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에 선 콘크리트블록 건물이 한동안 닫혀 있었다. 8월 5일, 그 1층에 건축센터가 들어왔다. 파는 물건은 건물이 아니라 건물을 읽어 주는 45분이다.
1.교토건축센터(京都建築センター)가 8월 5일 문을 열었다. 자리는 교토시 나카교구 산조도리(三条通) 나카지마초(中島町) 92, TIME'S 1층, 길에 면한 자리. 이날 시작한 건 건축투어 접수와 숍 영업이고, 갤러리와 라이브러리까지 포함한 전체는 9월 2일에 연다. 운영은 합동회사 마이마이(まいまい).
2.건물이 먼저다. TIME'S는 안도 다다오(安藤忠雄) 건축연구소 설계로 1984년에 1기가 섰고 1991년에 2기가 붙었다. 부지 473.80㎡에 연면적 834.20㎡, 지상 3층과 지하 1층. 재료는 화장 콘크리트블록과 철근콘크리트. 버블기에는 KENZO 같은 이름이 산조도리 쪽 쇼윈도를 채웠고, 그 뒤 임차인이 빠져 한동안 닫혀 있었다.

3.이 건물의 특이한 점은 앞이 아니라 뒤에 있다. 다카세강(高瀬川)에 등을 대지 않고 강 쪽으로 내려간다. 도로에서 계단을 밟고 내려가면 수면과 거의 같은 높이의 통로가 나오고, 거기서 다시 회랑과 다리를 밟아 2층으로 오른다. 손님을 물가까지 데리고 내려갔다가 되올리는 상업건물.


4.블록은 한 켜 한 켜가 그대로 보이게 쌓았고, 42년치 빗물 자국이 줄눈을 따라 흘러내려 있다. 물소리가 계속 들리고 버드나무 그늘이 벽에 어른거린다. 유리 천창 아래 중정에서는 위층 발코니 바닥이 그대로 천장이 된다. 다만 이 동선은 장사에 불리하다. 임대 구획이 잘게 나뉘고 층마다 오르내림이 붙는다.


5.1층 개수 공사는 MIDW architects(핫토리 다이스케+핫토리 사오리)와 studio arche(가이 다카히로)가 맡았다. 원래 벽인 콘크리트블록을 그대로 두고, 접수 카운터와 숍 집기, 라이브러리 집기, 라운지 벤치까지 같은 블록으로 쌓아 만들었다. 새로 들어간 재료가 거의 없다.


6.유명한 건물이 왜 비었나. 관광객은 사진을 찍고 떠나지 물건을 사지 않는다. 건물의 이름값은 방문자 수를 늘려 주지만 임차인 매출까지는 잘 가지 않는다. 그런데 임대료는 이름값을 먼저 따라 오른다. 세가 세지고, 세가 세서 임차인이 못 버틴다.

7.마이마이가 파는 물건은 건물이 아니라 해설. 2011년 3월에 시작해 등록 가이드가 400명을 넘고, 투어를 1년에 2,000회 넘게 돌린다. TIME'S를 도는 상품은 45분에 2,000엔, 정원 10명. 평소에 못 들어가는 구역까지 넣어 1층부터 3층까지 본다.
8.그래서 센터는 목적지가 아니라 개찰구에 가깝다. 파는 상품은 교토라는 도시 전체고, 이 시설은 표를 끊고 출발하는 자리와 끝나고 책을 사는 자리를 맡는다. 면적이 작아도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전시장을 크게 지어야 하는 미술관과는 원가 구조가 정반대.
9.시작에 든 돈이 약 1,600만 엔. 내장 설계와 시공, 전시 공간과 라이브러리 설치, 안내 사인까지가 여기 들어간다. 7월 11일에 시작한 크라우드펀딩 목표가 400만 엔이었는데 8월 28일 시점에 513만 엔이 모였다. 후원자는 246명, 1인 평균 약 20,900엔. 나머지는 지역 신용금고가 잡아 준 융자 한도로 메운다.
10.임대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교토 도심 1층 시세인 평당 월 2만~3만 엔대를 대고 30평쯤을 쓴다고 보면 월 60만~90만 엔선이 나온다(이하 추정). 투어 한 회 매출이 2만 엔이고 가이드 사례비와 결제 수수료로 절반이 나간다고 잡으면, 임대료만 놓고 볼 때 월 75회가 손익분기다. 하루 두세 회. 45분짜리 상품이라 하루 네 회도 돈다.
11.축제가 성수기를 만든다. 교토모던건축제(京都モダン建築祭)는 올해 10월 31일부터 11월 8일까지 열고, 이용권으로 볼 수 있는 건축이 61건이다. 같은 회사가 관여하는 도쿄건축제(東京建築祭)는 2026년 참가 건축이 151건, 2025년 방문이 11만 명을 넘었다. 축제는 1년에 며칠이고 센터는 365일 연다. 표 파는 창구가 늘 열려 있으면 축제 밖 열한 달에도 사람이 붙는다.
12.도시의 건물을 한꺼번에 열어 보여 주는 방식은 1992년 런던에서 시작한 Open House가 원형. 교토는 2022년에 문화청 이전 기념사업으로 축제를 시작했고 실행위원회와 교토시가 함께 주최한다. 그 축제가 4년 만에 1년 내내 여는 점포를 하나 얻었다.

13.다만 이 회사는 6년 전에 죽을 뻔했다. 2020년 봄 투어가 전부 멈추면서 4월에 약 200만 엔, 5월에 약 300만 엔 손실이 예상됐고, 목표 200만 엔짜리 모금에 978만 엔이 들어와 살아남았다. 투어업에는 재고가 없어서, 사람이 안 오는 날은 매출이 그대로 0. 점포는 그런 사업에 고정비를 붙이는 선택. 관광객이 끊겨도 임대료는 나간다.
14.임차인이 빠져 닫혀 있던 42년 된 건물의 1층을, 투어 회사가 1,600만 엔을 들여 자기 창구로 바꿨다. 국내에서 같은 걸 하려 하면 돈보다 자격에서 먼저 걸린다. 유료 도보 해설을 상품으로 파는 순간 관광진흥법상 여행업 등록 대상인지가 문제 되고, 판단이 지자체마다 갈린다. 남의 건물 내부를 상품에 넣으려면 소유자 동의와 방문자 상해보험이 매번 따로 붙는다. 45분에 2,000엔은 그 서류값까지 얹고도 남아야 하는 값이다.
