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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 한가운데서 리본을 끊었다 · 8월 25일 개점. 아트리움 바닥과 위층 난간이 모두 찼다. ⓒBorsalino
몰 한가운데서 리본을 끊었다8월 25일 개점. 아트리움 바닥과 위층 난간이 모두 찼다. ⓒBorsalino
데일리 리테일

7주 걸려 만드는 모자를 팔려고 넉 달짜리 팝업을 먼저 냈다 (상하이·리테일)

2026.09.01

상하이 난징서로(南京西路)의 럭셔리 몰 Plaza 66(恒隆广场). 이탈리아 모자 회사 보르살리노(Borsalino)가 8월 25일 여기에 대중화권 첫 상설 매장을 열었다. 그런데 이 회사가 이 몰에 들어온 건 처음이 아니다. 넉 달 전인 4월, 같은 건물 한가운데 유리 상자를 세워 기간 한정으로 팔아 봤고, 그 자리를 상설로 바꾼 것이 이번 개점이다. 1857년에 시작해 2017년에 한 번 파산했던 회사가 중국에 들어오는 데 고른 순서다.

1.개점일 아트리움에 사람이 찼다. 흰 파빌리온 앞에서 리본을 끊었고, 이탈리아 정부 관계자와 몰 운영사 사람들이 나란히 선 자리. 파트너는 중국 유통사 Essence Group. 보르살리노가 물건을 직접 파는 자리가 대중화권에서는 이번이 처음이고, 그전까지는 남의 매장 안 매대로만 들어가 있었다.
2.파빌리온은 이탈리아 건물 파사드를 축소해 세운 모양이다. 크림색 벽에 아치 창을 파고 연보라 유리를 끼운 뒤, 지붕 자리에 흰 페도라를 실물의 몇십 배로 얹었다. 위층 난간마다 흑백 인물 사진 배너를 세로로 걸어 아트리움 전체를 한 브랜드로 덮은 것. 몰 위층 전부가 한 방향을 보게 만든 배치.
위층이 모두 한 방향을 본다 · 아트리움 전경. 층마다 걸린 세로 배너가 시선을 아래로 모은다. ⓒBorsalino
위층이 모두 한 방향을 본다아트리움 전경. 층마다 걸린 세로 배너가 시선을 아래로 모은다. ⓒBorsalino
3.4월 팝업은 생김새가 달랐다. 검은 금속 프레임에 유리를 끼운 타원형 상자를 아트리움 바닥에 놓고 바닥 테두리를 황동으로 둘렀다. 안쪽 벽은 연분홍 타일에 붉은 줄눈. 벽 한가운데 황동 테를 두른 타원 거울. 거기에 브랜드 필기체를 새겼다.
넉 달 동안 여기서 팔았다 · 4월 팝업. 유리와 황동으로 짠 타원 구조물을 몰 바닥에 앉혔다. ⓒBorsalino
넉 달 동안 여기서 팔았다4월 팝업. 유리와 황동으로 짠 타원 구조물을 몰 바닥에 앉혔다. ⓒBorsalino
4.모자를 파는 매장은 진열 방식이 옷 가게와 다르다. 챙을 겹쳐 위로 쌓는다. 같은 모델을 색만 바꿔 네댓 개 포개면 챙 테두리가 층을 이루고 안감의 검은 띠에 박힌 금색 필기체가 옆면으로 죽 늘어선다. 벽 진열장 아래에는 길게 놓은 붉은 가죽 벤치. 써 보는 데 시간이 걸리는 물건이라 앉을 자리를 먼저 만든 것.
챙을 겹쳐 쌓는다 · 같은 모델을 포개면 챙 테두리가 층이 되고 금색 필기체가 옆면에 늘어선다. ⓒBorsalino
챙을 겹쳐 쌓는다같은 모델을 포개면 챙 테두리가 층이 되고 금색 필기체가 옆면에 늘어선다. ⓒBorsalino
앉을 자리를 먼저 만들었다 · 진열장 아래 붉은 가죽 벤치. 써 보고 고르는 데 시간이 걸린다. ⓒBorsalino
앉을 자리를 먼저 만들었다진열장 아래 붉은 가죽 벤치. 써 보고 고르는 데 시간이 걸린다. ⓒBorsalino
5.파는 물건 하나에 7주가 걸린다. 토끼털을 펠트로 눌러 만드는 공정이 50단계 안팎. 그 대부분이 사람 손이다. 알레산드리아(Alessandria) 공장에서 1년에 30만 개. 미국 공식 매장 기준으로 토끼털 펠트 모자가 400달러대 중반이고, 비버털을 쓰면 975달러까지 올라간다고 안내한다.
7주가 걸린 물건 · 파나마 계열 모자. 리본과 깃털 장식까지 손으로 붙인다. ⓒBorsalino
7주가 걸린 물건파나마 계열 모자. 리본과 깃털 장식까지 손으로 붙인다. ⓒBorsalino
6.모자가 온라인으로 잘 안 팔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머리 둘레가 사람마다 다르고, 같은 치수라도 이마 모양에 따라 챙이 앉는 각도가 달라진다. 거울 앞에서 각도를 몇 번 바꿔 봐야 살지 말지가 정해지는 물건. 그래서 이 업태는 매장을 못 버린다. 대신 매장 하나가 감당해야 할 판매액이 커진다.
