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신사동 골목에 1990년대 중반에 지은 다세대주택 두 동이 있다. 4년 전 철거를 한 달 앞두고 있었다. 지금 그 두 동은 하나로 붙어 성인 27,000원짜리 표를 받는다.
1.「가우디: 서울에서 다시 태어나다」가 8월 1일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62길 27에서 문을 열었다. 10월 31일에 닫으니 91일짜리 전시. 자리는 가로수길 안쪽 골목, 이름은 신사하우스.
2.매일 10시에 열어 20시에 닫고 마지막 입장은 19시. 권장 관람 시간은 60분이다. 티켓은 Fever에서 파는데 성인 정가가 27,000원이고 주중에 오면 22,000원. 살림집이던 건물에서 받는 값.
3.등기상 한 동이 연면적 431.13㎡, 우리 셈으로 130평. 1995년 9월에 사용승인이 났고 등재 용도는 제2종근린생활시설. 이런 동이 둘 붙어 있고, 전시는 두 동을 묶어 다섯 개 층을 쓴다.

4.이 값이 이상해지는 건 자리 때문. Cushman & Wakefield가 잰 2025년 가로수길 공실률이 43.9%였다. 서울 주요 상권 가운데 가장 높고, 성수의 열 배가 넘는다. 열 곳 중 넷이 비어 있는 거리에서 다세대주택 두 동이 표를 받기 시작했다.
5.2022년으로 거슬러 간다. 철거 예정일을 한 달 앞두고 메종 코리아가 이 건물을 통째로 빌렸다. 「Maison to Maison 2022」. 방 32개를 크리에이터들에게 하나씩 내주고 각자 취향대로 꾸미게 한 홈·라이프스타일 전시였는데, 보러 온 사람들이 건물을 남겨 달라고 했다. 그렇게 3년을 더 버텼다. 철거를 막은 건 보존 운동이 아니라 표를 사러 온 사람 수.
6.대표 박앤드루가 이로재에 설계를 맡겼고 준비와 공사에 2년이 걸렸다. 벽돌 외벽을 굴착기 집게로 뚫어 개구부를 냈고, 슬래브를 부분적으로 걷어 내면서 붉은 H형강을 넣어 하중을 다시 잡았다. 두 동 사이 마당에는 외부 철골 계단을 새로 용접해 세웠다.


7.붉은 벽돌은 흰색으로 덮였는데 뚫은 자리의 단면은 메우지 않았다. 흰 페인트 아래로 벽돌 켜가 그대로 드러나고, 새로 넣은 철골의 볼트 머리도 하얗게 칠한 채 남겼다. 승효상의 설명은 시간을 멈추지 않고 편집했다는 쪽. 재개발이 서울의 기억을 빠르게 지우니 산 흔적을 남기면서도 새것으로 느껴지는 공간을 만들려 했다고.


8.여기가 원룸 칸이 결함에서 자산으로 넘어가는 자리. 이 전시는 테마 공간 7개를 요구하고, 화이트큐브였다면 가벽을 세워 방을 만들었다가 끝나면 뜯어내야 한다. 여기는 방부터 이미 서 있었다. 30개가 넘고 천장 높이도 제각각이다. 조도를 낮춰야 하는 원본 자료는 작고 낮은 방이 유리하고, 벽을 통째로 쓰는 프로젝션은 슬래브를 걷어 층고를 얻은 자리가 필요하다. 승인받은 재현품 42점과 NAKED의 미디어아트가 그 편차 위에 나뉘어 앉는다.


9.가로수길에서 먼저 사라진 건 임차인이 아니라 머물 이유였다. 옷을 사러 갈 이유는 온라인이 가져갔고 커피는 어디에나 있다. 사람을 60분 붙들고 그 값으로 2만 원대를 받는 장사가 그 빈자리에서 성립한다.

10.층별로 쪼개 세를 놓으면 한 동이 월 1,800만 원 안팎이고 두 동이면 월 3,600만 원쯤 된다. 1층에 가로수길 시세인 평당 30만 원을 대고 위층과 지하는 그보다 한참 낮게 잡아 계산한 값(이하 추정).
11.문제는 그 돈이 실제로 걷히느냐다. 공실률 43.9%를 그대로 얹으면 월 2,000만 원 언저리로 내려간다. 층을 쪼갤수록 비는 칸이 늘고, 비는 칸은 관리비까지 물어낸다. 임대인이 임대료를 못 내리는 것도 아니다. 내리는 순간 건물 감정가가 따라 내려가니 비워 두는 편을 고른다.
12.전시 쪽은 다르게 굴러간다. 두 동의 전시 면적과 관람 시간으로 수용 상한을 잡으면 하루 1,200명이 나오고, 그 절반이 온다고 보고 객단가를 2만 원으로 잡으면 석 달에 9억 원대 매출. 계산에 쓴 값은 아래 도표에 적었다.
13.몰입형 전시가 공간에 내는 값은 티켓 매출의 12~15%쯤 된다. 위 매출에 대면 월 3,600만 원에서 4,500만 원. 층별로 다 채웠을 때와 같거나 그 위인데, 이쪽은 한 임차인에게서 확정으로 나온다. 만실을 못 채우는 거리에서 이 차이가 전부다.
14.같은 전시가 도쿄와 오사카를 돌면서 33만 명을 넘겼다. 콘텐츠는 이미 팔린 물건이고 서울에서 새로 시험한 건 그릇 쪽. 미술관 규모의 상설관을 짓는 대신 골목의 다세대주택을 빌려도 되는가. 안 될 이유가 없다는 게 지금까지의 답.

15.그런데 전시는 석 달이면 끝난다. 2년짜리 공사비를 석 달로 회수할 수는 없고, 이 건물의 값은 다음 임차인이 정한다. 방이 30개 넘게 남아 있고 층고가 제각각인 건물은 다음 콘텐츠에도 같은 이유로 팔린다. 화이트큐브로 밀어 버렸다면 사라졌을 값어치.


16.철거를 한 달 앞두고 연 전시가 시간을 벌어 줬고, 2년짜리 공사 끝에 그 다세대주택이 표를 받는다. 공실률 43.9%인 거리에서 임차인 한 곳이 전관을 확정으로 채운 게 이 판의 전부다. 근린생활시설에서 표를 받는 전시를 상설로 돌리려면 문화 및 집회시설로 용도를 바꿔야 하고, 그때 피난계단과 주차대수가 새로 따라붙는다. 이 건물에 등록된 주차는 3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