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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1-08호 정면 · 세로 홈을 판 벽이 알루미늄 캐리어의 홈을 따라간다. ⓒRIMOWA
N1-08호 정면세로 홈을 판 벽이 알루미늄 캐리어의 홈을 따라간다. ⓒRIMOWA
데일리 리테일

새 캐리어를 팔러 온 매장이 헌 캐리어에 39만 원을 쳐준다 (상하이·리테일)

2026.09.22

독일 여행가방 브랜드 RIMOWA가 상하이 징안 케리센터에 중국 본토 첫 플래그십을 열고 9월 16일 공식 개막 행사를 치렀다. 200㎡ 남짓한 매장에서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은 신제품이 아니라 수리대와 헌 가방 매입이다. 쓰던 알루미늄 캐리어를 가져오면 2,000위안짜리 상품권을 준다.

1.매장은 상하이 난징시루(南京西路)의 징안 케리센터(静安嘉里中心) 북쪽 구역 1층, N1-08호에 있다. 6월 말 문을 열었고 9월 16일에 탁구 선수 판전둥(樊振东)과 배우 허광한(許光漢)을 불러 개막 행사를 했다. 면적은 200㎡ 남짓, 약 60평. RIMOWA의 중국 본토 첫 플래그십이자 상하이 다섯 번째 매장.
2.개막에 맞춰 회사가 앞세운 건 서비스 셋. 수리 요청의 85% 이상을 매장 안에서 끝내는 수리 센터, 중국에서 처음 여는 헌 가방 매입·재판매 프로그램 Re-Crafted, 그리고 크기·부속·색을 골라 주문하는 Crafted For You. 매입 조건은 이렇다. 쓰던 알루미늄 캐리어를 가져오면 2,000위안, 약 39만 원어치 상품권을 주고, 그 상품권은 4,000위안 이상 살 때만 쓸 수 있으며, 한 사람이 1년에 두 개까지 맡길 수 있다.
징안 케리센터 · 명품 매장이 줄지어 선 난징시루의 복합단지. RIMOWA는 북쪽 구역 1층이다. ⓒMNXANL · CC BY-SA 4.0
징안 케리센터명품 매장이 줄지어 선 난징시루의 복합단지. RIMOWA는 북쪽 구역 1층이다. ⓒMNXANL · CC BY-SA 4.0
3.안쪽 벽 가운데에 알루미늄 띠를 여러 겹 동심원으로 감은 설치물이 서 있다. 원 안쪽은 뒤에서 조명을 받은 돌판이고, 그 앞 선반에 한정판 캐리어 하나가 올라가 있다. 좌우 흰 선반에는 주황과 남색 캐리어가 번갈아 놓였다. 빛이 닿으면 알루미늄 홈마다 가는 선이 하나씩.
빛을 받은 홈 · 홈마다 가는 선이 하나씩 선다. 누운 알루미늄 기내용 캐리어. ⓒ1971markus · CC BY-SA 4.0
빛을 받은 홈홈마다 가는 선이 하나씩 선다. 누운 알루미늄 기내용 캐리어. ⓒ1971markus · CC BY-SA 4.0
쇼윈도와 안쪽 벽 · 복도 쪽 쇼윈도(왼쪽)와 원형 설치물이 선 안쪽 벽(오른쪽). ⓒRIMOWA
쇼윈도와 안쪽 벽복도 쪽 쇼윈도(왼쪽)와 원형 설치물이 선 안쪽 벽(오른쪽). ⓒRIMOWA
4.한쪽 구석은 CLIENT CARE라는 글자만 붙은 회색 벽. 스테인리스 카운터에 나무 의자 둘, 벽에는 작은 화면 세 개. 옆 작업대에서는 검은 가죽 네임태그를 금속 틀에 물리고 금박 무늬를 찍어 준다. 이 매장에서만 고를 수 있는 무늬는 두 가지로, 하나는 징안 케리센터이고 다른 하나는 위위안(豫园)의 주취차오(九曲桥)다.
수리 상담 구석과 네임태그 · 가죽 태그에 누각 무늬를 금박으로 찍는다. ⓒRIMOWA
수리 상담 구석과 네임태그가죽 태그에 누각 무늬를 금박으로 찍는다. ⓒRIMOWA
5.알루미늄 캐리어는 공항을 몇 번 오가면 모서리가 찌그러지고 옆면에 긁힌 줄이 쌓인다. Re-Crafted는 그 겉을 펴지 않는다. 바퀴와 손잡이, 안감 같은 속만 30개 항목으로 점검해 고치고 2년 보증을 붙여 다시 판다. 누가 붙였는지 모를 여행지 스티커까지 그대로.