지붕 자리에 모자를 얹었다 · 파빌리온 정면. 창 안쪽으로 진열대와 계산대가 보인다. ⓒBorsalino
지붕 자리에 모자를 얹었다파빌리온 정면. 창 안쪽으로 진열대와 계산대가 보인다. ⓒBorsalino
7.들어온 시점이 좋은 해는 아니다. 중국 럭셔리 소비는 2025년에 10~15% 줄었고, 회복 신호가 잡히기 시작한 게 올해 초부터라고 업계는 본다. 다만 모자는 가방이나 시계보다 한 단계 아래 가격대. 소비가 꺾인 시장에서 명품 매장을 나오는 사람이 손에 드는 물건이 그 아래 가격대이고, 400달러대는 그 구간에 정확히 걸린다.
거울에 이름을 새겼다 · 황동 테 거울. 써 보는 자리와 로고를 한자리에 묶었다. ⓒBorsalino
거울에 이름을 새겼다황동 테 거울. 써 보는 자리와 로고를 한자리에 묶었다. ⓒBorsalino
8.가격 상단은 따로 만들었다. 개점에 맞춰 내놓은 한정판이 18캐럿 금 로고에 루비와 사파이어, 다이아몬드를 박은 페도라다. 유리 상자에 넣고 황동 조명을 네 방향에서 쏘아 놨다. 값은 비공개. 몇 개나 팔리느냐는 부차적이고, 옆에 놓인 400달러짜리를 싸 보이게 만드는 쪽이 이 한 개를 놓은 이유다.
값을 안 붙인 한 개 · 18캐럿 금 로고에 루비·사파이어·다이아몬드를 박은 한정판. 황동 조명 네 개가 사방에서 비춘다. ⓒBorsalino
값을 안 붙인 한 개18캐럿 금 로고에 루비·사파이어·다이아몬드를 박은 한정판. 황동 조명 네 개가 사방에서 비춘다. ⓒBorsalino
9.넉 달 팝업이 한 일은 상권 조사다. 아트리움 매대는 몰 임대차가 아니라 행사 공간 사용 계약으로 잡히고, 기간과 철거일이 계약서에 먼저 박힌다. 안 되면 접고 나가면 되는 구조. 되는 걸 확인한 뒤 같은 건물 안에서 상설로 갈아탔다. 매장 자리를 잘못 고를 위험을 넉 달치 사용료로 바꿔 치렀다.
시험을 먼저 하고 계약을 나중에 했다 같은 건물 안에서 넉 달 만에 형태를 바꿨다 · 옅은 막대는 기간 한정, 짙은 막대는 상설 4월 · 아트리움 팝업 유리 상자 · 넉 달 8월 25일 · 상설 매장 대중화권 첫 직영 · 기한 없음 2026년 안 추가 계획 중국 내 4곳 홍콩·마카오·타이완 포함 대중화권 구상 규모 최대 40곳 알레산드리아 공장 연간 생산 30만 개 · 도매 거래처 약 300곳 중국 럭셔리 소비는 2025년 10~15% 감소, 올해 초부터 회복 신호 Plaza 66 임대율 98% · 2023년 몰 매출 17억 6,000만 위안 ※ 팝업 사용료와 상설 매장 임차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40곳은 회사가 밝힌 구상이고 확정된 계획이 아니다.
넉 달을 먼저 쓴 순서팝업에서 상설로 넘어간 시간표와 출점 구상.
10.직영으로 갈아타는 이유는 마진에 있다. 이 회사의 본체는 도매였고 지금도 거래처가 300곳쯤 된다. 도매는 소매가의 절반 아래로 넘기고 재고 위험을 소매점에 넘기는 대신, 남는 몫이 얇고 물건이 어디에 어떻게 놓이는지를 통제하지 못한다. 직영은 반대다. 값을 다 받는 대신 임차료와 인건비, 재고가 전부 자기 몫. 그럼 어느 쪽이 남나.
같은 모자를 두 방식으로 팔면 소매가 450달러 기준 · 도매가는 업계 통상 비율로 잡은 추정 도매로 넘길 때 브랜드 몫 약 200달러 · 소매가의 44% 직영에서 팔 때 브랜드 몫 450달러 전액, 여기서 임차료·인건비·재고를 뺀다 직영이 도매보다 남으려면 임차료와 인건비 합이 소매가의 56%를 밑돌아야 한다 럭셔리 몰 매장의 임차료는 보통 매출의 15~25% 구간에서 잡힌다 모자 하나에 7주가 걸리므로 회전을 올려 메우는 방식은 쓰기 어렵다 ※ 도매가 비율과 임차료 구간은 업계 통상치이며 이 회사가 밝힌 수치가 아니다. 실제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두 방식이 가르는 몫도매와 직영의 수취액 비교.
