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교토 시모교구(下京区)의 오래된 목조 상가 한 채에서 AXESQUIN 京都omoya가 문을 열었다. 이름 뒤에 붙은 오모야는 한자로 母屋, 별채와 짝을 이루는 본채를 뜻한다. 일본 아웃도어 브랜드가 낸 첫 독립 매장인데 영업일이 금·토·일과 공휴일뿐이라 1년에 165일쯤만 연다. 이 브랜드를 굴리는 회사의 직원은 29명이다. 나흘만 여는 매장이 어떻게 계산에 맞는지, 숫자를 따라가 본다.
1.주소는 교토시 시모교구 하야오초(早尾町) 312. 고조도리(五条通)에서 북쪽으로 한 블록 들어간 골목이고, 관광객이 지나다니는 길이 아니다. 2026년 9월 4일 금요일 오전 11시에 개점했다. 간판이 없다. 겨자색 노렌(暖簾) 한 장에 작게 박힌 브랜드 이름이 전부.
2.이 건물은 교마치야(京町家)다. 2층 앞면을 갈대발이 덮고 그 아래로 목재 격자가 이어지며, 기와를 얹은 차양이 1층 위를 낮게 지난다. 문 옆에는 등롱 하나. 교토시 조사로 2008~09년에 약 4만 7,000채가 남아 있던 이 목조 상가는 2024년도 조사에서 약 3만 4,000채로 줄었다. 15년 사이 3할이 사라졌고, 그중 한 채가 도쿄 회사의 아웃도어 매장이 됐다.

3.노렌을 젖히면 폭이 좁고 안으로 깊은 방이 나온다. 교마치야의 전형적인 평면이고, 폭보다 깊이가 서너 배쯤 되는 그 한 칸의 양쪽 벽에 물건이 붙는다. 왼쪽 벽 하나가 통째로 행거고, 가운데 나무 매대가 하나, 오른쪽은 검게 칠한 철제 계단.

4.안쪽 끝에서 빛이 들어온다. 안뜰의 나무 한 그루가 유리 너머에 서 있고, 그 앞에 종이등 스탠드가 켜져 있다. 앞뒤로 긴 집은 옆에서 빛을 받지 못해 가운데가 어두운데, 이 집은 그 어둠을 지우지 않고 안뜰 쪽 빛만 남겼다. 짙은 색으로 채운 행거에서 오렌지색 플리스 한 벌이 혼자 튄다.

5.계단 아래 자리에는 붉은 목재 서랍장이 층층이 놓였다. 예전 상가에서 계단 겸 수납으로 쓰던 가구라고 한다. 지금 그 서랍 위에 올라간 것은 니트 모자와 바구니. 집기를 새로 짜는 대신 원래 그 집에 있을 법한 물건을 진열대로 돌렸다. 바닥에는 네모난 뚜껑 두 개가 마루와 같은 높이로 박혀 있다.

6.2층은 아래와 성격이 딴판. 검은 대들보가 천장을 가로지르고 지붕 경사가 그대로 드러나며, 창은 장지문이라 빛이 한 번 걸러져 들어온다. 그 아래 벽 두 면에 배낭이 스무 개 넘게 매달렸고, 방 한가운데에는 해먹이 걸려 있다. 옷을 파는 층과 장비를 파는 층을 계단 하나로 갈랐다.

7.여기 걸린 배낭 상당수가 스위스 EXPED 제품이다. AXESQUIN은 1988년 도쿄 간다(神田)에서 등산복 회사로 출발했다. 2002년 영국 MOUNTAIN EQUIPMENT 라이선스를 받고 2011년 EXPED 대리점 계약을 맺으면서 수입 유통을 함께 굴려 왔다. 자기 옷과 남의 장비가 한 매장에 서는 구성은 그 이력에서 나온 것.

8.이 회사가 2011년에 붙인 또 하나의 이름은 시노기(凌). 숲 한계선 아래, 그러니까 알프스나 히말라야가 아니라 동네 뒷산을 사계절 걷는 사람을 위한 옷. 제품 이름도 일본 산에서 쓰던 말을 그대로 가져다 붙인다. 울 88%로 짠 마타기(マタギ) 풀오버가 24,860엔.
9.일본 아웃도어 용품·시설·렌털 시장은 2024년도에 4,634억 엔으로 전년 대비 5.2% 늘었고, 2025년도는 5,059억 엔이 될 것으로 야노경제연구소(矢野経済研究所)는 본다. 캠핑 유행이 가라앉은 자리를 채운 것이 옷이었다. 기능만 보고 사던 옷을 평상복으로 입기 시작하면서 아웃도어 의류만 계속 커졌다고 한다.