오래 쓴 알루미늄 가방 · 모서리가 닳고 홈 사이로 긁힘이 쌓였다. Re-Crafted는 이 겉을 그대로 둔다. ⓒKofferfoto · CC BY 3.0
오래 쓴 알루미늄 가방모서리가 닳고 홈 사이로 긁힘이 쌓였다. Re-Crafted는 이 겉을 그대로 둔다. ⓒKofferfoto · CC BY 3.0
6.중고 시장은 원래 있었다. 알루미늄 캐리어는 수십 년을 가고, 중국에서는 중고 거래 앱 셴위(闲鱼)에 이 브랜드 매물이 늘 올라온다. 문제는 진품인지, 바퀴가 멀쩡한지 사는 사람이 알 길이 없다는 것. 브랜드가 직접 사들여 고치고 보증을 붙이면, 개인 사이에 돌던 거래가 매장 계산대로 들어온다.
7.사는 쪽이 원하는 게 새것 같은 헌것이 아니라는 점도 컸다. 찌그러진 모서리는 누군가 실제로 들고 다닌 여행의 기록이고, 그 흔적째 사는 게 이 프로그램의 물건이다. 독일에서 시작해 한국과 일본을 거친 판매분은 몇 시간, 어떤 곳은 몇 분 만에 다 팔렸다. 미국 온라인 판매 개시는 2025년 3월 25일.
홈 판 알루미늄 · 1950년대부터 이어진 겉모양. 긁힘이 홈을 따라 쌓인다. ⓒ1971markus · CC BY-SA 4.0
홈 판 알루미늄1950년대부터 이어진 겉모양. 긁힘이 홈을 따라 쌓인다. ⓒ1971markus · CC BY-SA 4.0
8.때도 맞았다. Bain & Company는 2024년 중국 본토 명품 시장이 18~20% 줄었다고 추산했다. 새것을 살 이유를 대기 어려운 해에 매장은 무엇으로 사람을 부를까. 바퀴 하나 갈러 온 손님도 계산대 옆 선반 앞에는 선다.
9.가장 분명한 숫자는 미국 쪽 공개분. 헌 캐리어를 받을 때 주는 상품권이 300달러, 고쳐서 다시 파는 가격이 600~1,000달러이고, 같은 알루미늄 기내용 새 제품은 1,400달러를 넘는다. 한 개를 돌릴 때마다 300~700달러의 차액이 생기는데, 여기서 부품과 수리 인건비를 뺀 것이 회사 몫이다.
300달러에 받아 두세 배에 다시 판다 미국 기준, 단위 달러 · 진한 막대가 매입 때 내주는 상품권 매입 상품권 300 재판매가 하단 600 재판매가 상단 1,000 새 알루미늄 기내용 1,400+ ※ Gear Patrol 보도 기준(2025년 3월 미국 출시 당시). 상품권은 새 제품 구매에만 쓸 수 있다. ※ 중국은 상품권 2,000위안, 4,000위안 이상 구매 시 사용, 1인 1년 2개까지.
헌 캐리어 한 개가 도는 돈차액에서 부품값과 수리 인건비를 뺀 것이 남는다.
10.상품권이 현금이 아니라는 데에 계산이 하나 더 들어 있다. 2,000위안을 쓰려면 4,000위안 이상을 결제해야 하니, 헌 가방 하나가 새 판매 하나를 데리고 들어온다. 회사가 실제로 치르는 비용도 액면가 2,000위안이 아니라 그만큼 깎아 준 새 제품의 원가 몫이다. 매입가는 할인이고, 할인은 새 매출에 붙어서만 나간다.
11.고정비는 가볍지 않다. Cushman & Wakefield가 집계한 2025년 3분기 상하이 중고급 쇼핑몰 1층 평균 호가는 월 728.7위안/㎡. 이 평균만 200㎡에 대입해도 1년 임대료가 약 175만 위안, 우리 돈 3억 4,000만 원이 된다(추정). 난징시루 한복판인 징안 케리센터 시세는 평균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
12.임대료를 매출의 15%로 맞추려면 1년에 약 1,170만 위안을 팔아야 한다. 알루미늄 기내용 한 개를 1만 위안 안팎으로 잡으면 하루 세 개 남짓(추정). 수리대와 상담 구석이 차지한 면적은 그 숫자에 보태는 게 없다. 그 자리를 매대로 채우지 않은 배치는 매장 한 곳의 손익보다, 손님이 가방을 버리지 않고 다시 들고 오는 쪽에 돈을 건 모양새다.
13.회사의 뿌리는 1898년 쾰른(Köln)의 가방 공방. 파울 모르섹(Paul Morszeck)이 공동 창업했고, 1930년대 공장에 불이 나 재료가 거의 다 타고 알루미늄만 남은 뒤로 금속 가방을 만들었다. LVMH는 2016년 지분 80%를 6억 4,000만 유로에 샀다. 당시 연매출은 4억 유로 남짓이었고, 지금은 약 10억 유로라는 게 업계 추정이다.