11.그래서 속도를 스스로 눌렀다. 대중화권에 최대 40곳까지 가능하다고 보면서도 올해 안 추가 출점은 4곳으로 잡았다. 매니징 디렉터 마우로 발리에토(Mauro Baglietto)는 너무 공격적인 계획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중국이 예전보다 규율 있는 접근을 요구하는 시장이라는 게 그가 붙인 이유.
12.이 조심스러움에는 내력이 있다. 2017년 12월 알레산드리아 법원이 회생 계획을 물리면서 이 회사는 파산했다. 상표권은 그해 5월에 이미 투자사 Haeres Equita가 1,800만 유로에 사 갔고, 이듬해 7월 파산 경매에서 공장과 설비, 고용계약까지 640만 유로에 넘어갔다. 브랜드와 공장이 한 번 갈라졌다가 다시 붙은 회사다.
난징서로의 임대율 98% · Plaza 66은 항룽(恒隆)이 운영한다. 상하이 럭셔리 상권에서 기준으로 통한다. ⓒMNXANL · CC BY-SA 4.0
난징서로의 임대율 98%Plaza 66은 항룽(恒隆)이 운영한다. 상하이 럭셔리 상권에서 기준으로 통한다. ⓒMNXANL · CC BY-SA 4.0
13.모자 한 품목으로 매장을 채우기 어렵다는 것도 회사가 안다. 9월부터 스위스 업체 Gamat과 5년 라이선스를 맺고 가죽 가방과 액세서리를 낸다. 노리는 건 진열 면적과 객단가. 라이선스로 가면 생산 설비를 새로 짓지 않아도 된다. 공장이 만드는 물건은 여전히 모자뿐.
1934년의 지면 · 네덜란드 신문에 실린 광고. 그때 이미 국경 밖에 도매로 깔려 있었다. ⓒAlgemeen Handelsblad · Public domain
1934년의 지면네덜란드 신문에 실린 광고. 그때 이미 국경 밖에 도매로 깔려 있었다. ⓒAlgemeen Handelsblad · Public domain
14.시작은 1857년 알레산드리아, 주세페 보르살리노(Giuseppe Borsalino)가 연 공방이었다. 20세기 들어 영화가 이 물건을 팔았다. 화면 속 인물이 쓴 챙 넓은 펠트 모자가 브랜드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고, 그 이름값이 지금 상하이 아트리움에 걸린 흑백 배너의 재료가 된다. 오래된 사진을 그대로 쓸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
개점 자리에 선 사람들 · 파빌리온 앞. 이탈리아 본사와 중국 파트너 관계자가 함께 섰다. ⓒBorsalino
개점 자리에 선 사람들파빌리온 앞. 이탈리아 본사와 중국 파트너 관계자가 함께 섰다. ⓒBorsalino
15.몰 아트리움을 쓴다는 선택도 따로 볼 값이 있다. 정규 매장은 층과 구획이 정해져 있어 좋은 자리가 비기를 기다려야 하지만, 아트리움은 몰이 행사용으로 돌리는 공간이라 일정만 맞으면 들어간다. 유동인구는 그 몰에서 가장 많고, 위층에서 그대로 내려다보이는 자리. 브랜드를 아는 사람을 부르는 자리가 아니라 모르는 사람 눈에 띄는 자리다.
넉 달치 마감 · 팝업 내부. 분홍 격자 타일과 황동 몰딩으로 짧은 기간에 맞춰 지었다. ⓒBorsalino
넉 달치 마감팝업 내부. 분홍 격자 타일과 황동 몰딩으로 짧은 기간에 맞춰 지었다. ⓒBorsalino
16.169년 된 모자 회사가 넉 달을 시험 삼아 쓰고 같은 건물에 상설 매장을 열었고, 그 뒤에는 파산 경매에서 640만 유로에 넘어갔던 공장이 있다. 국내에서 같은 순서를 밟으려 할 때 먼저 막히는 건 자리가 아니라 계약 형태다. 백화점과 대형 몰의 행사 공간은 임대차가 아니라 수수료 매장으로 잡힌다. 매출의 일정 비율을 떼는 방식이고, 그 비율이 정규 입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험 비용이 싸지 않으면 시험의 값어치도 줄어들고, 그러면 처음부터 정규 입점을 협상하는 편이 낫다는 계산이 나온다.
데일리 리테일 #026 · 2026.09.01
출처: Inside Retail Asia(2026.8.25), Il Piccolo di Alessandria(2026.8.25), HUB Style(2026.4.15 · 2026.8), FashionUnited Italia(2026.4), Class Editori Silk Road(2026.4.23), BeBeez(2026), FashionNetwork Italia, WWD(2018 · 2024), ANSA(2018.7.12), The Local Italy(2017.12.19), Gentleman's Gazette 보르살리노 리뷰, Hang Lung Properties 실적자료(2024 · 2025), Borsalino 위키피디아 연혁.
도매 비율과 임차료 구간, 팝업 사용료 관련 서술은 업계 통상치로 되짚은 추정이며 회사가 확인해 준 수치가 아니다. 한정판 가격과 실제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