10.이 브랜드를 굴리는 곳은 도쿄 주오구 교바시(京橋)에 있는 소신(双進)이다. 1954년 7월에 세운 낚시 장비 회사다. 후쿠이현 에치젠시(越前市)에 공장이 하나 있고, 본업은 지금도 웨이더와 구명조끼. 전 직원 29명이 낚시 브랜드 넷과 산 브랜드 다섯을 함께 돌린다.
11.29명으로 300곳 넘는 취급점에 물건을 대는 구조에서는 브랜드가 받는 돈이 정해져 있다. 일본 의류 도매의 가케리쓰(掛け率)는 보통 50~60%다. 24,860엔짜리 풀오버 한 벌을 소매점이 팔면 브랜드에 들어오는 것은 세전 1만 2천 엔 안팎이고, 같은 벌을 자기 매장에서 팔면 2만 2천 엔대가 통째로 들어온다. 물건은 같은데 매출이 1.8배가 된다.
12.그런데 이 회사는 매장을 처음 내는 게 아니다. 이케부쿠로·도쿄역·신주쿠·요코하마·오사카에 이미 다섯 곳이 있고 이름은 전부 하나레(ハナレ). 그리고 다섯 곳 모두 이시이 스포츠(石井スポーツ) 매장 안에 든 인숍이다. 요도바시카메라(ヨドバシカメラ) 건물 6층, 다이마루 도쿄점(大丸東京店) 11층 같은 자리. 별채라는 이름은 정확했다. 본채가 없었으니까.
13.영업일이 금·토·일과 공휴일이면 1년에 165일 남짓이다. 임대료는 365일치를 낸다. 면적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진에서 어림하면 두 층 합쳐 33~39평쯤. 교토 중심 상권 노면 시세가 평당 월 2만~7만 엔인데 이 자리는 큰길에서 한 블록 들어간 골목이라, 아래쪽을 잡아 월 50만 엔 안팎으로 추정한다. 영업일 하루당 3만 6천 엔. 여기에 두 사람 인건비를 얹으면 5만 5천 엔대.

14.주 4일이 왜 나왔는지는 그 인건비 줄에서 보인다. 매장 하나를 주 7일 돌리려면 교대 인원이 최소 서넛 필요하고, 나흘로 줄이면 둘로 된다. 직원 29명짜리 회사에서 두 명과 네 명은 채용 한 번의 차이로 끝나지 않는다. 임대료는 어차피 다 내지만, 사람은 여는 날만 쓴다.
15.하루 5~6벌이면 손님 대여섯 명. 요도바시카메라 6층에서라면 어림없는 숫자지만, 골목 안 목조 상가에서 나흘만 여는 매장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여기서 파는 건 결국 뒷산을 걷는 옷. 그 옷을 사러 오는 사람과 물건 사이에 낀 층이 하나도 없다. 개점 기념으로 만든 것도 1만 1천 엔 이상 사면 주는 금속 산 배지 하나. 이시이 스포츠 안에서는 만들 수 없는 물건이다.

16.직원 29명짜리 회사가 38년 만에 자기 이름을 건 첫 매장을 냈고, 그 매장은 1년에 165일만 연다. 이 건에서 가장 정직한 숫자는 그 165일이다. 남의 매장 안에서 받던 도매 단가와 자기 매장에서 받는 소매 단가의 차이가 임대료를 감당할 만큼 벌어질 때, 영업일을 줄여 인건비를 잘라 내는 선택이 성립한다. 국내에서 이걸 하려 하면 먼저 임대인이 막는다. 주 4일 영업을 전제로 한 임차는 상권 관리 명목으로 거절당하기 쉽고, 집합 상가는 관리규약에 영업시간 준수 조항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노면 단독 건물을 통으로 빌리지 않으면 이 계산 자체를 꺼낼 자리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