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문을 닫았던 도쿄의 한 박물관이 지난봄 다시 열렸다. 들어간 공사비 80억 엔. 그런데 다시 열린 건물의 겉모습은 닫히기 전과 똑같다. 돈은 관람객이 볼 수 없는 자리로 거의 다 갔다.
1.2026년 3월 31일 오전 9시 30분, 도쿄 스미다구(墨田区) 요코아미(横網)에서 에도도쿄박물관(江戸東京博物館)이 4년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1993년 3월 개관 이후 처음 하는 대수선이었다. 휴관은 2022년 4월부터. 총공사비는 약 80억 엔. 100엔을 940원으로 잡으면 약 752억 원.
2.설계자는 기쿠타케 기요노리(菊竹清訓). 신진대사를 뜻하는 메타볼리즘을 내걸었던 건축가다. 지상 7층, 지하 2층에 연면적 5만 1,367㎡, 평으로 고치면 1만 5,538평. 높이는 약 62m로 에도성 천수각과 얼추 같은 높이에 맞췄고, 옆에는 료고쿠 국기관(両国国技館)이 붙어 있다.

3.형태의 원형은 고상식 창고다. 바닥을 땅에서 띄우고 네 다리로 받친 곡물창고를 그대로 키운 것으로, 1층은 거의 비어 있다. 표를 사러 가는 사람은 지상에서 3층 입구까지 긴 에스컬레이터를 한 번에 타고 오른다. 그 아래 빈 자리는 광장.

4.그 아래 서면 하늘이 잘린다. 머리 위 30m 높이에서 콘크리트와 금속 판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고, 스미다강 쪽에서 불어온 바람이 기둥 사이를 지나며 소리를 낸다. 지붕은 동서로 크게 내민 데다 경사가 23도에서 최대 33도까지 선다. 비가 오면 물이 그 각도를 타고 한 번에 쏟아진다.

5.이번 공사가 손댄 곳이 정확히 그 두 자리였다. 급경사 대지붕을 통째로 벗겨 방수 시트와 단열재를 다시 깔았고, 공중에 뜬 처마 천장은 알루미늄 패널과 막천장으로 갈아 무게를 덜어 내진 성능을 올렸다. 나머지는 전부 설비. 전기와 공조를 일제히 새로 넣고, 조명을 전부 LED로 바꾸면서 인체감지 센서를 달았으며, 태양광 발전 설비와 배리어프리 화장실 두 곳이 새로 들어갔다.

6.그럼 이 돈은 어디로 갔나. 80억 엔을 연면적 1만 5,538평으로 나누면 평당 약 51만 5,000엔, 원화로 약 484만 원이 나온다. 국내에서 문화시설을 새로 짓는 값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숫자. 다만 이 값에는 전시를 새로 짜 넣은 비용이 어디까지 포함되는지 공표되지 않았다.
7.평당 값이 싸 보이는 것과 공사가 쉬웠던 것은 다른 이야기다. 시공사인 다이세이건설(大成建設)이 밝힌 현장 조건을 보면, 소장 자료 약 35만 점을 안에 둔 채 화기를 쓰지 못했고 빗물이 한 방울도 들어오면 안 됐다. 급경사 지붕에서 자재가 굴러떨어지지 않도록 3m 간격으로 파이프를 짰고, 기울어진 지붕에 곤돌라를 매달려고 특별 제작한 치구를 따로 개발했다. 높이 20m짜리 홀을 낀 복잡한 형태 탓에 비계 계획부터 어려웠으며, 투입 인원은 약 350명.
8.회수 쪽을 보면 그림이 달라진다. 상설전 관람료는 어른 800엔으로, 옛 600엔에서 200엔 올렸다. 65세 이상 400엔, 대학생 480엔, 고교생 300엔이고 중학생 이하는 무료.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관람객이 약 113만 명이었으니, 그 전부가 어른 값을 내도 1년 관람료 수입은 9억 400만 엔, 약 85억 원.
9.애초에 이 건물은 관람료로 공사비를 갚는 구조가 아니다. 소유자는 도쿄도, 운영은 지정관리자인 도쿄도역사문화재단. 즉 80억 엔은 도쿄도의 시설 유지 예산이지 투자 회수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숫자를 굳이 나눠 보는 이유는 따로 있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30년 뒤 청구서는 똑같이 온다는 것.

