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중국 허난성(河南省) 쉬창(许昌)의 유통기업 팡둥라이(胖东来) 창업자 위둥라이(于东来)가 라이브 방송에서 24년 된 점포를 올해 12월에 영구히 닫겠다고 했다. 연매출 20억 위안에 연이익 1억 위안이 넘는 점포. 장사가 안 돼서가 아니라 건물주 몇 명과의 임대료 다툼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여드레 뒤, 4km 떨어진 자리에 새 점포 법인이 등록됐다.
1.문을 닫는 곳은 쉬창 웨이두구(魏都区) 난관다제(南关大街)에 있는 생활광장(生活广场)이다. 2002년 1월 1일 개점, 영업면적 23,000㎡로 6,960평쯤. 이 회사 점포 열네 곳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자리.
2.2025년 이 한 점포의 매출이 약 20억 위안, 순이익이 1억 위안을 넘었다. 1위안을 195원으로 잡으면 매출 3,900억 원에 이익 195억 원이다. 매출 대비 순이익률 5%. 슈퍼마켓과 푸드코트가 매출의 뼈대인 업태에서 좀처럼 안 나오는 숫자.

3.건물은 세 층. 1층이 캐주얼 의류, 2층이 슈퍼마켓, 3층이 푸드코트인데 슈퍼와 푸드코트 모두 이 회사 점포 중 면적이 가장 넓다. 영화관도 없고 차 파는 매장도 없다. 옷과 먹을 것만 파는 구성이라 현지에서는 가장 생활에 붙은 곳으로 통한다.

4.24년 된 건물이라 낡은 데가 많다. 지하주차장이 없어 차를 대려면 건물 밖 노상을 돌아야 하고, 매대 사이 통로 폭은 2002년 도면 그대로다. 회사가 폐점을 설명하며 든 이유가 이 둘. 사람이 몰리는 시간에 통로 폭은 그대로 대기 시간이 되는데, 이미 다 지어 놓은 층에서 그걸 넓힐 방법이 없다.

5.쉬창 시내에만 이 회사 점포가 열 곳. 그 가운데 종합 매장은 셋. 가장 위가 천사성(天使城)이고 가운데가 시대광장(时代广场), 값이 가장 싼 쪽이 이번에 닫는 생활광장이다. 세 곳이 한 도시에서 값의 단을 나눠 서 있고, 그 아래 단을 맡던 점포가 빠진다.

6.임대차가 어긋난 것은 2015년. 당시 담당자가 회사 규정대로 건물 전체를 하나의 계약으로 묶지 않고 소유자 수십 명과 따로따로 계약했다. 그래서 같은 층 옆자리끼리 임대료가 크게 벌어졌고 만료일도 제각각. 구분소유 상가에서 한 덩어리로 빌리지 않으면 갱신 때 소유자 한 명이 전체를 붙잡는다.
7.위둥라이가 소셜미디어에 남긴 문장은 이랬다. "이 몇 집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그래도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 공정을 잃는 것이 늘 마음의 응어리였다." 알려진 한 구역의 조건은 연 120만 위안에 해마다 3%씩 올리는 계약이었고, 만료 뒤 요구된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8.6,960평에서 3,900억 원이 나온다. 평당 연 5,600만 원. 국내 대형마트 한 점포를 연매출 700억 원에 매장면적 3,000평으로 잡으면 평당 2,330만 원쯤이니, 여기가 두 배 넘게 판다. 이게 지방 도시 슈퍼마켓의 숫자인가.
9.이 매출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이 회사가 오래 알려진 이유와 겹친다. 주 36시간 근무, 토요일 전 점포 휴점, 연차 40일에서 60일. 2025년 초 직원 평균 실수령액은 9,886위안, 원화로 193만 원이었고 점장은 그 여덟 배 가까이 받았다. 직원을 이렇게 쓰면서 평당 매출이 이만큼 나오는 매장은 드물다.
10.건물주 쪽 계산도 간단하다. 생활광장 근처에서 2005년부터 숙박업을 해 온 상인은 현지 매체에 이렇게 말했다. "저 슈퍼가 돈을 버니까 집주인이 임대료를 올린 것이다. 우리처럼 못 버는 가게는 집주인이 올리지도 않았다." 임대료는 시세가 아니라 임차인의 장부를 보고 매겨진다.

11.같은 일이 11년 전 신샹에서 이미 한 번 있었다. 현지에서 다팡(大胖)이라 부르던 점포의 임대료가 연 800여만 위안에서 2,400만 위안으로, 세 배로 올려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그 점포의 연이익이 6,000만에서 7,000만 위안이었으니, 인상분을 다 물어도 남는 장사. 회사는 2015년에 그 매장을 닫았다.
12.이듬해 그 회사가 고른 것은 임대가 아니었다. 신샹 카이더(凯德)센터 38,000㎡를 2억 위안이 안 되는 값에 통째로 사들였다. 임대료 협상에서 진 쪽이 이듬해 건물주가 됐다. 지금 쉬창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때와 같은 순서를 밟는다.

13.폐점 선언이 8월 9일이었고, 8월 17일에 쉬창시 팡둥라이슈퍼 커지광장점(科技广场店)이 정식으로 등록됐다. 룽싱루(龙兴路)와 주린루(竹林路)가 만나는 자리, 건축면적 43,000㎡에 매장면적 20,000㎡ 남짓. 문을 닫는 점포에서 직선으로 4km 북동쪽.

14.주차는 400면 남짓, 같은 건물 상부와 연결하면 800면에서 900면까지 쓸 수 있다고 한다. 지하주차장이 없어 곤란했던 24년 묵은 문제를 새 자리의 첫 조건으로 풀었다. 직원 이동도 이미 정해졌다. 현지 보도에 실린 직원의 말은 "닫으면 전원이 새 점포로 간다, 한 명도 빠지지 않는다"였다.

15.더 큰 그림도 이미 공사 중이다. 쉬창 멍즈청(梦之城)에 자기 자본 65억 위안, 1조 2,700억 원을 넣어 총건축면적 575,900㎡짜리 복합시설을 짓는다. 은행에서 빌린 돈은 0. 개장은 2029년 9월 예정. 24년간 남의 건물에서 장사한 회사가 다음 건물은 자기 이름으로 짓는다.

16.연매출 3,900억 원짜리 점포가 임대료 다툼 하나로 24년 만에 문을 닫고, 여드레 만에 4km 옆에 대체 법인이 섰다. 이 결정을 떠받치는 것은 무차입에 현금 41억 위안이라는 재무 상태다. 한국에서 같은 상황이 오면 임차인 쪽 계산은 더 나쁘다. 대형 점포는 환산보증금을 넘기 때문에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차임 5% 인상 상한이 적용되지 않고, 갱신요구권도 최초 계약을 포함해 10년에서 끊긴다. 게다가 구분소유 상가라면 소유자 수십 명 중 몇이 버티는 것만으로 매장 전체가 인질이 된다. 옮길 자리와 살 돈이 없는 임차인에게는 협상 카드 자체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