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운동복 브랜드 CRONOS가 9월 12일 오사카 신사이바시스지 상점가에 88.5평 매장을 열었다. 이 브랜드의 주인은 옷 회사가 아니라 퍼스널 트레이닝 헬스장 체인이다. 트레이너가 입던 옷이 월 2억 엔 가까이 팔리는 사업이 됐고, 그 옷을 이제 관광객이 지나는 거리에 걸었다.
1.CRONOS가 9월 12일 오사카 신사이바시스지(心斎橋筋) 상점가 1초메에 신사이바시점을 열었다. 매장 면적은 약 88.5평(약 292㎡)으로, 지난해 5월 도쿄 오모테산도(表参道)에 낸 플래그십 약 200㎡보다 1.5배 가까이 넓은 크기. 간사이 지역에 낸 첫 대형 매장이고, 개점 전 이틀 동안 배우와 운동선수를 불러 사전 행사를 열었다. 브랜드 공식 표현은 「간사이 최대급 매장」.
2.브랜드를 만든 곳은 도쿄 시부야에 본사를 둔 월드핏(ワールドフィット)이다. 퍼스널 트레이닝 헬스장 BEYOND를 가맹점 포함 170곳 안팎 운영하고, 2017년 회사를 세운 해에 트레이너가 입을 옷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그 옷 이름이 CRONOS. 헬스장이 본업이고 옷은 곁가지였는데, 지금은 매장 26곳과 온라인몰을 따로 거느린다.
3.신사이바시점 입구에는 커다란 와다이코(和太鼓)가 놓였다. 북 가죽 자리에 붓글씨체 CRONOS 로고를 그려 넣었고, 외벽에는 등불 모양 간판, 입구 위로는 제등을 여러 개 달았다. 오모테산도점이 검은 철제와 유리로만 짠 매장이었다면, 오사카점은 그 위에 일본 축제의 소품을 얹었다.

4.안으로 들어서면 검은 바닥이 천장 조명을 비추고, 좌우 벽을 따라 옷걸이가 길게 이어진다. 벽 위쪽은 격자무늬 판으로 마감했고 진열 칸 안쪽에서 노란 빛이 새어 나온다. 운영사는 일본 정원에서 재료와 디테일을 끌어왔다고 설명한다. 매장 가운데에는 둥근 흰 탁자를 두고 새 상품을 접어 올렸다. 위층은 통로 끝 계단으로.


5.상품은 크게 넷이다. 운동할 때 입는 트레이닝복, 평상복으로 입는 라이프스타일 라인, 골프복 CRONOS BLACK, 그리고 슬리퍼와 텀블러·가방 같은 소품. 이 매장에서만 파는 검정·빨강, 흰색 배색의 후드와 바지도 나왔다. 개점에 맞춰 산리오의 헬로키티·쿠로미·배드바츠마루를 넣은 협업 상품도 함께 걸었다.


6.이 옷은 누구 몸에 맞췄을까. 웨이트로 어깨와 등을 키운 사람. 위는 넉넉하게 내려 어깨 폭을 드러내고 아래는 몸에 붙게 줄이는 실루엣이 기본형이고, 땀을 빨리 말리는 신축 원단을 쓴다. 보통 옷 가게에서 산 셔츠는 근육이 붙은 팔뚝에서 끼거나 허리에서 남는데, 이 브랜드는 그 몸을 표준 체형으로 놓고 치수를 잡았다.

7.그 몸을 보여 주는 곳을 회사가 이미 갖고 있었다. BEYOND 헬스장 170곳의 트레이너가 이 옷을 입고 일하고, 회원은 수업 내내 그 옷을 눈앞에서 본다. 대표는 2024년 업계지 인터뷰에서 헬스장이 늘수록 옷의 기능을 직접 겪는 장소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팔로워가 많은 강사가 입으면 그 팔로워에게까지. 옷 회사가 광고비와 매장 임대료로 사야 하는 장면을 이 회사는 본업에서 공짜로 얻는다.
8.헬스장 밖으로 손님을 넓히는 작업은 2024년부터 눈에 띈다. 골프 라인을 내 잘 팔렸고, 도쿄 긴자 식스(GINZA SIX)와 오모테산도에 매장을 내면서 운동을 가볍게 하는 사람과 씀씀이가 큰 손님이 늘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여성복도 따로 걸고, 캐릭터 협업까지 들였다. 지난 8월에는 도쿄 기치조지(吉祥寺)에서 쇼핑몰이 아닌 길가 건물 2층에 매장을 냈다.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만 받아 보겠다는 시험이라고 업계지는 전한다.


