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사이즈 수트로 이름을 알린 파리·뉴욕 브랜드 The Frankie Shop이 9월 23일 밀라노에 이탈리아 첫 매장을 열었다. 두 개 층 230㎡ 가운데 거리에 붙은 1층은 전시와 협업에 내줬고, 옷은 2층에서만 판다. 이 브랜드 매출의 절반은 온라인에서 나온다.
1.주소는 비아 산 피에트로 알로르토(Via San Pietro all'Orto) 26번지. 몬테나폴레오네 거리와 코르소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거리를 잇는 골목이고, 바로 옆 건물에 Aspesi가 있다. 면적은 230㎡(약 70평)에 두 개 층. 거리에서 들어서는 1층은 작가 전시와 협업을 거는 갤러리이고, 옷은 계단을 올라간 2층에 걸린다.
2.창업자는 프랑스 기자 출신 가엘 드레베(Gaëlle Drevet). 2014년 뉴욕 로어이스트사이드에서 여러 브랜드 옷을 골라 파는 가게로 시작했고, 지금은 어깨가 넓게 떨어지는 자체 라벨 수트와 코트가 매출의 80%를 낸다. 매장은 파리와 뉴욕에 둘씩, 파리 백화점 안 코너가 둘. 밀라노는 창업 11년 만에 두 도시 밖에 처음 여는 상설 매장이다.
3.이 매장의 얼굴은 계단. 짙은 초록색 래커를 칠한 난간이 곡선으로 휘어 올라가고, 계단실 벽은 노란빛이 배어 나오는 판으로 둘렀다. 2층 창은 거리가 아니라 건물 안쪽 정원을 향해 나 있고, 피팅룸 바닥에는 지오 폰티(Gio Ponti) 무늬 카펫을 깔았다. 옷을 입어 보는 방까지 올라와서야 밀라노 건축가의 이름을 밟게 된다.

4.설계는 건축가 마티아 눈치오(Mattia Nunzio)와 이사벨라 데 바비에라 갈림베르티(Isabella De Baviera Galimberti)가 맡았다. 카프리섬의 카사 말라파르테(Casa Malaparte)와 지오 폰티의 실내를 참조했다고 밝혔고, 이탈리아 모더니즘 빈티지 가구를 곳곳에 놓았다. 파리 마레 지구의 두 매장은 원목과 레진, 초록 오닉스 테이블로 꾸몄고 여성복 매장 한가운데에 De Sede의 굽이치는 소파 DS-600을 들였다.


5.2층 옷걸이에는 자체 라벨 옆에 Sportmax·Hed Mayner·Calcaterra·Bevza 같은 다른 브랜드 옷이 함께 걸린다. 개점에 맞춰 낸 캡슐 컬렉션은 흐린 색 바탕에 보라와 일렉트릭 블루, 분홍을 얹었다.

6.손님이 사는 건 뭘까. 럭셔리 테일러링의 실루엣. 대표 코트 Jane이 495유로(약 79만 원)이고 온라인 평균 판매가는 300달러 선인데, 비슷하게 어깨를 떨어뜨린 럭셔리 하우스의 코트는 그 몇 배를 받는다. 인플루언서들이 입은 사진이 인스타그램에서 먼저 돌았고, 손님은 그 사진 속 어깨선을 찾아 들어온다. 드레베가 설명하는 이 브랜드의 핵심도 「여자가 남자 옷을 만나는」 선이다.

7.그 옷을 만드는 공장은 한국에 많다. 드레베는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경제지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많이 생산해서 한국에서 우리가 유명하다」고 했다. 적은 주문량으로도 좋은 원단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가장 잘 팔리는 벨트와 장갑만은 이탈리아 공장 몫.
8.매출은 2022년 4,000만 달러(약 552억 원)였고, 2024년에는 15% 늘었다. 올해 숫자는 밝히지 않았지만 성장이 더 빨라졌다고 한다. 회사가 내건 목표는 2027년 말까지 매출 두 배.
9.돈이 들어오는 길은 셋. 온라인 50%, 직영 매장 30%, 도매 20%. 도매는 Net-a-Porter·Mytheresa 같은 온라인 편집몰과 백화점 50곳 남짓이다. 매출 절반을 화면에서 버는 회사라, 매장 하나를 여는 계산부터 보통 옷 가게와 다르다.

10.몬테나폴레오네 거리의 임대료는 ㎡당 1년 2만 유로다(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 2025년). 한 블록 안쪽 골목의 시세는 공개된 게 없다. 그 5분의 1로만 잡아도 230㎡에 1년 92만 유로, 우리 돈 약 15억 원이 나간다(추정).

11.그 면적의 절반 가까이는 옷을 팔지 않는 층. 임대료를 매출의 15% 안에 두려면 이 매장 혼자 1년에 613만 유로(약 98억 원)를 팔아야 하고, 평균 결제액으로 나누면 하루 60건을 넘는다(추정). 드레베는 이탈리아를 「언제나 우리에게 거대한 시장」이라고 불렀다. 온라인으로 이미 사던 손님이 많은 도시라, 이 매장의 계산은 그 주문까지 합쳐야 맞는다.
12.매장은 느리게 컸다. 로어이스트사이드 스탠턴 스트리트(Stanton Street) 1호점은 74㎡, 약 22평짜리 가게. 소호 크로스비 스트리트(Crosby Street) 매장은 팝업으로 열었다가 손님이 몰려 상설로 바꿨다. 밀라노는 1호점의 세 배 넓이.


13.회사는 드레베가 지분 100%를 쥐고 외부 투자 없이 흑자로 굴러간다. 지난해 9월에는 처음으로 전문경영인을 들였다. MCM과 Roger Vivier를 거친 사빈 브루너(Sabine Brunner)가 최고경영자를 맡아 매장과 해외 확장을 짠다. 드레베는 소수 지분이라면 투자자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14.스탠턴 스트리트 100번지는 원래 드레베가 2006년 동업자와 연 편집숍 Pixie Market 자리였다. 8년 뒤 간판을 Frankie로 바꿔 달았고, 지금도 매출의 20%는 다른 브랜드 옷에서 나온다. 자체 라벨이 잘 팔리는 브랜드는 보통 매장에 자기 옷만 건다. 이 회사는 밀라노에서도 이탈리아 브랜드를 옆에 걸고 1층을 남의 작품에 내줬는데, 편집숍으로 출발한 가게의 습관이 70평에 그대로 남은 것처럼 보인다.
15.다음은 런던. 임대 계약을 이미 맺었고 2027년 봄에 연다. 그 사이 상하이에서 두 달, 일본에서 10월 말 일주일짜리 팝업을 돌린다. 가방 라인도 준비 중인데, 드레베는 「잇 백은 믿지 않는다」고 선을 긋는다.
16.매출 절반을 온라인에서 내는 브랜드가 밀라노 골목에 70평을 얻고, 거리에 붙은 층을 팔지 않는 방으로 뒀다. 임대료를 매장 매출만으로 갚으려면 하루 60건 넘게 팔아야 하는 자리라, 이 매장은 이탈리아 온라인 주문을 끌어오는 간판에 가깝다. 같은 한국 공장에서 옷을 받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가 이 순서를 따라가기 어려운 건 공장 때문이 아니다. 해외에서 이미 사 주는 손님이 없는 도시에 첫 매장을 내면, 1층을 비워 둘 여유가 처음부터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