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황푸강 남쪽 강변, 옛 화력발전소를 고쳐 만든 미술관이다. 2025년 11월 25일에 그 3층이 통째로 열렸다. 1,700㎡ 도서관에 장서 5만 권, 입장료는 0원. 공사비를 댄 곳은 시도 미술관도 아닌 프랑스 명품 브랜드다.
1.상하이당대예술박물관(上海当代艺术博物馆)은 영문 이름으로 Power Station of Art를 쓰고, 줄여서 PSA로 통한다. 2012년 10월 1일에 문을 연 중국 최초의 국영 현대미술관. 그 3층 전체가 Espace Gabrielle Chanel이라는 이름을 달고 2025년 11월 25일 개방됐다. 들어간 것은 도서관 1,700㎡, 300석 극장, 디자인 전시홀 psD, 황푸강(黄浦江)이 180도로 펼쳐지는 300㎡ 테라스와 카페.
2.도서관 이름은 덩덩도서관(等等图书馆). 장서 5만 권 가운데 1만여 권을 먼저 공개했고, 현대미술과 디자인, 건축, 인문사회 책에 시청각 자료가 섞여 있다. 중국 본토에서 현대미술과 디자인만 모은 공공 도서관은 이곳이 처음이라고 미술관은 밝힌다. 문 여는 시각은 화요일부터 일요일 11시에서 18시 30분, 예약제, 무료.

3.설계는 사카모토 가즈나리(坂本一成)가 맡았다. 1943년생, 도쿄공업대 명예교수. 평생 주택과 집합주거를 주로 지었고 상업 건물은 거의 손대지 않은 사람이다. 중국에 세워진 그의 건물은 이게 처음.
4.평면은 단순하다. 완만하게 올라가는 경사로가 공간을 가로지르고, 서가가 그 경사로에 통째로 박혀 있다. 층을 나눠 서가를 세우는 대신 바닥을 기울여 책을 얹은 방식. 열람석과 서가 사이에 문턱이 없어서, 걷다가 멈춘 곳이 곧 앉는 자리가 된다.


5.발전소 시절의 뼈대는 그대로다. 기둥 간격이 넓고 천장이 높은 공간은 소리가 오래 남는데, 서가와 경사면이 그 소리를 먹는다. 책은 성능 좋은 흡음재. 강 쪽 창으로는 황푸강 물빛이 들어오고 건너편 루자쭈이(陆家嘴)의 고층군이 정면에 선다. 이 층에서 가장 비싼 것은 책이 아니라 그 창이다.

6.미술관은 층으로 돈을 벌지 못한다. PSA는 연면적 41,000㎡에 전시장이 15,000㎡다. 남는 26,000㎡는 매출이 붙지 않는 면적이고, 상설 전시가 무료라 티켓으로 회수하는 구조도 아니다.
7.그래서 3층은 오래 애매한 층이었다. 디자인 센터 psD가 쓰던 홀이 있었지만 상시 관객을 끄는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미술관이 이 층에 돈을 넣으려면 시 예산 심의를 통과해야 하는데, 그 심의에서 전시가 아닌 공간은 늘 뒤로 밀린다. 그러면 이 층은 누가 고쳐 주나.

8.브랜드가 그 자리에 들어왔다. 샤넬과 PSA는 2021년 '신문화제작인' 프로그램 후원으로 엮였고 2024년 5월에 전략적 협력을 맺었다. 3층 공사에 걸린 시간이 약 1년 반. 미술관은 층을 얻었고 브랜드는 이름을 얻었다.

9.공사비는 공개되지 않았다. 상하이 문화시설의 고급 마감 단가를 ㎡당 8,000~12,000위안으로 잡고 도서관 1,700㎡에 대면 1,360만~2,040만 위안, 우리 돈 26억에서 39억이 나온다(1위안 193원). 극장과 디자인홀, 테라스까지 더한 3층 전체는 60억에서 90억 사이. 공개된 값이 없어 업계 단가로 계산해 본 범위다.
10.책도 값이다. 미술·건축 원서를 권당 200위안으로 잡으면 5만 권에 1,000만 위안, 약 19억. 실제로는 기증과 문헌 이관이 섞여 있어 현금으로 나간 돈은 이보다 적다. 그래도 이 층의 원가가 마감재에만 걸려 있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11.브랜드가 그 돈으로 산 것은 이름이다. 같은 회사가 파리에서 이미 같은 계약서를 썼다. 그랑팔레(Grand Palais) 복원에 2,500만 유로를 단독으로 후원했고, 이어 5년간 3,000만 유로를 운영 예산으로 더 대기로 했다. 받아 온 것은 둘. 나브(nef) 입구에 창업자 이름이 붙었고, 그 홀을 패션쇼에 쓰는 독점권이 남았다.
12.광고비로 놓고 보면 계산이 선다. 상하이 도심 A급 오피스 임대료가 하루 ㎡당 8.5~10위안 선이다. 1,700㎡를 그 값에 빌리면 해마다 520만~610만 위안, 우리 돈 10억에서 12억이 빠져나간다. 3층 공사비는 한 번 내면 끝나고, 이름에는 기한이 적혀 있지 않다. 6~8년이면 임차와 값이 같아지고 그다음부터는 브랜드 쪽이 남는 장사.
13.미술관이 가져가는 값은 다른 칸에 적힌다. 도서관은 무료에 예약제라 이 층에서 나오는 현금은 테라스 카페가 전부. 대신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다. 전시만 보고 나가면 한 시간이지만 책을 펴면 반나절이 된다. 다시 오는 이유가 상설 전시에서 장서로 옮겨 가면 연간 방문 횟수가 달라지고, 시 예산 심의에서 쓰는 숫자가 바로 그 횟수다. 상하이시는 PSA와 중화예술궁(中华艺术宫) 두 곳을 묶어 연 300만 명을 목표로 적어 뒀다.

14.이 건물의 내력은 길다. 1897년 난스전등창(南市电灯厂)에서 시작했고, 지금 서 있는 주공장동과 165m 굴뚝은 1985년에 올라갔다. 2010년 엑스포에서는 도시미래관으로 쓰였고, 아홉 달 공사를 거쳐 2012년에 미술관이 됐다. 개조 설계는 장밍(章明)이 이끄는 원작설계공작실(原作设计工作室).


15.2015년 11월, 이 미술관은 사카모토의 개인전을 열었다. 제목은 「반고조의 시학(反高潮的诗学)」, 그때까지의 전 작업을 걸었다. 정확히 10년 뒤 같은 달, 그가 그 미술관의 한 층을 설계해 내놨다. 전시장에 걸렸던 사람이 전시장을 짓는 쪽으로 자리를 옮긴 것.
16.발전소 3층 1,700㎡가 무료 도서관이 됐고, 그 층에는 브랜드 창업자의 이름이 붙었다. 공사비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지만 같은 면적을 상하이 도심에서 빌렸다면 해마다 10억이 나갔을 자리다. 국내에서 먼저 걸리는 건 이름 쪽이다. 공립 미술관은 행정재산이다. 기업이 공사비를 대도 공간에 상호를 붙이려면 기부채납과 별개로 명칭 사용을 따로 약정해야 한다. 후원은 몇 년이면 끝나는데 이름에는 기한이 없고, 그 비대칭을 심의가 잘 받아 주지 않는다. 약정을 설계 전에 끝내지 못하면 돈은 들어와도 층은 안 바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