서 같은 걸 하려면 먼저 걸리는 게 물이다. 목욕장업은 공중위생관리법 신고 업종이라 수질 검사와 환기 기준이 따로 붙고, 상가 고층에 탕을 놓으려면 하중과 방수, 급배수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잡아야 한다. 향수 매장만 먼저 여는 쪽이 그래서 쉽다. 다만 향을 기억하게 만든 자리가 없으면 그 매장은 병만 파는 칸으로 남는다. 국내 향수 시장은 지난해 7,930억 원까지 컸고 그 90%가 니치다. 병을 놓을 칸은 이미 붐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