쾰른 박물관의 옛 트렁크 · 아래 연표는 1949년. 걸쇠 둘에 손잡이 하나, 홈은 지금과 같다. ⓒ1971markus · CC BY-SA 4.0
쾰른 박물관의 옛 트렁크아래 연표는 1949년. 걸쇠 둘에 손잡이 하나, 홈은 지금과 같다. ⓒ1971markus · CC BY-SA 4.0
쾰른 생산동 · 외벽도 가로 골판이다. 생산은 독일·체코·캐나다 세 곳. ⓒ1971markus · CC BY-SA 4.0
쾰른 생산동외벽도 가로 골판이다. 생산은 독일·체코·캐나다 세 곳. ⓒ1971markus · CC BY-SA 4.0
14.브랜드가 자기 중고를 사들이는 일은 새롭지 않다. Patagonia는 Worn Wear로 헌 옷을 받아 고쳐 팔고, Rolex는 2022년 인증 중고 제도를 열었다. 상하이판이 다른 건 수리 방식. 기록 보관용 옛 가방을 되살리는 데 깨진 자기에 금속 꺾쇠를 박아 잇는 중국 전통 수리법 쥐츠(锔瓷)를 썼다. 흠을 감추지 않고 이음매를 드러내는 수리법. 도시 안내 지도는 소설 『번화(繁花)』를 쓴 상하이 작가 진위청(金宇澄)과 함께 만들었다.
매장 안과 입구 · 유리 블록 벽을 지나면 나무 선반과 낮은 탁자가 창가까지 이어진다. ⓒRIMOWA
매장 안과 입구유리 블록 벽을 지나면 나무 선반과 낮은 탁자가 창가까지 이어진다. ⓒRIMOWA
15.RIMOWA는 중국 본토 첫 플래그십 60평에서 매장 한쪽을 수리대에 내주고, 헌 캐리어 하나에 39만 원어치 상품권을 걸어 새 가방 판매로 되돌렸다. 한국에서 같은 구조를 짜려는 브랜드가 먼저 부딪히는 건 매장의 계약 형태다. 수입 브랜드 대부분이 백화점에 매출 수수료를 내고 들어가 있어, 매출을 내지 않는 수리대 면적은 그대로 손해로 잡힌다. 매입한 헌 가방을 쌓아 둘 창고와 수리 기술자를 매장 가까이 둘 곳도 따로 구해야 한다.
데일리 리테일 #044 · 2026.09.22
출처: Jing Daily(Rimowa opens 1st mainland China flagship · 2026년 6월 24일 · 징안 케리센터·200㎡ 이상·상하이 다섯 번째 매장·Re-Crafted 중국 첫 도입·모노그램 한정판 기내용·위위안 무늬 태그 / Rimowa opens 1st mainland China flagship in Shanghai · 2026년 9월 21일 · 9월 16일 개막·북쪽 구역·수리 85% 이상 매장 처리·Crafted For You·중국 전통 자기 수리 기법으로 옛 제품 복원·판전둥·자오진마이·허광한·마이리 참석), 搜狐(RIMOWA 上海静安嘉里中心旗舰店 启幕 · 2026년 6월 25일 · L1 N1-08·상품권 2,000위안·4,000위안 이상 구매 시 사용·1인 1년 2개·매장 사진 ⓒRIMOWA), 腾讯新闻(上海再迎首店 日默瓦中国大陆首家旗舰店启幕 · 2026년 9월 20일 · 진위청과 도시 문화 지도·한정 스티커·징안 케리센터와 주취차오 태그), Gear Patrol·HiConsumption(Re-Crafted 미국 출시 2025년 3월 25일·매입 상품권 300달러·재판매 600~1,000달러·새 알루미늄 기내용 1,400달러 이상·독일·한국·일본 판매분 수시간 내 매진), hube magazine(30개 항목 점검·2년 보증), CNBC·LVMH(2016년 10월 지분 80%·6억 4,000만 유로·2016년 예상 매출 4억 유로 이상), Business Insider·BoF(업계 추정 연매출 약 10억 유로), Cushman & Wakefield Shanghai Retail Marketbeat Q3 2025(중고급 쇼핑몰 1층 평균 호가 월 728.7위안/㎡), Bain & Company(2024년 중국 본토 명품 시장 18~20% 감소 추산), Wikipedia(RIMOWA 1898년 쾰른 창업·1930년대 화재 뒤 알루미늄 전환·생산지 독일·체코·캐나다).
징안 케리센터 매장의 실제 임대료와 매출은 공개되지 않았다. 1년 임대료, 필요 매출, 하루 판매량은 상하이 평균 호가와 미국 판매가를 바탕으로 한 추정이다. 원화 환산은 1위안 약 195원, 1달러 약 1,39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