10.그래서 무엇을 바꿨나. 겉이 아니라 안이다. 공간 연출 감수는 OMA의 파트너인 시게마쓰 쇼헤이(重松象平)가 맡았고, 서쪽 진입로에는 도리이를 본뜬 조형물이 새로 섰다. 3층 광장은 천장 약 4,000㎡를 통째로 화면으로 쓴다. 관람객이 현대에서 출발해 메이지와 다이쇼를 거쳐 에도로 거슬러 오르는 영상이 머리 위에서 흐른다.

11.전시의 문법도 갈아 끼웠다. 6층에 실물 크기로 되살린 니혼바시는 북쪽 절반만 놓여 있고, 다리 위 화면에서는 에도의 하늘과 지금의 하늘이 번갈아 뜬다. 박물관은 5층 에도 구역에서 셋집 한 칸과 연극 소극장 나카무라자(中村座) 안으로 직접 들어갈 수 있다고 안내한다. 도쿄 구역에는 높이 26m짜리 핫토리 시계점(服部時計店) 모형이 새로 섰다. 보던 것을 밟고 들어가게 만든 개편.

12.전시장에 들어가면 조명이 낮게 깔리고, 목재와 회벽을 흉내 낸 마감이 발소리를 먹는다. 종이와 나무로 만든 축소 모형 수백 채가 유리 없이 놓여 있어 관람객의 시선이 지붕 위를 지난다. 그 사이로 천장에서 내려온 빛이 계절처럼 색을 바꾼다. 이런 연출은 조도와 공조를 정밀하게 잡아야 성립하고, 그게 이번 설비 갱신이 실제로 산 것.

13.계보를 짚으면 기쿠타케는 1958년 자택 스카이하우스에서 이미 같은 짓을 했다. 살림 칸을 네 개의 벽기둥으로 띄우고 그 아래를 비워, 시간이 지나면 설비와 방을 갈아 끼울 수 있게 만든 집이다. 갈아 끼운다는 발상이 메타볼리즘의 핵심이었고, 이 박물관은 그 발상을 도시 규모로 키운 마지막 세대에 속한다.
14.갈리는 건 청구서의 항목이다. 갈아 끼울 수 있게 지었다는 건물에서 실제로 갈아 끼운 것은 방이 아니라 지붕과 처마와 배관이었고, 그 돈의 대부분을 관람객은 볼 수 없다. 형태를 키운 만큼 지붕 면적이 늘었고, 지면에서 띄운 만큼 처마 천장이 지진에 흔들릴 부담을 떠안았다. 랜드마크의 실루엣은 준공식 날 한 번 팔리지만, 그 실루엣의 유지비는 30년 동안 매달 청구된다.

15.30년 된 박물관이 4년을 닫고 약 752억 원을 썼는데 겉모습은 한 군데도 달라지지 않았고, 평당으로 치면 484만 원이 지붕과 처마와 설비로 들어갔다. 이걸 국내로 옮기려는 쪽이 첫 회의에서 걸리는 자리는 예산의 크기가 아니라 예산의 이름이다. 신축은 사업으로 편성되고 대수선은 유지관리비로 편성되는데, 심의에서 물어보는 것은 늘 새로 생기는 면적과 새로 늘어나는 방문자 수다. 지붕을 다시 덮고 처마를 가볍게 만든 공사는 그 두 칸에 쓸 말이 없다. 그러니 랜드마크를 기획하는 쪽이 준공 전에 준비해야 할 것은 조감도가 아니라 그 형태가 30년 동안 요구할 유지비를 미리 적어 둔 표 한 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