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한가운데 119,854㎡짜리 섬이 있다. 2019년에 490억 원을 들여 한 번 지었고, 7년 만에 3,704억 원을 다시 넣는 공사가 시작됐다. 그런데 이 섬의 방문객은 건물은 하나도 바꾸지 않은 채 이미 30% 넘게 늘어난 참이다.
1.2026년 7월, 노들섬의 물가 구간이 순차적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서울시가 '노들 글로벌 예술섬'이라 부르는 사업에서 가장 먼저 손댄 구간이다. 착공일은 2025년 10월 21일, 전체 준공 목표는 2028년.
2.섬은 용산구 양녕로 445·446 일대 119,854㎡, 평으로 치면 36,255평. 설계는 Heatherwick Studio가 맡았고 당선안 이름은 '소리풍경(Soundscape)'. 2024년 5월 국제지명 설계공모에서 뽑혔다.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 뉴욕 허드슨강에 Little Island를 띄운 그 사람이다.
3.이 섬은 이미 한 번 지어졌다. 2019년 9월 28일, 490억 원을 들여 음악섬으로 문을 열었다. 설계는 엠엠케이플러스가 이끈 팀. 라이브하우스와 갤러리, 식음 매장, 잔디마당이 낮게 깔린 구성이었고 개장 직후에는 외관을 두고 험한 별명이 여럿 붙었다. 그 평판이 뒤집히는 데는 몇 해가 걸렸다.


4.헤더윅 안은 그 위에 한 겹을 더 얹는다. 사업은 둘로 갈린다. 물가와 기단부를 손보는 수변문화공간, 공중과 지상에 새로 세우는 하늘예술정원. 뒤쪽이 본체다. 일곱 개의 비정형 꽃잎이 떠 있고 그 사이를 보행로가 잇는 구성으로, 동측은 체험형, 서측은 전망형으로 갈라 놓았다.

5.7월에 열린 쪽은 앞쪽이다. 자연친화형 생태정원과 산책로, 틈새계단, 미디어시설물. 틈새계단이라는 이름이 이 구간의 성격을 다 말해 준다. 한강은 계절마다 수위가 몇 미터씩 오르내려서, 물가로 내려가는 계단은 여름 한 철 잠기는 것을 전제로 짜야 한다. 잠겼다 마르기를 반복하는 콘크리트 위에 이끼가 앉고, 그 자리에 사람이 앉는다. 섬에 서식하는 맹꽁이를 두고 공사 소음과 진동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착공 내내 따라붙었다.

6.서울에서 사방이 물인 자리는 흔치 않다. 한강공원은 강을 옆에 끼고 걷는 곳이지만, 노들섬은 강 안에 들어가 서는 곳이다. 다리 위 인도를 통해 들어가는 동선이라 걸어 들어가는 동안 눈높이가 한 번 내려간다. 이 낙차가 이 섬이 파는 물건의 절반이다.

7.나머지 절반은 노을. 남서쪽으로 열린 시야에 다리 상판이 액자처럼 걸려서, 해가 떨어지는 한 시간대에 사람이 몰린다. 문제도 거기 있다. 그 한 시간 말고 굳이 다리를 건너 들어올 이유는 무엇인가.

8.두 번의 사업비를 나란히 놓아 본다. 2019년 490억, 이번 3,704억. 7.6배. 섬 전체 면적으로 나누면 평당 135만 원에서 평당 1,020만 원으로 올라간다. 물론 섬 전체를 다시 짓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같은 땅에 7년 사이 두 번 들어간 돈을 견주는 데는 이 나눗셈이 제일 정직하다.
9.공사비로 공표된 항목은 둘뿐. 수변부 246억, 지상부 2,330억. 합쳐도 2,576억이라 총사업비와 1,100억 넘게 벌어진다. 그 차이는 설계·감리·전기공사·예비비 같은 항목으로 흩어져 있고, 공공 수변사업에서 이 간극이 어디까지 벌어지는지는 준공 정산 전까지 아무도 확정해 말하지 못한다.
10.그럼 회수는 어디서 하나. 이 섬은 무료 개방 공간이라 입장료가 없다. 돈이 들어오는 창구는 상업시설 임대료와 공간 대관료, 그리고 행사 유치뿐이고, 셋 다 방문객 수가 아니라 체류시간과 객단가에 붙는 항목이다. 노을 한 시간을 보러 와서 사진만 찍고 다리를 건너 나가는 동선에서는 이 셋 중 어느 것도 늘지 않는다.

11.여기서 이 섬의 진짜 이력이 나온다. 2021년 서울시 감사에서 민간위탁 운영사의 횡령·배임이 드러났다. 공연장비 임차 계약서를 허위로 꾸며 잡힌 금액이 약 5,600만 원, 건설업 미등록 업체와 맺은 공사계약이 4건에 1억 2,892만 원. 서울시는 그해 10월 운영업체를 고발하고 협약을 해지했다. 운영이 서울문화재단으로 넘어간 뒤 방문객은 전년 대비 30% 넘게, 숫자로 약 35만 명 늘어 연 150만 명이 됐다. 건물은 하나도 바꾸지 않았다.
12.그런데 3,704억 어디에도 운영비 항목은 없다. 짓는 돈과 돌리는 돈은 편성 경로가 다르다. 공중에 뜬 화단은 관수와 배수를 펌프로 올려야 하고, 풍하중과 방수층 점검 주기가 지상 조경과 같을 수 없다. 꽃잎 일곱 장이 다 열린 뒤 그 유지비는 매년 누가 대나. 지금 공표된 문서에 그 답이 없다.

13.같은 설계자가 만든 선례에는 그 칸이 채워져 있다. Little Island는 2021년 5월 21일 허드슨강에 열린 2.4에이커, 9,712㎡짜리 인공섬 공원이다. 공사비 2억 6,000만 달러를 Barry Diller와 그의 재단이 냈고, 여기까지는 흔한 기부. 다른 건 그다음이다. 같은 재단이 20년치 운영비로 1억 2,000만 달러를 따로 묶었다. 공사비의 46%. 그 돈으로 상근·비상근 110명을 굴린다.

14.면적당 값은 정반대로 갈린다. Little Island는 2,938평에 원화 약 3,640억 원을 썼으니 평당 1억 2,400만 원, 노들섬은 36,255평에 3,704억이니 평당 1,020만 원. 열두 배 차이가 나는데도 뒤가 불안한 쪽은 노들섬이다. 지어 놓고 돌릴 돈을 같이 묶지 않았으니까. 무료 공원의 손익은 개장일이 아니라 개장 3년 차부터 갈린다.
15.490억으로 지은 섬을 7년 만에 3,704억으로 다시 짓는 공사가 시작됐고, 그사이 방문객은 건물이 아니라 운영을 바꿔서 30% 넘게 늘었다. 2029년 557만 명이라는 추산이 맞아떨어져도 사업비를 1년 방문객으로 나누면 1인당 66,500원. 이런 수변 랜드마크를 국내에서 기획하면 인허가가 아니라 운영 재원에서 먼저 걸린다. 조성비는 사업비로 한 번에 편성되지만 운영비는 매년 예산 심의를 다시 받고, 공중 구조물의 유지·안전점검비를 지상 공원 기준으로 산정하면 3년 차에 구멍이 난다. 그래서 설계공모 지침에 넣어야 할 항목은 조형이 아니라 준공 이후 20년치 운영비의 출처다. 그 칸이 비어 있으면 꽃잎은 한 장씩 닫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