9.옷 매출은 2023년에 월 1억 엔 남짓이었고 1년 매출은 약 10억 엔이었다. 2025년 봄에는 월 2억 엔 가까이로 올랐고, 회사는 그해 말 월 2억 5,000만 엔을 목표로 잡았다. 같은 기간 매장은 7곳에서 20곳으로, 올해 8월 기치조지점까지 26곳. 2년 반 사이 매장이 네 배 가까이 늘었는데 매출은 두 배라, 늘어난 매장이 한 곳당 버는 돈은 처음보다 작다.
10.운동복 치고 싼 가격은 아니다. 티셔츠 1만~1만 5,000엔, 후드 1만 8,000~2만 엔, 바지 2만~2만 5,000엔이고, CRONOS BLACK 재킷은 3만~4만 엔. 위아래 한 벌이면 3만 엔 넘게. 퍼스널 트레이닝 회원은 이미 수업료로 매달 큰돈을 쓰는 사람들이라, 수업 때 입을 옷에 이 정도를 내는 걸 크게 망설이지 않는다.

11.신사이바시는 간사이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싼 상권으로 꼽힌다. CBRE가 집계한 신사이바시 대로변 1층 임대료는 2023년 3분기에 평당 월 20만 4,000엔. 이 값을 88.5평 전체에 그대로 대면 월 1,805만 엔(약 1억 7,000만 원)이 나온다. 위층 임대료는 1층보다 싸니 실제 금액은 이보다 낮겠지만(추정), 2025년 봄 월매출 2억 엔을 매장 20곳으로 나눈 한 곳 평균(온라인 몫까지 넣은 상한) 1,000만 엔과 비교하면 이 매장의 임대료 상한이 평균 매장의 한 달 매출보다 크다.
12.그러니 이 매장 한 곳으로 본전을 뽑겠다는 계산은 성립하지 않는다. 신사이바시스지는 외국인 관광객이 하루 종일 지나는 거리이고, 최근 이 상권 1층에 새로 들어오는 가게는 드러그스토어와 중고품점, 운동화, 캐릭터 상품처럼 관광객 지갑을 노린 업종이다. 와다이코와 제등, 오사카에서만 파는 배색 상품은 그 손님이 사진을 찍고 물건을 들고 갈 이유. 회사가 오래 말해 온 다음 단계는 대만부터 시작하는 아시아 진출이고, 이 거리는 그 손님을 본국에 가기 전에 먼저 만나는 자리다.
13.운동복 브랜드가 운동하는 몸을 광고판 삼아 큰 예는 처음이 아니다. 영국의 Gymshark는 운동하는 인플루언서에게 옷을 입혀 온라인에서 컸고, 2022년에야 런던 리젠트 스트리트에 첫 매장을 냈다. 다른 건 몸을 보여 주는 바닥의 주인이다. Gymshark는 남의 몸과 남의 화면을 빌렸고, CRONOS는 자기 헬스장과 자기 트레이너를 썼다. 손님이 처음 이 옷을 보는 자리부터 회사 영업장 안.
14.그 장점이 넓히는 데서는 짐이 된다. 이 옷이 팔린 이유가 근육 붙은 몸에 맞춘 치수였는데, 골프복과 여성복, 캐릭터 협업으로 갈수록 그 몸이 아닌 손님을 상대하게 된다. 헬스장 밖에는 트레이너가 입어 보여 주는 장면도 없으니, 관광객이 오가는 거리에 낸 큰 매장은 그 장면을 연출로 대신하겠다는 결정.
15.헬스장 체인이 트레이너 옷으로 시작한 브랜드가 월 2억 엔 가까이 팔고, 이제 신사이바시에 1층 시세로 치면 월 1,805만 엔짜리 자리를 얻었다(추정). 국내에서 같은 구조를 짜려 하면 먼저 PT 시장의 생김새에 막힌다. 수업은 많지만 한 회사가 같은 옷을 입힐 트레이너를 수백 명씩 거느린 체인이 드물고, 운동복 쪽은 레깅스로 큰 브랜드들이 이미 백화점과 온라인 진열대를 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